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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aHaL 님의 서재입니다.

극랑전(極狼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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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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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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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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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66화. 정진(正進) (2)

DUMMY

왼손은 아래로, 오른손은 위로. 정태극의 방위로 들어 올린 손은 언뜻 보기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목봉이 날아오는 곳은 좌상단과 우하단이니까.


막으려면 반대로 들었어야지. 하지만 이미 늦어도 한참 늦어버렸군, 안 됐어.


무승들의 얼굴 가죽을 뚫고 감정이 언어의 형태로 득구에게 화살처럼 날아온다. 그러나 뜻 모를 미소가 득구의 입가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훙!


왼손은 위로, 오른손은 아래로. 언제 뒤집혔는지도 모르게, 반태극으로 뒤집힌 양손은 천지상하를 뒤집으며 크게 펼쳤던 팔을 가슴께로 좁게 모아들었다.


“으헛?!”

“컥!”


공간이 요동치며 출렁이고, 목봉을 쥔 두 사람의 투로가 엉켜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득구의 발이 회전했다. 낮은 자세로 전진, 침약호좌(沈若虎坐)의 걸음으로 두 사람 사이의 좁은 공간을 파고든다. 흐름을 타고 내딛는 보법도 예사롭지 않지만, 낮은 소리로 끊어지지 않고 길게 이어지는 호흡은 고수의 격이 느껴질 정도였다.


“스호오···!”


어디선가 들어본 기묘한 호흡성이 들리고 길게 내딛은 발에 체중이 실리는가 싶더니,


콰득!


발 주위로 거미줄이 쳐졌다.


투쾅!


가슴께로 모았던 양손을 마치 날개처럼 펼치며 떨치자 폭발음이 들렸다. 그 폭심지에 있던 두 무승은 입에서 피 화살을 뿜어내며 다섯 장(약 15m)을 날아 바닥을 굴렀다.


“다음!”


산뜻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다음을 외치는 득구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법형의 얼굴이 야차처럼 일그러졌다.



* * *



저게 고작 두 달 만에 가능한 경지란 말인가.


“제기랄···!”


무허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기실, 저번에 광천사자와 맞붙고 난 뒤 진척이 없던 무공에 새로운 활로를 뚫었기에 자부심이 꽤 서 있던 편이다. 비무회 당시 설총의 성장을 봤을 때는 자극을 받긴 했지만, 그 정도는 해줄 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딱히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설총이 수련하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 작자가 한 번쯤 일을 내겠구나, 하고 말이다.


“천검··· 천검인가.”


천검을 볼 때 검귀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왠지 모르게 무허는 당시 검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치 암벽을 등반하듯이 이를 악물고 간신히 한 발짝씩 오르는 길을, 누군가는 산책이라도 하듯 잰걸음으로 달려간다.


그렇게 추월당하고 뒤에서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 욱씬, 가슴이 아리기 마련인 게지.


물론, 저 정도의 무위로 무허를 추월했느냐면 아직까진 그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고작 두어 달 전만 해도 득구가 거리에 관한 개념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전형적인 저잣거리 싸움꾼. 딱 그 정도였던 걸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무인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던, 그냥 길거리 싸움꾼. 그랬던 소년이 어느 틈엔가 부쩍 성장한 걸 넘어서서 괴물이 되어 있다.


무허자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과거, 무허에 비해 한참 전적이 달리던 종리양이 어느 날 갑자기 강해진 일이 있다. 그러나 무허는 그것이 종리양 그 본연의 힘과 노력으로 얻은 강함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야 그럴 것이, 딴 사람처럼 강해진 건 공력뿐이고 검을 휘두르는 품새도 종리양, 상대방의 전력을 파악하는 눈도 종리양 그대로인데, 무엇을 보고 그를 다른 사람처럼 보겠는가? 지금 득구가 보여주는 것처럼, 그야말로 모든 영역에서 진일보하는 것에 성공했을 때, 그것을 진짜 ‘성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런 성장은 절대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니란 뜻이기도 하다.


“···아니, 불가능한 건 아닌가.”


인간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런 불가능의 영역을 누군가 침범해버리면 이성이 마비되고 만다.


한창 강호의 총아로 떠오르던 검귀가 어느 날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온 천검의 오성에 밀려 한순간에 2인자로 전락하고 말았을 때를 보면 그렇다. 그렇게 밀려난 검귀는 결국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다른 예로는··· 원종대사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무허의 가슴 속의 무인으로서의 웅심(雄心)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물론, 질투로 미쳐버릴 것 같은 느낌은 아니다. 무허는 스스로, 썩 이지적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무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밀려난 물결이 되는 이 느낌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쟁선(爭先)이란, 바로 그런 것이니까.


“자극이 좀 되냐?”

“···예?”

“그니까 너도 정치질 고만하고, 무인이면 무인답게 정진혀. 옘병할, 우라질 놈들이 무인이랍시고 강호에서 칼밥 처먹음서 하는 거라곤 죄다 정치질뿐이니께.”

“···.”


하나 이미 강호는 정치판이고, 이 정치판에서 홀로 고고한 강호의 야인이 되겠다는 소리는 눈 감고 귀먹은 병신이 되겠단 소리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무허는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런 병신처럼 살아서 천하삼절에 오른 이가 구정삼이니까.


“그럼 간다.”

“앗, 어르신! 잠깐···!”


구정삼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그저 약간의 악취뿐이다. 거지다운 흔적이지만, 무허는 그 사실을 떠올리며 웃지 못했다. 결국 끝까지 염천호의 죽음을 알리지 못했다는 점을 곱씹으며 얼굴을 일그러뜨릴 뿐이다.


혹은, 뒷물에 밀려나는 앞 물의 심정을 곱씹을 뿐.



* * *



쩡!


일수에 무승 다섯이 짚단처럼 넘어간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경력이란 말인가? 저 또래가 보일 수 있는 내공 수준을 아득하게 초월했다. 결국, 법형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만! 모두 물러서라!”


법형의 외침에 살기등등하게 나한진의 순번을 기다리던 무승들이 목봉을 내리고 한 걸음씩 물러났다. 여전히 그들의 표정에는 납득보다는 분노와 굴욕이 서려 있었지만, 어느 하나 법형의 명령을 어기고 달려드는 이가 없었다.


휘유, 득구는 저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었다. 제자들을 군율로 가르치는 군문세가인 한현보조차도 이 정도로 숙정(肅正)한 군기를 보이진 않는다. 아니, 도리어 문란한 편이지. 이 정도의 군기를 보여준 집단은 기껏해야 천가방 정도다. 어쨌거나 천가방은 군문에서 복역하던 진짜 군병들이었으니까.


“소림이 우습나?”

“방금은 감탄한 건데.”

“그렇다면 미안하군. 그대의 태도가 썩··· 좋지 않아서 도발의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뭐든, 상관있나?”


득구는 턱짓으로 법형을 가리키고 물었다.


“댁이 직접 나설 거지?”

“그럴 생각이다.”

“끗발 좀 있어 뵈는데. 어느 정도 하쇼?”

“미력하나마 본 소림의 나한당 당주직을 맡고 있으니, 그대가 기대하는 바를 충족할 것이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거 높은 자리요?”

“···.”


법형은 잠시 눈살을 찌푸린 채, 득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비꼬려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몰라서 묻는 게 분명한 멍청한 표정에 법형은 피식, 웃음을 냈다.


“별거 아닌 자리다.”

“쯧!”

“하나, 맡은 바 책임은 중한 자리이지.”

“뭐, 그렇담··· 한가락 정도는 하겠네.”

“어디 한가락만 할까?”


법형은 목봉을 치켜들었다.


“그대야말로 걸진 입담만큼의 실력이 있는지를 이 자리에서 증명하게 되리라!”

“꼭 보여줘도··· 아니, 아니다.”


득구는 씩, 웃으며 양손을 가슴께로 모아 왼손은 밖으로, 오른손은 안으로 한 자 정도로 벌린 후 비스듬히 섰다.


“증명해야지.”

“무인이로군.”

“그러엄.”


득구의 두 눈이 칼날처럼 가늘게 벼려졌다.


“내가 바로 그 무인(武人)인가 뭐시긴가거덩.”


스팟!


벼락처럼 득구가 쏘아져 나갔다.


턱, 탁, 쾅!


세 번 연달아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두 사람의 움직임을 겨우 쫓을 수 있었던 무승들은 경악의 표정으로 득구를 쳐다보았다. 법형이 연달아 세 걸음을 물러난 것이다. 물론, 세 걸음을 물러나며 득구의 모든 공격을 목봉으로 막아낸 덕에 유효타는 하나도 없었지만, 천하의 나한당주를 물러나도록 만들 정도의 무위라니 놀라지 않는 것이 무리다.


“한현보?”


득구의 지르기만 보고도 그 무공의 출처를 알아낸 법형이 묻자, 득구는 말없이 씩, 이를 드러내 보였다. 그것을 본 법형은 무언가 짐작이 간다는 표정으로 날카롭게 웃었다.


“그대가 바로 공의현에서 유명하다는 그 소년이로군.”

“어, 맞어.”

“마침 잘되었군! 그대에겐 여러 혐의가 걸려 있으니···. 질문은 결박한 후에 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목봉이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명필이 붓을 놀리듯 춤을 추자 득구는 세 걸음, 아니 네, 다섯 걸음이나 물리며 연신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무승들이 맹수처럼 사납게 웃으며 목봉을 주시했다. 종이 한 끗 차이로 간신히 피해 나가는 그 모습이 언제 적중될까 하는 기대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기회가 찾아왔다.


부웅!


크게 회전하는 목봉을 피해 뒤로 몸을 눕힌 득구를 보며 법형이 회심의 미소를 그린 것이다. 다시 몸을 일으키는 득구의 동작에 정확히 맞추어 몸을 한 바퀴 돌린 법형이 그대로 원심력을 실어 목봉을 찔렀다.


“흡!”


텁,


그러나 들린 것은 목봉이 명치에 적중되어 나는 타격음이 아니었다. 목봉의 끝이 마치 빨려들 듯 득구의 손바닥 위로 안착한 것이다.


“핫!”

“크읏?!”


우직!


법형은 손아귀가 찢어지는 충격에 그만 목봉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법형이 손을 떼자마자 목봉은 망치로 후려친 것처럼 중간 부분이 으스러지며 부러지고 말았다. 법형이 내지른 경력이 그대로 목봉을 타고 돌아온 탓이다. 얼얼한 손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철사장을 수련한 덕분에 가히 무두질한 가죽에도 비견될 정도로 강한 손아귀였지만, 나선형의 경력이 고스란히 돌아온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찢어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경력 그 자체를 되돌리는 수법은 천하에 많지 않다.


“배산장?! 어떻게 당문의 수법을···!”

“그냥 흉내 낸 건데?”

“거짓말하지 마라! 당문과는 무슨 관계냐!”

“아무 관계도 아니라니까?”

“···바로 말할 생각이 없군. 그렇다면 좋다!”


법형은 왼 주먹을 세로로 세워 앞에 두고, 오른손을 머리를 덮는 형태로 들어 양팔로 뫼 산(山)자를 그린 후 득구에게서 비스듬히 섰다.


“처음 계획대로 모든 질문은 그대를 제압하여 결박한 후에 하지!”

“그 참, 쯧쯧···. 쌈질하는데 참, 쓸데없이 말이 많어. 그치?”

“갈(喝)!”


법형은 주먹을 내뻗었다. 득구는 주먹 끝에서 한 치가량 상체를 뒤로 물리는 것만으로 그것을 피했지만, 묵직한 경력이 득구의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콰득!


“으헉?!”


그대로 뒤로 자빠지듯 굴러 몸을 피한 득구는 식은땀을 흘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득구에게서 일직선상에 서 있던 나무에 주먹 자국이 나 있었다.


“격공권?”

“뇌려타곤으로 백보신권을 피하다니··· 가히 동물적인 속도로구나.”

“다 피한 건 아닌데.”


생각 없이 피했다가 예상치 못한 격공강기를 흘려내기 위해 뒤로 굴러야 했지만, 기실 경력의 발출 속도를 생각하면 완전히 적중당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빠른 대응이었다. 긴주(緊奏)의 진의를 깨치지 못했더라면 아마 절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득구는 갑갑함이 느껴지는 가슴을 손으로 한 차례 쓸었다. 스친 것만으로도 피멍이 맺히고 이 정도의 묵직한 타격감이 전해질 정도니, 제대로 맞았더라면··· 어쩌면 그대로 피를 토하고 절명할지도 모를 수법이다.


“니미, 사람이 뒈질지도 모르는 걸 너무 쉽게 내지르는 거 아녀?!”

“그대 같은 고수를 상대하는데 손을 적당히 쓸 수 있겠는가?”

“미친··· 여기 절간 맞아?”


검을 뽑아 버릴까, 고민하던 득구는 어디까지나 적당히 소란을 피우라는 제갈민의 주문을 떠올리며 한숨을 폭 내쉬었다.


“에휴, 제길. 힘없는 내가 참아야지.”

“이제 모든 걸 바른대로 실토하려는가?”


법형의 말에 득구는 짜증을 냈다.


“왜 자꾸 남의 혼잣말에 대꾸하쇼, 짜증나게?! 에이, 젠장!”


득구는 검지와 중지를 펴고서 검결지를 맺고 활시위를 매기듯 섰다. 검은 없지만, 그 기수식은 천하에서 아주 유명한 검술의 기수식이다.


“매화검? 이번엔 화산인가?”

“뭐든, 뭔 상관이야. 한 번 더 써보쇼.”

“정녕 벌주를 마시려는가?!”

“썅,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그놈의 백보신권은 뭐라 뭐라 씨불대지 않음, 안 나가나?”


지금까지 참을성을 잘 발휘하던 법형도 소림의 백보신권을 모욕하는 말에는 더 인내를 발휘할 수 없었던 모양인지, 민머리 위로 핏대가 섰다.


“···후회하게 해주마.”


눈썹을 어긋매낀 채로 한숨을 후, 내쉰 득구는 앞으로 내민 왼손의 손바닥을 위로 들고 까딱였다.


“수라멸진격(修羅滅盡擊)!”


법형이 굳이 스스로 초식명을 외친 것은, 말하자면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기백의 방출인 셈이다. 네놈으로서는 절대 막을 수 없으니, 피해라. 그리고 항복해라.


그리고 그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법형의 기세는 매섭다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백보신권에서도 가장 파괴적이고 패도적인, 그야말로 불법의 적(修羅)을 아예 진멸(殄滅)하기 위해 만들어진 초식이다.


곧 법형의 주위로 일진광풍이 일고, 웅혼한 기백이 그의 온몸에서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진즉 꺼냈어야지···!”


빨간 혀를 내밀어 아랫입술을 슬쩍 핥은 득구는 가늘게 뜬 두 눈으로 법형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의 공력의 흐름과 더불어 그가 어떤 일격을 내려는지를 면밀히 관찰했다. 법형의 몸을 일주하던 공력이 정점에 이른 순간, 그의 몸 안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콰드득!


법형의 몸 안에서 일어난 폭발은, 곧 그의 의지가 그린 투로를 따라 그 강력한 폭발력을 한 방향으로 쏟아낸다. 곧, 그의 주먹은 응축과 발출이란 과정을 통해 허공을 격하고도 그 위력이 상쇄되지 않을 만한 격공강기(擊空强氣)의 중심지가 된다.


그 흐름이 실제로 현실에 재현되는 것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면 충분하다. 법형은 고수고, 그의 움직임은 빠르다. 다만 뇌에서 그리는 생각과 의지의 속도보다 느릴 뿐. 마찬가지로 그 의지를 따라 움직이는 기의 흐름보다 조금 느릴 뿐이다.


기의 흐름을 먼저 읽어 찰나의 한 수를 거머쥔 득구의 눈은 어떤 의미에선 반칙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눈을 가지고도 득구는 아직 설총에게서 한 판을 따내질 못했다. 결국,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일 것이다.


‘그래! 이 찰나를 어떻게 쓸 것인가?!’


기나긴 찰나다. 극도로 가속한 의식 속에서 육체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정지한 것만 같다. 오직 의식만이 그 흐름을 인지할 뿐이다. 그렇다고 시간이 정말 흐르지 않는 것도 아니며, 이 기나긴 찰나를 무한히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긴주. 불필요한 초식의 화려함을 버리는 소청(消靑)의 과정이 시우십결을 만들어낸다면, 이젠 초식이 아니라 정신의 영역에서도 소청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설총은 이것을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이야기했었다.


‘집중해라!’


그래, 집중이다. 집중이란, 잡생각을 떨쳐버리고 오직 단 하나의 목적에 온 마음과 생각을 모아 내던지는 것이다!


‘매화꽃의 성긴 그림자가 드리울 땐 그윽한 향이 가득한 법이라네.’


득구의 검결지가, 아득한 선(線) 하나를 그렸다.


작가의말

오늘 중에 결정이 날 것 같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공지를 통해 안내 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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