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898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7.15 21:30
조회
386
추천
3
글자
12쪽

183화

DUMMY

설진의 등장.

그의 출현과 함께 베어진 요한의 목에, 전장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정말이지 모든 것이 절대영도로 내려간 것 같았다.

그만큼 작금의 분위기는 시릴 정도로 차가웠고, 또한 무거웠다.


“아···?”


요한의 바로 뒤에 있던 아카멜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하기야 그럴 만도 했다. 뒤늦게 나타난 수장이 채 몇 분도 가지 못해 사라졌다. 깔끔하게 절단된 살점과 분출된 피는 목의 단절을 증명하는 듯했다.


데구르르-.


이윽고 내려가던 목이 땅에 착지했다. 축구공만 한 크기의 구가 굴러가는 장면은 그 자체로도 그로테스크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도합 다섯 번을 구르고서야 목은 멈췄다. 다만 멈춘 목과는 달리 피는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붉은 선혈이 대지를 적셨다.


‘저 사람은 대체-?’


한편 옅은 호흡만을 내쉬던 리아엘라 또한 두 눈을 크게 떴다.

요한의 기백 넘치는 마력에 죽음을 각오하고선 찬우를 껴안았건만,


‘아니, 그보다 요한이 죽었, 어?’


한순간에 상황이 변했다. 리아엘라와 찬우를 공격하려던 요한의 마법이 막힌 것은 물론이요, 나아가 요한의 목이 베이기까지 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얼떨떨한 표정을 한 리아엘라는 신음 섞인 기침을 내뱉었다. 어찌어찌 살아남긴 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몸은 만신창이었다.


“···괜찮습니까.”


그런 리아엘라의 귀에 울린 것은 다름 아닌 설진의 목소리였다.

방금, 요한을 베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목소리.

기함할 정도의 온기 차가 시시각각 전해져 왔다.


“당신은?”


최대한 존댓말을 해야 하는데.

존댓말을 하고 싶었건만 존댓말이 나오지 않았다. 만신창이가 된 몸은 그만한 목소리를 낼 힘이 없었다.


그래서 짧은 단어만이 내뱉어졌다. 당신은. 간단명료하면서도 작금의 의문을 해결해 줄 수 있을 만한 질문이었다.


“유설진. 엘리나··· 아니, 황녀님에게 들었을 겁니다.”

“유, 설진?”

“네, 지금 당신이 안고 있는 찬우의 동료입니다.”


유설진이라는 말에 리아엘라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교회와의 전투 전, 엘리나가 거론한 넷의 이름 중 하나였다.

개중에서도 유설진이라는 이름을 유독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괴물이라고, 나조차도 뛰어넘을 만큼의 괴물이라는 말을 분명 들었었다.


‘···그냥 하신 말이 아닌 거야?.’


그런 엘리나의 말을 듣고서 강하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적어도 고전 정도는 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설진은, 요한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를 죽여버렸다.


정말, 상상조차 못했던 일.

머릿속에서 승리라는 말이 올라-


“끝이 아닙니다.”

“네?”


-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고 생각한 찰나, 설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끝이 아니라니. 대체 뭐가 끝이 아니라는 거지?

요한은 죽었는데? 교회 최고 권력자인 교황 요한이 죽었는데 말이다.


스윽-.


그런 의문은 설진이 짚은 손가락을 따라가자 차츰차츰 해결되기 시작했다.


스르르-.


분명 죽은 줄로만 알았던 요한의 목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이지만 분명히 목은 움직였다.

도르르-. 상황이 회귀되듯, 목은 역방향으로 굴러 몸통을 향해 다가갔다. 구르던 목을 따라온 피 또한 응고되고 밀집되더니만, 이내 몸통과 합체했다.


“뭔!”


리아엘라의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은 현상.

그러한 현상에 절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아픈 목청을 내치고서라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절대 평범하다고 할 수 없었다.


목이 베여 죽은 시체가 움직였다.

그것도 타의지가 아닌 자의지로.

자신의 의지로 구른 목이 몸통으로 돌아와, 재차 결합되었다.


“요한은 불사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불사가 되었죠.”

“대체 어떻게?”

“수인들의 생명을 착취한 데에는 전부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리아엘라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직 제대로 파악한 것은 아니었지만, 수인들의 실종 사건과 요한의 불사 건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


절단되었던 목이 복구되는 기현상에 리아엘라의 얼굴이 짙게 물들었다.

넋을 놓은 것 같기도 했다. 살색이었던 그녀의 피부에서 푸르락한 기색이 드러났다. 공황, 혹은 혼란스러운 것처럼 보였다.


‘당연한 건가.’


하기야 적이 불사인데, 그 누가 의지를 가지고 대항할 수 있겠느냐마는.

심지어 리아엘라는 아카멜라와의 전투를 선행했다. 주변이 온통 짙은 어둠인 것으로 봐선 무언가 필살기 같은 것을 사용한 것 같았다.


개개인의 무력이 아득한 경지에 올라와 있는 고위 사제를 상대하는 건 아무리 리아엘라라도 힘겨울 터.

저 반응은 당연했다.


“찬우를 데리고 피해 주세요.”


그래서 설진은 입을 열었다.

찬우를 데리고 자리를 뜨라고. 피하라고.

싸울 힘은 없어 보였지만 몸을 움직일 힘 정도는 있어 보였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 괴물을 앞에 두고서···!”

“상처투성이인 사람을 내세울 정도로 저는 멍청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고자 하는 말과 마음은 알겠으나, 적어도 치료는 받고 오시죠.”


더불어 리아엘라는 적잖은 혼란에 빠진 상태.

여기서 괜히 전투를 시켰다가는 되레 악영향만이 초래된 터였다.


“싸우는 건 그 이후입니다.”

“···알겠습니다.”


다행히 리아엘라는 개입해야 할 상황과 개입하지 말아야 할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닌 듯 보였다.

찬우를 들쳐메고 힘겹게 전선 이탈을 하는 리아엘라를 응시하다, 설진은 시선을 옮겼다.


옮긴 시선이 간 쪽은 찬우였다.

설진 자신이 왔음에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기절해 있는 찬우였다.


‘···찬우야.’


스윽-.


다시금 시선을 옮겼다.

이번에는 시선만이 아닌 방향까지.


몸을 회전시켜, 신체 복구에 성공한 요한을 바라보았다.


“일어나.”


다시, 냉기에 젖은 목소리가 성대를 타고 흘렀다.

듣는 사람이 다 오한에 젖을 목소리였다.


“하하. 일어났습니다. 이제 됐나요?”


그러나 요한의 반응만큼은 달랐다. 그는 설진의 목소리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듯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능청스레 화답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잘렸던 목을 이리저리 만져보기까지. 이후 아카멜라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쯧.’


설진은 속으로 혀를 찼다.

원래 세워두었던 계획과 다르게 일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시작부터 단절석을 사용해 봉인을 시도하려 했었다.

그러나 찬우와 리아엘라가 위기에 처해 있는 모습을 보자니 그럴 수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가야 한다고 생각해, 그대로 일격을 내질러 목을 베었다.


‘일단 첫 번째는 실패인가.’


그랬기에 봉인은커녕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아쉽다면 아쉽겠지만, 설진은 무표정을 유지하며 다시금 전장에 섰다.


기실 처음부터 봉인이 성공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50%의 팽팽한 확률 속, 나아가 추가적인 가능성을 결정짓는 건 바로 대상의 상태이니.


[단절석(斷絕石)]

[세 차례에 걸쳐 중첩된 상태입니다. 봉인 확률이 50%로 조정됩니다.]

[본디 단절할 수 없는 것을 단절하는 하늘의 신기. 대상의 신체 상태, 정신 상태에 따라 봉인 확률이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애초 요한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게다가 원해 마지않았던 불사를 손에 넣어 정신 상태는 최고였을 터.

신체 상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설진은 첫술에 배부를 생각을 버렸다. 아니, 애초 하지도 않았다.


“당신은 엘리나의 부하인가요?”

“아니, 협력자다.”

“한 나라의 황녀와 협력이라니, 어지간히도 대단하신 분인가 봅니다?”


복구완료된 신체는 요한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조금은 신이 난 듯한 목소리로, 그는 말을 이었다. 설진은 차가운 태도를 고수하며 요한과의 짧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칭찬 고맙군.”

“하하, 칭찬으로 한 말은 아닌데 말이죠.”


냉랑한 분위기가 감도는 서로의 시선을 먼저 넘긴 건 설진이었다.

설진의 눈이 요한의 옆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찬우, 리아엘라와 결전을 벌인 아카멜라가 있었다.


그녀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은 진작 눈치채고 있었다. 몸은 리아엘라나 찬우처럼 만신창이였고, 마력도 거의 바닥난 듯 보였지만 무언가 이상해 보였다.


스윽-.


‘···아직 힘이 남아 있었나?’


아카멜라는 감싸듯 손을 뻗었다.


순간 사방으로 퍼졌던 마력이 더욱 짙어졌다.

음영이 드리운 듯 세상이 검게 젖었다.


“베르-.”


그리고, 그녀의 입이 열렸다.


“베르 님이, 죽었다고?”


거론된 것은 베르의 생사 여부.

요한에게 베르의 소식을 들은 건지, 아카멜라의 눈동자가 미약하게 흔들렸다.


“아니야, 그럴 리가···.”


처음에는 단순히 부정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며, 그만한 힘을 가진 사람이 죽을 리가 없다며 부정했다.


그러나 요한의 이야기가 이어지자 아카멜라의 표정이 변했다.

수긍. 교회의 수장이던 요한의 말을 사실로 여긴 것이다.


설진이나 요한은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아카멜라에게 있어 베르는 빛이었다.

따라야 할 사람이자 존경받아야 할 사람. 다른 이들에게는 아닐지 몰라도 아카멜라에게 있어 베르는 구세주였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베르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쩌적-.


지금 아카멜라의 심정을 소리로 표현한다면 저런 소리가 날 것 같았다.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 갈라지고 갈라져 사무치는 소리.


조금이라도 더 건들면 폭발할 것 같은 상태.

현재 아카멜라의 상태는 그러했다.


“아카멜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심지에 도화선을 붙인 건 요한이었다.


“같이 싸우도록 하죠. 베르를 죽인 악을 우리가 처단하는 겁니다.”

“···!”


함께 싸우자는 말에, 아카멜라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인 고개가 들어 올려져 응시한 곳은 설진. 응시했다기보단, 분노를 담아 노려봤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싸움을 강요하다니, 부끄럽지 않나.”

“부끄럽다니요. 아카멜라에게 삶의 이유는 오직 베르 하나뿐이었는데.”


설진 또한 비아냥대며 검을 치켜들었다.

요한은 설진의 말을 받아치며 주문을 준비했다.


후우.


설진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2대1. 그중 하나는 에피소드의 최종 보스인 요한.

긴장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리라.


‘괜찮아.’


마음속으로 애써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다. 지금의 싸움에서 필요한 건 무력만이 아니었다.

정신력. 단절석을 사용하기 위해, 요한의 정신력을 앞질러야 했다.


크게 들이쉰 공기가 폐로 향했다.

후우. 다시 내뱉어지며 공기의 흐름에 약간의 흠이 생긴 순간,


“황혼(黃昏)!”


아카멜라의 저주가 쇄도했다.

황혼. 아넬과 나타벨이 겪었듯이 효과는 강렬한 충동.


맞으면 마력을 빼앗기고, 피하면 맞을 때까지 쫓아온다.

그러니 격추시켜야 했다. 설진은 왼손을 쫙 펼쳤다.


우웅.


이동시킨 마력을 밀집시켜, 하나의 날을 만들었다.

이윽고 왼손에 쥐어진 건 단검. 마력 단검을 사용한 설진은 망설임 없이 아카멜라의 황혼을 향해 단검을 집어 던졌다.


퍼엉-!!


굉음과도 같은 폭음이 들렸다.

이내 검은 빛을 띠고 있던 황혼이 격추되듯 터졌다.


황혼의 무효화. 그 일련의 과정을 해냈음을 확인한 설진은 시선을 돌렸다.


꽈악-.


손에 쥔 검을 더욱더 단단히 쥐었다.

지금부터 시작된 것이다.


에피소드의 최종 목표.

악, 교황 요한과의 싸움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2 182화 22.07.14 393 4 12쪽
181 181화 22.07.11 385 3 12쪽
180 180화 22.07.10 393 3 11쪽
179 179화 22.07.09 393 3 12쪽
178 178화 22.07.08 396 4 12쪽
177 177화 22.07.07 392 3 12쪽
176 176화 22.07.04 389 3 12쪽
175 175화 22.07.03 383 3 11쪽
174 174화 22.07.02 395 3 12쪽
173 173화 22.07.01 388 3 12쪽
172 172화 22.06.30 389 3 11쪽
171 171화 22.06.27 391 3 11쪽
170 170화 22.06.26 397 3 11쪽
169 169화 22.06.25 381 3 11쪽
168 168화 22.06.24 387 3 11쪽
167 167화 22.06.23 387 3 12쪽
166 166화 22.06.20 393 3 12쪽
165 165화 22.06.19 393 3 12쪽
164 164화 22.06.18 392 3 12쪽
163 163화 22.06.17 391 3 11쪽
162 162화 22.06.16 381 3 12쪽
161 161화 22.06.13 393 3 11쪽
160 160화 22.06.12 394 3 12쪽
159 159화 22.06.11 385 3 12쪽
158 158화 22.06.10 393 3 11쪽
157 157화 22.06.09 394 3 11쪽
156 156화 22.06.06 404 3 11쪽
155 155화 22.06.05 390 3 11쪽
154 154화 22.06.04 388 3 11쪽
153 153화 22.06.03 396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