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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91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7.02 21:30
조회
394
추천
3
글자
12쪽

174화

DUMMY

유리했던 전세가 뒤바뀌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카멜라가 심어둔 저주, 모독(冒瀆)은 질긴 구속력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 이백은 넘어가는 정예군일 텐데, 그들 대부분이 다리가 묶였다.


비유가 아니다. 정말로 묶인 것이다.

땅속에서부터 튀어나온 검은 사슬이 병사들의 다리를 잡았다. 이윽고 한데 묶듯 칭칭 감더니만, 이 이상의 전진을 막았다.


“큐어!”


아메르와 찬우가 큐어 주문을 외었지만 무소용.

모독은 정신적인 공격이 아닌 신체 공격에 가까운 것이었다.

큐어가 통할 리 없었다. 힐이나 해제 주문도 마찬가지였다.


‘말도 안 돼···.’


정신적인 공격이 아니라 해제할 수 없다.

저주라기보단 소환에 가까운 공격이었다. 이때부터 이미 모독은 사제의 감당 범위를 훨씬 넘어서 있었다.


괜한 아집으로 시도해 봤자 마력만 날릴 뿐이었다. 입술을 슬며시 깨문 찬우는 주문을 멈추었다.

의문 어린 눈으로 이곳을 바라보는 아메르에게 상황을 간략히 설명했다.


“그럼 이건··· 저희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말입니까?”

“그런 것 같네요. 사제의 영역을 벗어난 공격이에요.”

“그렇다면 대처법은···?”

“···.”


찬우는 침묵을 유지했다.

이는 곧 대처법이 있냐는 말을 부정하는 것이었고, 대답을 들은 아메르는 주먹을 쥔 채 이를 악물었다.


‘저 저주를 어떻게 파훼해야 하지?’


생각했다.

찬우는 생각에 생각을 이어갔다.


난관에 한 번쯤 부딪히리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각오한 바였고, 이미 마주할 준비를 끝낸 시점이었다.

천천히 상황을 관조했다. 파훼 방법이 없는 마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물이 불에 강하고, 불이 나무에 강하듯 상성이란 분명 존재한다.


‘마법 범위.’


전황을 훑었다. 알아낸 사실을 되뇌었다.

확실한 건 아카멜라가 사용한 모독이 후방 부대까진 닿지 않았다는 것.

실제로 최전방과 달리 후방 부대는 모독에 걸려들지 않았다.


이쪽은 발을 움직일 수 있었다. 다만 앞으로 나서기란 애매했다.


‘후방에 있는 건 마법사나 사제들이야. 함으로 나설 수는···.’


마법사에게 근접 전투를 강요할 순 없었다. 강요한다면 적에게 마법사라는 귀중한 전력을 잡아먹으라고 내던지는 꼴이 될 터.

찬우는 다시금 전황을 응시했다. 주시한 것은 아넬, 리아엘라, 나타벨이었다.


무슨 영문인지 그들은 모독에 걸리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다른 황실군 대부분은 발이 묶였을진대, 그들만은 안전했다.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고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었다.


‘개개인의 무력 때문인가.’


아넬, 리아엘라, 나타벨은 강했다. 황실의 간부 역할을 맡을 정도로.

그 때문인지, 그들은 모독에서 안전했다. 발이 묶이지 않았으며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고 검과 방패를 휘두를 수 있었다.


‘강한 사람은 걸리지 않는다··· 귀중한 정보지만 지금 활용할 수는 없어.’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지금 필요한 정보는 아니었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모독을 타개하기 위해선 무언가 다른 행동과 행위가 있어야 했다.


‘···어? 저건.’


그렇게 생각한 찬우 눈에 들어온 것은 리아엘라.

정확히 말하면 리아엘라의 행동이었다.


채앵!


그녀는 아군의 다리를 묶은 사슬을 베어내고 있었다.

물론 사슬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리아엘라의 단련된 신체가 아무리 강고해도, 사슬의 내구성이 훨씬 우월했기 때문이었다.


“아오! 진짜!”

‘···저거, 라면.’


그러나 찬우는 거기에서 한 가지 가능성을 보았다.

아카멜라의 마력이 저주와 부정에 관련된 마력이라면.

그와 상반되는 버프 마법을 부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물론 사람에게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큐어도 힐도 해제 주문도 통하지 않았다. 이미 실패를 겪었는데 또 시도할 정도로 찬우는 멍청하지 않았다.

대신 사슬을 향해 대검을 내리치고 있는 리아엘라를 보며, 아메르에게 말을 걸었다.


“아메르 씨.”

“네.”

“블레스(bless)를 사용해 주세요. 과정은 아까랑 똑같아요.”


블레스. 다른 말로 하면 축복.

아군의 무기에 성스러운 힘을 부여하는 일종의 강화 주문이었다.


“···블레스를요?”

“네! 최대한 빨리요!”


대부분의 병력의 발이 묶인 시점에서 블레스는 대체 왜?

그리 생각하던 아메르는 이내 영창을 시작했다. 찬우의 눈빛이 한없이 진중하고, 진지했기 때문이었다. 주문을 외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았다.


아니, 이미 큰일은 났다.

아카멜라에게 염원회가 가세했다. 그들은 발이 묶인 황실군을 앞에서부터 착실히 제거해 나가고 있었다.


움직이지 못한 채 무력하게 당하기만 하는 병사들을 보며 찬우는 이를 악물었다. 난자하는 피. 흐드러지는 살점이 한없이 무력해 보였다.

병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가만히 서서 검을 휘두르는 것이 전부.

다리가 묶인 병사들의 최후는 참혹했다. 학살이라도 당하듯,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쓸려나갔다.


“블레스!”


옆에서는 블레스를 왼 아메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태껏 하던 대로, 찬우는 아메르의 블레스를 받았다.


우웅.


제 마력을 덧씌웠다.

겹겹이. 둘러싸듯.

강화시킨 블레스에 촉매제를 더했다. 오늘,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해서라도 아카멜라를 죽이리라 다짐한 찬우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이윽고 강화 작업을 전부 마친 찬우는, 리아엘라의 검에 블레스를 부여했다.

검이 빛나고 빛났다. 무슨 일인가 싶던 리아엘라는 이내 사제의 지원임을 알고 힘있게 검을 휘둘렀다.


채앵!


아까 전과는 달랐다. 조금이지만 금이 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리아엘라의 표정이 달라졌다. 희망을 본 얼굴과 함께, 가히 전력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힘을 담아 사슬을 내려쳤다.


까앙!


그리고, 사슬이 깨졌다.

드디어 모독을 타개할 방법을 마련한 것이다. 이미 꽤 많은 병력이 희생되긴 했다만, 지금이라도 대처법을 만든 건 다행인 일이었다.


생각했던 것만큼 결과가 따라준 것이다. 블레스의 강화 효과가 성공적으로 들어갔음을 확인한 찬우는 연이어 주문을 외었다.

나타벨의 지팡이에도, 아넬의 검에도.


특히나 아넬의 경우엔 그것이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블레싱이라는 강화 마법을 부여받음으로써-.


“이건.”


눈앞에 있는 검은 방벽을 돌파할 수 있다는 생각.

아카멜라를 보며 아넬은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이거라면!”

“블레싱? 쓸데없는 주문을···.”


리아엘라가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며 아군의 족쇄를 푸는 동안.

나타벨이 마법으로 아군의 사슬을 부수는 동안.


아넬은 아카멜라의 방벽을 뚫고자 앞으로 나섰다. 자신감은 충만했고, 공격력 또한 크게 강화되었다.

적어도 저주 마법을 사용하는 아카멜라에겐 우위를 점할 수 있을 터.


스릉-.


그리하여 아넬은 아카멜라의 목을 베어버릴 기세로 검을 휘둘렀고,


팅!


“말했잖아.”


여전히.


“쓸데없는 주문이라고.”

“···!”


검은 막혔다.

검은 방벽에 막혔다.


“헛된 희망이라도 품었어?”


다시 시작된 조소가 아넬의 감정을 자극했다.

경거망동하게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넬이지만, 강화 주문을 받고 전력을 다해 내친 일격이 막히니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크읏!”


몸을 물리려 해도 쉬이 물릴 수 없었다. 현재 그는 아카멜라와 일기토를 벌이고 있는 상황. 이런 기회는 다신 없을 것이다.

지금 물러난다면 아카멜라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꼴이 될 터.

그럴 수 없기에 아넬은 검을 들었다. 공격이 막혔음에도. 실패했음에도.


“쓸데없는 주문에, 쓸데없는 객기···.”


다만 현실은 냉혹했다.


“한낱 암살자 때문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렸잖아.”


쯧,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그만 죽어줄래?”


아카멜라의 손바닥에서 질척한 마력이 흘러나왔다. 점멸하듯 빛이 생기고, 다시 집어삼켜진다. 영원한 어둠, 티끌조차 없는 빛이 하릴없이 일렁인다.


“황혼(黃昏).”


리아엘라를 겨냥한 채 쏘아졌던, 찬우의 정화에 막혔던 마법이 다시금 전개된다.

그때처럼 원거리에서 쏘아진 마법이 아니다. 찬우의 정화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아카멜라의 저주의 위력은 거리에 비례한다. 멀리 떨어질수록 위력이 약해진다.

그 말인즉, 가까이 있다면 위력은 가일층 상승한다는 뜻이나 진배없었다.


화아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쏘아지는 황혼에 아넬의 눈빛이 흔들렸다.

본능적으로 짐작했다. 저건, 피할 수 없었다.

너무 가까웠고, 너무 기괴했다. 자극된 공포가 기어나왔다. 두려움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커헉.”


그리하여 적중-.

아카멜라의 황혼은 완벽하게, 아넬의 몸에 틀어박혔다.


“있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카멜라는 연이어 입을 열었다.

황혼에 걸린 아넬에게, 마치 삶의 마감을 바라듯이.


“죽어줄래?”


죽음을 종용했고,


푹.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돌연 세상이 적막에 휩싸였다.

칼과 창을 휘두르는 소리도, 마법을 쏘는 소리도. 모든 것이 들리지 않았다. 마치 세상이 새하얘져, 소리마저 하얘진 것 같았다.


백색. 아넬이 보고 있는 모든 것은 백색.

들리지 않는 것은 소리. 몸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액체도 다만 백색.


아니, 이게 원래 뜨거운 것이었나?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거늘.


그리 생각하던 아넬의 세계에서 삼 초가 흘렀다.

아카멜라는 여유 가득한 표정으로 아넬의 죽음을 지켜보는 중이다. 검을 역수로 쥐어, 제 배를 찔러버린 아넬을 보며 모멸 섞인 조소를 날리고 있었다.


우웅!


“텔레포트!”


그런 둘 사이에 불청객이 끼어든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텔레포트. 블랭크와는 달리,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는 마법.

시전자는 다름 아닌 나타벨이었다. 아넬의 생명 활동이 희미해졌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다급히 텔레포트를 탄 나타벨은, 작금의 상황에 말을 잇지 못했다.


“대체 무슨···!?”


아넬이 쓰러져 있었다. 피가 가득한 몸을 뒤로한 채.

아카멜라의 공격이 아닌 듯 보였다. 아넬의 배에 난 상처는 분명히 검상. 날붙이 따위에 크게 찔려 난 상처였다.


“아카, 멜라.”


검상이건만, 나타벨은 눈앞에 있는 아카멜라에게 적의를 드러냈다.

기실 맞추고 추측할 것도 없었다. 근처에 사람은 없었으되, 아넬과 같이 있었던 이는 아카멜라 하나뿐이었으니까.


“너무 늦은 거 아니야? 그동안 네 동료는 이렇게 죽어가는데.”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질러 줬네.”

“용서받지 못할 짓이라니?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 건 그쪽인데.”


나타벨은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았다. 멀찍이서 아넬의 전투를 보고 어느 정도 확신했다.

아카멜라의 전투력은 상대의 공포와 당혹에 비례한다. 혹은 그를 비롯한 부정적인 감정을 먹고 자라, 힘을 불려 나간다.


그렇기에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경계하며 아넬을 들어 올렸다.


“텔레포-.”

“도망갈 생각 하지 마.”


병사들 쪽 싸움은 몰라도, 지금 상황은 확실히 불리했다.

속히 아넬을 데리고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아카멜라는 그것이 못마땅한지, 입을 열며 마력을 불러들였다.

황혼. 저주가 다시금 실현된다. 나타벨은 실드를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황혼을 어찌어찌 막아내긴 했지만,


“도망가지 마.”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아니, 느낄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의 몸에 내재되어 있어야 할 마력의 조각들이, 전부 퍼져 흩날렸다.


“이미 황혼에 닿은 순간부터, 도망가지 못하겠지만.”


마력을.

마법을.


“···.”


사용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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