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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니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얀데레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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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니
작품등록일 :
2021.05.12 23:18
최근연재일 :
2021.05.28 19:01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840
추천수 :
46
글자수 :
50,714

작성
21.05.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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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두 번째 여자.

DUMMY

검을 배우고 마나를 깨우친지 하루만에 내가 환생한 사실을 같이 깨달았다.


제국 전역에 위용을 떨치는 검술 명가의 막내로 태어났다.

그에 걸맞게 대단한 재능도 가졌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기대어린 시선들 속에서 나름 행복하게 살아왔지만.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스러웠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어떤 기적이 일어나도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검에 매진했다. 자는 순간을 제외한 모든 순간을 오로지 검에만 정신을 두었다.

그렇게 감정들을 애써 묻어두며 꾸역꾸역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최연소 소드 마스터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얻었다.

하지만 목표로 세워놨던 경지를 달성하자 다시 삶의 의미를 잃었다.

검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울적한 마음으로 밖을 나섰다. 그러다 그를 만났다.


눈앞에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같이 환생을 하다니.

소드 마스터가 됐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희열이 전신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그가 희귀한 체질인걸 알았다. 저주같은 병에 가까운 체질이었다.


문득 그가 내게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업고 달려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정말 못된 생각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는 떨어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가 바라는 걸 해주리라.

만약 그가 데이토나의 이론대로 몸을 고치고 홀로 우뚝 서게 된다면.

나 또한 그의 옆을 지키고 있으면 될 테니까.


누가 그 길을 방해한다면, 그게 누구든지 간에


‘죽인다.’




*




“리온이랑 같이 가는건 좋지만 위험할까봐 조금 걱정이야.”

“나는 그것보다도 재료들를 다 구할 수 있을지가 걱정인데.”


내가 구해야 할 재료들은 총 다섯 가지였다.


대우림 숲에서 서식한다는 그레이트 킹 베어즈의 웅담.

드워프들이 사용하는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의 정수.

드높은 고원 아래 절벽에서 열린다는 푸른 라올리아의 열매.

헬리오스 북부 지역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블랙 드레이크의 심장.

바이칼 왕국 지하 비밀고에 숨겨진 세계수의 나뭇가지.


‘이름만 들어도 벌써 힘들다.’


죽어도 같이 돕겠다는 라니아였다.

혼자서 자신이 다 구해오겠다는 소리에 기겁을 하고 말렸다.


‘절대 안되지. 구해오면 그 뒤를 감당 못해.’


대가 없는 호의는 절대 없으니까.


“그런데 자리를 그렇게 오래 비워도 되겠어?”

“응! 아버지한테 잘 말하면 돼.”


전략 병기로 취급되는게 소드 마스터다.

일인군단급의 힘을 갖춘 그들은 제국 내에서도 10명 언저리라고 들었다.


‘그만큼 행동 하나하나 여파가 클텐데.’


조금 걱정은 되지만 허세 부릴 사람은 아니니까.


“리온 가게는 어떡하게?”

“일단 운영하긴 해야하니까 에밀... 직원들한테 맡기고 가야겠지?”


-까드득.


“...으응 그렇구나.”


방금 이가 갈리는 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

조심하자.


“리온 경매장 한번 가볼래?”

“경매장?”

“응. 거기는 없는게 없을 정도로 이것저것 많다고 하더라구. 혹시 알아? 하나라도 찾을지.”

“음 좋긴 한데 경매가 붙으면 비싸지 않을까. 우리가 구하는게 좀 귀해야 말이지.”

“내가 있잖아 리온. 있는거 다 빌려줄게.”


라니아가 배시시 웃으며 내게 달라 붙었다.

으음...


‘돈을 다 써서라도 내 돈으로 해야겠다.’


돈 까지 빌미로 줬다간 영혼까지 저당 잡힐 거 같으니깐.


“그..그래 우선 내 돈으로 해보지 뭐.”




*




웅혼함이 느껴지는 거대한 저택 안.

서늘한 안광을 품은 중년의 사내가 집무실로 보이는 방 안에 앉아 있었다.

그가 걸친 옷은 겉으로 봤을 땐 투박해 보였지만 그 소재를 안다면 경악을 내지를 만한 것이었다.


그 소재는 작은 드래곤이라는 이명이 붙은 블랙 드레이크였다.

가장 질기다는 등껍질 가죽을 수 천 수 만 번의 무두질 끝에 만든 옷이기에.

신축성부터 시작해 물리력과 마법에 대한 강한 내성까지 소유했다.


-똑똑.


“베르델입니다.”

“들어오라.”


냉막한 인상의 젊은 사내가 들어와 중년의 사내에게 예를 취했다.


“라니아 드 셀티온 경께서 돌아오셨습니다.”


거친 풍파를 겪은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중년의 사내.

카르멘 드 위 셀티온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알겠다. 돌아가보도록.”

“그리고 곧장 발길을 이곳으로 향하셨습니다.”

“으음...! 그래 얼른 나가보도록 해라.”


소식을 전한 기사 베르델을 물리치고 얼마 안 가 카르멘의 입이 열렸다.


“들어오거라.”


문 앞에서 멈칫한 라니아는 조심스레 열고 들어와 카르멘을 응시했다.


“그래. 생각은 잘 정리했느냐?”

“네 아버지. 갑자기 나가서 놀라셨죠.”


라니아는 조금 어색한 듯한 어조로 카르멘의 눈치를 살폈다.


“네가 마음을 다잡았으면 그걸로 됐다.”


카르멘은 라니아의 전신을 순식간에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다친 곳은 없는거 같구나.”

“저 소드 마스터에요 아버지.”


옅은 미소를 짓는 라니아의 모습에 카르멘은 헛기침을 터뜨렸다.


“크음...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당분간 이곳저곳 좀 다녀보려구요.”

“정한 곳은 있고?”

“우선 경매장에 한번 들른 다음에 대우림 숲으로 갈까 해요.”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말하거라 구해다 주마.”

“아니요. 직접 제 힘으로 구해야해요.”


라니아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 정도면 금방 다녀오겠구나.”

“아뇨. 그 다음엔 바이칼 왕궁이에요.”

“뭐...뭣?”


좀처럼 놀라움이란 감정을 비치지 않는 카르멘이 크게 반문했다.


“드워프들이 사는 곳들도 가고... 아무튼 멀리 다녀올 거라 꽤 걸릴 거에요.”

“라...라니아 그럼 수행 기사들이라도 데려가는건 어떻겠느냐.”

“그건 안돼요. 걱정하실까봐 사실대로 말하긴 했지만 그건 양보 못해요.”


애원하듯 말하는 카르멘의 모습에도 라니아는 뜻을 바꾸지 않았다.


“챙길 건 제가 알아서 챙겨 갈게요.”


라니아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카르멘을 보며 조심스레 덧붙였다.


“갔다 올게요...... 아빠.”


라니아는 말을 뱉곤 도망치듯 빠르게 방문을 열고 나갔다.


-철컥.


문이 닫히자 카르멘의 몸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 떨림이 커짐과 동시에 카르멘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참으려는 모습이었다.


“아빠... 라니아가 날 아빠라고 부르다니.”


철혈의 공작 카르멘.


그는 딸 바보였다.




*




단아하고 청순한 여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굴곡진 몸매에 긴 생머리는 요리에 열중한 탓에 살랑살랑 흔들렸다.


-탁탁탁탁탁


재료를 다듬는 솜씨가 상당하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국이 뿌연 수증기를 내뿜는다.


좋다. 너무 좋다. 내가 바라던 이상향.

돌고 돌아 안착하게된 그런 이상향의 꿈 같던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앞에 있는 사랑스런 여인이 내가 평생을 함께 할 그런 사람이겠지.


“저......”


조심스럽게 불러본다. 뭐 때문인지 내 반려자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기에.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천천히 느긋하게 얼굴이 보였다.


“불렀어 리온?”


귀 밑까지 찢어진 커어어어어다란 입이 웃음을 짓는다.

지금은 라니아가 된 한지연이었다.

.

.

.


“으아아악!!”


참 뭣 같은 꿈이네.


‘어우 심장이야.’


“...얼른 챙겨야지.”


내가 없을 때를 대비해 가게에 인수인계는 모두 마쳤다.

이제 경매장에 가서 라니아와 함께 목록에 있는 재료들을 찾아야 한다.


“아침부터 뭔가 느낌이 좋지 않은데.”


계획 첫 날부터 악몽인게 꺼림칙하지만.

뭐 어때.


‘별 일이야 있겠어.’




*




형형색색의 옷을 뽐내는 군중들이 경매장 안을 채우고 있었다.


“사람들이 꽤나 많네?”

“응 아무래도 경매장에 올라오는 물건들이 꽤나 귀하니까.”


라니아는 나와 같이 있는게 그저 좋은지 팔짱을 낀 채 베시시 웃었다.

가면 틈 사이로 보이는 눈가가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가면 답답하지 않아?”

“움... 몇 번 쓰다보니까 괜찮던데? 귀찮아지는 것 보단 낫지.”


라니아 말로는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 치고 어중이 떠중이는 없다고 한다.

그중에 라니아를 모를만한 사람들도 거의 없기에 가면을 쓴다고 했다.


“맨 얼굴로 다니면 다들 너무 쳐다보고 날파리도 꼬여서 가면이 훨씬 편해. 리온도 잘생겨서 안 쓰면 꽤나 귀찮아질걸?”

“그것도 그렇겠네.”

“하핫. 자신감은 여전하네 리온.”


사실은 사실이니까. 괜히 제국 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술집이 아니다.

사장인 나를 보러온 손님이 대부분이니 검증은 된 셈이지.


“그런데 저런 잡상인들도 많을 줄은 몰랐어.”


거리에는 좌판대를 펼쳐놓고 희귀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상당히 많았다.


“응. 아무래도 경매가 열리기까지 심심할 테니까. 저래 보여도 파는 물건들은 거의 다 최상급이야.”

“그래 보이긴 하네. 허... 저 술은 나도 가까스로 구한건데.”


두 달은 족히 걸려서 구한 진오크 트리 명주가 한 대머리 상인의 손에 들려 있었다.

나무에 잘 열리지도 않는 열매를 적어도 7년간 잘 숙성시키면 희대의 명주로 탄생한다.


‘애초에 나무도 몇 없어서 구하기 힘들었던 건데.’


“중간에 갖고 싶은거 있음 말해. 내가 선물로 하나 사줄게.”

“알았어. 경매는 언제쯤 시작이야?”

“이제 곧 시작할 거야. 자리 잡을 겸 미리 가보자.”


순간 왠지 모르게 아침에 꿨던 악몽이 떠올랐다.


‘훠이훠이.’


머리를 거칠게 흔들며 잡생각을 떨쳐냈다.

꿈은 꿈이니까.




*




“4만 5천 골드! 4만 5천 골드 나왔습니다! 그 이상 부르실 분 없으십니까?”


경매는 꽤나 재밌었다.


“없으면 마무리 하겠습니다. 3! 2! 1! 붉은 오크 주술사의 지팡이 123번 분께 낙찰됐습니다!”


‘진짜 별게 다 나오네.’


제일 신기한 건 그거였지.


‘이고르의 하얀 불알이었나.’


너무 강렬한 이름이어서 까먹기 힘들었다.

진행자의 설명으론 그걸 같이 제공되는 제조법으로 달여 먹으면 정력 증진과 피부에도 좋다고 했다.


‘뭔 놈의 불알이 2만 골드가 넘는지.’


경매가 한창 진행 중이던 와중 반대편 좌석에 앉은 고양이 가면의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계속 쳐다보네......’


코 위쪽만 가리는 반가면이었기에 씨익 올라간 입꼬리가 보였다.

피부색이 여기선 꽤나 보기 힘든 옅은 브라운 색이었다.


‘눈에 띄긴 해.’


최고급 태닝샵에서 태운 것 같이 매력적인 색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돈도 엄청 많은거 같은데.’


본인이 참가한 경매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끝까지 입찰표를 들어올렸다.

지금까지 낙찰된 경매품만 해도 십만 골드가 넘었으니까.


“자 이번에 나올 물건은 여태 나온 것들과 비교도 안되는 경매품입니다!”


진행자가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저 멀리 아론 고원에서만 자란다는 희귀한 식물의 열매입니다! 맨 몸으론 갈 수 없는 험한 절벽에서나 자라는 식물이기에 아론의 고고한 열매라고도 불리죠!”


‘설마.’


“주인공은 바로 라올리아의 열매입니다!”


-!!!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거렸다.


“리온!! 들었어?”

“응 나도 들었어.”


여기서 이렇게 쉽게 발견하다니.

조금 전까지 있던 악몽의 꺼림칙함이 사라지는 것 같다.


“10년 주기로 한번씩 열리기에 그 존재는 더욱이 희귀합니다. 전신의 혈맥을 포함해 장기들까지 강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죠. 자! 4만 골드부터 경매 들어가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입찰표를 들어올렸다.


“네! 47번 4만 골드 나왔습니다!” 아 네 곧바로 25번 4만 5천 골드 나옵니다!“


역시 저 열매를 노리는건 나만이 아니었다.


“......39번 5만 골드 나왔습니다! 열기가 아주 상당한데요!”


나는 생각보다 가라앉지 않는 경쟁자들의 분위기에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리온 걱정하지마 내가 5만 골드까지 갖고왔어.”

“고마워.”


1골드면 평민이 며칠 간 밥이며 옷이며 사치 부릴 수 있는 돈이다.


‘5만 골드를 잠시 받는건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래 이번에는 물불 가릴 때가 아니다.

내가 끌어모은 5만 골드도 합치면 10만 골드까지는 충분하다.


그때였다.


반대편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누군가 숫자가 적힌 입찰표를 들어올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네! 77번 6만 골드 나왔습니다!! 이분은 참가했다 하면 모두 낙찰시키는 호쾌함을 보여주셨는데요! 다른 분 없으십니까!”


고양이 반가면의 여자였다.


‘제발. 굳이 저 열매에 10만 골드까지 쓰진 않겠지.’


그래 저 열매는 꼭 내가 갖는다.




*




물론 그건 내 바램이었다.


“77번 9만 골드 나왔습니다!”


저 악마같은 반가면은 보란 듯이 나를 쳐다보며 만 골드 단위로 경매가를 올렸고,


“벌써 9만 골드라니......”


나는 팔을 부르르 떨며 입찰표를 올렸다.


“47번 9만 5천 골드 나왔습니다!”


‘제발 이제 좀 나가 떨어져라.’


어림도 없었다.

돈 지랄인게 분명한 고양이 반가면 여자가 피식 웃으며 입찰표를 들었다.


“12만 골드 나왔습니다!! 가격을 높게 올리면서 낙찰에 대한 의지를 굳건히 내보입니다!!”


망했다. 더 이상은 한계다.


“이익......!”


라니아가 이쪽을 묘한 웃음과 함께 보고있는 반가면 여자를 째려봤다.

내가 가만히 있자 진행자는 카운트를 셌다.


“...1! 라올리아의 열매는 77번 분께 낙찰됐습니다!”

“리온 미안해. 이럴 줄 알았으면 돈을 좀 모아놨을텐데......”


라니아는 풀 죽은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아니야.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나저나 저 사람은 엄청 부잔가봐.”


반가면의 여자와 눈이 마주치자 내게 입찰표를 들고 손을 흔들었다.


“저게!!”

“참아 라니아. 가서 뭐 어쩌려구.”


나는 뛰쳐나갈 기세로 나서려는 라니아의 손목을 붙잡았다.


“으응... 알았어.”


라니아가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내게 맞췄다.

라니아가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내게 맞췄다.

내가 손목을 잡을 줄은 몰랐나 보다.


‘설마 일부러 노린 건 아니겠지.’


“한번 물어나 볼까. 양보해 줄 수 없냐고.”


우연인지 아니면 내 말을 들었는지 반가면 여자가 내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유유히 걸어오는 여인의 걸음에 여유가 흘러 넘쳤다.


“보니까 열매를 갖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금빛을 띄는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나른한 말투의 듣기 좋은 미성이 귓가를 간질이는 듯 했다.


“네 혹시 실례지만 급하지 않으시면 양보해 주실 수 있을까요? 수중에 있는 돈이 10만 골드라 나머지 잔금은 꼭 치러드릴게요. 더 원하시면 얹어 드릴 수 있습니다”


‘창고에 있는 술을 좀 팔면 돈이 꽤 될 테니까.’


간곡히 부탁하는 내 어조에 라니아의 기세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눈 앞의 여자는 꿈쩍도 하지 않고 나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흐음 사실 딱히 급하진 않은데... 돈도 충분히 많고요.”

“혹시 어떻게 안 될까요? 제가 정말 급해서 그렇습니다.”


이 여자가 갑. 내가 을이다.

재력으로나 절박함으로나 꿀릴 것이 없는 여자.


‘확 꼬셔버릴까. 아니야 아니야.’


옆의 라니아도 있을뿐더러 만만치 않은 여자로 보인다.


‘괜히 역효과만 날지도.’


그런데 문득 묘한 기시감이 어디선가 밀려왔다.

처음보는 사람이었지만 어디선가 겪어본 듯한 익숙한 분위기.

순간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워냈다.


‘에이 설마.’


환생이 그렇게나 흔한 건 아닐 거다.

심지어 아는 사람일 확률은 더더욱 아니지.


“저를 설득시켜 보세요. 아쉬운 건 그쪽이니까.”


금안의 여자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묘하게 들던 기시감은 옅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나를 설득시켜 봐. 내가 널 놔줘야 하는 이유.


이지훈 시절 내가 두 번째로 애를 먹었었던 여자.


“이연희...?”


그녀의 이름이 저절로 입 밖으로 새어나왔고,


“뭐?”


여유만만하던 금안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번쩍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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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재회 그리고 여정. +2 21.05.19 145 2 11쪽
» 두 번째 여자. +3 21.05.18 165 6 16쪽
4 마나 부조화 +1 21.05.15 209 5 14쪽
3 재앙의 시작. +5 21.05.14 240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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