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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aHaL 님의 서재입니다.

극랑전(極狼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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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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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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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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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75화. 하오문 (1)

DUMMY

“아, 이 미친놈들···.”


구정삼은 바글대는 머리통들을 바라보며 육포를 잘근잘근 씹었다. 당장이라도 육포 대신 다른 걸 씹어줄 준비된 얼굴로 질겅질겅 하악(下顎)을 움직이는 그의 표정 탓인지, 장내는 많은 인원수에도 불구하고 조용했다.


“···오란다고 진짜 다 왔네.”


애초에 그런 여지를 주지 말았어야죳! 신기하게도 아무 말도 안 한 것 같은데, 아주 또렷하게 목소리가 들리는 제갈민의 표정에 구정삼은 골머리를 잡았다. 머릿속에 딱따구리 한 마리가 들어앉아서 딱딱딱딱, 쪼아대는 느낌이다.


“흔치 않은 기회이니, 어르신께서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더군다나··· 아시질 않습니까?”


턱수염을 쓸어내리며 점잖게 말하는 심용학의 턱주가리를 후려쳐주고 싶었던 구정삼은 골난 표정으로 쯧, 혀를 찼다.


“벌써부터 술이 다 땡기는구만. 쯥.”

“어르신이야 늘 술이 당기시질 않습니까? 말 나온 김에 제가 이번에 아주 좋은 술을 하나 얻게 되었는데, 한 잔 어떠십니까?”

“오? 진짜냐?”


심용학을 향한 불편함이 호감으로 급변하려는 시점에 제갈민이 끼어들었다.


“어르신, 송구합니다만 이 이상 지체하게 되면 정주에는 내일에나 들어가게 될 거예요. 더군다나 이런 대인원이니, 날이 어두울 때는 정주에 통행 허가가 나지 않을 것이고.”

“으, 음···. 그, 그렇지.”


식은땀이 절로 나게 만드는 제갈민의 서늘한 어조에 구정삼은 싸하게 당겨오는 뒷골을 부여잡고는 정신머리를 챙겼다. 그래, 여기서는 내가 정신을 차려야지.


“말로만 듣던 담하 대인의 적전제자시로군요. 이런 기회지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눈을 반짝이며 포권례를 취하는 심용학의 능글맞은 대처에, 제갈민은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주 포권례를 취해 보였다.


“영광이라뇨, 과분한 말씀이세요.”


제갈민의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예법에 심용학은 탄복한 표정을 지었다.


“과연, 우리 문 내의 젊은 녀석들에게 소개라도 좀 시켜드리고 싶은 심정이올시다. 모자라더라도 좀 나이만큼만 모자랄 것이지, 과하게 모자란 놈들이 하나둘이 아니라서 말이외다. 생각도, 예의도, 무공도 모자라니 앞으로의 팽문이 참으로 걱정이오만···. 제갈세가가 부럽구려. 기왕 이리 만난 김에, 가까운 시일 내에 그런 자리를 한번 마련해보면 어떻겠소?”

“기대되는 젊은이와 그렇지 못한 젊은이는 저희 제갈세가에도 많이 있답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젊은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단지 나이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앞으로 어찌 자랄지 알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갈민은 생긋 웃고는 말을 맺었다.


“가능성이 있으니, 보이는 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는 법이겠지요. 지금까지 철혈패도가 세상에 보여 온 저력을 생각해보면 더더욱요.”

“으음, 이거, 이거···. 젊은 녀석들이 아니라, 이 사람이 진즉 좀 만나 뵙고 식견을 넓힐 것을 그랬나 싶구려. 아주 좋은 말씀이올시다.”


제갈민은 얼른 포권례를 취해 보이고 말했다.


“저야말로 놀랐습니다. 선배로서 후배의 쓴소리를 달게 듣는 법을 아시니, 과연 탈백도 선배님께서 철혈패도의 집법당주 자리를 역임하시는 이유가 다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려요.”

“허허, 과찬이올시다.”


심용학이 흡족한 미소를 짓자, 제갈민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구정삼에게 말머리를 돌렸다.


“하면, 어르신 이제 출발하시지요.”

“그, 그러자꾸나.”


삽시간에 심용학을 구워삶아 버리고 일정을 재촉하는 제갈민의 말솜씨에, 구정삼은 과연 저년은 뭘 해도 될 년이라며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술맛 정도는 좀 보고 갈 수도 있는 노릇이 아닐까 설라무네···.


“가자니까요.”

“···아, 알았다.”


구정삼이 출발을 선언하려는 그 찰나, 어디선가 푸드덕! 비둘기 한 마리가 장내로 날아들었다.


“응? 저건 뭐야?”


그리고 마치 그것이 신호라도 된 것처럼 사방에서 비둘기들이 날아들었다. 푸드덕, 구구구하는 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우는 것이, 장관이라기보단 공포를 느낄 법한 광경이었다.


“이게 뭐시다냐···? 전서구가 왜 이래?”


푸드득! 자신에게 날아든 하북팽가의 전서구를 받아 든 심용학이 그 다리에 묶인 대나무 통의 봉인을 뜯고 말했다.


“무언가 급보가 있나 봅니다. 제가 한번 보지요.”


그리고 그 안에서 첩지를 꺼낸 심용학의 두 눈이 빠르게 글자를 훑었다.


“걸협 어르신!”

“응? 뭐여?”


구정삼을 부른 이는 심용학이 아니라 악여였다. 악여는 핏발선 눈을 부릅뜨고 마치 노려보듯이 구정삼을 쳐다보고 있었다. 전신에서 풀풀 살기까지 흘리는 걸 보아하니 심각해도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송구합니다만, 저희 숭례당은 오늘의 행사에는 참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만···!”


마치 주먹으로 손바닥을 후려치듯이 포권례를 취하는 그의 모습에 구정삼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라···.”

“악 대협! 무슨 일이지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구정삼을 대신해 제갈민이 얼른 나섰지만, 악여는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무례하다고 할 법한 일이었지만, 장내의 그 누구도 악여의 무례를 지적한 이가 없었다.


“음, 엄청난 일이···.”


심용학이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제갈민이 얼른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심 대협께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아시나요?”

“···모두가 같은 첩지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럴 만한 일이외다. 하니, 연화 소저께서는 비화창 저 친구의 무례를 용납해주시구려.”

“용납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음···.”


고개를 끄덕인 심용학이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걸 내가 직접 밝히는 것이 옳은가 모르겠지만··· 걸협 어르신이 계시니 말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음···.”


말을 하겠다면서도 주저하던 심용학은 간신히 말을 이어 붙였다.


“산동에 있는 충무악왕문 본가를 백련교도의 무리가 포위하고 있다··· 합니다.”


심용학은 힐끔, 구정삼의 눈치를 살폈다.


“광천사자를 본 것 같다는 이야기도···.”

“뭐?”


구정삼은 두 눈을 부릅뜨고, 제갈민은 반대로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미간을 찌푸렸다. 광천사자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 * *



“아직도 입을 안 열었냐?”

“아뇨, 입을 안 여는 건 아님다. 쓸데없는 이야기는 묻지도 않은 것까지 주저리주저리···.”

“그거 말고, 빙시야!”

“···옙. 확실히 무슨 금제라도 걸린 사람처럼···.”


성화에 관련된 정보, 주규나 원종 대사에 관한 정보, 그리고 무엇보다도 백련교의 대호법들에 관련된 모든 내용은 일절 발설하지를 않았다.


그야,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럴 법한 일이긴 하지만···.


“제길! 백련교의 대호법을 생포했는데···!”

“그러니까 말임다. 기회도 이런 기회가 없는데 말임다.”

“두 멍청이 놈들은 어떻게 됐어?”

“말씀하신 대로 좋은 거 먹여서 안전한 곳에 재워놨슴다.”

“그럼, 적어도 미친 거지 올 때까진 안 일어나겠군.”


발가락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공덕자는 두꺼운 입술을 비틀어 삐죽 내밀고서 잔뜩 찌푸린 이마로 허공을 한참이나 노려보았다.


“···할 수 없지.”

“예?”

“그걸 쓴다.”

“그거라면 혹시···?”


발가락은 자기가 생각하는 게 맞냐는 표정으로 공덕자를 쳐다보았다. 공덕자는 와락 얼굴을 구기며 발가락의 머리를 딱! 후려쳤다.


“그래, 그거! 넌 꼭 두 번 말해야 알아듣는 병이라도 걸렸냐?! 옘뱅!”

“진짜로 종취산(縱醉散)을 사용하시게요?”

“니미.”


공덕자는 머리를 짚었다.


“그 백련교의 대호법이잖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게라도 하란 말이야!”

“하지만 향파···!”

“지금이 수단 방법을 가릴 때냐? 네놈이 언제부터 협객 나부랭이가 됐다고···!”


그때, 정연이 급한 발걸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섰다.


“향파!”

“옘뱅, 또 무슨 일이야?!”

“대지급(大至急: 가장 급한 소식)이에요!”

“···뭐?”


정연은 말로 설명하는 대신 빠르게 첩지를 건넸다.


“···이게 뭔 소리야. 충무악왕문이 멸문 직전이라고?”

“광천사자가 나타났다고···.”

“그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야?! 바로 얼마 전에 하남성 어귀에서 미친개 놈들이랑 한바탕 했담서?! 여기서 산동성까지 도대체 며칠 거린 줄 알기나 해?!”

“어쨌거나 포위를 당한 건 확실한 사실이라고 하니까요···.”

“옘뱅할!!”


신경질적으로 욕지거리를 뱉은 공덕자는 곰방대를 꺼내 담배를 채워 넣으며 말했다.


“···상황은? 멸문직전이라니,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거야?”

“정문이 돌파당해서··· 가주 이하 싸울 수 있는 모든 무인은 전부 항전 중이고, 암천대(暗天隊)가 식솔들의 피난시키는 중입니다. 자칫하면, 충무악왕문은 산동을 버리고 악왕묘(岳王墓)가 있는 절강성 항주로 근거지를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고···.”

“미친 소리! 문짝 하나 부서진 것뿐인데 어떻게 그 난리가 나?! 딴 데도 아니고 충무악왕문이잖아!”

“문이 부서진 게 아닙니다.”

“문이 부서진 게 아니야? 정문이 돌파당했다며! 그게 무슨─”

“악왕문(岳王門)이 통째로 붕괴했다고···.”


공덕자는 한순간 말을 잃었다. 악왕문이라면, 천자가 직접 하사한 충무악왕(忠武岳王)의 네 글자가 적힌 현판이 달린 산동악가 본성(本城)의 정문을 말한다.


─그렇다. ‘성(城)’이다. 다른 군웅칠세도 마찬가지로 저택(邸宅)이란 단어로는 표현이 어려운 그야말로 장원(莊園)에 가까운 택지를, 마치 하나의 영지(領地)로 삼고 있지만 그렇다고 군사 목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성’을 짓지는 못한다. 그건 국법으로 금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충무악왕은 송대에 이미 왕위에 제수되었고, 당대에 이르러 대명천하에서도 명실공히 ‘왕가(王家)’로 인정하는 가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무림에서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성’을 짓고 사는 일족이다.


그런 만큼, 충무악왕문의 본가는 여타의 무림세가와는 차원이 다른 방어력을 자랑한다. 난공불락의 요새까진 아니어도, 군에서 사용하는 화포 정도는 있어야 겨우 공략에 도전해볼 만한 상대인 셈이다.


악왕문 역시, 망루의 높이가 총 다섯 장하고도 석 자(약 16m)나 되며, 문의 망루를 제외한 성벽의 높이도 세 장 반(약 10.6m)에 달한다. 벽을 이루는 폭도 아래쪽은 두 장(약 6m), 위쪽 폭이 한 장 반(약 4.5m)에 달하며, 이 벽을 세우기 위해 저 유명한 장안성(長安城)을 건축할 당시에 쓰인 판축(版築: 황토를 다져 압축시키는 기술)으로 만든 벽돌을 썼다.


즉, 다시 말하면 이 성벽은 인간의 힘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걸 무너뜨리려면, 화포 같은 걸 끌고 오거나, 천하삼절에 준하는 존재를 데려와야만 한다.


“제길···!”


공덕자는 떨리는 손으로 곰방대를 집어 들었다. 이대로라면 일이 틀어져 죽기보다 신경쇠약으로 죽는 게 먼저일 것만 같다. 왕초와 연락이 끊어진 이후부터 안 그래도 불안해 죽을 지경인데, 너무 많은 일이 갑자기 급박하게 돌아간다. 당장 이 건만 해도, 본래는 공덕자가 아니라 왕초에게 바로 전달이 돼야 했을 내용이다.


달리 통제할 사람이 없으니 이 지경까지 와버리고 말았다. 공덕자는 치를 떨며 염천호의 부재를 온몸으로 만끽했다. 그러게, 조금이라도 빨리 후계자를 세워뒀어야···.


‘응?’


왜 그걸 잊고 있었지? 생각해보니, 왕초가 숭산에 올라가기 직전에 넘겨준 물건이 있었다. 만에 하나, 천에 하나라도 연락이 두절 됐을 때 보라고 줬던 물건이─


와당탕!


공덕자는 미친 듯이 방을 헤집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그 중요한 걸 백화춘에 놓고 왔겠어? 내가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설마, 그런 걸 놓고 오지는 않았을 텐데. 설마, 설마.


“···니미!”

“왜 그러세요. 향파? 무슨 일이라도?”

“너네··· 혹시 먹칠을 잔뜩 해서 시꺼먼 표지의 책··· 봤냐?”


발가락은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정연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어··· 그거 제가 본 것 같아요.”

“어딨어, 그거?!”

“그게··· 백화춘에서 나올 때···.”

“설마, 설마 놓고 왔다곤 말하지 마!”

“···죄송해요.”

“미친!!”


공덕자는 들고 있던 곰방대를 분질러버렸다. 겨우 이딴 거나 챙기려고 그걸 놓고 와?


우당탕, 와지끈!


곰방대 하나 분질렀다고 끓는 속이 진정되는 것은 아니었던지, 벼루와 책 선반, 싸구려 다기(茶器) 등이 더 작살이 난 후에야 공덕자는 머리칼을 다 뽑을 것처럼 움켜쥐고 주저앉았다. 조금만 더 젊은 시절이었더라면 이 방 안에 있는 건 사람 빼고 전부 작살났을 텐데, 나이를 먹긴 먹었군. ···한심하긴.


“제가··· 가볼까요?”


조심스럽게 묻는 발가락을 정연이 팔을 꼬집어가며 만류하는 것이 보였지만, 공덕자는 두 사람의 장난질에 어울려줄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뾰족한 목소리로 찌를 듯 되물었다.


“가서 뭘 할 건데? 마익수 그놈이··· 단서가 될 만한 걸 뭐 하나라도 남겨뒀을 것 같아?”

“백화춘엔 안 왔을 겁니다요.”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알죠.”


발가락은 잠시 우물거리다가 약간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형이니까요.”

“···.”

“이렇게 돼버렸지만··· 그래도 저한테는 세상에 딱 하나 남은 혈육 아니겠습니까요. 그래서 잘 암다. 마익수 그 인간은··· 백화춘에 절대로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요.”

“···근거는 뭔데.”

“거기가 어떤 곳인지 잊으셨습니까요?”


공덕자는 두꺼운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잊기는, 어떻게 잊을까? 백화춘에서 있었던 그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쯤 마익수는 하오문의 문주가 되어 있었을 텐데.


“그 인간은··· 자기가 한 실수나 실패를 절대로 용납하지 못하는 인간입니다요. 왕초 곁에 남지 못한 것도 결국··· 그런 이유일 거고요. 그러니까, 백화춘에는 직접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요. 하오문을 뿌리째 뽑아내고 왕초의 흔적을 모조리 지워낸다면 모를까.”


침묵이 잠시 방을 맴돌았다. 발가락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감정이 그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온 탓이다. 정연은 복잡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고, 공덕자 역시 생각이 많은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잠시 후 공덕자의 두꺼운 입술 사이를 음울한 목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위험할 텐데.”

“향파! 진짜로 보내시려고요?”

“···골 아프니까 닥치고 있어봐.”

“향파, 안 돼요. 적어도 타구봉을 익힌 성치를 보내는 편이···! 아니! 한 소가주나 양 소협도 있잖아요?”

“정연아.”


공덕자는 화를 내는 대신 나지막이 정연의 이름을 부르고 입을 다물었다. 공덕자의 얼굴은 여전히 바닥을 향하고 있었고 그녀의 눈 또한 정연을 바라보지 않았기에 공덕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표정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정연은 그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공덕자를 알고 지내온 이래, 이토록 나약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걱정마십쇼, 누님. 저 쌈질은 썩 못해도 발은 빠른 거 아시잖슴까. 별문제 없을 겁니다요.”

“너는···!”


정연은 격정적으로 터지려는 말을 간신히 억눌렀다.


“멍청아···!”


금방 울음이라도 터질 것처럼 달아오른 정연의 이마를 보며 공덕자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것들 때문에 진짜 못 산다, 못 살아.


“누가 뒈지게 냅둔대? 옘뱅, 꼴같잖으니까 이러지들 말자고.”


공덕자는 무릎을 짚고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성 좀 났다고 마구 휘둘렀더니 금세 이런다. 아니, 이 대목에선 고작 이 정도로 골골대는 나이가 된 것을 서글퍼해야 하나.


몸을 일으킨 공덕자는 벽에 붙은 다탁 밑을 몇 번 두드리더니 찰칵, 걸쇠를 열고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길죽한 막대기였는데, 다 헤진 마대로 둘둘 말려 있음에도 독특한 형태 덕에 두 사람은 그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혹시 몰라 하나 챙겨뒀다. 니미, 이딴 거 말고 그 책을 좀 챙겨둘걸.”


공덕자가 툴툴대며 던진 조총을 받아 든 발가락은 씩, 입꼬리를 들었다.


“이거면 충분합니다요. 걱정 붙들어 매십쇼.”


작가의말

무리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무리를 해버렸습니다ㅋㅋ 바로 내일이면 주말이고, 주말엔 휴재를 하겠다고 선언한지도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뻗어버리면 영 꼴사납잖습니까. 근데 상태가 영 메롱한 걸 보니, 주말 이후엔 진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장염인데 왜 머리가 깨질듯이 아픈지 모르겠네요... 토할 것 같고.


암튼, 건강이 최고입니다. 모두들 건강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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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75화. 하오문 (2) 24.04.30 141 3 15쪽
» 75화. 하오문 (1) 24.04.26 159 2 17쪽
243 74화. 피 냄새 (2) +2 24.04.25 158 2 16쪽
242 74화. 피 냄새 (1) +2 24.04.24 168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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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73화. 세 명의 신산(神算) (2) +2 24.04.22 171 2 15쪽
239 73화. 세 명의 신산(神算) (1) 24.04.19 178 3 15쪽
238 72화. 운예지망(雲霓之望) 24.04.18 170 3 15쪽
237 71화. 그런 신은 없다. 上 24.04.17 159 4 14쪽
236 70화. 초화만신(超化萬神) (6) 24.04.16 164 2 16쪽
235 70화. 초화만신(超化萬神) (5) +2 24.04.15 181 3 15쪽
234 70화. 초화만신(超化萬神) (4) 24.04.12 194 5 16쪽
233 70화. 초화만신(超化萬神) (3) 24.04.11 191 2 15쪽
232 70화. 초화만신(超化萬神) (2) 24.04.10 195 4 15쪽
231 70화. 초화만신(超化萬神) (1) 24.04.09 211 7 13쪽
230 69화. 진의(眞意) (3) +2 24.04.08 199 6 17쪽
229 69화. 진의(眞意) (2) +2 24.04.05 206 5 16쪽
228 69화. 진의(眞意) (1) 24.04.04 202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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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68화. 부처님 손바닥 (3) 24.04.02 195 2 15쪽
225 68화. 부처님 손바닥 (2) 24.04.01 200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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