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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님의 서재입니다.

유명 버튜버가 내 집에 얹혀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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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작품등록일 :
2022.06.12 10:24
최근연재일 :
2022.07.25 06: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847
추천수 :
17
글자수 :
70,341

작성
22.06.19 06:00
조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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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폿몬빵

DUMMY

별 거 없는 하루가 지났다.


그냥 어제는 나가서 근처 모텔에서 잤다. 손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해야할까. 아무리 그래도 남녀가 같은 곳에 머문다는건 큰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물론 그렇다쳐도 왜 집주인이 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모텔방에서 나와보니 시간은 벌써 10시가 넘어있었다. 집으로 바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조금 여유를 갖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린네씨의 방송시간은 6시 언저리니까 그 전까지만 세팅을 마치면 된다.다행히도 근처에 생활용품가게가 있었기에 거기서 필요한 거를 사면 되기에 굳이 멀리까지 나갈 필요도 없었다.


한마디로 시간이 널널했다.


대충 장을 다 봐도 한 시간 이내로 끝날 것이기 떄문에 크게 부담도 없었다.


일단은 아침 햇살을 즐기며 거리를 걸어다녔다.


아직 바람은 약간 쌀쌀했지만 길바닥 구석구석에는 작은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미세먼지만 없었다면 정말이지 좋은 하루가 됐을텐데. 나는 주머니속에서 만지작 거리던 핸드폰을 꺼내 카톡을 확인했다.


-편집자, 올 때 담배 한 갑좀 사다줘. cat브랜드 3시리즈면 돼.


정말이지 흡연자라고 벌써부터 담배타령이다. 마음같아서는 끊으라고 하고 싶었지만 흡연자들이 괜히 흡연자가 아니라는 건 잘 아니 그러려니했다.


-그리고 말야 그 딸기 라떼 한 잔도 부탁해. 돈은 돌아오면 줄게.


엥? 이건 좀 의외다. 린네씨, 딸기 라떼가 마음에 들었긴 하나보다. 어제보니까 계속 컴퓨터 옆에두고 마시고 있는 걸 보긴했는데 별 반응이 없어서 맛없는줄 알았다.


'의외로 소녀다운 모습도 있네.'


문득 딸기 라떼를 쪽쪽 빨아 마시는 린네씨의 모습을 상상해버렸다. 다 까발려진 성인이 딸기 라떼에 꽂힌 모습이라니. 이거 꽤 볼만한 구경거리 일지도.


어쨌든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카페 앞으로 와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오세... 어? 안녕하세요."


역시 오늘도 직원분이 계셨다. 뭐, 주말빼고 출근하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빵은 잘 드셨나요?"

"네? 아 네."

"일단 이거부터 받으세요."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꾸며 패스. 나는 주머니에서 포두 주스 한 캔을 꺼내 직원분에게 건넸다.


"어머, 안주셔도 되는데."

"오늘도 1+1이더군요."

"그냥 좋아하시는거 사지."

"뭐 그럴 수도 있긴한데 딱히 음료수는 아무거나 잘 마셔서요."


뭐, 그냥 온김에 주웠다. 이런 느낌으로다가 주는 거지 별 의미는 없었다.


"아, 맞다. 빵 받으러 오셨지."


그러더니 직원분은 내게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마침 산 김에 너무 많이 사가지고 이거 다 드세요."


가벼운 마음으로 안을 들여다본 순간 놀랐다. 분명 들었을 때엔 빵 한개라고 했는데 무려 세 개나 있었다.


"근데 다 초코롤빵이네요?"

"그야 좋아하신다고 했잖아요."


아니, 그렇다해도 같은 빵 세개는 좀 그렇지 않은가. 먹는 데도 부담스럽고 질리는 것도 있고.


"꼭 드세요."

"네...? 아, 네."


떠넘기듯 폿몬빵 세개를 쥐어주는 직원분을 보니 차마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좀 밥좀 잘 챙겨드세요."

"빵이 밥이 될 거 같진 않은데요?"

"그래도 드셔야죠."


그렇긴한데 뭔가 한국에서 빵은 역시 디저트였다.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보니까 린네씨 단 거 좋아하는 거 같던데 두개는 드려야겠다.


뭐 짬밥 처리를 할 대상이 생겨서 좋은 건가? 왠지 처리 곤란한 음식같은거 주면 잘 먹을 거 같았다. 무슨 개 기르는 것도 아니고 참.


"뭐 온김에 저 아메리카노하고 딸기 라떼 주세요."

"네?"


순간 직원분의 표정이 잠깐 일그러진게 보였다.


"또 딸기 라떼인가요?"

"네, 뭐 어제 손님이 맛있다고해서. 혹시 안되나요?"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언가 약간 쌀쌀해진 직원분의 태도에 나도 모르게 긴장되었다.


뭐지? 내가 그렇게 잘못 한 게 있나? 내 죄라곤 딸기 라떼룰 추가 주문한 죄밖에 없는데.


"자 여기요."


어제와 똑같이 아메리카노랑 딸기 라떼 한 잔씩이 나왔다.


"후우, 제발 몸 좀 잘 챙기세요."

"네, 알겠어요."

"그리고 빵은 혼자 드시고."

"알았어요."


급하게 음료만 받고 무언의 압박감에 등떠밀려 카페를 빠져나왔다.


아무튼 알다가도 모르는게 사람 마음이었다.


**


"다녀왔습니다."


집에 돌아와보니 린네씨는 이미 자기 컴퓨터를 다 연결한 뒤였다. 겉보기에는 이미 다 완성이 된 듯했다.


"왔어?"

"부탁하신것들 다 사왔어요."

"잘했어."


내가 사온건 공유기와 인터넷선이었다. 컴퓨터 두 대를 쓰기 위해서는 이게 필요하다나. 나머지는 자기가 다 부품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것만 연결하면 이제 컴퓨터 두 대 세팅은 완료."


그런가.


뭔진 잘 모르지만 아무튼 컴퓨터 문제는 해결된 듯했다. 이걸로 한 가지 걱정은 던 셈이었다.


"아 맞다. 린네씨 빵 있어요 드세요."

"정말?"


내 말이 떨어지자 마자 린네씨는 하던 것도 내려놓고 쪼르르 내게 다가왔다.


"어떤 빵인데?"


눈을 반짝이며 내 손에 들린 봉투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거진 강아지와도 같은 행동거지, 무언가 꼬리라도 있으면 막 이리저리 흔들릴것만 같았다.


"그게 말이죠."


말 대신 빵을 꺼내 보여주자 린네씨의 눈은 휘둥그래해졌다.


"어? 이거 요즘 유행하는 그 빵 아냐?"

"맞죠."


요즘은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그 빵. 스티커 사냥꾼들이 빵만 주구장창 사간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근처에는 그런 사람들은 없는 모양이었다.


"근데 세 개씩이나 샀어?"

"산 게 아니라 받은 건데요?"


린네씨는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뭐, 내가 린네씨라도 그런 표정을 지었을 거 같긴 했다.


"누구한테 받은건데?"

"자주 가는 카페 알바생한테요."


딱히 숨길 일도 아니었고 숨기고 싶지도 않았기에 바른대로 고했다.


"오, 우리 편집자 인기 많구나."

"그건 아닌데요?"

"콱 씨."


순간 린네씨는 내 손에서 빵과 딸기 라떼를 낚아채갔다.


"아주 기만질이구나 편집자."


그 말을 하고 린네씨는 딸기 라떼를 입에 갖다댔다.


"이 봐, 편집자. 사람이 인기가 있을 수 있어. 근데 인기가 있는데 부정하면 인기 없는 사람들한테 얼마나 민폐겠니?"


한마디 더하고 다시 딸기 라떼 한 입. 아무튼 딸기 라떼가 맘에 들기는 엄청 맘에 든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 알바생이 아줌마야? 그럼 이해는 가는데"

"아뇨."

"그럼 남자야?"

"아뇨."

"아무튼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 해놓고서는 카사노바였구나 편집자."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다. 딱히 뭐라 반박하고 싶어도 내가 인기가 없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흐음,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그 사람 우리 편집자 어디가 좋다고..."

"혼잣말 다 들리거든요."

"들으라고 한 말이야."


졸지에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아니, 좋은 일 해놓고서는 이런 대우 받는 게 억울했다.


"뭐, 완전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만."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응? 아무것도 아냐."


아오, 진짜 이걸 떄릴 수도 없고.


"뭐, 남은 빵을 준것도 있겠지. 그렇지 편집자?"

"네, 뭐 그렇겠죠."


정확히는 날 위해서 사온 거였지만 쓸데없는 말은 안 붙이기로 했다.


"됐고, 편집자. 너도 커피 사온 김에 같이 먹지 그래?"

"아뇨, 전 별로 배가 안 고파서."

"맞고 먹을래? 그냥 먹을래?"

"먹겠습니다."


아무튼 이쪽도 만만찮은 막무가내라는 점은 변함없었다. 나는 포장지를 잡아 뜯어 롤케이크 하나를 빼 한 입 베어물었다.


보드럽고 푹신한 식감이 일품인 빵이었다. 정말 옛 폿몬빵이랑 변함이 없었다. 맛은 있었다. 다만 두 개 다 먹으면 배 부를듯했다. 롤케이크 하나를 다 먹고 나머지 하나도 꺼내 먹었다. 롤케이크 한 번 베어물고 아메리카노로 입가심. 정말이지 괜찮은 디저트였다. 쓴맛과 단맛의 조화는 언제나 옳다는 걸 증명해낸 셈.


"으음 맛있어."


이미 저쪽에서는 폿몬빵의 맛에 굴복한 뒤였다. 딸기 라떼는 이미 반이나 동나있었다. 나도 빨리 먹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저쪽에서는 포장지 바닥까지 긁은뒤였다.


"그렇게 빨리 드세요?"

"원래는 안 그런데 이거때문에 말야."


그런 린네씨의 손에는 자그마한 네모 봉투가 들려있었다.


"후훗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한 걸."


아, 폿몬빵의 정수, 폿몬빵을 사먹는 이유, 스티커.


"나 오늘 삘이 와. 여기서 이비가 나올 거같아."

"이비요?"

"여우 모양 폿몬말야."


아, 들은적 있다.


갈색털에 군대군대 하얀 반점이 난 폿몬인 이비는 귀여운 용모 탓에 수집가들한테 인기가 좋았다.


굳이 수집가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는 폿몬이었다.


"그런거 기대하면 안 나오던데."

"그런 소리 하지마라. 편집자."

"일단 까보시죠."


어차피 저게 이비인지 아는 방법은 저 포장을 뜯는 수 밖에 없었다.


"마침 너도 들고 있네. 우리 동시에 까보자."


린네씨는 내 손에 들린 스티커 포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알았어요. 알았어."


이럴 때엔 어울려 주는 게 인지상정이었다. 나오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말고.


어차피 나에겐 필요도 없는 거고 말이다.


"자, 이렇게 뜯으면 짜잔 이비가!"


라고 말한 거 치곤 린네씨의 표정은 똥씹은듯 했다. 자세히 보니 애벌레 모양의 폿몬이었다.


"으아, 왜 벌레가 나오냐. 이거 식품위생법 위반 아니냐?"

"그야, 당연히 아니죠. 전 이렇게 이비가 나왔는데요."

"응?"

"응?"


뒤늦게 내가 깐 스티커를 확인한 린네씨는 한탄을 내질렀다.


"이...이건 억까야."


내가 깐 스티커는 진짜 이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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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우당탕탕 집꾸미기 22.06.20 34 1 10쪽
» 폿몬빵 22.06.19 45 1 10쪽
8 서로 도와도와 +1 22.06.18 46 1 10쪽
7 두근두근 방송사고 - 2 +1 22.06.17 64 1 9쪽
6 두근두근 방송사고 +1 22.06.16 7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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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규칙 +1 22.06.15 5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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