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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님의 서재입니다.

유명 버튜버가 내 집에 얹혀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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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작품등록일 :
2022.06.12 10:24
최근연재일 :
2022.07.25 06: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838
추천수 :
17
글자수 :
70,341

작성
22.06.20 06:00
조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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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우당탕탕 집꾸미기

DUMMY

린네씨는 한동안 꿍한 상태였다. 자꾸만 나를 보고 이상한 말만 내뱉고 있었다.


"인싸에 운까지 좋다니. 확 죽어 그냥."

"저기, 다 들리는데요?"

"그래서?"


아무튼 계속해서 이 상태였다. 뭐 그러면서도 이비의 스티커를 손에 꼭 쥐고 있는 걸 보면 마음에 들기는 엄청 든 듯.


"하, 세상은 불공평하구나."

"갑자기 또 무슨 소리를."

"아니, 나도 못 얻은 걸 한 번에 까놓고 또 기만질이야?"

"얻으셨네요. 그럼 됐네."

"확 죽일까?"


이거 잘해 줘도 이러고 못해주면 더 발광하고 나보고 어떡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공주님 기분 맞춰주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진짜 신은 불공평해."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말이다. 왜 나보다 더 가진 자들이 저런 말을 꺼내는지 모르겠다.


"흐음, 편집자. 됐고 줘."

"뭘요?"

"담배말이야 담배."


린네씨가 손을 내밀자 나는 사 온 담뱃갑을 그 위에 올려주었다.


"후우, 역시 머리 아플땐 담배야."


종종걸음으로 베란다로 향하는 린네씨의 뒷모습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무언가 철이란 게 들었다 만 거 같은 사람이었다. 분명 산전수전 다 겪었다면서 하는 짓은 참 어린애같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대앉았다.


아무튼 오늘은 커튼을 설치할 때였다. 나는 비닐봉투에서 봉 두 개를 꺼냈다.


아무래도 빌려사는 집인데 못을 박을 순 없으니까 끼우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했다. 길이는 한 조절 가능한 5m 짜리를 사서 방 딱 가운데에 걸어놓고 길이만 조절하면 알아서 낄 것이었다.


조작은 간단했다.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터.


"뭐야? 벌써 커튼 설치하게?"


그때 베란다문을 살짝 열고 린네씨가 고개를 내밀었다.


"벌써라뇨? 벌써 하루 지났는데요?"

"아, 뭐 그렇긴 하지."


나는 봉 크기를 줄여 한쪽 벽에 갖다 댔다.


"그거 너무 낮은 거 아냐? 좀 더 까치발 들어봐."

"네? 갑자기요?"

"너무 봉을 낮게 설치하잖아 조금 더 높게 해 봐."


뭐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훈수질이다. 나는 까치발을 든 채 최대한 손을 높이 뻗었다.


"편집자, 이런 말하긴 그런데 너 너무 키 작은 거아냐?"

"하아?"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 따리져고 했는데 린네씨는 성큼성큼 내 눈앞까지 다가왔다.


"어떻게 키가 나보다 아주 쬐에에에에끔 크냐."

"그야 린네씨가 키가 큰 거겠죠."

"나 167인데?"


아니 훈수질도 모자라 이제는 디스까지 하냐. 애써 모른 채 있었는데 뼈 아픈 사실만 쏙쏙들여 건들인다.


"물론 나야 키가 작은 편은 아닌데 너 좀 심각하긴 하다. 크큭."


아오, 진짜 한 대 때리고 싶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메스가키인가 뭔가 하는 거냐.


"줘 봐 내가 해볼게."

"그래도 저보다 키 작잖아요."

"일단 해 보는 거지."


칫, 어디 잘되나 보자고. 나는 멀찌감찌 떨어져 린네씨가 봉을 설치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원래 이건 유연한 여자가 유리해."

"신빙성이 없는데요?"

"그럼 네가 하든가."


쩝.


이젠 나도 모르겠다. 어디 될 대로 되라지. 뭐, 이건 린네씨 일이기도 하니까 알아서 잘하겠지.


"일단 저기 의자좀 가져와봐. 의자 밟고 올라설 테니까 안 돌아가게 꽉 잡아줘."

"네에."


린네씨가 가리킨 대로 나는 컴퓨터앞에 놓아둔 의자를 가져 왔다.


먼저 린네씨가 의자 위에 올라섰다.


"잘 잡고 있어."

"네 알아요."


난 별 생각 없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의자 손잡이 부분을 꽉 쥐었다.


'금방 끝나겠지.'


봉 설치야 쉬우니까 몇 분 동안 이 자세로만 있으면 될 터였다.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위를 올려다본 순간이었다.


'잠만 그러고 보니 린네씨 핫팬츠 입으셨잖아.'


봉끝을 바라보던 시선은 중간에서 멈췄다. 발에서부터 엉덩이 아래까지 올라오는 늘씬한 각선미가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하얀 맨살이 눈에 그대로 들어왔다. 거기다가 린네씨 핫팬츠는 엉덩이선이 다 드러날만큼 꽉 끼었다.


한마디로 눈을 어디다 둘 줄 몰랐다.


여자를 이리 가까이서 보게 된 건 내 인생 처음이었다. 머릿속이 온통 린네씨의 하체라인에만 집중돼서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눈이 핑핑돌고 이마는 뜨겁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대고.


"자, 까치발든다."


잠만,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ㄱ...


"으하아아아아아앗"


순간 린네씨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정체불명의 신음 소리. 그에 맞춰 린네씨는 까치발을 들었다.


몸을 쭉 뻗은 탓에 안 그래도 빳빳했던 핫팬츠가 더욱더 조였고 근데 하필 또 티셔츠는 펑퍼짐한 걸 입어가지고는 등이 보일락말락하고 있었다.


적색 경보 1단계.


이 상태에서 10초이상을 지속하면 정말 머릿속엔 불같은 상상들이 휘몰아칠 거 같았다.


위험해, 위험해.


벌써 온몸에 힘이 빠지고 있었다. 손을 부들거리지 머리는 난리났지 또 아랫도리는 솟아오르지. 아주 삼단계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으으으, 잘 안 올라가네 그럼 조금만 더."


잠, 잠깐 더 이상은...!


"으하아."


린네씨의 가슴은 이젠 아예 벽에다가 완전 밀착되었고 등은 활처럼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엉덩이만은 오리처럼 뒤로 빠져 있었다.


적색 경보 2단계.


이젠 진짜 나도 통제불가능하다.


이젠 내가 뭘 보는지 뭘 생각하는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직 린네씨의 하얀 허벅지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끄앗 차. 됐다. 편집자, 반대편 좀 잡아 줘. 편집자?"


순간 린네씨와 눈이 마주쳤다.


콰당


린네씨의 손에서 봉이 떨어졌다.


"서...서서서서서설마. 다 본 거야?"

"아, 아뇨 아주 약간만 보였을 뿐이예요. 그 엉덩이 아래만 그, 저기."

"변태 새끼."


우리는 뻘쭘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나 또한 뭐라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다 보였으면 말을 해야지 이 바보가."

"죄송해요."


아니, 그건 그런데 그건 그거대로 끝이 좋지 않을 거 같지 않은, 뭐 그렇고 그런 게 있지 않은가.


아니 까놓고 말해서 이건 다 린네씨가 무방비한 탓도 있는데 왜 내가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그래도 부끄럽다는 감정은 드는 듯했다. 서로서로 과실이 있다는 동의 아래선지 암묵적으로 묻기로 했다.


나는 황급히 반대편 봉을 집어 들었다. 수평을 맞추니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눈 돌리고 있을 테니까. 맞춰 보세요."


나는 애써 바닥만 쳐다보았다.


확실히 저쪽에서도 섣불리 말을 걸지 않았다. 침묵의 공기 속에서 봉은 맞춰져 갔다.


"자 이제 이거 길이만 늘리면 되는데 어떻게 늘리지?"


린네씨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봉의 가운데 부분에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저거를 돌려야 해요."


시선이 교차했다.


"그래서 누가 갈 건데?"

"그러게요."

"빨리 가..."


정황상으로는 내가 가야 하는게 맞긴 한데 아무튼 손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잘 받치고 계세요."

"알겠으니까 빨리해."


드르륵드르륵.


한 번 두 번 손잡이를 돌리자 봉이 늘어나며 조금씩 고정되어갔다.


"으흠, 잘 됐어?"

"된 거 같은데요?"

"그럼 손 놓는다."


린네씨는 조심스럽게 봉에서 손을 똈다.


마치 둥지에서 떠나는 새끼를 보는 부모새와도 같은 심정.


"됐나?"

"해치운 듯한데요."

"끄으 다됐다."


아무튼 봉은 두 벽을 짚고 어떻게든 형태는 유지하는 듯했다.


린네씨는 기지개를 폈다. 이거 하려고 아까 그 개고생을 한 게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쉬운걸."

"그러게 말야."


저기 자리를 잡은 봉은 다시 떨어질 거 같진않았다. 린네 씨는 봉을 한 두번 툭툭 건드렸다.


"이제 괜찮은거 같은ㄷ...!"


그때 린네씨의 자세가 휘청거렸다. 내려오는 발을 잘못 헛디뎌 그대로 의자 위에서 중심을 잃은 것이었다


'아.'


나는 곧바로 린네씨에게 달려가 그녀를 받쳐주었다. 사실 이미 뒷다리를 빼고 자리를 잡은 듯 했지만 그건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괜찮으세요?"

"어? 어. 고마워."


내 품에 안긴 린네씨의 표정은 어안이 벙벙해 보였다. 자신이 했던 일이 실감이 나지 않아 보였다. 별 탈은 없는 듯했다.


"다행이네요. 안 다쳐서. 뭐 어쨌든 봉은 잘 설치했으니까 커튼 다는 건 제가 할게요."

"어...? 으응."


나는 커튼천을 하나하나 펴서 봉에 걸기 쉽게 정돈해 두었다.


뭐 꼴불견이긴 해도 린네씨 덕분에 무사히 봉도 설치할 수 있었으니까 이번에는 그녀의 공로를 높이 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린네씨도 날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을 테니까.


'근데 그 얼굴 엄청 귀여웠다.'


내 품에 안겨 있던 린네씨의 표정을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 맨날 능굴스러운 면만 봤는데 그런 표정도 지을 수 있구나 하고 말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보고 싶었다.


"잠깐 이것 좀 잡아주세요."


나는 등 너머로 커튼 끝부분을 린네씨에게 건넸다. 린네씨는 방긋 웃으며 커튼을 받아들였다.


"아 이 정도야 쉽지."


쓸데없을 정도의 열정. 참 배우고 싶을 정도다.


"저기 편집자."

"네?"

"좋았어?"

"네?"

"나 안으니까."


풉.


이게 무슨 개소리지? 갑자기 뭔 불미스러운 주제인가 말이다.


그야 뭐 나쁘지는 않았다. 애초에 여자를 안아본 적도 없는 내게는 조금 자극적이었을지도 몰랐다.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세요?"


뭐, 너무 꽉 끌어안은 것도 아니고 살짝 포옹만 한 수준인지라 이 정도는 괜찮겠지 싶었다. 근데 그게 이렇게 빅엿을 받을만한 행동인가 싶었다.


"칫 싫으면 말을 말든가."


갑자기 또 삐져버린 린네씨의 태도는 이젠 상대해주기도 버거웠다.


잘해줘도 지랄, 못해줘도 지랄, 나보고 뭐 어쩌라고.


에잇 나도 모르겠다.


"귀여웠어요."


이제 분노의 3단 옆차기가 들어올 거니까 눈을 딱 감고 입을 꽉 깨물면.


"고마워."


감사인사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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