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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님의 서재입니다.

유명 버튜버가 내 집에 얹혀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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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작품등록일 :
2022.06.12 10:24
최근연재일 :
2022.07.25 06: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828
추천수 :
17
글자수 :
70,341

작성
22.06.12 10:27
조회
130
추천
2
글자
9쪽

옆집인데요?

DUMMY

기대하지 않은 인생. 기대받지 못한 나.


누구에게나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한 내게 세간에서는 실패자라는 말을 붙이곤 했다.


그 멸칭에 가히 반발을 하는 이도 있겠지만 난 아니다. 그저 내게 주어진 이름표를 달고 순순히 썩어들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지방집 원룸 생활. 월세를 내는 것에도 하루하루가 고역인 나날. 웃지 않으면 울고야 마는 삶. 난 외톨이다.


쓰레기로 너저분한 방 한켠에서 부스스 눈을 뜨며 일어나는 나를 반기는 건 아무도 없는 방안과 컴퓨터 한 대뿐.


뻗친 머리와 주름 잡힌 옷을 대충 정돈한 채 일어나서 컴퓨터 앞에 앉는 게 일과의 시작. 내 할 일은 간단하다. 남의 영상을 편집, 편집, 또 편집.


자택근무의 장점은 원할 때 일한다는 것이고 단점 또한 원할 때 일한다는 것. 더러워진 책상 위엔 어제 먹었는지 그저께 먹었는지 모를 음식 봉투가 널부러져 있고, 날파리 몇 마리가 앵앵 날아다니고 있다.


어딘가에 알을 깠나?


다행히도 바퀴벌레는 나오지 않는다. 그걸 감지덕지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날.


나는 멍한 눈으로 모니터만을 바라보았다.


저 너머에선 웃고 있는 일명 버튜버들. 사람의 판뗴기를 하고 있는 무언가들이 시청자들을 반기고 있었다.


오늘 영상은 버튜버 편집이다.


“하이 미나상 곤니찌와 린네데스. 쿄우모 키테 쿠레테 아리가또~ 뭔 말이냐고? 글쎄 맞혀봐.”


일본어와 한국어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회화를 구사하는 버튜버 린네. 내가 편집하고 있는 스트리머중 가장 너튜부 구독자가 많은 버튜버다. 숫자로 따지면 50만. 생방송 시청자도 천명을 넘는다.


“에에 혼또? 쿄우 오스시 타베타? 오이시캇타?”


-또 린네씨 일본인 시청자 챙기는거 봐라.

-그래, 그래.

-그 모습도 ㄱㅇㅇ(귀여워)


채팅창을 보며 재밌어보이는 구간에서 컷트, 싱크가 맞지 않는 부분은 다듬고 쓸모 없는 부분은 날린다.


사실 이 린네라는 버튜버는 어느 곳을 잘라도 영상감이 될 만큼 밝고 쾌활한 성격의 버튜버다. 일하는 사람이야 편하지만 이걸 또 선별하는데 한세월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응응 나 오늘 스테이크 먹었어.”

“정말? 부럽다.”

“에에 나 하나도 안 귀엽거든!”


하나 같이 듣는 사람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킬만한 발언들. 그 덕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난 생각한다. 처음 이 사람 방송에 들어갔을 때엔 어리버리도 많이 깠던 사람이었다. 여기까지 성장한 것도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구독자 천 명 때부터 편집 일 시작했는지라 나름 애정도 있는 채널이었다.


잘 될 만 했다. 내 평가는 여기까지였다


솔직히 나 같은 패배자가 뭐라 할 만한 처지도 아니고 린네의 메인 편집자 자리와 총괄매니저 자리까지 오른 것도 그냥 운이 좋았던 거뿐이다. 언젠간 잘리겠지. 그 마음으로 린네 채널을 편집했다. 나보다 유능한 사람은 많으니까.


컷.


그런 생각을 하며 동영상 편집을 계속했다. 망상에 빠져있기에도 현실은 빡빡했다.


“카톡.”


그런 나의 일을 방해하듯 마침 울리는 카톡. 앱을 열고 들어가보니 린네와의 개인 채팅에 숫자가 떠있었다.


“월급이라도 주려나?”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나는 카톡으로 들어갔다.


“이번달 월급 입금했어.”


간단명료한 대답. 나는 네. 한 마디만 치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 돈은 나중에 확인해도 늦지 않았다. 어차피 이제까지 일하면서 돈 문제로 싸운 적은 일절 없었으니까. 그만큼 린네씨는 일과 관련해서는 철저한 사람이었다, 보는 사람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악랄한 면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름 장수했으니 실력은 입증된 셈이었다.


“카톡.”


하지만 쉴 새 없이 또 한 번 카톡이 울렸다. 이 경우에 대해서는 두가지 경우가 있었다. 하나는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거나. 아니면 추가적인 공지다.


대부분의 경우 후자쪽이 압도적이었으니 난 또 무슨 덧붙일 말이라도 있나 싶어서 조금 카톡을 놔두었다.


“카톡, 카톡, 카톡.”


물론 쉴 새 없이 울려댄다면 말이 달랐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린네쪽에서 카톡을 여러번 보냈다. 나는 대충 마무리 장면만 컷하고 카톡을 확인했다.


“편집자. 나 죽을 거 같애.”


로 시작하는 문장은.


“이번 편집자 또 잘랐어.”


로 끝났다.


이번 편집자라면 약 2주 전에 들어온 신참 편집자를 말할 것이었다.


“무슨 일이죠?”

“돈 얘기로 너무 갈등이 심해서 그냥 잘랐어. ㅠㅠ.”

“저런.”


이럴 때 멘탈케어까지 해주는 게 내 역할이었다.


“편집자야 다시 구하면 되죠. 그리고 린네님이 잘못한거 아니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이런 경우는 거진 두 세시간은 어울려줘야 직성이 풀리는 유약한 면모도 존재했다. 이것도 메인 편집자의 권한이라면 권한이랄까?


“이번에 세 번째잖아 또 구하면 논란 생겨.”


확실히 린네씨의 경우 편집자에 대해서는 깐깐한 면이 있었다. 무조건 나와 같은 편집 스타일을 요구하느라 버티지 못하고 잘린 편집자만 10명이 넘는다. 한 편으론 기쁘면서도 걱정되기도 하는 버릇이다. 나 같은 편집 스타일은 배우면 안 되는 쪽이었다.


“편집자 나 우울해.”

“왜요?”

“아 몰라. 우리 통화하자.”


어떨 때엔 그 멘탈케어가 내 발목을 잡는 경우가 허다했다. 안 그래도 손이 모자른데 거기다가 두 세시간 동안 고용주 한풀이까지 해줘야하는 셈이니까.


“알았어요. 컷편집만 끝나고 바로 갈게요.”

“응 빨리와.”


그냥 들어가서 네, 네 하면서 적당히 예스맨놀이 해주면 알아서 풀리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빨리 끝나는 게 내 입장에선 맞는 일이었다.


아무튼 손이 많이 가는 고용주였다. 돈만 많이 안 줬으면 바로 손절 때렸을지도 모른다. 대충 컷편집을 마치고 나는 통화 프로그램인 디코로 접속했다.


“으앙 편집자. 나 심심했어.”

“자 눈물 뚝 그치시고 하던 얘기나 하세요.”

“진짜 우리 편집자는 왜 이렇게 무뚝뚝한지 몰라.”


대충 이러면 저쪽에서 많이 수다스럽게 나와준다.


“그래서 이번 편집자가.”

부터

“악질 채팅 너무 싫어.”

에서

“역시 네가 좋아 편집자.”

까지.


아무튼 소크라테스 3단논법으로 이 지경이 나버린다. 그러면 내 대답은 예, 예.


“정말 성의 없는 대답이다 너.”

“아뇨 전 성의를 듬뿍 담았는데요?”

“거짓말.”


아무튼 이렇게 놀다보면 나도 시간 떼우는 겸 좋았다.


“하, 덕분에 속이 확 풀리네.”


뭐 저도 어느정도는 동의합니다. 일방적으로 지 할 말만 늘어놓기만 하는 건데 그게 풀리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편집자. 역시 너야.”

“예, 예 알았으니까 전 이만 편집하러 갑니다.”


이렇듯 누가 보면 묘한 분위기 감도는 채팅을 끝마치면 나는 다시 편집일에 집중한다. 이것이 내 하루일과였다.


“벌써 가는 거야?”

“네 편집 밀렸어요.”

“아직 세 시간밖에 안 떠들었는데.”

“세 시간이나 떠들었네요.”

“알았어.”


그래도 보내줄 때는 확실한 사람이었다. 일에 대해서는 똑 부러지는 면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겠지.


“편집자.”

“네.”

“우리 혹시 다음에 만날래?”


응? 이건 또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회식하자. 회식.”


조금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일평생 인터넷은 인터넷으로 선을 긋고온 삶이었는데 갑자기 현실에서 만난다는 건 이쪽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일한 지도 3년 넘었잖아. 근데 회식 한 번 안 하는 것도 그런 거 같아서.”


뭐 그야 그렇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는데. 솔직히 조금 이상했다. 인터넷에서만 만난 사람을 현실에서도 만난다니.


“싫어?”


물론 여기서 싫다하면 내일 나는 백수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고용주 기분에 맞춰주는건 메인편집자로서 당연한 일이긴 하다.


“너무 멀면 힘들 거 같네요.”

“그래?”


뭐, 대충 몇 킬로미터 떨어지면 멀다고 안 가면 그만이긴 하다. 멀고 가까움에 기준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니까.


“나는 여기 살아.”


디코방에 사진 한 장이 올라았다. 지도와 주소를 찍어놓은 사진이었다.


“넌 어디 살아?”


멀어요. 라고 대답하려는 찰나 내 눈에 들어온 건 같이 딸려온 주소였다. 무려 내가 사는 도시라는 점, 그리고 상세주소를 보니.


‘우리집 근처?!’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 주소가 떡하니 적혀있었다.


“왜 말이 없어?”


이걸 어떻게 대처해야하지. 가깝다고 말하면 분명 만날 거고, 멀다고 하기엔 양심에 찔리고. 그렇다고 멀다 할 이유도 없고.


“왜? 말이 없어?”

“저기.”

“응.”

“가까운데요?”

“정말?”


이 정도만 답하면 대충 감이 잡힐 것이었다. 가깝다고만 하면 대충 한 시(市) 정도 건너뛴 정도라고 생각하겠지.


“편집자 너는 어디 살아?”

“아...”


그걸 대놓고 어디 사냐고 물어보면 나보고 어떡하자는 건지. 막 가짜주소 뿌려?


“그...그게.”

“어딘데?”

“님 바로 옆집이요.”

“응?”


이 기막힌 우연에 나와 린네씨는 서로 어이없이 웃고만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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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버튜버가 내 집에 얹혀산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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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2.07.25 32 1 10쪽
15 나의 첫사랑 22.06.24 31 1 10쪽
14 듀얼 - 3 22.06.22 30 1 10쪽
13 듀얼 - 2 22.06.21 30 1 10쪽
12 듀얼 - 1 22.06.20 38 1 10쪽
11 편집일 22.06.20 32 1 10쪽
10 우당탕탕 집꾸미기 22.06.20 33 1 10쪽
9 폿몬빵 22.06.19 44 1 10쪽
8 서로 도와도와 +1 22.06.18 44 1 10쪽
7 두근두근 방송사고 - 2 +1 22.06.17 62 1 9쪽
6 두근두근 방송사고 +1 22.06.16 76 1 10쪽
5 아슬아슬 방송 설정 +1 22.06.16 59 1 10쪽
4 규칙 +1 22.06.15 57 1 10쪽
3 계획대로 22.06.14 61 1 11쪽
2 집 청소 22.06.13 69 1 10쪽
» 옆집인데요? +1 22.06.12 13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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