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899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6.03 21:30
조회
389
추천
3
글자
11쪽

153화

DUMMY

몬스터의 출현 소식에 집결한 사제는 열.

말인즉 싸워보기도 전에 도망친 사제가 여섯이란 소리였다.


지금 몬스터 앞에 서 있는 사제들은 도합 넷이었다.

열여섯이었던 전투 인원에 비해 굉장히 초라한 숫자. 설진은 반의반도, 반에 반에 반도 아닌 사 분의 일이 되어버린 그들의 모습을 응시했다.


뒷모습만이 보여 표정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몸이 떨리고 있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떨리는 것이 여기까지 보일 지경이다.

개중 검을 든 사제는 총 셋이었는데, 아직 발도마저 하지 못한 이가 둘이었다. 이는 곧 몬스터들의 기세에 압도당했음을 방증하는 듯했다.


크륵- 크르르-!


가래가 끓는 듯한 몬스터들의 괴성이 여기까지 닿았다. 설진에게 있어 이 괴성은 아픔에 몸부림치고 있는 몬스터들의 발악에 불과했지만, 사제들에게 있어서는 달랐다.


그들에게 있어 작금의 소리는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포효이자, 기세 측면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하겠다는 승전가나 다름없었다.

마을 입구를 넘어 저공비행을 이어가던 와이번이 점차 날갯짓했다. 앞으로, 앞으로. 확연한 의지를 가지고서 정면을 향해 비행한다.


달리기 선수만큼 빠른 속도인 것은 맞았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속력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두려움에 몸이 굳은 그들의 눈에는, 와이번의 비행이 마치 성난 멧돼지가 돌진하는 것처럼 보였다.


화악-!!


“커어억!!”

“헤른!”


이윽고 공중을 짓밟는 날갯소리와 사제의 몸이 격돌했다. 아니, 격돌했다고도 볼 수 없었다. 그저 일반적인 추돌사고에 불과한 광경이었다.

헤른이라 불린 남자는 본래 자리에서부터 삼 미터 가까이 날아가 넘어졌다. 몸에 가죽 갑옷을 두르지 않았다면 중상을 피하긴 어려웠을 터.


“으으···.”

“괜찮아?”

“괘, 괜찮아. 그보다 다른 몬스터들도···.”


운좋게 머리 부상은 피한 헤른이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단 한 번, 고작 한 번의 공격을 허용했음에도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몬스터들은, 몸을 재정비할 시간이 줄 만큼 느긋하지 않았다.


캬아악!!


맨손의 리자드맨들이 헤른을 향해 달렸다. 비록 손에 쥔 무기는 없을지라도 도마뱀의 육신은 그들에게 속도를 제공했다.

갈퀴가 난 다리는 인간의 두 배에 다다르는 보폭을 뽐냈다.

성큼성큼-. 마치 이 효과음이 귀에 재생되기라도 하는 듯하다.


이윽고 단 10초.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두 리자드맨은 헤른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이윽고 주먹을 쥐며 공격을 이어가려던 순간,


촤악-!!


헤른의 옆, 그를 부축하고 있던 여사제가 검을 들어 올렸다.


“헤른! 뒤로 빠져!”

“어, 어!”

“썅, 어디서 갑자기 이런 놈들이 나타나서는···!”


퉤. 바닥에 침을 밑은 여사제가 발도한 검을 비스듬히 세웠다.

향한 곳은 리자드맨의 목.

베어버리겠다는 양 강렬한 적의를 품은 육신이 솟구치듯 움직였다.


“죽엇!”


왼발을 앞으로, 오른발을 뒤로. 그 단순한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며 리자드맨의 지척까지 접근했다.

이윽고 검이 목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여사제는 검을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기보다는 찌르기에 가까운 자세였다.


촤악!

캬아아-!!


“크읏!”


결과는- 애매했다. 결과적으로 리자드맨에게 상처를 입히긴 했지만, 그건 목이 아닌 다른 부위였다.

놈이 순식간에 몸을 비틀어 목에게 갈 타격을 어깨로 흘렸기 때문이다.

그 탓에 어깨에서 피가 튀어나오긴 했지만 소량에 불과한 양.

결국 여사제의 공격은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얻은 것이라곤 벌레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걸 알렸다는 것 정도.


“데른! 같이 치자! 네가 왼쪽으로!”

“알았어!”


여사제의 오른쪽, 그곳에 있던 두 남성이 말을 주고받으며 뛰었다. 데른이라 불린 남자는 검을 쥐고 있었지만, 다른 한 명은 창을 쥐고 있었다.


창을 쥔 남자가 나직이 뇌까렸다.

주문을 외는 것 같기도 했다.


실제로 남자의 창에선 희끄무레한 빛이 나고 있었다. 속성이라도 깃든 듯, 확실히 예리함은 늘어난 듯 보였다.


“하압!!”


두 남자와 대적하고 있는 건 두 골렘.

느리지만, 몸이 탄탄하다고 소문난 몬스터들이었다.


실제로 엘리나와 설진 일행도 골렘을 잡는데 꽤 많은 시간을 소요했으니, 그 맷집은 겪어보지 않아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했다.

창을 쥔 남자가 침을 넘기며 달려들었다. 오른쪽에서부터 향한 몸과 희끄무레한 빛이 공명하듯 합쳐져 골렘과 격돌했다.


우어어-!


그런 소리가 났다.


“어···?”


뚫지 못한 골렘의 몸에서, 그런 소리가 났다.

창을 쥔 남자가 당황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빛의 기운까지 사용해가며 내지른 공격이었을진대, 치명상은커녕 유의미한 데미지조차 입히지 못했다.


골렘의 주먹 부분이 깨져 있는 것 같아 보이긴 했으나 그건 자신이 한 것이 아닌, 원래부터 그리돼 있는 것 같았다.

중얼거린 음성이 허무하게 공중을 떠다녔다. 그리고 그건 창을 쥔 남자의 몸도 예외는 아니었다.


‘떴, 어?’


돌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이 아니다. 실제로 골렘에게 날아간 몸은, 이삼 미터를 떠올라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건 높이로도, 넓이로도 그랬다.


콰악!


“커허-.”


머잖아 바닥에 처박힌 몸이 고통을 호소했다. 비명을 지르는 것 같기도 했다. 피가 나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꽤나 적잖은 타격을 받은 듯했다.

콜록- 콜록-. 헛기침이 났다. 창을 쥔 남자는 몸을 일으키려 땅을 짚었지만, 짚어지지 않았다. 땅에 뉘인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아압!!”


왼쪽에서는 또 다른 교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처음부터 왼쪽으로 갈 것임을 암시한 데른이, 검을 쥔 채 골렘에게 달려들었다. 팅-! 그러나 쑤신 검에서 울린 것은 다름 아닌 쇳덩이 소리였다.


“뭐, 뭐 이런.”


분명 돌로 이루어져 있을 터인데.

쇳덩이를 발로 찬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손에선 얼얼한 감각이 느껴졌다. 천천히 다가오는 놈의 주먹이 그리도 빨라 보일 수 없었다.


‘피, 피해야.’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 본능에 기인한 행동.

휘익-. 겨우 골렘의 주먹을 흘려낸 데른의 눈이 커진 것은 찰나였다.


콰광!


“커어어억!!”


골렘의 뒤에서 커다란 손 하나가 날아오는가 싶더니, 이내 몸을 뒤로 날렸다.

붕 뜬 몸이 마치 무중력 상태가 된 것 같았다. 겨우 고쳐 잡은 시선 너머에는 기다란 팔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 하나가 있었다.


“썅··· 뭐야 저건.”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몸이 추락한다. 입에선 피가 쏟아져 나왔다.


직후 데른의 눈이 감겼다. 기절한 것이다. 붕 뜬 충격을 몸이 이기지 못하고 받아들였다. 고스란히 누적된 데미지는 그의 정신을 앗아갔다.


이걸로 삼 대 육.

사제 측이 삼이었다. 눈을 감은 데른을 본 여사제는 그의 이름을 부르짖었으나, 데른의 몸은 반응하지 않았다. 쓰러진 몸은 일어나지 못했다.


하압!!


“데른! 아, 진짜!”


크게 고함을 지르며 눈앞 와이번을 향해 달려들었다. 분노에 찬 검격이고 공격이었다. 저공비행을 이용해가며 요리조리 피해가는 놈이 미웠다.

그렇게 이 분.

서서히 힘이 빠져가는지 검을 휘두르는 여사제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기회라 생각했는지, 와이번이 한순간에 달려들었다.


살이 뜯길 정도로 뾰족해 보이는 이빨이 점차 접근하고 있었다. 방금 데른처럼, 본능에 기인한 검격이 쏟아져 나갔다.


“으, 으아앗!”


여사제는 눈앞의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파삭-.


그건, 그토록 아꼈던 검이 부서지는 소리였으되.

입가에 기다란 칼집이 들어간 와이번의 비명이기도 했으니까.


“허억. 허억!”


말 그대로 우연에 기인한 결과였다. 와이번의 공격 방향과, 여사제의 공격 방향이 우연히 맞아떨어져 입속에 검이 들어갔으니.

운이라 해도 공격이 먹히긴 한 것이다. 와이번이 추락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죽은 건 아니었지만,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듯 보였다.


와이번의 전투 불능으로 인해 이제 쪽수는 삼 대 오.


여전히 사제 측이 불리한 싸움이었다. 다른 건 어찌어찌 대처할 수 있다고 쳐도, 기다란 팔이 하나 있는 몬스터가 문제였다.

라큠이라 명명하는 것조차 모르는 그들로썬, 그놈이 제일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데른. 검 좀 빌릴게.”


여사제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데른의 검을 주워들었다. 본래 쓰던 것보다 무거운 검이었으나, 여사제는 들어올렸다.


“조금만 참아줘. 금방 끝낼 테니까.”


그리 중얼거린 채 다시 전방을 응시한다.

창을 쥔 남자와 헤른이 여사제 옆에서 진영을 만들었다.


필사의 의지였다. 절대로 도망치지 않으리라 선언하는 것 같기도 했다.

셋 모두 몸은 지쳐 있었으되, 눈동자는 오히려 빛났다. 오기로라도 투지를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


‘···.’


그 전투를 지켜보던 설진은 아무 말 없이 저들을 응시했다.

그러고 보니 몬스터와 제대로 싸우기 시작한 저 넷 중 누구도.


···도망치지 않았다.


* * *


그들은 검을 들었다. 창을 들었다.

그제야 설진은 떠올릴 수 있었다.


‘···.’


요한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완전히 뿌리를 뽑아야 할 명백한 ‘악’임에도.

교회의 지지율이 감퇴하지 않은 이유를.


‘후우···.’


그건 요한의 정치 능력 또한 한몫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요인이 더 컸다. 정치 능력보다, 다른 요인이 더 지분이 높았다.


정말로 사람들을 돕는, 사람들을 위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닌 사제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많은 숫자는 아닐지라도- 분명한 건 존재하기는 한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전력 차가 나고 있어도 물러나지 않는 저들이 바로 그 증거였다.


‘···스토리 모드.’


만약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선한 사제가 있는 마을에 설진 일행을 배치한 거라면, 참 악랄하다 싶었다.

동시에 교회 전력이 담긴 서류를 보는 게 왜 그리 쉬었는지 이해가 갔다.


스토리 모드는 다른 층에 비하면 쉬운 편이었다. 지금 상황도 그랬다. 저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몬스터들을 전부 처치하면 클리어되는 것이 지금의 층이었다.

그러나 다른 요인이 발목을 잡았다.

무력적인 어려움이 아닌, 인간으로서. 정확히는 감정으로서의 어려움.


지금이라도 싸우고 있는 사제들을 구하려 나선다면 이 정도 부상으로 끝낼 수 있었다. 기절한 사제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경상의 수준으로 끝낼 수 있다.


다만 그렇게 된다면 교회의 무력함을 충분히 알리지 못한다. 이중성을 충분히 알릴 수 없었다. 교회의 실력과 위기 대처 능력 부족보다는, 황실 병사와의 협력 부분이 더 각광받을 터.


‘이렇게 되면···.’


적당히 하다 도망가리라고 생각했던 설진의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방치하려니 인간의 감정이 심장을 아렸고, 지금 당장 나서서 저들을 구하려니 교회를 완전히 척결하고자 했던 엘리나가 떠올랐다.


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잃는 것과 얻는 것이 있어, 설진은 뜬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던 중 결정한 듯 눈을 빛내더니만,


“···.”


적연부동한 골목의 침묵을 달래듯,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2 182화 22.07.14 387 4 12쪽
181 181화 22.07.11 380 3 12쪽
180 180화 22.07.10 387 3 11쪽
179 179화 22.07.09 388 3 12쪽
178 178화 22.07.08 391 4 12쪽
177 177화 22.07.07 387 3 12쪽
176 176화 22.07.04 384 3 12쪽
175 175화 22.07.03 378 3 11쪽
174 174화 22.07.02 389 3 12쪽
173 173화 22.07.01 381 3 12쪽
172 172화 22.06.30 384 3 11쪽
171 171화 22.06.27 386 3 11쪽
170 170화 22.06.26 392 3 11쪽
169 169화 22.06.25 377 3 11쪽
168 168화 22.06.24 382 3 11쪽
167 167화 22.06.23 383 3 12쪽
166 166화 22.06.20 388 3 12쪽
165 165화 22.06.19 389 3 12쪽
164 164화 22.06.18 388 3 12쪽
163 163화 22.06.17 386 3 11쪽
162 162화 22.06.16 377 3 12쪽
161 161화 22.06.13 387 3 11쪽
160 160화 22.06.12 390 3 12쪽
159 159화 22.06.11 381 3 12쪽
158 158화 22.06.10 388 3 11쪽
157 157화 22.06.09 391 3 11쪽
156 156화 22.06.06 399 3 11쪽
155 155화 22.06.05 385 3 11쪽
154 154화 22.06.04 381 3 11쪽
» 153화 22.06.03 390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