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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819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7.01 21:30
조회
386
추천
3
글자
12쪽

173화

DUMMY

“찾았다!”


아카멜라의 목소리가 전장을 헤집었다.

후방에서 주문을 외고 있는 찬우에게도 닿을 정도의 울림.


광기에 젖다 못해 확 뒤집어쓴 것 같았다.


슥-.


찬우를 발견한 아카멜라는 왼손을 들어 올리다가, 다시 내렸다.


‘죽여야 해.’


그리 생각했다.

다만 생각한 것과 달리 찬우를 노리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


아넬이나 리아엘라처럼 근접에서 싸우는 타입이 아닌 후방 지원형 타입.

그리하여 저주를 보내도 그 효과가 급속도로 약화된다. 거리가 멀면 멀어질수록 저주의 효과가 감소하는 것을 알기에 아카멜라는 공격하지 않았다.


공격할 수 없었다.


다른 병사들이나 간부라면 모를까, 찬우는 사제.

그것도 제 저주를 해제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찬우를 노리는 것은 힘들었다.


리스크를 무릅쓰고 공격해도 리턴이 현저히 적었다.

공격 자체가 들어가도 외려 마력만 낭비한 꼴이 될 터.


“후우.”


다시, 침착.


냉정해져야 했다. 찬우를 죽이기 위해 흥분을 가라앉혀야 했다.

흥분하다가 일을 그르친 적은 많았다. 그러니 이제 없도록 해야 했다.

베르에게 배웠잖아, 중얼거린 아카멜라는 뜬눈으로 전황을 훑었다.


‘상황은 좋다고 말할 수 없어.’


황실군 전부는 아니지만, 정예라고 할 만한 병력이 아카멜라를 노리고 진격했다.

실제로 꽤 밀리는 중이다. 수적으로는 우위를 점하곤 있지만, 질적으로 밀렸다. 병사 교환비 면에서 압도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었다.


‘다시 아군에게 세뇌를 사용하면···.’


그리하여 자살병으로 만들어버릴 생각을 한 아카멜라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적은 파훼법을 가지고 있었다. 똑같은 수를 또 쓸 수는 없었다.


찬우는 모르겠지만, 아카멜라의 저주는 그리 효율적이지 않다.

거리에 비례해 효과가 떨어지고 시선 대상의 수에 비례해 효과가 떨어진다.

마냥 만능은 아니라는 의미. 결국 의미 없는 소모전이 반복될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손해는 아카멜라 쪽이 더 보게 된다.

현재 황실 정예군- 아카멜라를 잡으러 온 황실군의 간부는 총 넷.

거기다 간부의 실력을 웃도는 사제까지 하나.


그럼 일단 상황은 불리함을 점하고 들어가는 건데,


‘지원을 기다리고 병력을 물려야 하나?’


돌연 아카멜라는 그리 생각했다. 전황은 불리, 질적으로도 불리하니 병력을 물리고 다른 간부의 지원을 기다리자고.


나르시아나 베르라면 작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터였다.

굳이 고위 사제가 아니라도 좋았다. 염원회의 간부 중 몇몇만 가세하면 동수로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지금 염원회는···.’


아카멜라의 고개가 다시금 돌아갔다. 찾는 쪽은 염원회. 근방에 염원회가 몇몇이 있나 살펴보았지만, 그 수는 현저히 적었다.

전황을 바꾸기엔 부족한 숫자. 입술을 살짝 깨문 아카멜라는 호흡을 내뱉었다.


‘그래도 전력의 공백을 메우기엔 충분해. 저들을 이쪽으로 부르고···.’


동시에 체내에 남은 마력을 관조했다. 저주를 연속으로 사용한 상태라 마력이 꽤 많이 남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있었다.

대규모 주문 대여섯 번을 날릴 정도는 있어서, 아카멜라는 손을 들어올렸다.


후우.


천천히 작금의 상황을 복기했다.


‘공격을 시도했다가 되레 밀려 황실 정예군이 진격해 온 상황.’


자살 충동을 넣어 시도한 세뇌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리하여 정예군이 교회의 진영으로 넘어왔고, 아카멜라는 노려지게 되었다.


‘퇴각해도 어느 정도 형세를 유지해야 해.’


광기에 찌들었던 방금은 잊고, 아카멜라는 침착하게 행동했다.

지금은 퇴각할 때였다. 병사들을 물릴 때였다.


‘그래야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전략적 후퇴. 혹은 유인.


땅에 심은 구체를 생각하던 아카멜라는 들어올린 손에서 마력을 내뿜었다.


우웅.


불길함에 찌든 잿빛 마력. 불에 타 재밖에 남지 않은 흔적을 보는 듯했다.


“약화(弱化).”


약화. 디버프 계열 주문이었다.

병사들의 근력과 민첩을 떨어뜨리는 주문. 아카멜라는 시간을 벌 생각으로 작금의 디버프 마법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어둠이 퍼져 나갔다.


“뭐, 뭐야?”

“뭐지. 갑자기 힘이···.”

“저주다! 저쪽 사제가 저주를 걸었어!”


건재했던 황실군의 진격에 흠이 생기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힘과 속도가 모두 떨어졌다. 쉬이 앞으로 나설 순 없을 터.


아카멜라는 교회군에게 병력을 물리라 선언했다. 의문을 가진 병사는 있었지만, 머잖아 퇴각을 완료한 교회군은 전장 이탈에 성공했다.


아카멜라는 침착한 눈빛으로 상황을 훑었다.

지금부터는 상대의 반응이 중요했다.


‘계속 진격? 아니면, 그쪽도 정체?’


만일 이 이상으로 오지 않는다면 아카멜라의 전력 보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일 테고,


계속 진격해 온다면-.


‘전면전을 시작해야 해.’


적당한 때에 다시 병력을 돌려 칠 것이다. 땅에 심어둔 구체는 불리한 정세를 한 번에 뒤집어버릴 만큼 커다란 변수를 지니고 있으니.


스윽-.


고개를 든 아카멜라는 약화 디버프에 걸린 황실군의 몸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찬우와 아메르의 영향이었다. 전쟁에서 아군을 회복시키거나 케어할 수 있는 사제의 존재는 이리도 까다로웠다.


‘···.’


이제 황실군은 약화에서 풀려났다. 곧이어 아카멜라의 눈에 결과가 들어왔다.

이 이상 지체할 필요 없다는 듯 계속해 진격해 오는 황실군의 모습이.


씨익-.


무망중 입꼬리에 미소가 걸렸다. 퇴각을 명령하긴 했지만 아카멜라가 원해서 한 명령은 아니었다. 상황이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내린 명령이지.

하지만 이젠 아니었다. 땅에 심어둔 변수의 활약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카멜라는 퇴각하던 병력을 다시 회군시켰다.


“다시, 공격.”


짧고 굵게, 그런 목소리가 퍼졌다.

그 말에 교회군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카멜라가 앞으로 걸어나가고, 교회군이 황실을 무너뜨릴 기세로 발 빠르게 뛰쳐나간다.


멀찍이서는 다시 싸움을 준비하는 교회군의 모습이 보였다. 아카멜라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더 걸어 나가 주먹을 꽉 쥐었다.

심어둔 구체에 적이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젠 십 미터조차 되지 않았다.


타다다다!


황실군 하나가 그 십 미터의 문턱을 넘은 순간,


“하아.”


아카멜라의 입에서 검은 김이 뿜어져 나왔다.

김은 마치 연기 같았다. 단지 연기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불투명하다 못해 세상을 모두 가릴 정도로 사이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것.


감돈 기운은 서서히 자그마한 구체가 되었다. 구체는 다시 땅으로. 땅에서부터 이동을 시작한 구체는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곳곳에 스며들었다.


스며든 구체가 온전히 퍼져, 잠식이 완료된 것을 확인했을 때.


“모독(冒瀆).”


아카멜라의 저주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뭐, 뭐지 이건?”

“웬 공 같은 게···.”


시작은 땅에서부터 작고 검은 구체가 둥둥 떠오르는 광경이었다.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길한 광경. 그러나 구체는 그저 제 할 일을 하듯 공중을 유영할 뿐이었다.


“하압!”


열댓 개의 구체가 수상스러워 보였는지, 병사 하나가 구체에 검을 휘둘렀지만.


“응?”


구체는 베어지지 않았다. 공기를 벨 수 없듯, 연기를 벨 수 없듯 구체는 그저 반투명하게 공중을 떠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저건.’


한편, 뒤에서 구체가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던 찬우는 의문을 표했다.

이제 아카멜라를 충분히 압박했다고 생각했건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더 남은 것이 있는 것 같았다.


다만 그런 찬우의 걱정과는 별개로 구체는 이동하고만 있었다.

찬우의 뒤로 다섯 개가. 마치 작금의 정예군을 포위하는 듯했다.


“쓸데없는 계략은 안 통한다.”


구체가 퍼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는지, 암살자인 아넬은 빠르게 아카멜라에게 접근했다.

원래라면 거리 탓에 쉬이 접근할 수 없어야 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아카멜라는 최전선에 모습을 드러낸 상태.


‘이대로 시간을 줘선 안 된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 모습이 자못 불길했는지 아넬은 빠르게 아카멜라의 후방을 점했다.

접근에 성공한 몸이 공격 태세로 변해갔다. 든 검에서 푸른 마력이 뿜어져 덧씌워진 순간, 아넬은 아카멜라의 목을 베고자 힘있게 검을 휘둘렀다.


우웅.


“안 통해.”

“···?”


그러나 결과는 실패.

아카멜라를 수호하듯 급작스레 나타난 검은 방벽이 아넬의 검을 막았다.


당황을 삼킨 아넬은 다시금 검격을 내질렀으나,


팅팅!


그것마저도 무위에 돌아갔다. 실드와 비슷해 보이는 스킬이기에 마력을 힘껏 담아 쳤으나 방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황스러워?”


접근한 아넬을 보며 아카멜라는 자그마한 미소를 띠었다.

조소하는 것 같기도 했다. 공격을 성공하지 못한 아넬을 힐난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안 통해서, 당황스러워?”

“개수작 부리지 마라.”

“조금 정도는 진심을 드러내도 되잖아.”


화악!


“커억!”


아카멜라의 등에서부터 솟구친 검은 마력이 아넬을 가격했다.

피하고자 고개를 돌렸지만 공격이 훨씬 더 빨랐다. 기다란 타원처럼 생긴 검은 마력은 아넬의 배를 가격해 뒤로 밀리게끔 만들었다.


아넬은 침을 한 번 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대미지 자체는 크지 않았다. 그저 한 번 밀려난 정도가 끝이었다.


몇 번을 맞아도 다시 싸울 수 있을 정도로 약한 공격이었다.

아넬은 다시금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아카멜라의 목을 베고자 싸웠다.


팅!


그러나 실패. 검은 방벽에 막히고, 막히고, 또 막히어서 무위로 돌아갔다.

다른 병력들과 아카멜라가 분리되어 있기에 시간은 충분했건만,


웅웅.


“솔직히 말해 봐.”


어쩐지, 자신의 힘으로는 저 방벽을 뚫지 못할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방벽을 뚫을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 뚫겠지.”


아카멜라는 여전히 자그마한 조소를 띠며 아넬을 조롱하는 중이다.

그에 떨리는 몸을 부여잡은 채 다시금 공격을 시도한 아넬이었으나,


웅.


이 또한 실패로 돌아갔다.

시간은 충분하건만 공격력이 부족했다. 현재로서 아넬 개인의 힘만으로는 아카멜라의 검은 방벽을 뚫어낼 수 없었다.


“너 정도로는 날 절대 해할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아넬을 바라본 아카멜라는 입을 열며 시선을 옮겼다.

시선이 향한 곳은 다름아닌 아넬의 등.


검은 방벽에 검이 닿았을 때부터 아넬의 등에는 검은 먹구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 작은 크기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카멜라의 검은 방벽은 상대의 공포와 당황을 먹고 자란다. 비롯해 여럿 부정적인 감정을 먹고 먹어 더욱 견고해진다.

어느 정도 저주를 걸어 아넬의 생각을 뒤튼 아카멜라는 다시금 웃었다.


처억.


그리고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마치 꼭 보라는 듯싶다.


“저기, 뒤.”


이윽고 말까지 마치자, 아넬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거리가 꽤 벌어진 상태였기에 시선을 살짝 옮긴 아넬의 눈에 들어온 건,


솨아아-.


저주에 대처하지 못하고,

발끝에 검은 사슬이 묶여 있는.


황실 정예군들이었다.


“모독.”


머잖아 아카멜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 병사들의 다리가 더럽혀졌네.”


이윽고 교회군의 발소리 또한, 귓가를 잠식해 왔다.


“사냥이 시작될 것 같은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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