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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니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얀데레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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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니
작품등록일 :
2021.05.12 23:18
최근연재일 :
2021.05.28 19:01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836
추천수 :
46
글자수 :
50,714

작성
21.05.14 19:15
조회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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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재앙의 시작.

DUMMY

23살에, 그러니까 대한민국 이지훈 시절 한창 날아다닐 때였다.

여자를 대하는 화술은 갈수록 다듬어져 완성형에 가까워졌다.

외모도 앳된 티를 벗은 뒤였기에 남성미 또한 더해져 금상첨화였다.


그렇게 내 도화살 팔자를 제대로 누리고 있을 때 한 여자를 만났다.


내 말을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외모던 마음씨던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그런 이상적인 여자.

‘이런 여자라면 한 1년쯤은 사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여태 교제하는 기간이 길어야 세 달을 못 넘긴걸 보면 처음에 꽤나 좋아했나 보다.


‘내가 미쳤지.’


천사의 탈을 쓴 악마였다. 하긴 누가 알아챌까.

그녀는 감쪽같은 연기력으로 자신의 시커먼 속내를 숨겼다.

그 속내는 내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범법 행위까지 포함된 유형의 것이었다.


핸드폰에 존재하는 정보란 정보들은 그녀의 손바닥 안이었다.

잠금 비밀번호, SNS 활동, 주고받은 메시지, 사진첩 등 모든게 말이다.

이건 기본이다. 심지어 내 지문까...


“지훈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응... 그냥 뭐 이런저런?”


꼬이다 못해 뒤틀려버린 사랑은 거짓말을 낳는 거위가 됐다.

배를 가르고 싶지도 않은 그런 위험한 거위.


“걱정하지마. 나 이제 변했어. 예전의 한지연이 아니야.”

“......”

“진짜라니까... 환생까지 한 마당에 내가 거짓말 하겠어? 여기서 몇 년을 보냈는데.”


뒤틀린 사랑으로 인한 왜곡된 기억은 다시 진실로 변한다.

물론 그 진실은 이 무서운 거위에게만 해당된다.


“그러니까 너무 울상 짓지마. 걱정 할 만한 일은 안 만들어.”

“알았지...?”


한지연은 귓가에 대고 한 줄기 가벼운 숨결을 불며 나지막이 말했다.

순간 오싹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잘생긴 얼굴로 침울해하니까 그거대로 있어 보이네 히.”


나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에서 나오는 거짓말은 모두 진실로 화하는 것.

그게 한지연이란 사람의 모순적인 양날의 신념이다.


‘그러니까 절대 안 믿는다.’


“그래 뭐 일단 알겠어. 그리고 내 이름은 이제 리온이야 예전 이름으로 부르지마.”

“아... 너무 반가워서 그랬어. 미안해 리온!”


한지연이 찰랑이는 머릿결을 한쪽으로 숙이며 사과를 한다.

그 어떤 남자가 보기에도 아찔한 모습이지만 호수처럼 잔잔해진 내 마음은 변함없다.


“여기서 부르는 이름은 뭐야?


겨우 이름 하나 물어봤다. 그런데 저 표정은 정말인지...


“내 이름을 물어볼 줄은 몰랐어!! 정말 기뻐.”


얼른 대답하라는 표정으로 응시하자 밝게 달아오른 얼굴을 애써 가다듬는다.


“라니아. 라니아 드 셀티온. 이게 내 이름이야.”


라니아는 활짝 웃었다.



환생자들간의 첫 통성명이자,



재앙의 시작이었다.




*




‘아니 잠깐... 셀티온?’


간신히 가라앉힌 심장이 다시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드’라는 호칭이 명예롭고 높은 신분의 귀족을 뜻하는건 알고 있다.


‘근데 셀티온은 좀 아니지.’


헬리오스 제국에서 둘째라면 서럽다는 검술명가.

그 주인공이 바로 셀티온 가문 되시겠다.

수 많은 치열한 세대 교체 속에서 전쟁 혹은 암투를 굳건히 막아내던 개국공신.


제국을 지키는 검. 기사들의 낙원. 뭇 남자들의 환상이자 동경.

보다시피 붙은 수식어가 상당하다.


“아...!”


이제 생각났다. 라니아 드 셀티온.

셀티온 가문의 사랑받는 막내이자 역대 최연소 소드마스터.


‘그걸 왜 이제 떠올리냐.’


그녀를 만난게 어지간히 충격이긴 했나보다.

귀족들의 세상에 발을 들이지 않은 나도 가끔가다 들을 정도로 유명인사였다.


검은 머리색은 마족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불길한 취급을 받는다.

그런 허무맹랑한 미신 따위를 쏙 들어가게 만든게 라니아다.


검에 대한 압도적인 재능과 수려한 외모는 그녀가 오롯이 그 존재를 드러낼 수 있게 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일정한 선을 긋기에 ‘장미의 기사’라고도 불리는 그녀인데.


“이렇게 높으신 분인줄 몰랐는데 말이야.”

“헤헤 그치? 나도 처음엔 깜짝 놀랐다니까.”

“이제 내가 존댓말 써야하는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 나 서운해.”


입을 삐죽 내밀곤 사춘기의 풋풋한 소녀처럼 몸을 이리저리 꼬는 이 모습을 누가 알까.


“앞으로 라니아라고 불러줘 리온.”

“그래도 돼?”

“응.”

“난 일개 평민이야. 내가 너를 감히 쳐다보지 못할 그런 신분 차이인데?.”


거리를 두는 듯한 내 말에 라니아가 선홍빛의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럼 우리 둘이 있을 때만이라도 불러줘.”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 했나.


나는 라니아의 눈동자 속에 슬쩍 비춰진 광기를 읽었다.

아주 잠깐, 찰나의 순간이기에 나만이 알 수 있다.

애써 감추려하지만 폭발하기 직전인 뒤틀린 감정을.


“알았어. 라니아.”


이 광기를 잠재우는게 우선이다.


“응 고마워!”


이빨을 드러낸 맹수에서 순한 강아지로 변한 라니아가 갑자기 우물쭈물거린다.


“왜? 할 말 있어?”

“응 그게 아니라... 아까 나 때문에 장사에 피해 입은 거 같아서.”

“아 그거?”

“미안해.”


조울증 환자 저리가라 하는 감정기복이다.

순한 강아지에서 비에 젖은 강아지가 된 라니아의 시선은 갈 곳을 잃은 채 이리저리 놓였다.


“너무 반가워서 그랬어... 다음엔 그런 일 없도록 할게......”

“괜찮아. 다음엔 조심해줘.”


미안해 할 만 하지.

가게에서 소드 마스터인 라니아가 일으킨 풍압에 의한 기물파손. 그로 인해 흐려진 가게 분위기는 분명 피해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손님들한테 사과를 하긴 했지만.’


흠 하나 없는 보석과 자그마한 생채기 하나라도 난 보석의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

장사란 것도 비슷하다. 여태까지 자잘한 사고없이 잘 운영한 내 가게는 완전무결한 보석이었다.

라니아가 오기 전까지 말이다.


“그런데 무슨 일로 혼자서 술을 마시러 온거야?”

“아 응... 요즘 검이 손에 잘 안 잡혀서.”


라니아는 고개를 기울인 채 짙은 검정색 머리칼을 검지로 빙빙 돌렸다.


“약간의 일탈이라고 해야하나.”


싱그러운 미소가 오로지 나를 향해 지어진다. 누군가는 억만금을 줘서라도 보고싶다고 말할 그런 미소였다.


“그럼 몰래 나온거야?”

“아니. 그냥 하던 거 때려치고 나왔는데?”


그래 그럴 줄 알았다. 그 성격 어디 안 가지.


“방금 이상한 생각했지.”

“아니 별 생각 안 했는데.”


예리한 것.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레 흘기는 눈빛이 내겐 무섭기만 하다.


검 하나로 바위를 잡초 베는 듯 서걱하고 가르는게 소드 마스터라고 했다.

검으로 바위 베는게 말이야 쉽지 솔직히 판타지 세계라서 수긍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경지이기에 강대국 중 하나인 이곳 헬리오스 제국에서조차 소드 마스터의 존재는 귀했다.


“그나저나 라니아 너 정도 되면 행적이 다 남지 않아? 무려 셀티온 가문의 소드 마스턴데.”


귀찮아 지는건 딱 질색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귀족들의 세계에 엮이는건 더더욱 싫고.


“응 원래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수행 기사랑 이것저것 있었는데.”

“있었는데?”

“소드 마스터 되자마자 다 치워버렸어.”

“불행 중 다행이네.”


아 나도 모르게 말해버렸다.


“불행은 뭔데? 뭐 때문에 불행이라고 한 거야?”

“아니 그냥 누군가 따라다니는게 귀찮고 불편하잖아. 그래서 불행 중 다행이다 이거지.”

“흐응 그런거야? 이상하긴 한데 그냥 넘어갈게.”


‘큰일날 뻔 했네.’


억지에 가까운 내 헛소리에 그냥 넘어가는 라니아가 처음으로 고마웠다.


“내가 재밌는거 보여줄까?”

“으응...?”


‘뭘 보여주려고 그런 표정으로 말하는거야.’


나무에 기대있던 라니아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스르릉.


왠지 모르게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검집에서 청아한 소리와 함께 검신이 드러났다.

은빛의 얇은 검날에는 음각으로 정밀히 새겨진 문양들이 자리했다.

검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현묘한 기운이 느껴지는게 딱 봐도 명검 같았다.


“요즘 연습 중인 기술인데 아직 아무한테도 안 보여줬어.”


라니아는 싱긋 웃곤 스무 걸음 정도 떨어진 바위를 응시했다.

성인 남성 두 명이 끌어안아도 한 뼘은 남을 법한 크기의 바위였다.


“후우...... 스읍.”


라니아가 숨을 가볍게 털어내고 다시 들이마셨다.

아무 생각없이 내쉬던 내 숨과 비교되는 깊은 호흡이었다.


오른손에 쥔 검을 수평으로 세워 허리 뒤까지 당긴다.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처럼 극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잠깐 이건.’


그렇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당기더니 주변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라니... 크윽!”


‘큰일이다. 갑자기 저런 강대한 마나가 모이면...!’


-우웅.

"멈... 윽!"


욱씬거리는 심장의 고통이 쥐어짜내던 목소리마저 집어 삼켰다.

집중한 탓에 내 말을 듣지 못했는지 라니아의 모습은 여전히 고요했다.

무형의 기운이 나선형을 그리며 검신을 감싸오르고 정점에 이르는 순간.


───!


공기가 찢기는 소리와 함께 검 끝이 허공을 꿰뚫었다.


-퍼석!


“쿨럭-!”


바위에 구멍이 뚫리는 소리와 함께 내가 각혈하는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휘몰아치듯 몰린 마나에 감응한 내 육체가 파르르 떨려왔다.


“리온!!!!”


절규하듯 내 이름을 입에 담으며 라니아가 뛰어왔다.


“리온!! 무슨 일이야!!! 갑자기 피는 왜 나오는건데!!!”

“마나...를 쓸 줄 알았으면... 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머리가 핑하고 돌며 눈 앞의 라니아가 순간 흐릿해졌다.


“내가... 좀 약하거든... 마나가 일어나면... 몸이 반응..”

“알았으니까 말하지말고 가만히 있어!!!”


라니아는 그 귀해보이는 명검을 안중에도 없다는 듯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부드러운 실크 소재의 흰 소매로 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조금만 참아! 의사한테 데리고 갈게!!”

“괜찮아... 조금 있으면 나아질 거야.”

"괜찮기는!! 혈색이 이렇게 안 좋은데!"


왈칵 쏟아져 나온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며 애써 침착하려는 모습이 안쓰럽다.


‘이럴 때 보면 참 이쁜데.’


그 와중에 이런 생각이 드는 나도 참 구제불능이네.


“나한테 업혀!”


기절한 것처럼 축 늘어진 내 몸이 라니아에게 업혀진다. 라니아의 어깨는 덩치가 꽤나 있는 나를 업기에 가녀렸다. 실제로도 그랬고.


‘마나를 안 쓰는건가.’


내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순수한 육체 힘으로만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마나를 썼으면 날아다니듯 움직였겠지.’


너무 강대한 마나에 반응한 탓일까 어지러운 현상이 꽤나 길게 간다.


‘정신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도리어 더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라니아의 옆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슬픔, 당황, 충격 등의 감정들이 느껴지는데.


의식을 놓기 직전 소름이 돋았다.


마지막으로 보인 그녀의 입가는 옅은 호선을 그리며 미소를 띄었고 눈에는 이런 감정이 보였다.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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