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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님의 서재입니다.

유명 버튜버가 내 집에 얹혀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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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작품등록일 :
2022.06.12 10:24
최근연재일 :
2022.07.25 06: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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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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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70,341

작성
22.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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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두근두근 방송사고 - 2

DUMMY

"어, 음."


우리는 서로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뻘쭘한 공기가 흐르는 가운데 린네씨가 입을 열었다.


"아, 남동생이 왔나보네요."


천천히 입을 떼는 린네씨. 나는 멀찍이 떨어져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아, 아뇨. 그냥 잠깐 놀러왔나봐요. 하하."

"에, 남친이냐구요? 이상한 소리 하지마세요."


뒷수습에 쩔쩔 메는 린네씨를 보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한동안 불 탈 커뮤니티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왔다.



린네씨 어깨 너머로 보인 채팅창은 이미 의문의 남성의 목소리에 대한 온갖 루머성 추측이 난무했다.


그야 그렇지.


시청자들은 어떤 주제만 물려주면 바로 뛰쳐나와 물어뜯을 준비가 돼있는자들이었다. 린네씨가 남자친구가 없다는 것과 싱성한 버튜버계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어온 것에 대한 적잖은 반발심이 한몫했을거다.


마치 절벽 위 꽃과도 같은 존재.


모든 이의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정작 그대로 놔둬야 할 수 밖에 없는 시장이었다. 특히 린네씨같이 입지가 확고한 버튜버라면 더더욱.


여기서 어떻게 넘어갈 지가 린네씨가 프로 방송인을 판가름하는 기준점이 될 것이다.


과연 어떻게? 나같으면 바로 방종 때렸을텐데. 숨죽이고 채팅창을 바라보던중 이내 린네씨가 입을 열었다.


"내가 방송할 떄는 그렇게 노크하고 들어오라고 했는데 말이야."


인정했다?


아예 나를 남동생으로 위장시켜버렸다. 뭐, 그래도 상관없기야하다만 이게 먹힐 지는 잘 모르겠는데.


-ㄹㅇㅋㅋ 남동생이 에티켓이 없네.

-남동생분 이 방송을 보고 있다면 당근을 흔들어주세요.

-아예 방문을 잡가버리죠.


먹혔다? 그것도 아주 좋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아무튼 같잖은 거짓말로 넘긴 토스효과는 대단했다. 유연하게 넘어갔다. 방금 전 방송에서 들린 목소리의 정체는 남동생으로 귀결되었고 채팅창또한 그것을 즐겼다.


"정말이지 못말린다니까."


-남동생이 잘못했네.

-맞아, 맞아.

-딸기라떼 사온겸 폿몬빵도 사오라고 하죠.


"아 폿몬빵! 그거 유행하던데 맛있어?"


여기서 또 한가지 시청자들의 특징.


금방 달아오르고 금방 식는다. 즉, 린네씨가 수습에 성공했다는 소리다.


그 뒤 바로 자연스럽게 라디오 방송에 들어간 린네씨를 보니 나 또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아무튼 큰 불은 껐다.


이제 짜잘한 잔불이 달아오를 거지만 얼마 안가 잊힐 게 뻔했다.


별 거 아닌거 같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이미 수많은 방송인들을 봐온 사람으로서 린네씨의 대처는 현명했다고.


물론 새싹위키에 가족관계란에 떡하니 남동생이라는 단어가 추가될 거였지만.


최대한 린네씨의 방송에 방해되지 않도록 나는 방 구석에 쪼그려 앉았다.


'하, 미안하네.'


나 때문에 되도 않는 커밍아웃을 하게 된 셈이다. 어찌됐든 내 책임이 컸다.


'방송 끄면 제대로 사과드려야겠다.'


**


나영은 혼자 홀에 남아 마지막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쓰레기를 치우고 자제들을 정리하며 내일 영업을 준비했다.


권우씨가 가고 별다른 손님은 없었다. 덕분에 치워야할 쓰레기도 덜 나왔다. 즉 이제 퇴근할 일만 남았다.


'하아 힘들다.'


안 그런 날이 없다지만 오늘은 유달리 몸이 찌뿌둥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느라 정말 삭신이 쑤셨다.


그럼에도 오늘은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월급날이 가까워진 이유도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오늘 권우씨가 왔다갔다는 것이다.


약간 맹하고 무뚝뚝하지만 그럼에도 정감이 가는 얼굴.


오랫동안 같은 얼굴을 봐오면 정이 드는게 인간의 심리다. 거기다가 그 인간이 나에게 잘해준다면 더더욱.


'빵은 잘 드셨겠지?'


비척해가지곤 얼굴에 생기도 없는게 걱정이 되어 몇 번씩 빵을 챙겨주곤 했는데 잘 먹고 있는지야 모르겠다. 자기 딴에는 챙겨주지 말라고 극구 부인하면서도 결국엔 내 등쌀에 떠밀려 순순히 따르는게 뭐랄까. 귀여웠다.



거기다가 오늘은 잠깐이나마 웃어주었다. 그거뿐인데 심장은 벌써 두근거리고 있었다.



'헤에.'



권우씨는 생각하는 것만으로 나영은 사랑스러운 감정이 먼저 들었다. 그 감정없는 얼굴이 부끄러워하는 꼴을 보면 그날 스트레스는 다 풀렸다.



마치 귀여운 동생을 보는 느낌.


물론 나이는 나영보다 4살 많았지만말이다.


'근데 갑자기 동창이라니.'


권우씨는 이 카페에 온 이래로 단 한 번도 친구를 동반하지 않았다.


항상 카페 한구석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친구라니 조금 놀라우면서도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걸 생각하니 갑자기 또 기분이 안 좋아졌다.


뭔가 자신만의 작은 스트리머를 뺏긴 느낌이랄까.


나영만 보고 나영만 알고 나영만 사랑하는 스트리머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떡상해가지고 시청자가 뻥튀기되는 꼴을 보면 행복하면서도 묘한 박탈감이 떠올랐다.


그건, 그건.


맨날 비 오는 날이면 창가 맨 오른쪽 구석자리에서 멍하니 밖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 아메리카노는 절대 시럽을 안 타 드신다는 사실, 1+1 음료를 줄 땐 꼭 나영이 좋아하는 포도맛 음료를 사주신다는 사실.


라는 자신만 아는 사실을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손해는 아닌데 이득도 아닌 이 찜찜한 기분은 뭐라 설명할 길이 없었다.


뭐, 이렇게 망상에 빠져봤자 변하는 건 없다는 건 나영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대충 쓰레기를 치우고 나영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동안 일하느라 못봤던 방송이 있었다.


하얀 머리칼에 약간 작은 키에 약간의 소녀티가 묻어나오는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는 버튜버.


린네.


퇴근하고 린네의 방송을 보는게 나영에겐 또다른 낙이었다.


"냥냥냥. 우리 모두에게 냥냥."


들어가자마자 격렬한 대사로 환영해주는 린네를 보며 나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래뵈도 나영은 1년간 린네의 방송을 봐온 시청자였다.


나영이 린네를 좋아하는 데에 별다른 이유는 없었지만 뭔가 보면 볼수록 권우씨의 모습이 겹친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보호해주고 싶다.


이 마음은 아마 남자라면 공감할 수 있을 거였다.


-린하


물론 아무도 읽어주지는 않을 터였지만 수줍게 채팅하나 올려놓고 이어폰을 꽂아놓았다.


오늘은 집에 갈 떄까지 린네의 방송을 볼 생각이었다.


나영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채 카페를 나섰다.


걸으면서 듣기에도 좋을만큼 린네의 방송은 안정감이 있었다. 그렇게 목소리가 높은 것도 아니고 말투는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듣기 거북하지 않았다.


내 손 안의 버튜버.


그 문구가 딱 어울리는 버튜버였다.


"린네씨 다녀왔아요. 부탁하신 딸기 라떼 사왔어요."


그때 무언가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이미 채팅창은 물타기로 소란스러웠다.


-방금 목소리 누구에요?

-남자친구?

-해명해


한마디로 개판난 채팅창. 나영이 보기에도 사태가 심각했다.


-이거 무슨 상황이지?


평소 잘 치지도 않는 채팅까지 치며 나영또한 물타기에 합심했다. 궁금한건 궁금한 거였다.


"아, 남동생이 왔나보네요."


린네또한 무언가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방송진행조차 힘든 사태.


나영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았다.


"내가 방송할 떄는 그렇게 노크하고 들어오라고 했는데 말이야."



하지만 역시 린네는 린네였다. 시청자들의 질문을 역으로 유쾌하게 받아쳤다.



-ㄹㅇ 남동생들은 버릇없긴함.

-린네님 남동생도 있었어요?

-남동생 방송 출연시켜'줘'.


아무튼 정신나간 채팅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채팅창 분위기는 다시금 린네를 중심으로 회복되었다.




순간 나영은 실소를 터트렸다.


무언가 당황한 모습의 린네와 린네의 남동생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정말이지 귀여워서 어쩔 줄 몰랐다.


-이거 린네님이 딸기 라떼 배달시켰네

-남동생 불쌍해.


응?


그러고보니 아까 분명 딸기 라떼를 사왔다는 남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익숙한 목소리. 낮고 튀지않는 톤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아메리카노를 사러오는 누군가.


'에이 설마 아니겠지.'


세상엔 목소리 비슷한 사람도 많고 딸기 라떼를 파는 가게도 헤아릴 수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 감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 시간이 8시 50분.


권우씨가 딸기 라떼를 사간 시각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아직은 심증만 가득했지만 나영 나름대로 논리적인 추론이었다.


"아 폿몬빵! 그거 유행하던데 맛있어?"


어느새 주제는 빵으로 옮겨가 있었다.


요새 유행하는 폿몬빵의 얘기, 빵 안에는 유명 게임의 등장캐릭터들인 폿몬들의 스티커가 들어있었고 그거를 수집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권우씨는 폿몬빵 좋아하려나?'


그러고보니 요새 빵을 줘도 시원찮은 권우씨의 반응에 나영은 고민하던 중이었다. 몸도 전보다 더 초췌했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영은 핸드폰을 꺼내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수신음이 울리고 이윽고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권우씨. 혹시 폿몬빵 좋아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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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나의 첫사랑 22.06.24 32 1 10쪽
14 듀얼 - 3 22.06.22 30 1 10쪽
13 듀얼 - 2 22.06.21 31 1 10쪽
12 듀얼 - 1 22.06.20 38 1 10쪽
11 편집일 22.06.20 32 1 10쪽
10 우당탕탕 집꾸미기 22.06.20 34 1 10쪽
9 폿몬빵 22.06.19 44 1 10쪽
8 서로 도와도와 +1 22.06.18 46 1 10쪽
» 두근두근 방송사고 - 2 +1 22.06.17 64 1 9쪽
6 두근두근 방송사고 +1 22.06.16 78 1 10쪽
5 아슬아슬 방송 설정 +1 22.06.16 61 1 10쪽
4 규칙 +1 22.06.15 58 1 10쪽
3 계획대로 22.06.14 61 1 11쪽
2 집 청소 22.06.13 69 1 10쪽
1 옆집인데요? +1 22.06.12 13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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