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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72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7.14 21:30
조회
392
추천
4
글자
12쪽

182화

DUMMY

리아엘라는 작금의 상황을 다시금 복기했다.

머릿속을 스친 수많은 상황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카멜라의 방벽.

더 정확히 말하면, 결과적으로 깨뜨리는 것 자체에는 성공한 방벽이었다.


‘내려오고 있어.’


더불어 위로 올라간 줄만 알았던 아카멜라가 점차 하강하고 있었다.

기력이 다한 건지, 날개가 점차 사라져서인지.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카멜라의 하강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물론 아직 공중에 있긴 했다. 여전히 리아엘라의 공격 범위에는 닿지 않으며 멀찍이서 가시 공격을 쏘아내기엔 충분한 거리였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지금 내려오고 있는 속도 그대로라면, 머잖아 지상으로 떨어질 터.

리아엘라의 생각은 바로 거기에서 멈췄다.


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목표로 하던, 그토록 죽여야 할 아카멜라가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것도 방벽이 없는 상태로. 제 몸을 지킬 보호수단 하나 없는 상태로 말이다.


“찬우 님.”


망설일 이유 따윈 없었다.

리아엘라는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실행에 옮기고자 찬우를 불렀다.


‘블레싱을 다시 한 번 받으면···.’


대검에 블레싱을 한 번 더 부여받음으로써, 공격력을 크게 올린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카멜라를 베어 넘기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직 싸움에서 죽은 것은 아니요, 진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니까 행동할 수 있었다. 움직일 수 있었고 적과 싸울 수 있었다.


그러나 돌린 고개가 맞이한 것은 상상 이상의 광경이었다.


허억- 허억-.


‘어?’


심장을 부여잡은 손 위, 목울대로부터 올라오는 숨소리가 거칠게 들렸다.


그제야 리아엘라는 찬우의 상태를 똑바로 볼 수 있었다.

그는 아카멜라의 공격에 당한 후였다. 사지나 등 같은 곳이 아닌 심장에, 인간의 최대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위에 가시가 들어간 흔적이 보였다.


피가 났다. 아니, 단순히 났다고 표현할 수 없었다.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금 눈앞에서, 함박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그러고도 힐을 쓴··· 그것도 나한테?’


피는 옷을 적셔 붉게 만들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굳어 색이 짙어졌다.

단색이었던 옷이 다시금 물들었다. 피에 적셔진 의복은 찬우가 얼마나 큰 부상을 입었는지 증명이라도 하는 듯했다.


‘···.’


꽈악-!


그 광경을 본 순간, 리아엘라의 손이 다시금 포개졌다.

꽉 깨문 입술과 주먹. 두 행위가 리아엘라의 감정을 표방하는 듯했다.


‘···아카, 멜라.’


저러한 상태에서 힐을 사용했다.

찬우 자신에게 쓴 것이 아닌 리아엘라에게. 그녀를 위해 사용했다.

억눌린 설움이 터져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동시에 한심함이 솟구쳐 올랐다.

이런 사람을 옆에 두고도 아카멜라를 이기지 못하다니.

몰아붙이기는커녕 몰리기나 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제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한심해서, 리아엘라는 눈을 감은 채 몸을 일으켰다.


“···방패 뒤에 숨어계시죠.”


방패는 놓았다. 오직 대검만을 두 손에 감으며 그런 말을 했다.

원래도 그런 채 싸웠지만, 지금 이 순간 리아엘라는 방어를 포기했다.

몸에 마력을 두른다는 최소한의 대비조차 하지 않았다. 검에, 무기에. 오직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검날에만 마력을 때려 박았다.


“리아엘라, 씨?”

“오래는 안 걸릴 겁니다.”


아카멜라의 부유가 끝나고 있었다.

지금 출발한다면 아카멜라를 능히 공격할 수 있을 터였다.


“오래는, 안 걸릴 겁니다.”


결연한 눈동자에 어둠을 담았다. 아카멜라가 뿌린 어둠이었다.

눈에 담은 어둠을 베어냈다. 난자하고 난도질해 어둠을 내쳤다.


웅웅!


마력을 한껏 때려 박은 검날에서는 시도때도없이 흔들림이 전해지는 중이다.

일순간이지만, 전능감이 느껴졌다.

마치 무엇이든지 벨 수 있을 것 같은 전능감. 체내의 모든 마력을 검에 쏟아부은 리아엘라는 그런 감정을 느꼈다.


저벅, 저벅.


‘아파.’


몸을 일으킨 채 걷자니 통증이 느껴졌다.

아카멜라의 가시에 당한 건 찬우뿐만이 아니었다. 리아엘라도 당했으며, 그걸 찬우가 회복시킨 것이었다.


물론 장기전이 지속되었으니만큼 마력이 바닥나 온전한 상태로 회복시키지는 못한 듯 보였지만.

작금의 리아엘라에게 있어 약간의 회복 정도면 충분했다. 오히려 차고 넘칠 정도였다.


‘···참아.’


통증을 참았다.

터져 나온 분노로 통증을 덮었다.


억눌렀고, 짓눌렀다.

지금 하려는 일보다 찬란한 일은 존재하지 않을 터였다. 겨우 통증 따위로 거사를 망칠 순 없는 노릇이라, 리아엘라는 아픔을 내치고서 앞으로 나아갔다.


저벅, 저벅.


처음 몇 걸음은 단순 걸음으로.

그러다 템포를 점차 올리는가 싶더니, 이윽고 달리기로 변했다.


아카멜라의 하강 지점으로 이동 중인 리아엘라의 발이 점차 빨라졌다.

달리고, 달린 몸에서 옅은 핏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무시했다. 다시 달렸다. 마력을 쏟아부은 대검만을 쥐고서 달렸다.


“아카, 멜라!”


거리는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좁혀졌다는 표현을 사용해도 될 정도로 지척까지 다다랐다.


어둠이 현현한 전장에 바람이 스치고,

스친 바람이 찰나의 잿빛을 만들어 어둠을 파고든 순간-.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던 아카멜라와,

앞으로 쭉 달리던 리아엘라가 격돌했다.


팅!


“끝인 줄 알, 았어?”


대검은 방벽에 틀어박혔다.

방벽은 급조한 듯 볼품없어 보이나, 리아엘라의 일 합을 막기엔 충분했다.


리아엘라의 공격을 막은 아카멜라가 다시금 조소를 보였다.

다만 말이 뚝뚝 끊기는 것이 아포칼립스를 사용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 같았다. 리아엘라는 아카멜라의 말에 답하지 않고서, 다시 대검을 내질렀다.


쩌적-!


소리가 변했다.

첫 번째 공격이 같은 강도의 물건들이 맞부딪히는 소리였다면,


지금은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유리가 깨지듯, 그리하여 박살이 나듯.

불길하기 그지없는 소리를 낸 방벽에 커다란 큼이 생겼다.


“하아. 여전히 급한 성격이야.”


다만 방벽의 상태를 보고서도 아카멜라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말을 쏟아냈다. 리아엘라는, 이번에도 무시했다.


쩌저적!!


세 번째 공격.

방벽이 깨졌다. 완전히 초전박살이 났다.


내리친 대검이 아래를 향했다. 이제 회수함으로써, 위로 올리고 다시 내치면 아카멜라에게 닿을 수 있었다.

아카멜라를 죽일 수 있었다.


내린 대검을 들어올리고자 리아엘라는 손에 힘을 줬다.


묵직-.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다.


“···.”

“왜, 대검이 안 들려?”

“···무슨, 짓을.”

“무슨 짓이라니. 그저 네가 힘을 너무 많이 쓴 탓에, 바닥나 버린 것뿐인걸.”


아니다.

리아엘라는 아카멜라의 말을 눈앞에서 부정할 수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의 총량은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사실로 미루어 보건대 최소한 대검을 휘두를 정도의 힘은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가시, 몇 번 박혔어? 힘도 제대로 못 쓰는 걸 보니까, 꽤 되는 모양인데?”


라는 의문은 아카멜라의 말에 풀리고 말았다.

아포칼립스가 불러온 종말의 가시.

그것이 리아엘라의 힘을 앗아간 것이다.


“···.”

“이야, 이거 안 됐네. 검을 휘두르지도 못하는 기사라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전신이 굳었다기보단, 힘이 없었다.

손가락 하나 까닥일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사실, 아직까지 대검을 쥐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인 것 같았다.


“거기 사제는 심장에 맞았던데. 꽤 고통스럽겠어.”

“찬우 님을···.”

“아쉬워라~ 아쉬워. 지금쯤 사제는 죽었으려나. 내 가시, 엄청 아프거든.”


힘과 마력의 찬탈.

아카멜라의 가시는 그러한 종류의 힘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끝, 이야?’


그 사실을 깨닫자 리아엘라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끝. 돌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낸 일격이 허사로 돌아갔다. 더 이상 움직일 힘은 없고, 찬우의 지원은 기대조차 힘들었다.

아넬, 나타벨의 생사는 불분명한 상태이며,

그건 아메르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도 알 수 없었다.


패배.

끝에 이어 머릿속을 휘저은 단어였다.


패배라는 말이 잔향처럼 깊숙이 파고들었다. 뇌에 깊게 들어가 그 중심부까지 옥죄든 느낌. 패배의 단어가, 울리듯 머릿속을 뇌까렸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지 않는 편이 나았을지도 몰랐다. 지금 하늘은 어둠에 뒤뎦혀 있을 테니.


지금 리아엘라의 마음처럼, 어둠에 물들어 있을 테니.


“자, 그럼-.”


아카멜라는 품에서 자그마한 단도를 꺼냈다. 마력을 온몸에 두른 평소의 리아엘라라면 모를까, 그녀는 지금 무방비한 상태.

심장을 찔리면 죽고 목을 찔리면 죽는다.

그 만고불변의 사실을 증명하듯, 아카멜라는 웃으며 다가왔다.


“잘 가.”


이윽고 손에 쥔 단도가 내질러지려는 찰나,


우웅.


“···힐(heal).”


그런 소리가 울렸다.

울린 건 비단 소리만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리아엘라의 몸이 활력을 되찾았다. 바닥난 체력도 힘도 모두 복구되듯 체내에 힘이 몰아쳐 왔다.


“···!”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영문은 알 수 없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리아엘라가 아니었다.

그녀는 곧바로 자세를 바꿨다. 앞에서부터 밀려들어오는 단도를 피하고, 동시에 대검을 들어 아카멜라의 목을-.


우웅.


“이런,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 했군요.”


베지 못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막혔다.


다름아닌 빛의 방벽에.

그리고 리아엘라가 알기로, 교회에서 이 정도 마력을 가진 이는 한 명밖에 없었다.


“요, 한!”

“오랜만입니다. 리아엘라 씨. 아니, 그렇게 오래는 아닐는지요.”


교황 요한.

교회의 최고 권력자.


“자, 그럼 일단-.”


그가 출현했다.


“뒤로 물러나 주셔야겠습니다!”

“커헉-.”


순식간에 변했던 상황이, 또 한 번 변화를 거듭했다.

미증류의 힘이 리아엘라의 배를 가격했다.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떠밀리듯, 리아엘라의 몸이 날아가 방패까지 밀려났다.


“리아, 엘라 씨.”


방패 뒤에는 힘겨운 표정으로 힐을 사용한 찬우가 있었다.

반쯤 감긴 눈은 그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는지 증명하는 듯했다.


“찬우 님. 크윽-. 죄송합니다. 실패했습니다.”

“괜찮···.”


찬우의 대딥이 끊긴 건 그때였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돌린 리아엘라가 볼 수 있었던 건, 두 눈이 감긴 채 기절한 찬우였다.


‘···아, 안 돼.’


절로 절망감이 스쳤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실패했다.

허무, 허사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빠르게 처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죠. 전장 합류가 늦은 만큼, 청소해야 할 곳도 많아 보이니까요.”

“알겠어요. 요한 님.”


우웅.


“자, 리아엘라 씨.”


눈앞에서 마력이 모인다.

빛이, 눈조차 가릴 정도로 샛노란 빛이 모인다.


“슬슬 사라질 시간입니다.”


그런 말을 남긴 요한의 손에서 빛이 터져나온 순간.


꽈악-!


리아엘라는 찬우를 감싸듯 안으며 눈을 감았고,

요한은,


촤악-!


아니, 요한의 목이 베였다.

베인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절단된 머리와, 몸은 균형을 잃고 쓰러졌으며 피륙이 쏟아져 나왔다.


설진은 검을 갈무리하며 숨을 삼켰다.

어서 일어나라는 듯, 이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마력을 내뿜으며.


“일어나.”


그리 말했다.

하늘조차 벨 기세의 살기가, 그의 몸에서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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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170화 22.06.26 397 3 11쪽
169 169화 22.06.25 381 3 11쪽
168 168화 22.06.24 386 3 11쪽
167 167화 22.06.23 387 3 12쪽
166 166화 22.06.20 393 3 12쪽
165 165화 22.06.19 393 3 12쪽
164 164화 22.06.18 392 3 12쪽
163 163화 22.06.17 39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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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156화 22.06.06 402 3 11쪽
155 155화 22.06.05 38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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