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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제치킨
작품등록일 :
2019.07.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8.29 08: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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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4
글자수 :
244,630

작성
19.08.0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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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세 번째 작업 17. 원치 않은 대면

DUMMY

"어머? 당신은 소개하지 않을 건가요?"


가면을 쓴 차사의 가벼운 다그침에 뒤에서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던 남성 차사가 팀원들을 바라보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이름은 말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빨리 일을 마치고 돌아가고 싶군요."


차사의 건방진 태도에 후긴의 이마에 핏줄이 선명해졌다. 그렇지만 오늘은 갈라테이아가 대화를 잘 이끌어가도록 보조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화를 삭혔다. 그리고 만일의 사태가 생기면 작업장을 향해 날아갈 생각이었기에 날개도 감추지 않은 상태였다.


"제가 대신 무례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가면을 쓴 차사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뒤에 서 있는 차사는 그 모습마저 불만인지 얼굴에 언짢음을 감추지 않았다.


"저희도 길게 끌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 우선 자리에 앉으실까요?"


"그러죠. 그전에 잠시만."


가면 차사는 한복의 가슴에 손을 넣더니 부적을 두어 개 꺼내서 주변에 던졌다. 그러자 공기 중에서 불타듯 없어졌고 그 모습을 본 팀장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요즘 차사들은 남의 집에 쓰레기를 뿌리는 게 유행인가 보군. 아니면 너무 깨끗한 환경이면 협상도 못 하거나."


"후훗! 그럴 리가요. 그저 손님맞이가 덜 되신 듯해서 정리를 살짝 도와드렸을 뿐이랍니다."


그녀의 말에 팀장의 미간이 주름지기 시작했다. 가면 차사가 흩뿌린 부적때문에 만일을 대비해서 제압용으로 설치한 마법진 대다수가 한번에 파훼 되었다. 과한 작업이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름 심혈을 기울여 설치한 마법이 한 번의 조치로 분해돼버렸다는 건, 저쪽에서도 나름 준비가 된 상대를 보냈다는 뜻이었다.


"흥! 이래서 이런 작은 규모의 팀은 못 써먹겠다는 거다. 하는 짓이 치졸하기 그지없군."


뒤에서 비아냥거리기 시작한 남성 차사 때문에 후긴 이마의 핏줄이 다시 한번 선명해졌다. 사실 갈라테이아와 팀장이 이 대화의 주체가 아니었다면 이미 한탕 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즉시 날아가야 하니 자신이 이곳에서 힘을 소비할 순 없었다.


"손님이 손님답지 않은데 손님 대접을 할 필요는 없지. 다음에 손님 자격으로 오면 대접해 주겠네."


후긴이 화를 삭이는 동안, 팀장이 비아냥거렸다. 그리고 가면 차사를 보며 팀장은 무언가 떠오를 듯한 기분을 느꼈다. 떠오를 듯 말 듯 한 묘한 기분 때문에 팀장은 조금 혼란스러웠다.


"이대로는 끝이 나지 않겠네요. 일단 앉으시죠. 대화는 앉은 이후 하도록 하겠습니다."


갈라테이아는 테이블의 자리를 권했고 가면 차사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앉았다. 그리고 그 정면에 갈라테이아가 앉았으며 갈라테이아의 왼편에 팀장이 앉았다. 후긴은 갈라테이아의 우측 뒤에 서서 대기하기로 했으며 후배 차사도 선배로 보이는 가면 차사의 왼쪽 뒤편에 서 있었다. 그러자 서 있는 두 존재는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으며 서로 얼굴을 구겼다.


"딱히 차를 대접하진 않겠습니다. 그럴 생각도 없고요."


"어머! 나름 좋은 관계를 위해 왔는데 대접이 너무하시는군요."


"그쪽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이야기가 있죠? 우리 쪽 사정은 무시한 채 강제로 통보한 이들에게 우리가 좋게 대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런 사정이... 그에 관해선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가슴을 손으로 살짝 누르며 가면 차사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진정성이 담긴 사과를 하는 태도는 아니었다. 우선, 팀장이 설치할 수도 있는 마법진에 대한 대책을 미리 준비해 온 존재가 지금까지 벌어진 사태에 대하여 모른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얼굴을 보이지 않아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고 느낄 수 없었다. 특히 목소리마저 변조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가 실제로 말하고 있는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말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사과는 됐습니다. 우선 그쪽에서 협조해 달라는 사항이 뭐죠?"


"우선 갈라테이아 님이 만든 마법진을 함부로 분석해 버린 것에 대한 사과를 드리려 합니다."


"어머, 뜻밖이네요. 부인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스스로 도둑질을 고백하다니. 그렇다고 도둑질했다는 사실이 사라지진 않죠?"


갈라테이아의 비아냥에 뒤에 서 있던 후배 차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자기들을 도둑놈 취급하는 갈라테이아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는 후긴은 기분이 좋아졌다. 예상외로 갈라테이아가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우선 저희가 처음부터 분석이 목적이었다는 건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군요. 다른 부서에서 수거해올 때, 저희 쪽 결과물과 혼동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견습 차사 중 하나가 마법진을 발견한 뒤 허락 없이 가져간 일이 있었답니다. 이후에 이수한의 영력을 복구하려고 수거한 마법진을 찾았을 때는 이미 분해한 뒤였었고요."


"저런! 안타까운 일이군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그쪽에선 영력 작업에 사용하는 물건을 막 다루시나 보네요. 고작 견습이라 불리는 존재가 분석에 이용되도록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셨나 봐요?"


갈라테이아의 신랄한 비판에 뒤에 서 있는 후배 차사는 점점 화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차사 쪽뿐만 아니라 팀장과 후긴, 그리고 갈라테이아 본인도 이런 자신의 모습에 놀라고 있었다. 갈라테이아는 평소에 남에게 비아냥거린 적 없었지만, 자기가 노력해 만든 결과물이 남의 손에 의해 멋대로 분해되고 분석되었다는 사실에 내심 분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대화는 끝나지 않았기에 당황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그렇지는 않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해명해도 믿지 않으실 듯 하니 이 건에 대해서는 다음에도 다시 해명하겠습니다. 그러니 바로 저희가 그에 대해 배상을 하러 온 것입니다."


"배상이라뇨? 저희가 연락받은 것과 아주 다르군요."


갈라테이아는 팀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팀장은 갈라테이아의 눈빛을 받고는 헛기침을 하고 가면 차사를 향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연락을 받은 건 나이니 내가 직접 설명하지. 한창 의뢰를 조정하던 도중 염라 세력에서 연락이 왔다. 하지면 평소에 연락하던 강림이 아니더군. 다짜고짜 의뢰를 할테니 협력하라는 식으로 용건만 말하고 연락을 끊었는데 말이지? 요즘은 협력과 배상이 같은 뜻으로 쓰이는 줄은 몰랐군. 내가 요즘 말은 잘 모르는 아저씨라서 말이야."


가면 차사는 팀장의 말을 듣고 가면의 볼을 손가락으로 긁쩍이며 대답했다.


"저희쪽에서 사과드려야 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군요. 내부사정이라 다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아마 저희가 보낸 요청을 전달하는 이가 저희의 뜻을 오해한 듯 합니다."


"오해라? 협력과 배상도 구분 못 하는 존재가 차사 중에 있다니. 놀랍구만!"


이번엔 팀장이 비아냥거리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가면 차사는 고개를 살짝 움직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계속 말해봐야만 변명으로 들리실 테니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함부로 마법진을 분해한 견습은 영력을 망가뜨려 윤회의 고리로 돌려보냈습니다. 그저 견습이 분해한 재료를 그대로 돌려주는 것도 논의했지만 이수한의 영력을 배상하기 위해 가져온 재료를 그저 돌려주는 것이 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여겼습니다.


특히 우리 쪽에서 마법진을 분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져갔다는 식으로 오해하실까봐 다른 방법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배상으로 생각한 건 또 다른 의뢰를 통하여 팀장님 쪽에 배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의뢰를 가장한 배상을 하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연락을 전달할 차사가 의뢰의 의미를 모르고 전달한 듯하군요."


가면 차사의 말을 듣는 팀장은 어이가 없어진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만일 변명이 사실이었다 할지라도 책임을 져야 할 차사를 자신들 멋대로 처분해버린 것도 모자라 배상의 조건도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해버렸다. 그리고 의뢰가 마치 훌륭한 배상이라도 된다는 듯 말하는 태도에 팀장은 의뢰를 거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니 의뢰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재료에 대해서 저희가 지원할 테니 그저 조건에 맞는 육체를 제작해 주시길 바랍니다. 목표가 되는 인물에 대한 정보도 미리 드리겠습니다. 필요로 하는 재료가 있으시다면 요청하시면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재료가 남게 되면 가지셔도 무방합니다. 만든 육체에 영력을 담으셨다면 소환에 대한 모든 사항도 저희가 대처하겠습니다."


가면 차사의 말은 의뢰를 가장하여 재료와 마법을 지원하고 작업에 이용되지 않은 물품들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겠다는 의미였다. 필요한 재료를 요청할 수 있다 했으니 사실상 원하는 만큼의 재료를 갖고 가라는 암묵적인 재료 백지수표였다.


"거절한다."


팀장의 말에 뒤에 서 있던 후배 차사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의뢰를 가장한 백지수표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다른 존재들이었다면 넙죽 받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볼 순 없었지만 가면 차사도 조금 당황한 기색이었다.


"첫 번째, 우리 작업은 그 쪽처럼 카피가 주류가 아니다. 우리 작업을 위해서는 뒤에 서 있는 후긴 대리가 직접 세상을 방문해서 정보를 모을 필요가 있지. 그런데 염라 쪽에 속한 세계는 함부로 좌표를 알 수가 없는데 그 좌표를 줄 수 있나? 아니, 후 대리가 그 목표가 되는 세계에 방문할 수는 있나?"


팀장의 말에 후배 차사는 어림도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염라 세력은 셀 수 없이 많은 세계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주요 차원 몇 곳을 제외하곤 대부분 좌표를 기밀로 치부했다. 후긴도 무리하면 찾을 수는 있지만, 환경이 극단적이라 견디기 힘든 곳이 대부분이었기에 굳이 찾지 않았다.


"두 번째,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우리가 작업한 인물이 당신들이 목표한 세상에서 활약하리란 보장도 없군. 우리는 간섭은 아니더라도 확인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소환자가 정착했는지 확인할 수 있지. 그런데 염라 쪽 세력은 좌표도 모르고 방문도 못 하니 우리가 만든 소환자가 제대로 활약하는지 알 수 없지.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당장 저도 모르는 세계가 가득한 곳이 저희 세력이니까요. 그러니 확답을 드리지 못할 뿐입니다."


"세 번째, 실패해도 된다는 말이 없군. 그저 재료만 암묵적으로 가져가라는 조건이었다면 실패해도 상관없다고 조건을 붙였을 거야. 마지막으로 소환은 그쪽에서 담당하겠다고 했지. 우리의 작업물을 일부러 실패할 세계에 소환해서 불량품이라 주장할 가능성이 없지 않군. 아니면 이번에 만들 작업물마저도 분석하고 싶거나?"


"말이 심하군! 우리 쪽에서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그저 감사하다고 넙죽 받으면 되는 일을 가지고!"


후배 차사는 갑자기 책상을 내리치며 언성을 높였다.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대화에 끼어든 그를 보며 팀원들은 인상을 구겼다. 팀장은 그 격렬한 반응을 자신의 주장을 보충해주는 증거로 생각하게 되었다.


"떳떳하면 조건을 바꾸지. 재료 무제한 지급은 필요 없다. 그저 요청한 만큼만 지불할 것. 대신 목표가 소환될 차원의 좌표를 불러라. 방문은 아니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권한도 줘야겠군. 우리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확인하고 싶으니. 그리고 소환도 우리 쪽에서 하겠다. 소환에 대한 대가도 우리가 받아야겠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래? 좋은 조건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아니면 실패해도 상관없다고 조건을 추가해라. 대신 우리가 어떤 물건을 보내든 알아서 대처할 것."


오 팀장은 조건의 추가를 요청하고 화를 참지 못하는 후배 차사의 반대가 이어졌다. 이미 협의는 물 건너갔고 그저 오 팀장이 후배 차사를 가지고 노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흑!"


그런데 난데없이 야릇한 여성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비명에 사무실에 있던 모두가 비명을 지른 당사자, 후긴을 바라보았다. 후긴은 자신의 엉덩이에 손을 댄 채로 울상이 된 상태였다. 그렇지만 부끄러워하기보다 당황한 표정이었다.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팀장과 갈라테이아를 보며 말했다.


"작업장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막 시작한 초보 글쓴이입니다. 비평해 주신다면 새겨듣겠습니다.


작가의말

날씨가 덥습니다. 열사병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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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세 번째 작업 14. 원치 않은 협의 19.07.27 39 0 12쪽
15 외전, 어느 산골 마을 소녀 이야기 19.07.23 36 0 12쪽
14 두 번째 작업 13. 재고 보충 + 의뢰 종료 19.07.23 34 0 12쪽
13 두 번째 작업 12. 재고 보충 기간 + 가벼운 의뢰 19.07.22 35 0 16쪽
12 두 번째 작업 11. 재고 보충 기간 19.07.21 37 0 13쪽
11 두 번째 작업 10. 재고 보충 기간 19.07.20 45 0 13쪽
10 두 번째 작업 9. 재고 보충 기간 19.07.20 48 0 10쪽
9 두 번째 작업 8. 재고 보충 기간 19.07.20 67 0 13쪽
8 첫 번째 작업 7. 소환하다 19.07.19 73 0 12쪽
7 첫 번째 작업 6. 최종 작업 19.07.19 60 0 10쪽
6 첫 번째 작업 5. 작업 마무리 19.07.19 67 0 9쪽
5 첫 번째 작업 4. 동기화 작업 +2 19.07.19 93 1 12쪽
4 첫 번째 작업 3 작업 시작 +1 19.07.19 134 2 11쪽
3 첫 번째 작업 2. 거짓말은 들키면 안됩니다. 19.07.19 129 3 13쪽
2 첫 번째 작업 1. 시작부터 사고가 났다. 19.07.19 163 4 8쪽
1 프롤로그 +2 19.07.19 275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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