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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님의 서재입니다.

유명 버튜버가 내 집에 얹혀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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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작품등록일 :
2022.06.12 10:24
최근연재일 :
2022.07.25 06: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817
추천수 :
17
글자수 :
70,341

작성
22.06.18 06:00
조회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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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서로 도와도와

DUMMY

"네?"


갑자기 울린 핸드폰에는 카페 직원분의 전화번호가 띄워져있었다. 그러고보니 한 4주전이었나, 자기네 집 고양이를 보여준다고 전화번호를 교환하긴 했지. 카톡으로 해도 될텐데 말이다. 나는 린네씨의 눈치를 보며 베란다로 자리를 옮겼다.


"싫어하세요?"


폿몬빵이라. 나도 옛날에 자주 먹긴했다. 안에 들어있는 스티커를 모아놓기도 했고.


"갑자기 그 얘긴 왜요?"

"뭐긴 뭐에요. 잘 생각해봐요."


문득 오늘 직원분이 챙겨주신 빵이 생각났다. 설마 그거 때문인가.


"뭐, 제가 가는 길에 폿몬빵 하나 샀거든요. 근데 눈에 밟혀서 하나 더 사려는데 그, 혹시 초코롤빵 좋아하세요?"

"뭐 나쁘진 않죠."


초코롤빵이라면 뭐랄까 유령모양 폿몬이 그려져있는 그빵인가. 유난히 다른 폿몬빵중에 좋아하던 빵이긴 했다. 촉촉하고 달달한게 요즘 나오는 빵에 비해서도 전혀 꿇리지 않았다.


"너무 무리하진 마세요."

"또또 그 소리 한다."


으으, 굳이 안 해줘도 되긴하는데 또 이렇게 신세를 져버리면 내가 미안했다.


"너무 뭐라 생각하지 마세요. 저도 그냥 받은 거 돌려줄 뿐이니까요."


고작 남은 포도 주스 돌린 거 가지고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게 맞나 싶었다. 그냥 내가 하는 거라곤 가끔 얘기나 해주고 음료 몇 개 주는 정도만 사주는 사이인데.


"아 근데 혹시 권우씨 인터넷 방송 보세요?"

"네?"


순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방 안쪽 린네씨의 모습. 보는 것에서 나아가 편집자일을 한다고 하면 놀랄까?


"네, 뭐. 몇 개 보고 있습니다."

"오오오오."


갑자기 올라가는 직원분의 목소리.


엥, 이거 맞나? 갑자기 텐션이 몇단계 뛰어버렸다.


"어느 방송 보세요?"


흐음, 대충 파악은 됐다. 직원분도 인터넷 방송을 좋아하는 듯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직접 물어올 리가 없었다.


"저는 뭐, 버튜버보는데."

"정말요? 어느 버튜버요?"

"린네요."

"호오오오오. 저도 린네씨 팬이에요."


약간 놀랐지만 다시 침착함을 되찾았다. 이게 그렇게 흥분할 일인가? 린네씨는 버튜버계에선 유명하고 팬들도 많다. 거기다가 꼭 직원분이 린네씨만을 본다는 보장도 없고 말이다.


"방송 보시고 계셨나요?"

"네, 뭐. 지금 보고있었는데."

"그럼 그것도 들으셨겠네."


그거라면 아마. 그거겠지.


"아뇨 전 지금 막 보기 시작해서."

"아, 그렇군요."


무언가 이 얘기를 하면 창피할 거 같으니까 안 해줬음 했다. 모처럼 린네씨를 배려한다고 한 일이 폐를 끼쳐버렸으니까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 있잖아요. 방송에 남자 목소리 잡혔는데 말이죠. 글쎄 뭐라했는지 아세요?"

"글쎄요."

"딸기 라떼를 사왔대요."


아...


다 듣고 있었구나. 하나부터 열까지 말이다.


"아까 권우씨가 딸기 라떼 사간 게 떠올라서 그만 웃었다니까요."

"하하, 기막힌 우연이네요."


진짜 기막힌 우연이네.


내가 자주 가는 카페 여직원이 린네씨의 팬이고, 나는 린네씨의 편집자면서 린네씨는 지금 내 집에 얹혀산다.


무언가 린네라는 태양을 중심으로 빛무리가 뻗어나가는 듯했다.


"어쩄든 내일 카페와서 받아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 뒤 전화가 끊어졌다.


아무튼 막무가내였다.


내 주위에는 뭐 이런 행동대장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누구랑 통화해?"


그때 불쑥 린네씨가 베란다로 들어왔다.


"방송은요?"

"잠깐 화장실 다녀온다고 했어."


아 그런가.


린네씨는 창문에 몸을 기댄 채 나를 바라봤다.


"후우, 덕분에 해명하느라 진 좀 썼네."

"미안해요."

"딱히 사과 받으려고 하는건 아냐."


린네씨는 손을 저었다. 아무래도 그 말은 진심인듯 했다.


"다만 조금 당황스러운 거 뿐인거야."

"미안해요. 다음부터는 방송떄 나가든가 해야겠네요."

"그럴 필요까진 없긴한데."


린네씨는 나를 훑어보고는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따.


"후우, 담배 피고 싶다."

"린네씨 담배 피세요?"

"으음. 펴."


방송인으로서의 린네. 그것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사실이었다. 오롯이 얼굴을 마주대고 사람대 사람으로 만났기에 가능한 대화였다.


"어떤 거 피세요?"

"연초."

"안 피세요?"

"지금은 안 갖고 있어."


그런가.


확실히 담배를 못 필 거 같은 생김새로는 안 보였다. 다만 방송인으로서의 이미지가 조금 깨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예를들어 그런거 있지 않은가. 방송에서는 엄청 귀여운 말투로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스트리머가 사실은 남자라든가. 이건 극단적인 예긴했지만 아무래도 그 가상공간과 현실에서의 갭이 느껴지기엔 충분했다.


"너는 담배 안 펴?"

"네, 담배는 안 펴요."

"후훗, 그럼 무슨 재미로 살아온 거야?"


재미.


나는 친구도 없고 술은 거의 입에도 안 대고 담배는 혐오한다. 그렇다고 여자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며 돈이 많은 것도 잘 노는 것도 아니었다. 요 몇 년간 그 재미라는 단어가 입에 착 달라붙지 않았다. 자꾸만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억지로 붙어있는 거처럼 삼켜지지 않았다.


"저야 뭐. 재미없는 인간이니까요."


몇 평의 원룸에서 쥐 죽은 듯 보내던 나날들. 그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쓰레기봉투 위로 날아다니는 파리를 보며 멍 때리던 날, 아무도 올 리 없다고 치우지 않았다가 불현 도시가스점검이라도 나오면 뻘쭘했던 날, 이웃에게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도망다니던 날.


단편적인 기억뿐이었지만 그것이 모이고 모여 나라는 인간의 기억으로 남았다.


재미없는 인간.


그것은 '나'라는 단어를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한 단어기도 했다.


그건 비극처럼 처참하면서도 익숙했다.


"난 재밌는데?"

"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재밌는 날이 없었어."


린네씨의 얼굴엔 미소가 일었다. 왠지 슬퍼하면서도 씁쓸함이 느껴지는 그런 표정이었다.


"뭐, 남의 집을 무단점거 하신것만 해도 큰 결단이었을 테니까요."

"그니까 그건 미안하대도."

"농담이에요."


뭐 반은 진담이 섞여 있었지만 반쪽짜리 진실이라면 진실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문득 그런 어리광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편집자, 난 집을 나간 뒤로 별에 별 인간을 다 봤어."


린네씨는 무심한 눈빛으로 이쪽을 슬쩍 돌아보며 말했다.


"노숙자, 부자, 쓰레기, 변태, 범죄자. 이 세상의 온갖 추악한 인간들은 거진 다 만나봤을 거야."


린네 씨의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방금까지 방송을 하던 린네씨라고는 상상되지 않을 정도였다.


"네가 상상할 수 있는 고등학생 여자애가 가출하면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해봤어."


그렇게 된건가.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다.


"걔네들을 상대하다 보니 깨달은 거가 있는데 말야. 겉으로는 으스거리는데 까보면 존나 작더라"

"네?"

"아 물론 네가 상상하는 거 맞을 거야."

"크흠."


물론 어느정도 감은 잡았다. 무엇을 전하려는지 그 생각은 알 수 있었다.


"그런 놈들을 상대하면서 말야. 걔네들 스스로도 알긴 알더라 지들이 얼마나 옹졸한 녀석들인지 말야. 하지만 재미 없는 인간들이었어."

"그런가요?"

"어차피 금방 만나고 끝날 관계, 재미를 찾을 수가 있어야지."


직접 들어본 린네씨의 속마음은 뭐랄까. 나와 닮아 있었다.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져 왔다.


"돈만 많이 준다면 재미있었지 않았을까요?"

"아 그거 인정."


린네씨는 큰 소리로 웃었다.


"그치만 편집자 네가 알아줬으면 하는게 있어. 나는 너와 3년이랑 같이 일했어. 그만큼 네가 보이더라."


물론 나도 린네씨에 대해서는 막무가내로 상상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변함이 없었다.


"우울하고 무뚝뚝하지만 너라는 인간이 무슨 인간인지는 늘 궁금했어."

"네? 그게 무슨 소리죠?"

"어떻게 나하고 3년이나 어울려줬는지 말이야."


뭐, 그렇긴하다. 초반에는 거의 열정페이(무보수)로만 편집을 하기도 했고 수정요청도 많고 까탈스러운데다가 툭하면 나를 불러댄다.


"고용주로서 최악이지?"

"뭐, 부정은 못하겠네요."


그래서 린네씨의 너튜브가 활성화가 잘 안 된 면도 없잖아 있었다. 새로운 편집자를 구해도 얼마 안 가 그만두니 나 혼자서 모든 편집을 감당하곤 했다.


"근데도 넌 나를 믿어줬잖아."

"그냥 돈 많이 줘서 있는 거였는데요?"

"이럴 땐 그냥 네라고만 해."

"네."

"그렇다고 바로 네하냐?"

"네."


아무튼 린네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조금은 안 듯했다. 이렇게까지 나를 생각해주고 있는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난 너가 궁금해. 그래서 재밌어."

"뭐, 결국 그 얘기하려고 한 거네요?"

"맞아."


이 사람. 빌드업이 튼실하다. 왠만한 소설 저리가라네.


확실히 연륜이 있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그러니 너무 그렇게 뚱해있지 말것."


린네씨는 내 어깨를 툭툭 다독여 주었다. '그러니 힘내'라는 의미 이상의 것들이 마음에 다가왔다.


"으아 나는 다시 방송해야겠다."


린네씨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저런 사람이었구나. 자신도 힘들텐데 남에게 응원을 해줄 수 있는 사람. 인간이라는 가능성을 믿을 수 있는 사람.


멋있었다.


정말 꿈에서나 나올 것 같은 귀인의 마음자세를 가진 그녀를 나는 우러러볼 수 밖에 없었다.


"아, 그런데 말야."


막 베란다 문을 닫으려는 순간 린네씨가 말을 꺼냈다.


"네."

"봉투에 있는 빵 내가 먹었다."


응?


그거 내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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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편집일 22.06.20 32 1 10쪽
10 우당탕탕 집꾸미기 22.06.20 32 1 10쪽
9 폿몬빵 22.06.19 44 1 10쪽
» 서로 도와도와 +1 22.06.18 44 1 10쪽
7 두근두근 방송사고 - 2 +1 22.06.17 61 1 9쪽
6 두근두근 방송사고 +1 22.06.16 73 1 10쪽
5 아슬아슬 방송 설정 +1 22.06.16 59 1 10쪽
4 규칙 +1 22.06.15 57 1 10쪽
3 계획대로 22.06.14 60 1 11쪽
2 집 청소 22.06.13 6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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