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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898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6.20 21:30
조회
387
추천
3
글자
12쪽

166화

DUMMY

“제대로 할 마음?”


맞는 말이긴 했다.

전장 합류의 우선자가 엘리나가 아닌 요한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마음이 급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하는 상황인 것도 맞았다.


그러나 설진은 다급함을 내보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여유롭게, 급하지 않다는 식의 제스쳐를 취하며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그래, 뭐···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겠네.”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는군. 날 혼란스럽게 만들 셈이냐.”

“그렇게 생각해도 돼.”


검을 비스듬하게 세웠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섰던 자세를 변형시켰다.


“···?”


오른쪽 다리를 뒤로 쭉 빼 자세를 최대한 낮췄다. 달리기 선수가 시합준비를 하듯, 무릎을 굽혀 언제든지 가속도를 받을 수 있게끔 했다.


“후우.”


검을 잡은 두 팔을 위로.

흡사 맹수가 사냥을 시작하는 듯한 모습. 뒤로 쭉 뺀 검끝에 서슬 퍼런 마력이 씌워져 일렁거렸다. 이윽고 목표를 겨누듯 베르의 목을 정조준한다.


그 순간 베르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한 듯했다.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이던 그는 최대한 빠르게 몸을 옆으로 당기려 했지만,


촤악-!


채 1초도 지나지 않은 찰나의 시간. 설진의 검은 이미 베르를 물어뜯고 있었다. 목을 노리는 칼끝이 자못 사나워 보였다.


가속도의 보정을 받은 채 들어오는 공격이었다. 아무리 베르라도 이만한 공격을 받는다면 중상은 면하지 못할 터.

설진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속도를 높였고, 머잖아 도달한 검은 베르를 겨눴다. 살을 꿰뚫는 듯한 감각이 손끝을 타고 밀려들어왔-.


‘어?’


감각이 왔어야 하는데.

그토록 빠른 속도로 몰아친 공격임에도 칼은 허공을 갈랐다. 시원찮게 공기를 가른 검날이 세찬 바람을 쏘아냈다.


“너무 위험한 장난 아닌가.”

“···.”


이윽고 뒤에서 들린 소리에 설진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느새 베르는 설진의 뒤를 점하고 있었다.

귓속을 타고 들려오는 말이 스산했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속도전에서 밀렸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재빨리 검을 들어올렸다.


팅!


검날과 검날은 서로의 몸을 으깨듯 맞물렸으나, 검끝은 그러지 못했다.

왼팔에 기다란 상처가 났다. 뒤늦게라도 반응해 사고가 나는 것은 막았지만, 옅되 길게 베인 왼팔에서 소량의 피가 떨어졌다.


뚝뚝.


붉은 혈액이 낙하하고, 낙하한 피는 땅에 색을 적셨다. 몇 번 겪어보지 못한 상처이고 아픔이었다. 순간 고통이 난자하듯 몸을 파고들었다.


“···가속, 비슷한 건가?”

“호. 알고는 있나 보군.”


가속.

순간적으로 몸의 속도를 더해,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스킬.


저번 상점 스테이지에서 고민하다 사지 않은 스킬 중 하나였다. 그땐 새로운 것을 익히려기보단 본래의 것을 강화시키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었다.


“짜증나는 능력을 가지고 있네.”


지금에 이르러서도 제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가속을 사용하는 적을 실제로 만나 보니 알싸한 기분이 들었다.

능력 자체는 간단명료했으나 효과는 그렇지 않았다. 몸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됨은, 속도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끔 도와주기 때문이다.


“네놈의 능력보다 더할까.”

“그건 칭찬으로 알아들을게.”


돌아오는 화답에 설진은 마력 단검을 만들어서 던졌다. 전부 쳐내거나 피했지만, 애초 맞으라고 던진 것이 아니었는지라 아쉬움은 없었다.

어깨에 이어 왼쪽 팔을 감싸고 있는 선홍빛 마력의 크기가 줄어든 것을 확인한 설진은 다시금 초인을 사용했다.


[초인(다리)가 활성화됩니다.]

[속도가 상승합니다. 도약력이 증가합니다.]

[일시적으로 ‘민첩’ 스텟이 3 상승합니다.]


[민첩 : 36(+14)[+3]]

[잔여 스텟 포인트 : 7]


상대가 속도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만은 냅둘 수 없었다.

설진은 곧바로 초인을 사용, 속도에 관련된 신체 능력을 상승시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속은 제한 시간과 쿨타임이 존재하는 스킬이지만.’


가속이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속도를 낼 수 있는 건 맞았다.

그래해 설진의 공격을 한 번 피했으니.


‘이제 끝난 것 같은데.’


다만 그것이 끝이었다. 베르의 몸에 감돌고 있는 마력의 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가속의 제한 시간이 전부 끝난 듯했다.


속도 증가와 관련된 스킬을 더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나, 개중 하나가 빠진 지금이 기회였다. 설진은 망설임 없이 시스템 창을 조작했다.


[민첩 : 40(+14)[+3]]

[잔여 스텟 포인트 : 3]


초인의 효과까지 포함해, 낼 수 있는 민첩의 한계를 40까지 끌어올렸다.

속전속결로 끝내겠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가속이 없는 지금, 어느 정도 유의미한 공격이 가능할 것이리라 생각한 설진은 빠르게 속도를 높였다.


스릉-.


‘같은 건 안 통하겠지.’


낮은 자세에서 순간적인 가속도로 몰아치는 공격은 이제 통하지 않을 것이다.

빠른 속도를 뽐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나 그만큼 준비시간이 걸리니. 이미 한 번 겪어본 베르는 그 사이에 대처하고자 몰아칠 터.


‘다시 정석으로.’


비스듬히 내린 검을 되튕기듯 회수했다. 오른손으로 잡은 한손검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게끔 한 후, 심호흡을 한 번 내쉬었다.

불안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베르를 바라보며,


타앗!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며 낮게 뛰어올랐다.


“···!”


상상 이상의 속도에 당황했는지 베르의 몸이 순간 주춤했다. 설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곧이곧대로 접근에 성공,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팅!


“크윽!”


첫 번째 공격은 막혔지만, 그리하여 공수가 돌아가야 할 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현재 설진의 스피드는 베르의 예상 외. 베르가 먼저 공격권을 가져가기 전에, 다시금 재빠르게 검을 내질렀다.


팅!


철과 철의 맞부딪힘. 확실히 센스나 본능적인 감각은 인정해 줄 만했다. 베르의 검술과 육감은 상상 이상으로 괴물이었다.

아마 민첩을 40으로 만들지 못했으면 힘들었을 터. 두 번째 공격이 막힌 것을 확인한 설진이 재차 공격을 시도했다.


촤악!


‘미, 친.’


이번에 난 것은 강철음이 아닌 살점을 베는 소리였다. 그러나 설진은 웃을 수 없었다. 베르는, 기행이라도 해도 될 정도로 미친 짓을 벌였다.


‘뭐 이런 괴물 같은 놈이···!’


세 번째 공격. 베르는 방어하지 않았다. 예컨대 방어를 포기하고선 공격에 집중했다. 설진의 공격을 받아주되 자신 또한 공격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촤악-!


그 탓에 오른쪽 어깻죽지가 베였다.

물론 설진 또한 베르의 팔꿈치를 베었지만, 그럼에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베르가 한 짓은 어떻게든 데미지를 욱여넣겠다는 의지에서 발산된 필사즉생(必死卽生).

자신이 먼저 죽기 전에 상대를 죽이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묻어 나왔다. 설진은 네 번째 공격의 시도를 고민하다가, 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고민의 순간, 그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 베르가 검을 내질렀다. 머리를 노려오는 검날에 고개를 젖혀 피했지만, 그는 설진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금 공격권을 잡았다. 연쇄적으로 들어오는 공격에 설진은 적잖이 당황했다.


‘빨라.’


민첩을 40으로 끌어올린 자신이 보기에도 베르의 검은 빨랐다. 아니, 빠르다기보단 경로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왼쪽 어깨가 굽어지는 걸 보고 왼쪽 공격을 예상했더니 느닷없이 오른쪽으로 공격해 왔다. 그마저 어떻게든 피하긴 했지만 오래 지속하기란 힘들었다.


체력과 근력을 최대한 배제하고, 민첩과 마력에 투자한 도적의 단점이었다.

확실히 장기전엔 약하다는 의미. 설진은 이를 악물며 공격을 피하다가, 돌연 몰아쳐 오는 공격에 자신 또한 검을 내질러버렸다.


촤아악-!


“크억!”

“크앗!”


설진은 베르의 왼쪽 가슴을 베었고,

베르는 설진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하아. 하아. 씹.”


급작스럽게 거동이 힘들어졌다. 움직일 때마다 옆구리에서 알싸한 고통이 퍼져 고통으로 화했다. 몸을 움직이고자 허리를 돌리면 상처가 벌어졌다.


“커헉. 콜록- 콜록-!”


그리고 그건 베르도 마찬가지였다. 오른쪽 가슴이라면 그나마 몰라, 왼쪽 가슴을 맞은 건 확실히 컸다.

심장에까지 옮겨 간 데미지가 실시간으로 전해져 왔다. 폐에 피가 들이찬 것 같았고 그 탓에 쉴 새 없이 기침이 나왔다.


터져 나온 기침에는 피가 섞여 있었다. 설진이 움직임에 제한을 먹었듯, 베르 또한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두 검사 모두 확실히 지쳐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눈빛은 전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를 물어뜯겠다는 의지가 내비쳐졌다. 설진이나 베르나, 둘 모두 눈앞의 적을 죽여버려야 한다는 마음만큼은 건재했다.


“하아. 하아.”


베르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강하게 맞았으면, 내뱉은 숨결에 피가 스며 삐져나왔다. 방울이 된 피가 힘없이 낙하했다.


“막지 마라.”


지친 육신을 애써 무시한 베르는, 강고히 목소리를 내었다.


척-.


다시 검을 들었다. 옷은 이미 적실대로 적셔져 붉게 변색되었지만, 입술은 터져 피가 쉼 없이 나오고 있지만, 눈빛만큼은 형형했다.


“막지 말란 말이다.”


든 검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예기가 느껴졌다. 베르가 강제하듯 입을 열었다.


“교회는 그저 황실을 척결할 뿐이다. 그들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다. 지금 황실에게 남은 건 악녀 엘리나와 무능력한 군사들일 뿐이야.”


베르는 고아였다.

부모의 얼굴조차 모른 채 빈민촌으로 쫓겨났으되, 그곳에서도 힘든 생활을 했다.


남의 돈을 훔쳤다. 벽돌을 날랐다. 구걸했다. 타인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댔다.

그리해 구차하게 살았다. 비참한 삶을, 한없이 나락으로 추락한 삶을 구해준 쪽은 황실이 아닌 교회였다.


교회- 요한은 베르를 구원했다. 베르를 불쌍히 여겨 먹을 것을, 입을 것을, 지낼 것을 주었으며 베르는 그렇게 교회에서 키워졌다.


요한의 말을 들어오고 배워오기를, 황실은 썩은 집단이라 들으며 자랐다.

더 이상 존속이 어렵다고.

그들에게 남은 건 폐습뿐이라고.


언젠가, 그들을 척결하고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적어도 베르에게 있어 요한은 정의였다.

구세주였으며 평생을 걸쳐 은혜를 갚아야 할 은인이었다.


그리하여 요한의 말을 따랐다. 온갖 더러운 일을, 수인의 생명을 빼앗는 일을 해왔음에도 불만 한 번 내비치지 않고 요한의 목표를 도왔다.


“그저- 개혁의 시간이 찾아왔을 따름이다.”


푸흡-


“무능력?”


설진은 베르의 말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요한은 베르를 구원한 것이 아니었다. 베르를 악마로 키운 것이다. 사악한 것을 가리키고 행하도록 요구했다.


“무능력이라고?”


알면서도, 베르의 과거를 알면서도 설진은 웃었다. 알지만 도저히 듣고 넘길 수 없는 말이었다. 무능력은, 엘리나가 아닌 요한의 것이다.


원래는 더 참으려 했지만- 더 이상 내버려둘 순 없을 것 같았다.

더 이상 지체하면 귀찮아진다. 설진은 천천히 상황을 관조했다.


둘 모두 중상에 준하는 상처를 입은 상태.

그 상황에서, 설진은 상처를 향해 다가오는 선홍빛 마력을 받아들였다.


“널 원망하진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고유 능력 흡혈이 활성화됩니다.]

[입힌 피해의 20%를 회복합니다.]


“그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


[고유 능력 흡혈이 활성화됩니다.]

[입힌 피해의 20%를 회복합니다.]


[고유 능력 흡혈이 활성화됩니다.]

[입힌 피해의 20%를 회복합니다.]


[고유 능력 흡혈이 활성화됩니다.]

[입힌 피해의 20%를 회복합니다.]


[고유 능력 흡혈이 활성화됩니다.]

[입힌 피해의 20%를 회복합니다.]


[고유 능력 흡혈이 활성화됩니다.]

[입힌 피해의 20%를 회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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