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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적장 서재

이계군단 소환술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김동하
작품등록일 :
2021.06.12 15:14
최근연재일 :
2021.07.04 21:39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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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59
추천수 :
303
글자수 :
107,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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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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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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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_레드피아 (6)

.




DUMMY

7_레드피아 (6)









“이 미친 조센징···아니 선생님. 대체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


고속비행 스킬을 해제하려던 나는 놈의 입에서 나온 ‘조센징’이란 낱말에 생각을 달리했다. 나는 나카무라가 탄 지프를 붙든 채 호문조의 거대한 날개를 휘저었다. 그러자 지프가 공중에 뜨기 시작했다.


“우와왁! 이 미친 새끼야. 인질 구했으면 됐잖아! 너 이 새끼 혹시 IHO헌터인 거냐?”

“글쎄다.”


나는 놈이 지껄일수록 더 높이 날아올랐다.

어느 덧 백여 미터의 상공.

더 높이 오를 수도 있지만 이 정도 높이가 더 현실감이 있어 공포심을 일으키기 좋아보였다.


“그, 그만!”

“궁금하네.”

“뭐, 뭐든 물어만 보십쇼.”


‘반말을 하던 존대를 하던 하나만 해라.’


나는 차창 너머로 나카무라의 눈을 마주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정말 궁금해. C급 각성자는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아이고 선생님, 이 높이면 C급이든 B급이든 즉사입니다.”

“그럼 미꾸라지는?”

“네?”

“너 같은 미꾸라지는 어떻게 되냐고.”


순간 나카무라의 눈이 이글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놈은 금세 울먹거리는 눈으로 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잘못했습니다. 여기 공단이 문제라면 당장 폐쇄조치하지요. 아니 그럴 거 있습니까. 보시다시피 이미 반파 상태 아닙니까?”

“흠······.”


나는 슬쩍 손에서 힘을 뺐다. 지프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우와왓!”


- 덜컹.


지프가 이십여 미터 쯤 추락했을 때 나는 다시 지프를 붙잡았다.

나카무라는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설마 지린 건 아니지?”

“······.”


고개를 든 나카무라는 동공이 풀려 있었다. 반쯤 넋이 나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되겠다 싶었다.


“그러게 왜 자꾸 거짓말을 해.”

“거짓말이라뇨?”

“공장 폐쇄니 어쩌니 하는 소리 말야.”

“거짓말 아닙니다!”

“또 거짓말 하네. 너한테 그런 권한이 없는 거 다 알고 있어. 누가 사이비 교주 아니랄까봐 거짓말을 달고 사는군.”

“젠장. 대체 나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냐?”


지금껏 한 연기가 들켜서인지 나카무라는 얼굴이 불콰해졌다.

그냥 처리해도 될 놈을 내가 이렇게까지 추궁한 건 놈의 배후를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호문조의 시야를 한 내게는 선팅 된 차창 너머의 핸드폰이 스피커폰 모드인 것도 훤히 보이고 있는 중이니까.


“다른 건 몰라도 네 놈이 들러리인건 잘 알지. 슬슬 나타날 때가 된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어디선가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마탄이 장전된 대공포들이 나를 향해 발포되고 있었다.


“저 미친 새끼들이 나까지 맞으면 어쩌라고······.”


나카무라는 말을 마칠 수 없었다. 날아오는 마탄포들 중 하나에 지프를 집어던졌으니까.


- 퍼어엉!


‘칫. 목숨줄 하나는 질기네.’


지프가 폭격되기 직전 나카무라는 지프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떨어지는 그를 각성자로 보이는 레드피아 조직원 한 녀석이 받아냈다.


- 두두두두.


‘어랍쇼. 헬기까지.’


헬기 두 대가 모습을 보이더니 나를 향해 기관포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아시아의 레드피아라지만 타 국가에서 헬기까지 띄우다니. 그것도 다름 아닌 북한의 영토에서 말이다. 이전의 세상이었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서 북한은 사실상 국가기능이 마비상태. 본래의 북한은 다른 건 몰라도 국방력 하나는 상당한 국가였다. 하지만 각성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고부터는 이전의 무기들은 쓸모가 없어진 상태. 하다못해 무기 수출 또한 셔터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치안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나는 다가오는 헬기 한 대의 아랫부분으로 파고들어 연료통 부분을 가시생쥐의 가시로 푹 찔렀다 뺐다. 나머지 헬기에도 마저 연료탱크에 구멍을 낸 뒤 지상으로 내려왔다. 연료를 상실한 헬기들은 다급히 비상착륙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 대가리를 찾아볼까.’


이건 뭐 일개 중대 규모였다. 각종 화기로 무장한 병력들과 장갑차들이 나를 포위하며 다가왔다. 그러나 군왕모드인 내게는 날아드는 마탄의 수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 두두두두.

- 퍼엉. 퍼엉.


나는 날아드는 마탄들을 피하거나 쳐내며 가장 화력이 집중된 지점으로 다가갔다.

그때 장갑차 근처에 있던 지프 차량에서 누군가 손을 드는 게 보였다.


‘저놈이 대가리인가.’


놈이 차에서 내리자 연달아 발포되던 화기들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평범한 각성자가 아니군.”

“당신도 군인으로 보이진 않는군.”


실제로 사내는 군복차림도 아니었다. 볼에 긴 흉터가 있는 걸 제외하면 차라리 은행원이라 해야 믿어질 만한 단정한 복장.

검은 정장을 빼입은 사는 피식 웃으며 여유를 보였다.


“나카무라가 벌인 짓은 사과하지.”

“마치 당신은 몰랐던 일인 것처럼 말하네.”

“훗. 각성자들의 마력을 추출한 부분이라면 내가 승인했네. 하지만 인질들을 처형한 건 나도 몰랐던 일이야.”


거짓말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마력추출 자체는 상관없다는 것처럼 들리네.”

“지금의 세상. 자네 같은 각성자, 그것도 상위 각성자야 두 손 들고 반길 일이겠지. 하지만 말야 나 같은 비각성자는 입장이 달라.”


녀석의 이름은 조두호.

제일교포 출신인 그는 훗날 지금의 아시아 레드피아를 반각성자 조직으로 변모시킬 인물이었다.

자신이 비각성자라는 그의 말은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어디까지나 공식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이제 보니 당신도 나카무라랑 별반 다를 게 없군.”

“무슨 의미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시선 말야. 나로서는 인간이란 존재가 각성자와 비각성자, 그렇게 칼로 자르듯 나눠서 볼 수 있는 존재라고는 보여 지지 않은데 말야.”

“그래? 내가 보기에는 그쪽이야말로 현실을 회피하려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닌가?”


현실회피라는 말은 조두호의 의도와는 다르게 내 심장에 꽂혔다. 어찌 보면 내게 있어 지열구 자체가 현실회피의 도구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다는 건가. 다들 현실을 살아가지만 현실만 바라보며 살아가지는 않는다. 인간은 상상하기 마련이니까. 그 상상의 방향성이 어느 쪽이야 하는 차이만 있을 뿐.


“그런 당신이 만들고픈 현실은 어떤 거지?”

“별 거 없어. 나는 본래의 현실을 회복시키고 싶을 뿐이야. 이 빌어먹을 세계를 이전으로 돌리고 싶다는 의지 말일세.”


궁극적인 목적은 나와 같다는 건가.


비단 나와 조두호만이 그런 건 아닐 거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발자취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럴 때 스스로가 가치 있는 존재로 여겨지니까. 그러나 같은 의도를 갖는 다고해서 다 옳은 건 아니다.


“좋은 말이긴 한데 일단 가슴에 손을 한 번 올려보는 게 어때? 그게 당신 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변명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

“몇몇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 때문에 그러나?”

“일단 그 몇몇에 당신 가족부터 대입해보면 계산이 쉬울 것도 같은데.”

“큭큭. 이제 보니 감상적인 사람이었군. 언제나 당신 같은 사람들은 대의를 그르치기 마련이지. 설득을 해볼까 싶었는데 아군으로 두기에는 위험한 인물이야.”


설득? 사실 조두호는 처음부터 날 설득할 생각이 없었다. 나를 설득하는 것처럼 보인 말들은 결국 수하들에게 자신의 정당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쇼맨십에 불과한 것이니까.

사실 그 부분이 좀 까다로웠다. 단순히 조두호의 목을 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란 의미니까. 조두호를 제거해도 그의 영향을 받은 누군가가 그의 자리를 대신할 거다. 그래서 이 피곤한 입씨름을 조금은 더 이어갈 필요가 있었다.


“말로는 비각성자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떠들지만 같이 있는 자들은 하나같이 각성자로 보이는데? 아닌가?”

“정의에 이르는 과정이 전부 순결할 수는 없는 일이지. 이들은 고결한 순교자라네.”


조두호의 발언에 그의 측근들의 눈에 감격스러움이 가득 찼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이 내게 돌아왔을 때는 적의로 바뀌었다. 내가 어떤 말을 한들 저들의 마음을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잽이 아닌 훅이었다.


나는 다리에 마력을 집중시킨 뒤 튕겨지듯 조두호에게 파고들었다. 놀란 조직원들이 화기를 겨누었으나 이미 나는 조두호의 코앞이었다.


‘이제 그만 정체를 까발리시지.’


나는 머뭇거림 없이 조두호의 안면을 향해 라이트훅을 날렸다. 조두호가 비각성자라면 이번 일격으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었다.


- 퍽!


내가 내지른 주먹은 조두호의 손바닥 안에 갇혀있었다.


“분명 비각성자라고 들은 것 같은데?”

“큭. 이 자식 정체가 뭐냐?”


놀랄 수밖에. 놈이 각성자란 사실은 나카무라를 제외한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었다.

조두호를 따르는 이들은 그가 비각성자란 사실에 열광하는 것이었다. 비각성자임에도 각성자들을 상대하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범함. 자신의 논리를 몸소 실천하는 언행일치. 그런 이유로 그는 이 거대한 조직의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철저하게 비밀리에 부치고 있었으나 그는 이미 각성자였던 것이다.


“나카무라 이 자식!”


조두호가 뒤쪽에 있던 나카무라를 노려보았다.

나카무라는 손사래를 치기 시작했다.


“오, 오해십니다. 저는 절대 말하지 않았습니다. 믿어주십시오!”


그러나 지금 조두호가 신경을 써야할 건 나카무라가 아니었다. 그의 주위에 있던 조직원들이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일제히 조두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쉽군. 이젠 널 살려줄 수가 없게 됐다.”

“내 걱정 할 때가 아닐 텐데.”

“허허. 이거 너무 만만하게 보였나 보군. 우리 조직이 이 정도로 흔들릴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순간 그의 눈빛에 붉은 이채가 스쳤다. 동시에 그의 수하들 눈에서도 붉은 이채가 건 듯 스쳤다 사라졌다.


‘<의리>스킬인가.’


조두호의 달변을 보완하는 스킬 ‘의리’는 조직원들로 하여금 강한 연대감을 고양하는 스킬이었다. 훗날 김두한이 놈의 배후를 택한 것도 이 스킬의 영향이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판단했는지 조두호는 본격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조두호는 A급 각성자. 물론 일대일로는 군왕모드인 내 우위가 확실하지만 놈에게는 마탄으로 무장한 조직원들이 다수 함께였다.


‘오래 끌면 불리하다.’


조두호의 손에는 어느새 단검이 소환돼 있었다. 조두호의 단검이 급소들을 연이어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나는 손날로 단검을 쳐내며 맞받아치기 시작했다.

조두호와의 거리가 조금이라도 벌어지면 마탄들이 빗발쳤기에 나는 최대한 근접전으로 승부를 보고자 노력했다.

그때였다. 예상치 못한 알림창이 뜬 것은.


[스킬 ‘작가의 시선’이 관리국의 레이더망을 역감지 했습니다. 관리국이 형평성을 벗어난 힘이 감지하고 출처를 추적중입니다. 군왕모드가 비상 종료됩니다. 10, 9, 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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