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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89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6.24 21:30
조회
386
추천
3
글자
11쪽

168화

DUMMY

파지직!


나르시아는 연쇄된 에너지 볼트에 몸을 내주고 말았다.

직격당한 신체 부위는 다름 아닌 배.


찌릿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퍼지는가 싶더니, 이내 저릿한 통증이 올라왔다.


‘음··· 너무 많이 맞아준 거 같은데.’


다만 나르시아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고작 이 정도로는 제자신에게 데미지를 줄 수 없다는 듯 한없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대처 또한 재빨랐다. 에너지 볼트의 여파가 가슴까지 퍼지기 전에, 나르시아는 몸속 마력을 가다듬어 채린의 마력을 밀어냈다.


그리하여 살짝 저릿거리는 정도에 그쳤다. 굳이 비유하자면 정전기보다 조금 더 아픈 것 같았다. 목숨에 지장이 가거나 거동이 불가능하진 않았다.


툭툭.


옷을 턴 나르시아의 표정이 바뀌었다. 평온함에서 못마땅으로.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비음을 흘렸다.


‘···아무리 대충 쏘고 있다지만.’


지금까지 나르시아가 사용한 마법은 마력 탄환.


다만 그것은 제대로 된 영창조차 하지 않고, 그저 손가락을 들어 올려 사용한 열화형 마법에 불과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파괴력은 괴랄했지만 나르시아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마법사를 이기기 위해서는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았다.


‘싫은데. 제대로 하기.’


그러나 별안간 다른 마음이 들었다.

제대로 해야 이길 것 같은데, 제대로 하기가 싫었다.


‘실험당했을 때가 생각나서- 싫은데.’


어릴 적, 지금처럼 게으른 성격이 아니었을 때.

열정을 갖고 마법 연구에 임했을 때를 생각했다.


고작 다섯 살에 불과한 나이에 마법을 사용한 그때가 떠올랐다. 기쁨을 느꼈으나 머잖아 연구를 위한 생체 인간이 되어버린 그때가 뇌리에 맴돌았다.


‘으으음···.’


실험장에서 극적으로 빠져나와 방탕한 천재가 되리라 다짐했던 어릴 적 이후.

나르시아는 진심을 내보이며 싸운 적이 없었다. 교회와 협력에 황실군과 싸웠을 때도, 요한 앞에서도 전력을 다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채린이 강한 힘을 가졌다는 걸 알아도.

그리하여 제 목숨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도.


‘대충 싸우다 지면···.’


나르시아는, 작금의 싸움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 없었다.


‘죽어버리지 뭐.’


* * *


[3]


세 개의 스택이 부여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채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세 개는 고유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최소 조건.


꿰뚫린 다리에서 줄어든 기동성을 어떻게든 극복하기 위해, 채린은 망설임 없이 능력을 사용했다.


“핏빛 저주(Blood Curse)!”


세 개의 스텍이 쌓였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저주.


‘이걸로 출혈을···.’


보통의 마법 공격이 투사체인 것과는 달리, 저주는 그렇지 않았다.

즉발이었다. 눈 깜짝할 새에 발동한 핏빛 저주가 나르시아를 향했다.


“저주? 설마 이것 때문이었어어?”


공중부양을 사용해 에너지 볼트와 아이서클을 능수능란하게 피해온 그녀지만, 이번만큼은 피하지 못했다.

핏빛 저주가 성공적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방증하듯 나르시아의 몸에 시뻘건 피가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어, 이것 때문이었는데?”

“조금은 놀랐어. 그냥 마법산줄 알았는데···.”


출혈이 발동한 곳은 가슴.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이 아니라, 오른쪽 부근에 발동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채린은 그런대로 만족했다. 이미 이것만 해도 유의미한 피해였다.


그동안 직격시킨 에너지 볼트 세 방보다, 핏빛 저주가 더 위협적이었다.

오른쪽 가슴에 손을 올린 나르시아를 보며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으아. 잘못하면 저버리겠는거얼.”


나르시아의 목소리는 애써 무시했다.

저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열이 뻗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괜히 듣고 있다가 신경질만 날 바에야, 차라리 무시해버리는 게 나았다.


채린은 묵묵히 제 할 일에 집중했다. 염원회 간부 사살과 교회군의 공격으로 다량의 마력이 소비되었지만, 아직 여유는 있었다.

천천히 숨을 내쉬며 머릿속에서 불을 떠올렸다. 아까, 염원회 간부의 접근을 막을 때 썼던 파이어 월을 되뇌었다.


우웅-.


그때 당시 채린은 파이어 월을 접근 차단의 용도로 사용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지금 채린이 하고자 하는 일은 봉쇄.


핏빛 저주에 걸린 나르시아와 자신을 묶어둘 생각이었다. 상당량의 마력을 뽑아든 채린은 나르시아를 중심으로 파이어 월을 발동시켰다.


화르르-!


“으음. 빵.”


그 모습을 두고만 볼 순 없었는지, 나르시아는 채린을 향해 마력 탄환을 발사했지만.


흔들-!


“이런, 느낌? 생각보다 성가신 능력인 거 같은데에.”


순식간에 반응해 블링크를 사용한 채린과 미묘하게 맞물린 초점이 빗나감의 결과를 낳았다. 나르시아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작금의 상황을 받아들였다.


지금 채린이 하고자 하는 일은 봉쇄. 즉, 전장을 한정시킨다는 뜻인데.

퇴로를 막는다는 건 오히려 나르시아에게도 환영할 일이었다. 블링크 마법의 반경이 줄어들면 그만큼 마력 탄환을 맞추기도 쉬워지니.


물론 그만큼 채린에게 가는 메리트도 존재했다.

에너지 볼트, 아이서클과 같은 다수의 전개 마법을 사용하는 채린 특성상, 좁은 공간에서 나르시아는 그녀의 공격을 더 많이 허용할 터.


‘그 전에 끝내도록 노력해야겠네에.’


결국 출력 싸움이었다.

누가 더 많은 마법을, 강한 마법을 전개하는지. 그것에 따라 승부가 갈릴 확률이 높았다. 둘은 어느새 원형으로 둘러싸인 불의 벽을 인지했다.


“으아. 이런 거 싫어어.”

“개소리하지 말고.”


지금부터는,


“빠아앙.”

“에너지 볼트!”


쏟아부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했다.

채린이나, 나르시아나. 둘 다 말이다.



파이어 월의 결과는 머잖아 유형화돼 나타났다.

제한된 공간, 피할 곳이 줄어든 대지. 한계치가 있는 천장.


채린은 좁아진 반경 속, 에너지 볼트를 다수 전개했다.


파지직-!


아까와 같이 열 개가량에서 그치지 않았다. 더 많은 마력을 쏟아부어,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최대한의 영창을 외었다.

그러자 등 뒤에서 파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찌나 세게 들리는지, 하늘에서 거센 번개가 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만큼 채린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이례적이었다. 생각만 해 봤지, 실제로 도전해보지 않은 자신의 한계를 하릴없이 내뿜고 있었다.


‘아.’


나르시아는 속으로 말을 뱉으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본 것은 채린. 다중으로 번개 마법을 전개하고 있는 채린이었다.


흡사 광풍이 몰아치듯 살벌한 모습.


‘연구소장이 번개 속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 순간 위압감을 느낀 나르시아가 비음을 흘렸으나,


“자꾸 그 생각이 나면 안 되는데에···.”


이내 다시 정신을 차렸는지, 숨을 몇 번 뱉으며 손가락을 뻗었다.

핏빛 저주는 여전히 가슴에 남아 나르시아를 괴롭히는 중이다. 언제 사라질지, 어떻게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인지라 그녀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초점이 흔들리면···.’


그 흔들리는 초점에, 다시 맞춰 쏘면 될 뿐이다.

남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도 하기 힘든 일이나 그녀에겐 달랐다.


천재.

한때, 그녀는 천재였다. 나태하거나 게으른 천재가 아닌 열정적이다 못해 다섯 살에 마법 전개에 성공한 노력형 천재.


“대충- 조준하고오.”


재능이란 거대한 벽이 나르시아를 지탱해 주고 있었다.

답안지를 옆에 둔 채 문제를 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만큼 나르시아의 눈과 재능은 흔들림 속 정확한 조준점을 찾아냈으며,


“빵.”


머잖아 조준의 결과는, 탄환이 되어 쏘아졌다.

도합 서른이 넘어가는 에너지 볼트와 천재의 마력 탄환이 충돌하듯 맞물린다.


콰아앙!!


귀청이 터지다 못해 부서져 내릴 것 같은 소리.

그만큼 격돌은 살벌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부닥치는 탄환과 에너지 볼트가 서로를 뚫고자 앞으로 나아가더니, 이내 결과가 되어 나타났다.


“아-.”

“으에?”


나르시아의 마력 탄환은 서른 개의 에너지 볼트 중, 스물일곱 개를 파괴했다.

흡수당한 마력 탄환은 제 몸집을 비대하게 늘려갔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아아악!!!”


앞으로, 곧이곧대로 나아간 탄환이 기어코 궤적을 뚫었다.

왼쪽, 왼쪽 방향, 왼쪽의 피부가 갈라졌다. 칼이 어깨를 벤 것만 같은 통증에, 채린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비명을 질렀다.


툭.


눈앞에서 떨어지고 있는 팔 하나가 누구의 것인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서, 채린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소리를 내며 떨어진 왼팔이 마력 탄환의 결과를 방증하는 듯싶다.


꿰뚫린 어깨 사이사이로 피가 터져 나왔다. 아팠다. 미친 듯이 아팠다. 거대한 못을 어깨에 박은 것 같았다. 그리해 터진 것 같았다.

다량의 피가 쏟아졌다. 비명이 피처럼 흘렀다. 신경 조직이, 마치 인대가 끊어지듯 하나하나 단절된다. 고통이, 통증이- 복받쳐 오른다.


“아, 아아아-!”


탑에 들어온 후 처음 겪어본 절단이었다. 가벼운 경상이라면 몰라, 신체 부위 하나가 절단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털썩-.


무릎이 절로 꿇렸다. 아픔에서 발췌된 행동이었다. 더 이상 행동할 수 없을 정도로, 그만큼 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곧이어 몸이 기울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오른쪽으로. 양측에서 평행을 이루던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기울자,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으, 아.’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절규에 사무치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단지 한 움큼 피가 울컥하며 쏟아질 뿐.


고개를 드는 건 사치. 몸을 움직이는 것 또한 무리.

잔여 마력은 있지만 흐트러진 이성이 흐름을 막았다. 영창을 할 수 없었다.


“콜록! 콜록!”


어떻게든 이성을 붙잡아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몸과 머리는 맞물리지 못했다. 머리는 싸움을 계속하라는데, 몸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아. 하아.’


그럼에도- 채린은 애써 무릎을 짚었다. 손을 들어 올렸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건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이 이상 타격을 허용하면 진짜로 죽는다. 목숨이 날아가고 생명이 사라질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아픔을 애써 딛고 일어섰다.


[3]


“하아. 하으으!”


적어도, 상처라도.

타격이라도.


그래서 공격을 지연시키기라도 해야 했다. 떠오른 세 개의 스텍을 확인하고서, 뻗은 손을 말아 주먹을 쥐었다.


“···핏빛, 저주(Blood, Curse).”


목소리는 작았다. 마력 또한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채린의 고유 능력은 집중이 필요한 능력이 아니니. 스텍 그대로, 능력을 발동시킬 수 있는 즉발형 저주였으니.


“으으··· 이건 좀 아픈, 걸.”


멀찍이서 들려온 건 힘이 축 빠진 나르시아의 목소리였다.

고개 너머 입가에 자그마한 피를 흘리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에너지 볼트, 그리고 핏빛 저주가 아예 데미지를 주지 못한 건 아니라는 의미.


채린은 다시금 남은 팔을 뻗었다.

실낱같은 이성을 애써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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