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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님의 서재입니다.

유명 버튜버가 내 집에 얹혀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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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총잡이
작품등록일 :
2022.06.12 10:24
최근연재일 :
2022.07.25 06: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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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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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70,341

작성
22.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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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나의 첫사랑

DUMMY

어째 그런 말 있지 않은가.


과거로 돌아가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 있다고. 물론 나야 엄청 많긴한데 그중 하나가 첫사랑과 관련있는 거다.


바야흐로 9년 전.


대가리도 커지고 아는 건 많다고 오질나게 착각했던 중3시절의 나.


나로 말할거 같으면 구석 자리 헌터라고 할 수 있었다. 늘 구석에 앉아 인상 팍 찡그리고 있으면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다. 즉 나만의 공간이 완성된다.



쉬는 시간 시끄럽게 떠드는 군중들 사이에서 껴서 느긋한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다. 주위에 아무도 없어도 상관없다. 그 고독을 즐기는자야 말로 진정한 일류 아니겠는가.



'바보들. 침팬지도 아니고 못 뭉쳐다녀서 안달이네.'



그런 시선으로 몇 년을 살아보면 느껴진다. 그들은 틀렸고 내가 옳다는 묘한 자신감이 붙는다. 그 있지 않은가 바보들은 자신들의 신념에 맹신한다고.



물론 그런 내게도 시련은 온다. 아무리 뭉치기 싫어도 뭉쳐야할 때가 있는법.



"자, 앞으로 시 부분은 조를 짜서 진행하겠다."



어느 국어시간.



왔다. 팀과제.


내가 가장 꺼려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존재. 팀과제가 있는 날이면 천하의 나라도 심호흡 단단히 해야했다.


아무리 그래도 혼자 있으려면 최소한의 연기는 해야했다. 어쩔 수 없이 조가 됐다는 연기. 그래야 최대한 눈에 안 띌 수 있다. 물론 최소한의 할 거는 해야 저쪽에서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다.



"조는 번호순대로 묶는다."


차라리 이게 낫다. 어쩔 수 없이 번호가 겹쳐서 같은 조가 됐다는 어필. 그게 중요하다.


조를 다 짜고 같은 모둠에 앉을 때에도 팁이 있다. 바로 홀수면 혼자 앉는 자리에 앉을 것.


책상을 서로 이어붙이기 때문에 필히 두 사람이 묶일 수 밖에 없는 자리랑 그 외 혹처럼 떨어진 자리가 있다. 보통 그 혹자리를 나 같은 아싸들이 차지하곤 한다. 그러면 인싸들은 알아서 자기짝대로 앉아서 떠든다. 마침 5명이 조였기에 별 어려움 없이 나는 혹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조금 고통스럽긴하지만 수업시간만 버티면 됐다. 그동안은 최소한 '난 너희들의 발목을 잡을 생각이 없어요.'라는 메세지를 끊임없이 보내야한다.



그러기에 어느정도 조별 과제에 집중하는 척이라도 해야한다.



힘은 힘대로 들고 별로 감흥도 없고 어떨 때엔 당연한 거 가지고 떠드는 애들보면 답답하다.


윤동주의 시.


무슨 시 하나 가지고 조선독립이라느니 어두운 식민지 현실 이러면서 큰 뜻을 부과하며 노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시일 뿐이었다.


물론 이런 쓸데없는 의견 주장하면 골치 아파진다. 그냥 예스맨하면서 '하하 너무 맞는 말씁입니다.'하면서 뒤로 빠지는 게 좋다.


그러면 조원들은 알아서 나온 답을 보고서에 적어내려갈 것이다. 나는 그걸 베끼기만 하면 되는 거고.


최대한 짧은 인연으로서 남아야한다.



스치는 기억조차 남지 않아야 내 아싸라이프에 지장이 없다.


"권우야 넌 어떻게 생각해? 분명 이건 조선독립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표현한거지?"


응?


멍때리고 있느라 누가 말했는지 잘 못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미 조원 친구들의 시선을 내게 향했다.


큰일 났다.


지금 어디 파트하는지 잘 모르겠다. 생각하느라 놓쳐버렸다.


"어..."


나는 대충 시를 흘겨봤다. 생각해보니 자세히 읽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윤동주 길이었지? 대충 길 따라 간다는 내용.


시란게 읽는 이의 느낌과 해석으로 보면 되니까...



대충 아무말이나 싸지르면 되겠지.


"길은 길이지 왜 그렇게 해석하려드니? 이건 윤동주 시인분도 모를걸?"


진짜 아무말이나 막 싸질렀다. 그래도 애들 반응보니 그렇게 기분 나빠하는것도 아닌거 같고 어찌저찌 시간을 넘겼다.



으으.


물론 그날 쉬는 시간에는 방금 싸지른 말에 대해 후회하고 있었다. 진짜 별종 낙인 찍혔을게 분명하다. 그래도 조별 과제도 끝났고 나는 그냥 평소처럼 쿨 모드로 돌아왔다.



없는 일은 아니었지만


마침 국어 시간이 4교시인지라 끝나고 밥도 먹을겸 나는 식당으로 향했다. 다른 애들은 친구들이랑 같이 가려고 벼르고 벼렸지만 나는 아무 상관없었기에 아무 때나 갈 수 있는게 장점이라면 장점.


대충 눈에 띄지 않는 줄에 서서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밥먹으면 그럴 듯 하겠지.


"야."


그렇게 복도를 걷던중 누군가 말을 걸었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한 여학생이 서있었다.


"아, 그, 너는..."

"우리 같은 조잖아."


아.


워낙 쓰지를 않으니 반학생들의 이름조차 까먹고 있었다. 그래도 얼굴은 분명히 기억났다.


조별 수업때 나한테 윤동주 시인의 길에대한 생각을 물었던 친구.


근데 왜 나한테 아는척이지?


"무슨 용건이라도?"

"생각해보니 조원들의 생각을 적어내야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 의견으로는 안될 거 같아서 말야. 그래서 좀 고쳐줬으면 좋겠어."



쌀쌀한 태도. 여학생은 내게 보고서와 펜을 내밀었다.


아, 난 또.


그 정도라면 가능하다. 사는게 연기이자 연극인데 그 정도 거짓말쯤이야 못 쳐줄 거 없다. 오히려 이 정도로 끝내준게 고마울 정도.


"어떻게 쓰는데?"

"그냥 써."


짜증나네.


여기서 대체 무슨 말을 적어줘야 이 고고한 인싸님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을까.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없으면 위에거라도 배껴써."


아, 그 대한독립인가 뭐시긴가?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여기서는 그게 가장 시간도 빠르고 잘 먹혀드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뭐랄까.


그러기 싫었다.


내가 아무리 찐따에 남 눈치를 보고 산다해도 내 생각조차 인싸들에게 맞춰줘야하나? 그런 시답잖은 오기가 내면에서 스물스물 기어올라왔다.


나는 빠르게, 그렇지만 담담히 내 답을 적어내려갔다.


-아름다운 시다.


그걸로 끝.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이 시는 아름답고 나는 그 기분을 느꼈다. 물론 저쪽은 아닌듯했지만.


"장난쳐?"


응?


갑자기 왜 화를 내는거지? 화난 건 오히려 이쪽이라고.


"아니, 난 장난따위 일절 없어, 이건 내 본심이고 일말의 거짓도 없는 떳떳함이야."


그러면 또 여기서 뭐라고 해야하는가. 난 꾸밈없는 말이 좋다. 꾸민다는건 그만큼 실속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좋은 말은 꾸밈 없이도 전해진다. 이 말을 진작에 곱씹고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 여학생 생각은 다른듯했다.


"오늘 조별 토의에서도 그렇고 왜 그렇게 비협조적이야? 우리는 너때문에 한명 없이 과제한거야."


뭐, 그건 할 말이 없다. 나는 비협조적에다가 글러먹은 인간이다. 여기까지는 참을만했다.


"그리고 아까부터 뭐 그런 짜증난다는 표정짓고 난리야? 네가 피해자라고 생각하는거야?"


하지만 여기부터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다.


최대한 포커페이스라고 생각했는데 아무튼 감이 좋은 여자인가보다.


"그게 뭐..."

"아무리 그래도 남한테 피해는 주면 안되지."


피해?


잘 모르는 소리인가 본데 나는 주위에 피해 따윈 주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내 노력의 절반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말만 많다. 한 번이라도 내 삶을 살아왔다면 알 것이다. 저 말이 얼마나 오만한 발언인지.


"자꾸 그렇게 남한테 피해줄거면 학교는 왜 나오는건데?"


몇 번이고 강조하는 피해라는 단어.


진짜 짜증난다.


네가 감히 피해자의 입장을 알기나 해? 이런 사태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했는데 기어코 닥치니 골치가 아팠다.


"혼자 있고 싶은건 이해하겠는데 남 발목 잡으면 안되지."


나라고 잡고 싶어서 잡았는가. 학교라는 사회에 나오는 거조차 버거운데 이런 대우까지 받을 이유가 있나?


하지만 여기서 적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마음에 빈 사과 한마디면 최소한 큰싸움으로 번지는 건 막을 수 있었다.


"존나 짜증나네."


응?


나 아직 사과도 안 했는데 이젠 욕까지?


내 인생 철칙이 하나있다.


나를 욕할 수 있는건 나뿐이다.


감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년이 날 욕해?


아무리 굼뱅이라도 밟으면 꿈틀대는 거 모르나. 하대에도 정도가 있지 이건 선을 넘었다.


지금까지 이토록 분노를 느낀 적이 없었다. 평소에도 참고 참아왔다. 너희들이 과연 나의 삶에 대해서 뭘 안다고 주저리주저리인가.


"야. 뭐라했냐?"

"뭐?"

"뭐라 했냐고 이 시발년아."


나는 여학생의 멱살을 쥐어챘다. 순간 그녀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다시 한 번 그 뚫린 입으로 처말해봐."

"짜증난다고. 왜? 찔려? "


아, 그렇게 나오시겠다?


"존나 찌질하고 불쌍한 인생 억지로 참아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새끼네."


물론 하나하나 네 말이 맞을 수도 있지. 다만 이쪽에서도 할 말이 있다.


너희들이 웃고 떠들 때 뒤에서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너희는 그 누구하나 내게 동앗줄을 내려준 적이 있는가. 내가 고통에 발버둥칠 때 내게 손 내밀어준 자가 있는가.


그 순간 스르륵 풀려버리는 팔 힘.


생각해보니 나만 병신이다. 여기서 화낸다고 무슨 일이 있겠는가.


"시발 개저질."


그래, 난 저질에다가 병신이었지.


무슨 순리에 거슬어. 부정하면 할수록 나만 이상한 놈이지.


멀어져가는 여학생의 뒷모습.


내 인생 쫑났네. 이제 학교 생활 어케하냐.


지금 어떻게 하지 않으면 일이 더럽게 꼬일 수 있다.


"야. 멈춰봐."


물론 여학생은 귀띔으로도 듣지 않았다.


"나를 욕할 수 있는 건 나뿐이야."


듣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난 그날 결심했다.


나는 영원히 나만을 사랑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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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우당탕탕 집꾸미기 22.06.20 33 1 10쪽
9 폿몬빵 22.06.19 44 1 10쪽
8 서로 도와도와 +1 22.06.18 46 1 10쪽
7 두근두근 방송사고 - 2 +1 22.06.17 63 1 9쪽
6 두근두근 방송사고 +1 22.06.16 77 1 10쪽
5 아슬아슬 방송 설정 +1 22.06.16 61 1 10쪽
4 규칙 +1 22.06.15 58 1 10쪽
3 계획대로 22.06.14 61 1 11쪽
2 집 청소 22.06.13 69 1 10쪽
1 옆집인데요? +1 22.06.12 13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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