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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816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6.17 21:30
조회
390
추천
3
글자
11쪽

163화

DUMMY

사람은 죽는다.


어릴 적부터 불치병에 걸린 꼬마도, 농사를 업삼으며 평생을 지내온 농부도, 작은 옷방을 운영하는 중년의 안주인도.

모험가 생활을 하며 몬스터들을 죽여 본 모험가도, 황실 휘하로 들어가 일생의 대부분을 전선에서 보낸 병사도, 그리고-.


‘아무리 강해도, 세월 앞에서는 무력하게 쓰러지는군.’


한없이 강했던 강자들도.


‘세월의 흐름 앞에서- 죽음이라.’


황실의 팔라딘은 강하다. 오직 선택받은 열셋의 제국민만이 될 수 있는 자리이며 황녀 엘리나를 보필하기 위한 상위급 직위다.


그런 팔라딘 중 한 명이 별세한 적이 있었다. 싸움에서 패배한 것도, 몬스터에게 다친 몸이 낫지 않아서도 아니요, 또한 누군가와의 대련 끝에 사고가 발생한 것도 아니며 지병 앞에 쓰러진 것도 아니다.


오직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 중년이 노년이 되었을 때, 나이가 들어 머리가 하얗게 변했을 때.

팔라딘은 노쇠했다. 그리해 힘을 잃어갔고, 기백 넘치던 눈빛이 가라앉았다.


마브드는 생각했다.

아무리 힘이 있어도, 강해도, 세월 앞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노라고.


평생, 아니. 영원토록 강자와의 싸움을 즐기고 싶었던 마브드는 이것이 두려웠다. 강자와의 대련에 패해 죽는 죽이 아닌, 그저 세월 앞에 무기력하게 쓰러지는 것이 두려웠다. 몸이 노쇠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교회의 말에 현혹되어, 황실의 직위를 내려놓았다.

고위 사제가 되었으며 앞장서 수인의 목을 베었다.

단언컨대 그는, 마브드는, 교회에서 가장 많이 수인을 죽인 자일 것이다.


“저기, 인생을 포장하지 말아 줄래?”

“···.”

“다소 내가 이해하기 힘든 열망이긴 한데··· 뭐 강자와의 싸움을 즐기고 싶다는 것까지는 괜찮아. 근데, 그다음부터가 너무 엉망이란 생각 안 해봤어?”


시연은 게임에서 본 마브드의 스토리를 떠올렸다.

말이야 강자와의 싸움을 즐기기 위해, 더 강해지기 위해 불사를 염원하는 것이지,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누구한테서 들었지?”

“네가 황실을 배신했듯, 교회에서도 누군가 배신할 수 있지 않을까.”


마브드의 고저 없는 물음에 시연은 침착하게 대꾸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교회에서 배신자가 나올 순 있지만, 마브드의 자세한 스토리를 알고 있는 이는 적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시연은 그렇게 말했다. 기실 마브드와 싸우게 된다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브드에게 알려야 했다.


지금 마브드가 하려는 일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불사를 염원하는 인간의 욕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배신? 대체 누가···?”

“뭐, 당연하지만 알려줄 생각은 없어. 아 그래.”


입가에 조소를 띠며 대검을 들어 올렸다. 깡! 깡! 무서운 금속음이 수없이 서로의 목숨을 파고든다.


“정 알고 싶으면 이겨보던가.”


오가는 교전, 그 사이 말을 내뱉었다.


까아앙!


시연이 데미지를 욱여넣을 작정으로 대검을 휘두르면, 빠르게 방패를 들어올린 마브드가 강하게 밀쳐냈다.

체력 면에서는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근력이 문제였다. 시연은 공격보단 방어에 중점을 둔 기사. 힘 싸움에서 이기기란 힘들었다.


그 사실을 아는 시연은 전략을 바꿨다. 이때까지 한 공격이 전부 길게 늘어놓으며 상대를 잡아당기는 형식의 공격이었다면,


“···?”

“후우!”


깡! 깡! 깡!


지금은 달랐다. 최대한 짧은 경로, 가까운 거리를 도출해 끊어쳐 공격했다.

힘 싸움을 최대한 하지 않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이점을 살리기 위해 공격 방식을 바꾼 건가. 머리를 쓰는군.”


몰아치는 공격을 막은 마브드가 중얼거렸다. 확실히 짧게 끊어쳐 공격한다면, 이기적으로 시연만 이득을 보는 것이 가능했다.

공격이 성공하든 성공하지 않든 시연은 자유자재로 몸을 물리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마브드에게 쥐어질 공격권을 강제로 앗아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


이대로 시연의 공격을 허용할 수만은 없었는지, 마브드 또한 자세를 바꿨다.

검과 도끼가 부딪치는 형식의 공수가 아닌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식으로.


타다다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다.”



도끼보다 방패를 앞세웠다. 왼손에 든 방패를 무기 삼아 그대로 다리를 놀리더니, 이내 거리를 벌린 시연에게까지 돌진한다.


‘생각보다 빨라.’


꽈악-.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시연이 이를 악물었다.

커다란 몸집을 가지고 있어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으리라 생각했건만, 오산이었다. 설진까진 아니더라도 마브드는 평균 이상의 스피드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방패까지.’


거기다가 방패를 앞세워 돌진하기까지.

이건 쉽게 막을 수 없었다. 대검을 올리면 필시 무너질 것이고, 그렇다고 방패를 올리자니 힘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돌진을 피하는 것인데, 지금 마브드의 속도를 보니 그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회피보단 방어에 치중을 둔 시연의 직업 특성상 작금의 상황은 굉장히 골치 아팠다. 돌파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 그 방법을 사용한다면 추후 요한과 싸울 때 써먹을 비장의 수를 없애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떡하지.’


생각했다. 지금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리플랙션을 사용하지 않고 마브드의 공격을 받아칠 수를 만들어야 했다.


‘···.’


돌연 시연의 눈이 점멸했다.

일렁이듯 비친 두 눈동자 속에, 마브드의 모습이 담겼다.


‘그러고 보니, 마브드는···.’


곧이어 설진과 함께 있을 때, 그때 했던 교전을 생각했다.


자신은 사제를 맡고 있느라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분명 설진은 마브드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줬었다.

그때 당시 귓가에 스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그 증거였다. 시연은 고개를 치켜들어, 마브드의 몸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방패로 최대한 몸을 가리곤 있지만 몇몇 군데 삐져나온 상처가 보였다. 단순 생체기를 넘어서, 행동에 장애를 줄 수 있는 상처가 몇몇 있었다.


“그만 쓰러져라!”


시연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마브드의 발걸음이 더욱더 빨라졌다. 상처를 최대한 감추려 하고 있지만 그의 거대한 몸은 방패 하나로 숨길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걸 알기에 마브드는 미친 듯이 움직였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 최대한 빠르게 시연에게 접근한 뒤- 방패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몇 초 후면 시연과 마브드가 정면으로 격돌할 터.


“흐아아아!!!”


화아악-!!


이윽고 불러오는 바람을 찢겨 발기며 지척까지 접근해온 순간,


휘릭-.


그 찰나의 시간에 시연은 몸을 비틀었고,

회전하듯 공격을 최대한 흘린 그녀는 곧바로 측면으로 이동했다.


“···.”

“우리 설진이가 강하긴 했나 봐. 그지?”


대검을 뒤로 쭉 빼며 그리 말했다.

머잖아 시연의 팔이 포물선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냉정하게 말해 시연의 힘과 속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오히려 평균 이하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마브드에게는 설진이 남기고 간 디메리트가 있었다.


“왼쪽 눈이 좀 아파 보인다, 응?”


바로 눈. 적당히 몇 번 상대해주다 가라는 말을 무시한 설진이, 기어코 마브드의 눈에 큰 상처를 남기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 덕에 공격을 흘릴 수 있었던 시연이 미소를 지었다. 포물선을 그리던 팔은 이제 막 마브드의 옆구리에 도착해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촤아악!!


“크으윽!!”


왼쪽 옆구리에 기어코 대검이 들어갔다. 그 찰나의 순간 빠르게 반응한 마브드가 몸을 뺀 탓에 치명상을 줄 순 없었지만, 공격 자체는 성공한 것이다.


“이, 이 개자식이이이!!”

“칫!”


곧이어 연타를 넣으려던 시연은 아쉬움을 삼키며 몸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거센 목소리로 신경질적인 언행을 시작한 마브드가 도끼날을 돌렸기 때문이다.

흡사 토네이도를 보는 듯하다. 자신의 몸을 기준 삼아, 원심력을 이용한 회전은 마치 분쇄기 같았다. 이쯤 되니 시연도 함부로 접근할 수는 없었다.


대신 호흡을 골랐다. 다시금 정비를 시작한 시연은 만전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몸을 가라앉혔다. 꽤 거리를 벌린 것을 확인하고선 후우- 숨을 들이쉼과 동시에 내쉬었다.


“죽어라!!”


그런 시연의 모습을 바라보던 마브드는 이 이상의 정비를 허하지 않겠다는 듯 크게 소리치며 다가왔다.

소강상태가 없는 교전 속, 시연은 마브드의 공격에 대처하고자 방패를 들어올렸다. 적의 공격에 최대한 침착하게 반응하고자 했다.


‘침착하게.’


다시 정석적으로, 전투를.

그리하여 싸움의 유리함을.


그러나,


우위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 시연의 몸이, 확 가라앉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촤악-!


“크윽-!?”


서슬 퍼런 도끼의 소리. 시연은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단지 허벅지에서 올라오는 고통이 공격당했음을 증거할 뿐이었다.


분명 사복 차림이긴 하다만, 아티팩트의 능력으로 인해 지금 시연은 판금 갑옷 이상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뚫렸다. 베인 허벅지와 흘러나오는 피가 짐짓 뜨거웠다. 당황한 듯한 시연의 앞엔, 그저 이성을 잃은 듯한 마브드만이 존재했다.


‘미친, 저거-.’


마브드의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붉은 기운.

처음부터 있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 밀도가 달랐다. 처음 본 것이 그저 마브드의 몸을 기준으로 둥근 원을 만들고 있었다면, 지금은 회오리처럼 굵은 빛이 감돌아 있었다. 꼭 터지기 직전인 폭탄을 보는 듯했다.


‘광전사였어?’


시연이 알기로 분명 마브드는 공격 중시형 기사였거늘.

착각이었다. 마브드는 기사가 아닌, 전사였다.


개중에서도 체력이 떨어지고 상처를 입으면 입을수록 흉포해지는 광전사.

게임 당시에는 몰랐던 정보였다. 돌연 도끼날에 당한 허벅지에서 가공할 만한 피가 쏟아져 나왔다. 한 번 긁혔다고 나올 상처는 아니었다.


‘출혈···.’


피가 터져 나오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자 허벅지를 부여잡았다.

출혈. 채린이 가지고 있는 고유 능력과 같은 저주 관련 스킬.


이래서는 전투를 하면 할수록 자신이 불리해진다. 물론 광전사 또한 데미지와 분노를 통한 신체 강화 시간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출혈을 당해버린 시연 쪽이 조금 더 불리했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아. 광전사인 걸 알았으니··· 출혈만 최대한 막으면.’


몸을 옥죄는 이 고통이 늘어나는 것만 막는다면, 어떻게든 희망이 있었다.

울컥거리는 목울대에서 침을 뱉었다. 그동안 몸을 무리하게 움직인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침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하아. 씨. 진짜.”


그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표정을 구겼다. 눈앞에 있는 마브드는 여전히 이성을 잃은 채 묵묵히 도끼를 들고 있었다.

시연이 무언가 행동하고자 뗀 발을 앞으로 내디딘 순간-.


화악!


쾌속이나 다름없는 속도를 보인 마브드가 다시금 돌진해 왔다.


쾅!


도끼날을 막는 방패 소리가 훨씬 거칠어졌다. 힘도, 민첩도, 체력도. 모든 것이 상승한 마브드를 바라보며, 시연은 침음을 삼켰다.


고위 사제와의 싸움.

확실히 쉽게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꽈악-.


악문 입술에서 옅은 피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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