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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니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얀데레가 너무 강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취리니
작품등록일 :
2021.05.12 23:18
최근연재일 :
2021.05.28 19:01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838
추천수 :
46
글자수 :
50,714

작성
21.05.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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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얀데레.

DUMMY

두근. 두근. 두근.

전에 없던 경험이다.

심장이 바로 귀 옆에서 울리듯 빠르게 뛰는 것 같았다.


“아......”


뜨거운 피가 머리로만 쏠리는지 순간 어질한 기운이 들었다.

에밀리는 당황해하는 리온의 얼굴을 떠올렸다.


“귀여워......”


그에게 했던 말은 전부 사실이다.

그를 보지 못하는 동안 힘들었고.

다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걱정이 됐다.

그래서 미치도록 보고싶었다.


“아아. 리온님......”


사랑 고백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말과 행동으로 당연히 알았을 터이다.

그 머저리 같은 라니아라는 여자가 당장 죽여버리고 싶을만큼 거슬렸지만 애써 참았다.


‘일을 그르칠 순 없지. 대업이 코 앞이야. 조금만 참으면 돼.’


그를 만난지 어느덧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부모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 못하고 보육원에서 자랐다.

내성적인 성격 탓인지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런 괴로운 고리를 끊어준게 리온이었다.


‘언제쯤 말할 수 있을까.’


그는 눈부신 존재였다.

외모도 성격도 심지어 가치관도 감히 자신이 넘볼 수 없을만큼 빛났다.


-넌 웃는게 이쁘더라.


저 한 마디가 11살 소녀의 바짝 마른 목숨을 이어가게 했단 걸 그는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에밀리의 빛인 리온은 자신의 길을 가겠다며 반 년 만에 보육원을 떠났다.

하지만 소녀는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바꿔나갔다.

이름도 성격도 모든걸 새 것으로 고쳐갔다. 그가 칭찬해준 미소를 제외하고.


욱씬.


몇 년 간의 헤맴 끝에 종업원을 뽑는 그를 발견했다.

자신이 그때 그 보육원의 소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말을 꺼내는 순간 그 동안 참고 억눌러왔던 모든 감정들이 터질 것이 분명했기에.


-두근!


여전히 빛나는 그가 싫어할게 분명했다.

자신은 더럽고 끈적한 어둠이고 그는 티 한 점 없는 눈부신 빛이니까.


‘그건 싫어.’


사실은 그가 예전의 자신을 기억조차 하지 못할까 무서웠다.

수 년 동안 간직해왔던 자신의 추억이, 희망이 오로지 일방적이었음을 깨닫게 될까봐.


안된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도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만 해. 응 꼭 그래야 돼. 그렇지 않으면 가만 안둬. 죽여버릴거야. 갈기갈기 찢어버릴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내가 어떻게 버텼는데! 그건 아무리 그라고 해도!!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나의 빛이 그럴 리가? 만약 잊은 거라면? 그런 거면? 진짜로 죽일거야? 나의 빛을? 희망을? 그럴 거야?!!


-푸확!


에밀리의 등에서 그림자가 솟구쳤다.

형체를 가진 끈적한 어둠이었다.

추악한 욕망이 가득 뭉쳐서 이루어진 형상 같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심한데.]


“닥쳐어!!!”


날카로운 고성이 울려퍼졌다.

분노, 절망 그리고 슬픔 같은 감정들이 점철된 비명이었다.


“닥쳐.닥쳐.닥쳐.닥쳐!! 네까짓게 뭘 안다고 떠들어!”


-쨍그랑.


에밀리의 그림자가 수십 개의 꼬챙이로 변하며 사방으로 뻗쳤다.

창문이 깨지고 식기들이 터져나갔다. 벽에는 크고 작은 흠집들이 움푹 파였다.


“하아... 하아......”


정적이 흐르고 소녀의 거친 숨소리만이 그 정적을 채웠다.


[진정해라.]


웅혼하게 울려퍼지는 낮은 목소리가 에밀리를 가라앉혔다.


“하아. 오늘은 좀 쉬어야겠어.”


에밀리는 지친 기색으로 홀로 제 몸을 온전히 유지한 의자에 앉았다.

스르르 눈을 감은 에밀리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폭풍전야의 기운이 감돌았던 집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스윽.


집게 모양으로 변한 그림자가 널부러진 바닥의 물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행여나 소녀가 깰까봐서인지 소음 하나 없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

그런 감정으로 가득찼던 소녀는 오늘도 하루를 버텨냈다.




*




“아무리 봐도 신기하단 말이지.”


-콰득! 콰득!


“이런 돌덩이를 부수는게 그렇게 도움이 됐을까?”


나는 지금 수련을 하고있다.

돌을 주먹으로 부수는 수련 말이다.


‘마나를 둘러서.’

‘이렇게!’


-부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애꿎은 돌이 바스라졌다.


“재밌긴 하네.”


살면서 돌을 이렇게 많이 조질 줄은 몰랐다.

현직 소드 마스터가 하라니까 하는거지.

몇 개나 부숴댔을까 슬슬 지겨워 질 때쯤 주변을 둘러봤다.


“없네.”


돌이 없다. 얼만큼 부순거야 나.

인간 분쇄기가 된 기분이다.

돌에 미친 돌성애자에 빙의해 돌을 찾아 걸었다.


“어? 저건 좀 큰데.”


머리통만한 돌이 아닌 내 몸통만한 바위였다.

심지어 내가 부수던 재질의 돌이 아니었다.

대충 눈으로 훑어봐도 그 강도가 달라보였다.


“흐음......?”


저걸 부수면 기분이 째질 것 같긴 한데.


-툭.


역시. 무게도 무게일뿐더러 이 바위를 이루는 입자의 결속력이 단단하기 그지 없다.

어떻게 아냐고? 마나로 훑으니까 그런 것도 되더라.


-마냥 가벼운 조무래기들만 부수면 안돼.


라니아의 당부였다. 자신은 눈에 보이는 족족 부수고 다녔다고.

자신을 믿고 다 부수고 다니라고 했다.


‘그래. 크기만 다른 거라고 생각하자. 고작 이거 가지고 쫄면 안되지.’


자세를 잡았다. 왼발을 앞으로 내딛고 오른손을 뒤로 당겼다.

피륙으로 이루어진 육신을 강철처럼 만들어준 마나가 느껴진다.

전신에 잠재워진 마나를 일깨웠다.


‘깨어나라.’


-우웅.


마나를 언제든지 운용할 수 있게 몸이 달궈지기 시작했다.

몸을 매개체 삼아 공명이 일어난다. 자신감이 차오른다.


‘할 수 있어.’


조금 긴장한 탓일까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전과 다른 상황에 이상했지만 지금은 집중할 때다.


왼발을 축으로 몸을 그대로 틀면서 주먹을 내질렀다.


쉬잇- 콰아아앙!!!!!!


“엇?!”


바위가 말 그대로 터져나갔다. 수천 개의 돌조각들로 깨지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나는 주먹을 지른 상태로 몸이 멈췄다.


“이야 이게 되네.”


기분이 묘했다. 마나가 내 몸에 딱 들어맞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조금 달랐어.’


여태까지 입고있던 어색한 옷을 벗어던지고 움직인 거 같았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봤다.


‘허.’


뭐든지 할 수 있을 거 같은 힘이 느껴진다.

처음 체질을 개선 했을 때 이거면 됐다고 싶었다.

더 이상 나아질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다.

아직 내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조금 설레네.'


예전의 나는 좁디 좁은 우물에서 세상을 올려다 본 개구리였다.

자유롭고 상쾌하다.

지금은 우물 밖으로 나온 개구리다.

세상 모든 걸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라니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앞으론 군말 말고 하라는 대로 해야지.


“응? 무슨 계획?”

“어잇 깜짝이야!”


아 내 심장 떨어질 뻔했네. 언제 온 거지?


“뭐야 언제 왔어?”

“리온이 주먹 지르고 몸이 혼자 고장났을 때?”

“고장이라니 그냥 내 스스로한테 놀라서 그런거야.”

“아아 그런 거구나아. 알았어.”


왠지 지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내 스승이니 넘어가준다.

절대 내가 약해서가 아니다.


“어때. 내가 괜히 시킨게 아닌 거 같지?”

“응. 부정 못하겠네. 이런 건 어떻게 안 거야?”


내 물음에 라니아의 몸이 잠시 멈칫했다.

머리 굴리는게 다 보이는데. 설마 자기도 얻어 걸린 건가.


“설마 스트레스 풀다가 우연히 얻어 걸린 건 아니겠지?”


움찔.


“에이 설마. 천하의 소드 마스터가 그럴 리 없지. 열 받아서 화풀이로 고작 돌멩이만 부수다가 우연히 안 건 아니겠지.”

“다...당연하지 리온! 다 나만의 생각으로 만든 수련법이야. 마나를 순간적으로 끌어내는 걸 반복하면서 몸에 체화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거라구.”

“아하 그런 거였구나.”


더 이상 놀리면 안 된다.

저기 저 널부러진 돌조각들처럼 몸이 쪼개질 수도 있으니까.


“일은 다 끝난 거야?”

“응 아버지가 붙잡는거 뿌리치고 얼른 나왔어.”

“붙잡다니?”

“저녁까지 먹고 가라고 하시길래. 내가 그럴 시간 없다고 했지.”

“무슨 볼 일 있는 거야?”


라니아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리온 너한테 여우들이 붙으면 어떡해. 내가 다 잡아주려고 일찍 온 거야. 다 모피로 만들어 버리게”


‘저건 진심이다.’


이제는 마나를 다룰 수 있기에 알 수 있다.

저 눈에 담긴 일렁이는 마나는 살기를 품고 있다.


“저기... 라니아 내가 말한 거 까먹은건 아니지?”

“응! 안 까먹지 당연히. 걱정하지마 리온. 내가 설마 무턱대고 죽이겠어?”


‘응 충분히 그럴 거 같은데.’


그래도 믿어야지. 아직까진 괜찮은 거 같으니까.


‘아 잠깐만.’


“라니아 근데 생각보다 일찍왔네. 원래 이틀 뒤 쯤에 온다고 하지 않았나?”

“왜? 내가 좀 일찍 오면 안돼?”


라니아가 나를 꿰뚫을 듯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웃고있는 입과는 반대로 싸늘한 눈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안느한테 저녁을 대접해야 하는데. 큰일이다.’


아니지. 내가 눈치를 왜 봐?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네.

물론 내 자신한테 하는 말이다.


“아니 그냥 물어본 거야. 그리고 나 오늘 특급 손님 대접해야 해서 저녁에 바쁠 거 같아.”

“특급 손님이 또 생겼어?”


2년간 라니아와 이곳저곳 다니면서 별별 이야기를 다 해주었다.

우리 가게의 등급제에 관한 얘기도 물론 해줬디.


“이건 비즈니스야 라니아. 그렇게 매번 화내는 식으로 나오면 곤란해. 내가 누누이 말했지?”


어르고 달래야 한다.

짜증을 내는 7살 배기 어린이에게 사탕을 쥐어주듯이.


“나랑 오랜 시간 같이 있었던 라니아 네가 이해해줘.”


사실 이런 말까지 할 이유도 없다. 라니아랑 나는 연인이 아니니까.

하지만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말하기엔 이미 얽혀진 것이 많기에.

조심스러울 뿐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도 모르는 노릇이고.


“으응 알았어......”


풀이 죽은 라니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잘하구 와 리온. 나는 신경쓰지 말고.”


누가봐도 자신을 신경 써달라는 눈빛을 한 라니아가 혼자 걸어갔다.

터벅터벅 끌리는 발걸음이 속상한 그녀의 마음을 비추었다.


여기까지 돌고돌아 나를 찾아왔음을 알기에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라니아를 부르기 위해 입이 살짝 벌려졌다.


멈칫.


아니다. 여기서 내가 붙잡는다면 여지를 주는 거 밖에 더 되나.


‘그냥 두자.’


외형으로는 갸날퍼 보이는 인영이 점점 멀어진다.

육체를 단련하고 마나를 쌓아 올려 강해진다 한들 마음이 상처 입는건 막을 수 없다.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다.

건드려선 안 될 그런 예민하고 나약한 부분들.

모르는 이가 함부로 손을 댔다간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그런 것들 말이다.


어떤 이들은 그걸 역린이라고 부른다.

용의 비늘 중 홀로 반대 방향으로 생겨난 비늘.


나는 라니아의 역린이다.




*




"아빠라고 부를 때가 엊그제 같거늘."


철혈의 공작이라 부르는 카르멘.

그는 상심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허어... 술집 주인이라."


처음엔 그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의 소중한 자식에게도 사생활이 있으니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문이 그의 다짐을 산산조각 내었다.


-셀티온 가의 영애가 술집에서 산다더라.

-수련하다가 미쳐서 반반한 남자에게 빠졌다더라.

-검에 흥미를 잃고 술에 빠져 산다더라.


감히 셀티온 가의 일원 그것도 자신의 딸에게 그런 소문이 붙었다.

어떤 상황이 됐다고 한들 셀티온 가의 권세를 봤을 때 지금의 상황은 수상했다.

철혈의 공작이라 불리는 자신이 가주로 있는 세월 동안 그런 불명예스러운 소문 따윈 붙지 않았다.

그랬다간 피의 철퇴가 날라올 것이 뻔했기에.


"무언가 잡스런 것들이 붙은 게 분명하다."


가문 내에서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기사들은 진실된 정보만 가져온다.

그 사실을 안 순간 곧바로 처단에 들어갔다.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지만 곧이어 다른 정보가 들어오리라.


'그나저나.'


자신의 딸이 한 남자에게 연정을 품은 건 확실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볼 일이 있어 얼른 가야 한다던 딸의 눈에는 그리움과 기쁨이 담겨 있었다.


'왜 분노가 같이 느껴졌는지 궁금하지만.'


자신의 눈에는 여전히 보살핌이 필요한 자식이지만.

세간에선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명예로운 기사였다.

아버지인 자신이 해야할 일은 옆에서 지켜보며 조언만 해주면 충분했다.


'만에 하나 내 딸을 울리기라도 한다면.'


카르멘의 눈이 번뜩였다.


"내 검의 명예를 걸고 죽여주지."


낮게 으르렁 거리는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작가의말

찐 얀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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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재회 그리고 여정. +2 21.05.19 145 2 11쪽
5 두 번째 여자. +3 21.05.18 164 6 16쪽
4 마나 부조화 +1 21.05.15 209 5 14쪽
3 재앙의 시작. +5 21.05.14 240 7 11쪽
2 재회 +2 21.05.13 305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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