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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제치킨
작품등록일 :
2019.07.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8.29 08: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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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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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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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두 번째 작업 10. 재고 보충 기간

DUMMY

이무기는 인형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았지만, 여전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인형을 함부로 손대면 수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갈라테이아의 말에 결국 만지지도 못하는 인형에 명치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갈라테이아는 또 하나의 기본형 인형을 빗어서 만들었다. 꼼꼼히 자신의 작품을 확인하고 다시 다른 기본형 인형들 옆에 세워둔 뒤, 크게 기지개를 피기 시작했다.


"찌뿌둥하니 피곤하네. 그러면 우리 이무기 씨는 진도 좀 나갔나?"


양손을 깍지를 끼고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스트레칭을 한 그녀는 그 상태 그대로 몸을 돌려서 한참 인형과 눈싸움을 하는 이무기를 보았다. 결국 이무기는 전혀 갈피를 잡지 못 한 듯 보였다.


"으아. 전혀 감을 못 잡겠어요. 갑자기 눈이 팍! 하고 뜨였으면 좋겠는데 전혀 조짐도 보이지 않아요."


이무기는 계속 정체된 수련에 답답함을 느꼈다. 인형의 명치 부근에 안개로 만든 털 뭉치가 보이는 느낌은 들었으나 눈으로 보려 하니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숨만 내쉬던 그는 한참 전에 갈라테이아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나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갈라테이아 님. 제가 처음에 물었던 거 기억나세요?"


"응? 뭘 말하는 거죠?"


그녀는 잠시 주변을 정리·정돈하고 있다가 이무기의 물음에 고개를 돌려 답했다. 정확히는 정리하는 둥 마는 둥 시간을 때우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녀 스스로는 정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본뜨기랑 카피본에 차이가 뭔가요. 아까 이야기를 듣다가 끊어져서 끝까지 듣지 못했는데···."


"아! 맞다. 팀장님이 갑자기 들어오셔서 깜빡했네요. 어디까지 이야기했었더라?"


"음... 그러니까... 아마 종교 이야기까지 하셨을 거에요."


"아,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우선 여러 차원의 관리자들이 지구에 사는 인간들에 영혼을 원했고 여러 방식으로 뽑아갔다는 건 이해했나요?"


"네. 점점 발전했다고 하셨어요."


갈라테이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숨을 고른 뒤,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본뜨기와 카피본을 설명하기 전에 간략하게 특별한 개입 없이 이동한 경우부터 말해줄게요. 우선 육체와 함께 정신, 그러니까 영력이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건 거의 드물거나 없는 경우에요. 있다 할지라도 지구와 전혀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다음은 죽은 이후에 영혼이 다른 세상에 떠돌다가 어떤 인물의 영혼과 동화되어 버린 경우에요. 보통은 다중인격이 되거나 미쳐버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식만이 다른 세상에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다른 세상에 존재의 육체를 빼앗은 경우는 없었네요."


그녀는 한참 설명을 하면서 바퀴달린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어느새 안경까지 착용한 모습이 마치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을 보는 듯 했다.


"위 두 경우가 특별한 개입 없이 다른 세상에 넘어오는 경우이고 이건 현재도 가끔 일어나는 일이에요. 하지만 관리자에 해당하는 존재들이 개입을 시작하면서 무작정 납치가 성행했었죠. 그러다가 결국 규칙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들이 연구한 방법의 하나가 뽑아내기였어요."


"뽑아내기요?"


"그렇죠. 카피본의 이전 단계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대표적으로 발할라에 발키리들이 이용했던 방법이에요. 발키리에 관해서 설명해야 하나요?"


이무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팀장이 읽으라 권했던 여러 이야기 중에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만든 이야기는 빠진 적이 없기 때문에 발키리는 나름 익숙한 주제였다.


"북유럽신화에 나오는 내용처럼 용맹한 전사가 전투 중 사망하면 그들에 영혼을 직접 뽑아낸 뒤, 아스가르드라고 명명한 차원으로 가져와서 육체를 주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너무 원시적인 방법이었어요. 저처럼 육체를 일일이 만들어 줄 수 없었기 때문에 육체를 구성할만한 재료에 영혼을 박아넣는 방식이었거든요.

이러면 영혼이 육체를 구성하다가 터져버려요. 재료의 소모율에 대해선 말할 필요도 없고 성공률도 엄청 낮았죠. 그런데 그들은 이것마저도 발할라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이라면서 스스로 자축했으니 뭐라 할말이 없네요."


얼마 전, 이무기는 이수한 이라는 소년의 영혼으로 작업할 때를 떠올려 보았다. 임시로 육체를 구성한 뒤, 그곳에 카피한 영혼을 정착시키는 데도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셋이나 달라붙어 작업했었다. 그런데 전혀 준비되지 않은 영혼을 그대로 사용한다? 아마 발키리라는 존재들도 큰 피해를 입었을 게 분명했다.


"그러다가 영혼 전체를 뽑아낼 필요가 없다는 걸, 누군가 깨달았죠. 영혼에 심어진 기억만을 뽑아내면 된다고. 영혼에 기억이 진정한 영혼에 힘이라고. 그래서 이후엔 영혼 자체를 추출하기보단 일부, 주로 생전에 기억을 뽑아내는 방식을 썼어요. 이 방식이 카피(copy)에요. 정확히는 부분 추출이지만 이 용어를 만든 존재가 "복제(Copy)다!"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용어가 굳어졌다 하네요.

처음엔 사고를 겪었으나 죽지는 않을 이들에게 실험했다고 해요. 그런데 부작용으로 추출된 카피본의 원주인, 그러니까 원본이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무기력해지는 부작용을 발견했어요. 처음엔 영혼을 일부만 뽑아내더라도 육체가 살아있으면 영혼이 다시 자리를 되찾는다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죠. 그러니 일부를 카피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카피하는 방식을 이용하려고 했었답니다. 그런데 회복은 느렸고 회복하더라도 짧은 인간의 삶으론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녀는 허공에서 물을 만들어 표면에 점토가 덕지덕지 붙은 자신의 컵에 따라 마셨다. 그리고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나갔다.


"결국, 뽑아내기나 카피나 일회용에 가깝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물론 카피할 경우 회복시킬 방법도 찾아냈어요. 단! 회복에 소비될 자원을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였기 때문에 많은 존재가 죽음에 가까운 인간들에게서 카피를 이용해 영혼을 추출해 갔어요."


"잠시만요. 어차피 죽어가는 인간인데 뽑아내기가 아니라 카피...라는 방법을 썼다고요?"


"네. 부작용이 적었으니까요."


그녀는 뽑아내기에 대한 부작용으로 전생의 기억이 너무 강하게 남아 새로운 세상에서 적절한 육체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비하여 부분 추출, 카피(Copy)는 부작용이 덜 했기에 새로운 육체에 자리를 잡을 확률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카피본도 장점은 확실히 있어요. 처음 방식인 뽑아내기야 완전 복제에 가깝다지만 환경이 바뀌었는데 다른 환경에 육체가 형성되는 부작용이 있었다면, 카피를 이용한 방식으로 추출한 영혼은 경험도 거의 그대로 가져올 수 있으면서 육체는 새로운 세상에 맞게 만들기 쉬웠죠. 그래서 아직도 카피본을 주로 다루는 단체나 팀은 많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강림도령이 있는 염라대왕(閻羅大王)이 대표적이죠."


이무기는 아직 강림도령과 같은 저승차사들을 만나본 적 없기 때문에 크게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직접 뽑기 방식보다는 부분추출, 카피라는 방식이 더 안전한 방식임은 이해했다.


"최근에 이수한 이라는 소환자의 경우 어쩔 수 없이 팀장님이 카피를 사용했죠. 사실 팀장님의 카피는 부분 추출 중에서도 완전히 핵심, 그것도 일부만 추출하는 방식이었어요. 물론 우리가 준비한 본뜨기용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벅찼지만요."


이무기는 평소와는 달리 보호벽을 유지하기 위해 후긴이 안색을 바꿔가며 힘들였던 걸 기억했다. 그뿐만 아니라 조정을 담당한 갈라테이아마저도 평소보다 많은 물품을 소비했었다.


"자, 그럼 우리 팀의 특기이자 자랑! 본뜨기에 대하여 설명해야겠네요. 사실 우리만 쓰는 방식은 아니지만, 우리 팀을 따라잡을 순 없죠! 우선 목표가 되는 영혼을 잠시 고정한 뒤, 영혼에 맞춰서 틀을 만들어 내는 거예요. 이 과정이 본을 뜨는 방식과 유사해서 본뜨기 방식이라고 하죠. 그렇게 틀을 만들어내면 틀 표면에 본을 뜬 대상의 영력이 미세하게 묻어 나와요. 그러면 이 틀에 다른 차원에서 개성을 잃어버린 영력이나 윤회에 고리로 흘러 들어가기 직전 상태의 영력을 채우면 짜잔! 본뜨기했던 인물과 유사한 복제품이 탄생하게 됩니다!"


"너무 복잡한 거 아닌가요?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혼은 제대로 이용할 수 있나요?"


"맞아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방식이죠. 대신 장점은 엄청나다고요! 비교해서 설명해 줄게요.

우선 카피와 같은 추출방식은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을 들여 전생의 인간이 가진 능력을 거의 완벽하게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대신 성공확률이 엄청 낮고, 성공한다 할지라도 인간이었을 때 가졌던 강렬한 기억이 새로운 육체에 영향을 주게 돼요.

예를 들면 음식, 혹은 특정 인물에 대한 사랑처럼 말이죠. 새로운 세상에서 이전 생의 음식을 추구하는 건 애교 수준이고, 기억에 박혀서 만날 수도 없는 인물에 대한 기억이 많은 존재들을 좀먹어 버렸어요. 정리하면 시간은 짧게 들지만 불안정한 요소가 많이 남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녀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숨을 골랐다.


"크흠. 말을 많이 하니까 힘드네요. 빨리 마무리해야겠어요. 이제 본뜨기죠. 아까 말했듯이 시간이 오래 걸리죠. 하지만 이 방식에 장점은 동기화! 바로 적절히 개조가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갈라테이아 님이 작업하는 조정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건 일부예요. 본뜨기 방식은 시간을 소모하는 만큼 우리가, 정확히는 의뢰자인 차원 관리자가 원하는 소환자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지구에 대한 기억이 새로운 세상에서 활동할 때, 방해될 수도 있다면 향수병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 수 있죠. 새로운 언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두려움을 모르게 만들 수도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새로운 환경, 그러니까 지구랑 다른 중력, 마나와 같은 지구에선 겪을 수 없는 미지의 힘과 같은 여러 요소로부터 육체와 정신이 붕괴하지 않게 조정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죠."


"하긴 모든 차원이 지구와 똑같은 조건이라 할 순 없겠네요."


"그렇죠. 그리고 새로운 육체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 없어요. 조정 중에 이미 육체랑 동기화 작업을 겪으니까! 이제 남은 건, 우리 혹은 관리자가 소원하는 방식으로 소환자의 능력을 조절하고 특정 상황에서 기억을 번뜩이게 하는 등 여러 설정을 집어넣으면 된답니다. 그러면 소환자는 자신도 모르게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활약하게 되죠."


"그러니까 직접 뽑기와 같은 추출 방식은 짧은 시간에 원본과 같은 소환자를 만들어 내지만 성공률도 낮고 불안하고, 카피본은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지만, 통제가 가능한 소환자를 원하는 방식과 사양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거네요."


"정답! 정리를 잘하는 멋진 학생이군요! 하지만 제 설명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순 없어요. 카피본의 경우가 더 효율적인 경우도 많았고, 본뜨기는 노력에 비해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기도 해요. 제가 개인적으로 본뜨기 방식에 애착이 있어서 본뜨기 방식을 편애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설명을 마친 갈라테이아는 다시 손깍지를 낀 체 머리 위로 양팔을 뻗으며 스트레칭을 했다. 그러자 다시 한번 그녀의 몸매가 부각되어 버려서 이무기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그녀는 이무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더 궁금한 점 있나요?"


"그..러니까 그게...아! 아까 카피 방식의 경우, 회복이 가능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이수한 이라는 인간도 회복 가능한 건가요?"


"강림도령이란 차사가 왜 저랑 후긴씨가 열심히 제작한 마법진을 가져갔는지 아셔야겠네요. 카피본으로 추출했는데 살아남은 인간은 어떻게 된다고 했었죠?"


"기억상실 혹은 폐인이 된다고 하셨죠?"


"정답! 그리고 자연적으로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죠. 단, 잃어버린 영력을 보충할만한 마력이 들어간 물건을 사용하면 그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요. 단, 그 양이 뽑아낸 영력에 비해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하기 때문에 손해죠. 그럼 어쨰서 강림도령이라는 차사가 우리 소유의 마법진을 가져갔을까요?"


"설마 이수한의 잃어버린 영력을?"


"아마 맞겠죠. 염라대왕은 한반도에 사는 인간들에 대한 모든 영혼은 자기들의 소유라고 주장하니까."


이무기는 아직 궁금한 게 많았으나 갑자기 돌아온 팀장과 후긴에 의해 궁금증을 미뤄둘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영력을 볼 수 없냐며 구박하는 후긴의 타박에 이무기는 다시 인형을 뚫어지라 바라보는 시간을 보냈다.




막 시작한 초보 글쓴이입니다. 비평해 주신다면 새겨듣겠습니다.


작가의말

이번 편에서 갈라테이아가 설명한 내용이 제가 생각하는 이세계, 전생물에 원인?입니다.

그리고 본뜨기 방식이든 추출 방식이든 같은, 혹은 유사한 영혼을 가진 인간이 2명이 된다는 설정은 프릭셔널 게임즈에 공포게임 SOMA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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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두 번째 작업 12. 재고 보충 기간 + 가벼운 의뢰 19.07.22 34 0 16쪽
12 두 번째 작업 11. 재고 보충 기간 19.07.21 37 0 13쪽
» 두 번째 작업 10. 재고 보충 기간 19.07.20 45 0 13쪽
10 두 번째 작업 9. 재고 보충 기간 19.07.20 46 0 10쪽
9 두 번째 작업 8. 재고 보충 기간 19.07.20 64 0 13쪽
8 첫 번째 작업 7. 소환하다 19.07.19 69 0 12쪽
7 첫 번째 작업 6. 최종 작업 19.07.19 60 0 10쪽
6 첫 번째 작업 5. 작업 마무리 19.07.19 6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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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첫 번째 작업 1. 시작부터 사고가 났다. 19.07.19 163 4 8쪽
1 프롤로그 +2 19.07.19 274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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