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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제치킨
작품등록일 :
2019.07.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8.29 08: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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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수 :
244,630

작성
19.07.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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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두 번째 작업 8. 재고 보충 기간

DUMMY

"자, 인형에 중심을 잘 주시해 봐요. 이무기 씨."


마치 도자기를 만드는 공방처럼 보이는 방안에서 한 남성이 점토로 만든 인형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그 옆에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묶어 정리한 아름다운 여성이 신입 사원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무기를 지도하고 있었다. 인형을 그저 "뚫어져라" 바라보던 이무기는 결국 고개를 돌려 버렸다.


"죄송해요. 갈라테이아 님. 중심에 영력이 뭉쳐 있다는 건 느껴지지만 보이진 않아요."


이무기라 불리는 남성은 단정하게 정리한 헤어스타일에 어수룩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인형을 너무 집중해서 본 나머지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으며 눈 아래로 다크서클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아직 영력을 보는 법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거예요. 그래도 저번 작업 때는 보이지 않던가요?"


이전 작업이란 교통사고를 당했던 이수한이라는 소년의 영력을 카피해서 이용했던 작업을 뜻했다. 이무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그렇지만 이전 작업 때는 제가 "보았다"라는 느낌보다 영력이 너무 밝게 빛나서 "보였다"라고 느껴졌어요."


이무기에 대답을 들은 갈라테이아는 고개를 끄덕이곤 팔짱을 낀 체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한 두 언덕 때문에 이무기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작업 도중엔 얇은 티셔츠만 입고 작업하는 그녀 덕분에 이무기는 눈을 둘 데가 없어서 괜히 작업실을 둘러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만들다 만 진흙 인형부터 대리석을 깎아 만든 흉상, 아직 작업에 사용하지 않은 점토가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그러던 와중 갈라테이아는 눈을 떠서 이무기를 향해 말했다.


"카피한 영력을 볼 수 있었다는 건 이무기 씨도 영력을 볼 수 있다는 거니까 조바심 낼 필요는 없어요. 대신 우리 팀이 주로 다루는 건 직접 뽑아내는 방식보다는 본뜨기를 한 이후 틀을 만들고 그곳에 미약한 영력을 담아 만드는 방식이라 더 세심한 감각이 필요해요."


"네! 아, 그런데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네. 적극적인 학생은 언제나 환영한답니다!"


갈라테이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짙은 눈망울을 가진 그녀의 미소는 뭇 남성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그래서 이무기도 두근거림을 느꼈으나 하려던 질문을 잊어먹는 추태를 부리진 않았다.


"카피본이라는 건 정확히 무엇인가요? 본뜨기 작업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질문을 받은 갈라테이아는 잠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딱히 숨기는 일이 있는 게 아니라 영력을 보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마련한 시간이라 질문에 대한 답을 풀기 시작하면, 수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질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수다스러운 점이 있기 때문에 늘 경계하긴 했지만 늘 그래왔듯이 그녀는 결국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려면 우선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어요. 아마 오 팀장님은 인간 세상에서 자주 이야기 되는 이세계물이라던지 전생물에 관한 판타지 소설에 대한 예시를 들어서 설명하셨을 거예요. 내 말 맞죠?"


그녀의 말에 이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오 팀장을 만나 일을 설명 들었을 때, 오 팀장은 여러 가지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 소설부터 바다 건너 섬나라에 설화, 애니메이션, 만화와 같은 예시를 들며 팀에서 하는 일을 설명했다. 그 덕분에 이무기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접했지만, 막상 팀에 합류해서 일해보니 기대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인간들이 생각하는 세상과는 달리 이야기 속 세상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거죠. 신에 기적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거나, 요정이나 정령이 존재한다거나 마법과 악마에 대응되는 존재들도 있는 세상! 하지만 현재 세상에선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전설, 공상 등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에요."


"네, 저도 팀장님이나 후 선배에게 들었습니다. 실제로 저 말고 세 분은 신화에 해당하는 시대에서 사셨다고..."


"네. 저도 인간들 기준에서는 전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니까요."


갈라테이아에 대한 이야기는 팀에 합류하기 전,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에 사랑을 받은, 아름다움을 관장하는 여신 아프로디테의 숨결로 영혼을 받아 탄생한 여인 갈라테이아. 눈앞에 여인은 그 이야기 속에 조각상에서 태어난 여인이었다.


"저도 남편과 함께 인간의 삶을 살았었죠. 그리고 함께 늙고 죽었답니다. 그런데 원본이 대리석이었던 제 몸은 부패하지 않았고 사랑했던 피그말리온의 영혼은 윤회를 위해 순리로 돌아갔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어요. 그러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전혀 다른 세상이었고 방황하다 결국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죠."


그녀는 그리운 감정이 들어 잠시 숨을 골랐다. 또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아 헛기침하고 본래 하려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흠, 이야기가 샜네요. 어찌 됐든 실제로 다양한 세상이 존재하고 실제로 지구에 사는 인간들이 그 세상에 발을 걸치게 된 경우가 생겨났어요. 신선에 세상에 다녀온 농부라든지, 용궁에 다녀온 심청이 같은 이야기로 말이죠."


"주로 동화나 설화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말인가요?"


"그렇죠. 그런데 그 이야기에 대부분은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아요. 신선에 세상에 다녀오니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난 이후라, 가족들은 다 늙어 죽었다는 결말로 남은 설화도 있죠. 반대로 다녀오고 난 이후, 미쳐버리거나 속세에 미련을 끊고 떠나버리는 이들도 생겨났고요. 이유가 뭔지 아시나요?"


"전혀 다른 규칙이 적용된 세상이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시간의 흐름이 다른 세상을 다녀왔기 때문이고, 후자의 경우는 몸과 영혼이 거부해서 미쳐버리거나 새로운 시각에 눈을 떠서 지구에서의 삶을 다시 적응하지 못해서인 것 같네요."


갈라테이아는 이무기가 한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요. 그렇지만 실제로 다른 세상을 접한 뒤, 그 세상에서 활약해서 영웅이 되거나 신격을 얻는 인간들도 생겨 나는 등, 정말 많은 일이 있었죠. 그러다 다른 세상을 관리하던 관리자, 어떤 세상에 신들이 깨달아 버렸어요. 세상을 넘어 온 인간을 이용해 자신들의 세상을 꾸미거나, 병사로 이용하거나, 놀잇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걸 말이죠."


갈라테이아는 잠시 말을 멈춘 뒤 자신에 근처에 테이블 위에 있던 물 컵을 들고 목을 축였다. 컵 표면에는 진흙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으나 그녀는 개의치 않는 듯했다.


"처음에는 그저 죽음 이후에 길잃은 영혼 중 몇몇이 다른 세상에 흘러 들어가 다시 태어나는 게 시작이었죠. 지구에서의 삶을 기억하게 된 일부가 이제 막 시작하는 세상에서 변혁을 일으키거나 반역으로 희생당하거나... 단! 반역으로 희생당한다 했을지라도 그 세상에서 무언가 변화를 끌어내는 역할은 충분히 하고 죽었죠. 그러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들의 세상에 변화가 시작되었죠.

그런 일이 반복되자 관리자 격에 해당하는 존재들은 깨달은 거예요. 지구에 있는 인간들의 가치를... 마법이나 주술, 정령과 같은 규칙이 없는 이 세상에서 삶을 마친 존재의 영혼이 믿을 수 없게도 자신들에 세상에서 믿을 수 없는 경지에 오르는 경우가 생겨났죠. 처음에는 자기 세상에 자신들 스스로 관리하기 까다로운 일이 생기면 지구에 인간들의 영혼 중 적당한 영혼을 스스로 뽑아서 자기들 세상에 해결책으로 사용했죠."


갈라테이아는 이야기를 멈추고 이무기가 집중하고 있는지 곁눈질했다. 다행히 이무기는 자기가 들었던 내용과 비교하며 경청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수다 상대가 생긴 그녀는 기쁜 마음을 잠시 미뤄두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러다 나중에는 아예 생전에 활약했던 전사들을 뽑아와 자신들에 병사로 삼는 경우가 생겨났어요. 대표적으로 북유럽 신화에 발할라, 그리스로마신화에 기간토마키아를 준비하던 제우스의 이야기가 신화로 남았죠. 이 경우는 어느정도 시스템화 했다는 경우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그저 적당한 인물을 자신들에 세상에 뽑아썼지만 나중엔 아예 목적을 가지고 양산했다? 라고 하긴 어색하지만 어쨌든 변화가 생긴거죠."


"그럼 그저 전쟁에 이용한 경우만 있었나요?"


이무기의 질문에 갈라테이아는 고개를 좌우로 살며시 흔들었다. 그녀가 묶은 짧은 뒷머리도 그에 맞춰 흔들렸다. 그래서 작업실에 살짝 먼지가 날렸고 이무기는 살며시 입과 코를 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갈라테이아는 먼지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럴 리가요. 성적인 감각이 남아 있는 신들은 미남미녀들만 골라서 자신만의 하렘궁을 완성하거나, 반대로 남성을 극도로 싫어한 여성 신이 아름다운 여성들로 이루어진 금남의 세상을 만들기도 했죠. 하지만 가장 크게 이용된 건, 몇몇 종교의 사후세계로 이용된 거랍니다. 천당과 지옥처럼 말이죠."


"어라? 어차피 죽어서 이동하는 거라면 지구에 인간들에겐 영향이 없는 것 아닌가요? 사후에 세상이라면 딱히 전쟁에 이용되는 발할라 같은 경우도 아닌데? 어떻게 종교로 이용되었다는 거죠?"


"같은 믿음을 공유할수록 특정 세상에 적응하기 쉬워지는 경우가 있어요. A라는 인간과 B라는 인간이 같은 종교일 경우, 다른 종교를 믿는 C라는 사람보다 같은 세상으로 환생할 가능성이 커지죠. 그래서 생전에 인간들에게 종교별로 사후 세계가 실존한다고 믿게 만든 거예요. 그러면 같은 종교를 믿는 이들은 같은 세상으로 환생하기 쉬워지니까요."


"하지만 그건 발할라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북유럽 신화에서도 전사들은 스스로 발할라에 가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는 기록이 있는걸요?"


"달라요. 이렇게 설명하면 이상하지만, 발할라의 경우는 신들이 심마니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면 돼요. 가능성이 있는 영혼을 뽑아서 가져간다는 느낌이죠. 하지만 사후세계를 이용한 종교는 달라요. 마치 농업의 품종개량이라고 하는게 더 가까울거에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실제로 천국, 지옥이 있어서 믿어라! 가 아니에요. 천국과 지옥에 해당하는 세상을 만들어 둔 뒤, 종교를 믿는 신자들을 사후에 그곳으로 인도해서 이용하는 거죠. 신들 간의 전쟁이든, 아니면 그저 신력을 생산하는 공장처럼 이용하려고 말이죠."


"음 이해할 듯 말 듯 하네요. 발할라 시절은 채집이었다면, 종교를 이용한 방법은 농업이라고 봐야 할까요?"


"그게 더 가깝겠네요. 제가 설명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 호호. 하지만 이 모든 일엔 큰 문제가 있었어요."


"적응에 문제겠네요."


"정답! 바로 지구에 규칙을 기억하던 영혼들이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세상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었어요. 사실 이름을 알리지도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미쳐버리거나 다른 생물에 먹잇감이 되거나. 하지만 성공하거나 이름을 알릴 극소수의 경우만이 관리자의 눈에 들어버렸기 때문에 '지구에서 온 영혼은 유용하다!'라는 인식이 퍼져버린 거예요."


갈라테이아는 날리는 먼지때문에 잠시 헛기침을 하느라 말이 멈추었다. 늘 청소하리라 다짐했던 자신의 작업실이지만 막상 일을 하다보면 치울 새가 없었고 남이 함부러 자기 물건을 손 대는 일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건 생전에 사랑했던 피그말리온의 영향이기도 해서 갈라테이아 스스로도 고치지 못하고 있었다.


"콜록콜록, 청소를 좀 할 걸 그랬네요. 크흠! 어쨌든 처음에 무작정 지구에 영혼을 납치하다시피 데려가 사용하다가 여러 신이 실패해버렸죠. 그러다가 변화가 일어났는데 처음에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환경을 비슷하게 만들다 보니 시험 삼아 인간과 유사한 종족이 살 수 있나 실험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덕분에 지구의 인간과 유사한 종족이 전혀 다른 세상에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러고 보니 실제로 여러 차원에서 지구에 사는 인류와 유사한 종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주로 인간족이라고 불리며 각 세상에서 번영해 나갔다. 그 이유가 신들이 지구의 인류를 자기들 세상으로 환생시키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실험했던 흔적이었다고 한다.




막 시작한 초보 글쓴이입니다. 비평해 주신다면 새겨듣겠습니다.


작가의말

갈라테이아는 피그말리온이 만든 조각상에서 태어난 여인의 이름입니다. 

제가 팀원들을 구상할 때 각 신화 속에 엑스트라들을 차용하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후긴과 오 팀장의 이야기도 풀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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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외전, 어느 산골 마을 소녀 이야기 19.07.23 35 0 12쪽
14 두 번째 작업 13. 재고 보충 + 의뢰 종료 19.07.23 32 0 12쪽
13 두 번째 작업 12. 재고 보충 기간 + 가벼운 의뢰 19.07.22 34 0 16쪽
12 두 번째 작업 11. 재고 보충 기간 19.07.21 37 0 13쪽
11 두 번째 작업 10. 재고 보충 기간 19.07.20 45 0 13쪽
10 두 번째 작업 9. 재고 보충 기간 19.07.20 47 0 10쪽
» 두 번째 작업 8. 재고 보충 기간 19.07.20 65 0 13쪽
8 첫 번째 작업 7. 소환하다 19.07.19 70 0 12쪽
7 첫 번째 작업 6. 최종 작업 19.07.19 60 0 10쪽
6 첫 번째 작업 5. 작업 마무리 19.07.19 6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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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첫 번째 작업 2. 거짓말은 들키면 안됩니다. 19.07.19 129 3 13쪽
2 첫 번째 작업 1. 시작부터 사고가 났다. 19.07.19 163 4 8쪽
1 프롤로그 +2 19.07.19 274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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