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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님의 서재입니다.

유명 버튜버가 내 집에 얹혀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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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작품등록일 :
2022.06.12 10:24
최근연재일 :
2022.07.25 06: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845
추천수 :
17
글자수 :
70,341

작성
22.06.14 06:00
조회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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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계획대로

DUMMY

고깃집에 왔다.


그냥 근처에 작은 삼겹살집이라고 들었는데 어째 고기가 막 소고기 같고 돼지고기는 없는 거 같지만 아무튼 삼겹살집이다.


거기다가 무슨 술주정을 부리는 사람들도 많아 보이는데 개중엔 아주 큰소리로 난리였다. 그중에서 나와 린네씨는 한자리를 얻어 앉았다.


"자 오늘은 마시고 죽자."


나는 고기를 먹으러 온 거지 마시러 온 건아닌데 이거 주객이 전도된 기분이다. 회식이 원래 이런거였나?


"근데 여기 비싸지 않아요?"

"응? 상관없지 않아?"


뭐 물론 부른쪽은 린네씨니까 알아서 하시겠지.


"뭐 드시게요?"

"나?"


메뉴판을 둘러보던 린네씨는 여러군데 손가락으로 헤짚었다.


"이거랑 이거랑 이거 먹자."


그렇게 고른 건 5만원이 넘는 부위들. 역시 50만 너튜버, 돈은 많이 버나 보다.


"좋아. 편집자는 뭐 마실 건데?"


그냥 맥주 한 캔이나 마시지 라고 생각한 순간 린네씨의 손가락은 빠르게 소주병으로 향했다.


"여기요! 여기 소주 두 병이랑 고기 주세요."


우렁찬 목소리로 오른손을 든 린네씨의 모습은 나와는 대조되는 끼가 느껴졌다.


"자 쭉 들이켜."


기다리는 동안 린네씨는 소주잔에 소주를 가득 따라주었다.


"저기, 이거 다 마실 수 있어요?"

"그럼, 그럼."


아니 그쪽에서 긍정한다고 이쪽이 ok라는 뜻은 아닌데. 에라 모르겠다. 한 잔 마시면 다 잊겠지.


"알았어요. 알았어."


나는 소주잔을 받아들었다. 투명한 잔 위로 찰랑이는 소주를 보니 당장이라도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었다.


"원샷! 원샷! 원샷!"


진짜 이 여자는 왜 이렇게 낙천적인지 모르겠다. 진짜 나 무슨 고용주밑에서 일하고 있던건지 정신이 아찔했다.


꿀꺽.


술이 넘어가는 소리. 목넘김이 뜨거웠다. 그와 동시에 얼굴은 화끈달아올랐다.


소주 한 잔 마시고 ko.


이미 정신머리는 온데 간데 없었다. 거기다가 린네씨가 계속 소주잔을 채워주다보니 어느새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술.


빈 속에 술을 땡기니 화끈하고 토할 거 같았지만 꾹 참고 린네씨를 응시했다.


"뭐야 벌써 취했어?"

"놘 아쥑 안 취했어요."


혀가 배배 꼬이지만 아무튼 안 취했다. 머리가 띵하지만 아무튼 안 취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에피타이저였고 메인디쉬는 지금부터였다. 차례차례 불판에 올려지는 고기들. 차르르 윤기가 흐르며 거부할 수 없는 냄새를 풍겨왔다.


"크으 고기네요."

"맛있겠지. 그치? 그치?"


에라 모르겠다.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넘기니 그 야들야들함에 탄성을 자아냈다. 이래서 소고기 소고기 하는구나.


"저도 좀 취기가 올라오네요."

"에이 이쪽도 그런데, 한 잔 더 마셔 마셔."


짠.


소주잔이 튕겨지고 우리는 서로 술잔을 비웠다. 한 잔, 두 잔. 세 잔. 소주병이 빌 때쯤에는 우리는 서로 하하호호 웃고만 있었다.


미친 사람들 사이, 또 다른 미친놈들.


평소같으면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그저 즐거운 기분 뿐이었다. 머릿속이 새하얘가지고 그냥 부어라 마셔라.


고기? 질러!


술? 질러!


인생? 질러버려!


아무튼 뭐든 질러버리면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구나. 회식이란거 이렇게 좋은 건지 미처 몰랐다.


"즈어기여, 편쥡좌."

"느에?"

"호옥시 편집자는 혼자 솰아?"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몇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무언가 해야 할 말은 있는 거 같은데 혀에서 맴돌다가 잘 나오지 않았다. 여기서는 뭐라 대답해야하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는 겨우 입을 뗐다.


"아! 물론이죠. 5년째 혼자 살았는걸요."

"그러엄, 한 명 더 들어가도 사앙관 없껬네? 히히."


한 명더? 아 물론 잠자리도 있고 밥도 있고 돈도... 없지만 그래도 두 명은 살 수 있겠지. 막연하게 생각하면 화장실에서도 서로 부둥켜 잘 수 있지 않은가.


"물론이죠! 몇 명이든 오라고 흐에요."

"정말?"


무언가 씨익 미소를 짓는 린네씨. 그게 난 저쪽에서도 기분이 좋아서 그런줄 알고 웃음으로 답했다.


"그러엄 나 편집자 집에서 살아도 되지?"


응? 이건 좀 의외의 답변인데. 아무리 혼자 사는 집이라해도 누군가 들어와서 사는 건 이상한 일이다. 근데 재밌을 거 같다. 같이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면 엄청 재밌겠지?


"그러음요."

"정말?!"


환하게 웃는 린네씨를 보니 나도 참 기분이 좋았다. 정말 사람을 기쁘게 하는 건 좋은 일이었다. 그 미소를 볼 수 있다면 난 그녀의 노예가 돼도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생각만 그랬다. 돈이 있어야 먹고 살 수 있으니까.


"럭키. 다 녹음했다."


그떄 린네씨는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내 내게 보여줬다.


"사실은 술 마시기 전부터 다 녹음하고 있었지. 그 말 무르기 없기다."


응? 웬 미친놈인가. 싶다가도 서서히 눈꺼풀이 감기기 시작했다. 이런 큰일났다. 벌써 졸리면 안되는데.


"헤에, 오늘부터 편집자 집은 내 꺼."


희미하게 들려오는 린네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 싯팔 될대로 되라지.


**


띵동 띵동.


으으, 머리 아파 죽겠는데 누가 자꾸 벨질이야? 벨튀할거면 그냥 하라지 난 잔다.


띵동 띵동 띵동띵동띵동띵동 쾅쾅쾅


무슨 벨 누르는데 저렇게 요란이야?


지끈거리는 이마를 붙잡은채 눈을 떠보니 이미 해는 져있었다.


"몇 시간을 잔 거지?"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시간은 10시를 향해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엄청난 수의 카톡과 문자 그리고 부재중 전화. 모두 린네 씨의 것이었다.


어?


인간이 뭣됐음을 느끼는 5단계가 있다.


첫번째 부정.


"뭐지?"


이 단계에서는 자신이 뭣됐음을 모른 채 그저 "뭐지?"라는 한마디로 자신의 안위를 살피게된다. 한마디로 뭣됐다는 뜻이다.


두번째 분노.


"아 이 시간에 어떤 놈이야?"


이 단계는 자신이 뭣됐음을 60%정도 직감했기에 그걸 애써 부정하는 자신에게 부정을하는 정말 추악한 짓이다. 이 단계의 인간은 정말 쓰레기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세번째 타협.


"별 일 아니겠지."


그러다가 자신이 뭣됐음을 확정하게 되면 그게 아니라고 하는 일명 저 포도는 신포도야 전법을 쓰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단계다. 물론 저 포도가 단 지 신 지조차 확인 조차 안 한다.


네번쨰 우울.


"제발 나 좀 내버려둬.



이제 자신이 뭣됐음을 직감한 사람은 이도저도 안되니 우울한 척을 해서 주변의 동정을 사는 것이다. 정말이지 찌질하고 병1신력이 배가 되는 타이밍이다.


그리고 수용.


"어?"


어!!!!!!!!!!!!!


분명 린네씨와 술을 즐겁게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택시 타고 집에 왔는데 여기까지는 평범한 술주정꾼의 필름 끊김현상인데. 무언가, 무언가 잘못됐다. 술에 쩔어가지고 무언가 엄청난 대사를 쳐버렸는데 까먹었다. 뭐지?


"편집자."


일단 저 문을 열어보면 답이 있겠지. 암 별일 아닐거야. 암 그래야지. 내가 실수 했나? 무언가 술 마시고 갈 떄까지 가버린 건가.


쨌든 답은 저 너머에 있을 것이다.


"나가요."


일단은 천천히 상황을 수습해보자. 별로 큰일은 아니겠지. 내가 술 마신다고 범죄라도 저질렀겠어.


"대체 무슨 일로···?"

"아 잘 부탁해요."

"네?"

"오늘부터 잘 부탁드린다고."


문을 열자 보인 건 바리바리 짐을 싸든 린네씨의 모습이었다.




세상이 날 억까하네.



나 혹시 10년은 자고 있었나? 벌써 갈 때까지 가버려가지고 충격으로 기억을 잃어버렸나? 무슨 아침드라마 주인공도 아니고.



"네?"

"그럼 들어간다."


그렇게 말하곤 성큼 발을 내딛는 린네씨의 모습에 나는 어이가 가출해버렸다. 세상에 내가 뭘 본건지?


"저기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응? 말했잖아. 나 오늘부터 여기 살기로 했는데?"


응?


아 망했구나. 머릿속에 그려지는 온갖 추잡한 시나리오가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나가요."

"에 이미 약속했잖아."

"그건 모르겠고 나가요."


순간 린네씨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에이 여기 다 녹음돼있는데."


그러곤 재생버튼을 누르자 울려퍼지는 추악한 사건의 전말.


"그러엄 나 편집자 집에서 살아도 되지?"

"그러음요."

"정말?!"


딱 들어봐도 취한 목소리였다.


"이건 심신미약처리 해주셔야합니다."

"요즘엔 심신미약 안 통하는거 알지?"

"이의있소!"

"기각합니다."


상황이 큰일났다는 걸 깨달은 내 머리는 어느새 그녀를 어떻게 내보낼지 짱구를 굴리고 있었다.


"여기는 남자집이라고요."

"응? 그럼 오늘부터 신혼집하자."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 신혼이 싫으시면 납치감금버전도 있어."

"그거 범죄아니에요?"

"에이 서로 좋아서 했다는데."

"그게 더 심각한데요?"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경찰을 불러? 아니, 그렇다기엔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만약 린네씨가 나에대해 안좋은 발언을 하면 난 그냥 깜방이다.


"저··· 저는 맨날 팬티차림으로 사는데요?"

"오히려 좋아."

"늘 안치워서 냄새나는데요?"

"그래서 오늘 치웠잖아."

"아무튼 남녀가 한집에 사는건 안되는 일이에요."

"그럼 동거커플은 다 사형감이겠네."

"우리는 커플이 아니잖아요."

"그럼 사귀자."


답이 없다. 이 여자.


이미 방송 부품까지 다 달고 온 점에서 나의 안락한 마이 홈 생활은 영원히 이별을 고한것이다.


"걱정마. 살다 보면 익숙해질거야."


그런 나를 위로하는 린네씨의 한마디가 오히려 아픈 곳을 찌르기만 했다.


그래, 애초에 다 내가 잘못한 것이다. 술을 마신 것도 내 잘못이고. 린네라는 버튜버 편집자를 한 것도 내 잘못이다. 아무튼 다 내 잘못이다.


"그럼 난 먼저 샤워하러 갈게."


아주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들어가는 린네씨를 보며 어떻게 저렇게 내 집 구조를 잘 알지 라고 생각했다.


아 내 집 같이 청소했지. 나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외쳤다.


"젠장 당했다."


"계획대로."



벽 너머 살며시 들려오는 린네씨의 목소리. 싯팔. 왜 노트에다가 이름 적히면 안 될 거 같은 그 사람이 떠오르는 거지? 샤워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승리의 콧노래를 흥얼거리고고 있었다.


"아 너무 좋아."


물론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아 그리고 돈이 없어서 잠깐 카드좀 빌렸어."


응?


황급히 주머니를 뒤지니 종이 한 장이 손에 걸렸다.


바로 영수증.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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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나의 첫사랑 22.06.24 3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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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편집일 22.06.20 32 1 10쪽
10 우당탕탕 집꾸미기 22.06.20 34 1 10쪽
9 폿몬빵 22.06.19 4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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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두근두근 방송사고 - 2 +1 22.06.17 64 1 9쪽
6 두근두근 방송사고 +1 22.06.16 78 1 10쪽
5 아슬아슬 방송 설정 +1 22.06.16 61 1 10쪽
4 규칙 +1 22.06.15 59 1 10쪽
» 계획대로 22.06.14 62 1 11쪽
2 집 청소 22.06.13 6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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