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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적장 서재

이계군단 소환술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김동하
작품등록일 :
2021.06.12 15:14
최근연재일 :
2021.07.04 21:39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3,552
추천수 :
303
글자수 :
107,136

작성
21.06.27 21:02
조회
292
추천
8
글자
12쪽

7_레드피아 (1)

.




DUMMY

7_레드피아 (1)








나는 박주은의 캐물음에도 끝내 자세한 대답을 해주지 않고 호텔로 돌아왔다.

방구석과는 앞으로도 종종 부딪힐 수밖에 없는 운명. 내게도 그에 대비한 보험이 필요했다.

마침 방구석의 혼백의식을 보다보니 <지열구>의 방구석이 어떤 놈인지 추가로 기억이 떠올랐다.


‘흐흐. 방구석 이 자식 이 동영상을 보며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


그러나 흥분을 잘하는 박주은에게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제대로 써먹기도 전에 말이 샐 수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호텔에서는 민경식과 그의 수하들로 보이는 자들이 부산히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나는 곧장 민경식에게 다가가 물었다.


“당신은! ···알려줄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가면을 벗은 상태였다.

민경식이 경계하는 수상한 인물로 돌아온 셈.


“이곳에 제 가족이 있습니다.”


가족이란 말에 민경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수에게 인간 가족이 있지는 않을 테니까.


“···실은 시나리오가 끝나자마자 기습이 있었습니다.”


‘기습?’


민경식의 표정을 보니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기습이라 하면··· 부상자가 있습니까?”

“···그게 투숙객들이 사라졌습니다.”


예슬이와 친구들도 사라졌다는 건가. 가슴이 철렁했다.

민경식과 그의 팀원들, 그리고 다솜이까지 있었음에도 기습이 통했다면 심각한 상황이었다.


*


정신을 차린 다솜이 처음 본 건 붉은 창살이었다.


‘여긴?’


사방이 붉은 창살로 막힌 감옥. 그녀는 감옥에 갇혀있었다.

감옥 안에는 그녀처럼 갇힌 사람들이 더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죄수복 차림인 사람은 없었다.

그때 창살 밖으로 붉은 복면을 쓴 사람 한 명이 지나갔다. 그러자 다솜은 의식을 잃기 전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시나리오는 종료된 시점이었다.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흐르던 것도 잠시. 위층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어 붉은 복면 위로 방독면을 쓴 사람들이 지하로 들이닥쳤다.

미처 대비태세를 갖추기도 전에 흰 연기가 퍼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콜록거리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다솜이 역시도 이렇다 할 반격도 하기 전에 연기를 흡입했고 의식을 잃었었다.


“이봐요. 이게 무슨 짓이에요!”


다솜이의 외침에 창살 밖 붉은 복면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복면은 이상한 손 모양을 보인 뒤 그대로 자리를 이탈했다.


“이봐요! 뭐라고 말 좀 해줘요!”

“소용없어요.”


대답이 들린 건 창살 밖이 아닌 안이었다.

소리 난 곳을 돌아보니 배가 볼록한 여자가 다솜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여자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배를 감싸고 있었다. 다솜은 그때서야 여자가 만삭의 임산부임을 알아챘다.

주위를 둘러보니 수감소가 비좁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대부분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게 대체······.’


뒤늦게 함께 있던 친구들을 떠올린 다솜은 감옥 안의 사람들 얼굴을 살피기 시작했다.


“혜지야! 정신 차려봐.”


다솜이가 쓰러져 있는 혜지의 어깨를 흔들자 혜지가 서서히 눈을 떴다.


“으음···다솜아. 여긴 어디야?”


뒤늦게 수상한 낌새를 느낀 혜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다솜으로서는 해줄 대답이 없었다.

다솜은 예슬이를 찾아 쓰러진 사람들의 얼굴을 다시금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슬이는 없었다.


‘분명 가까운 곳에 있을 텐데.’


다솜이는 불안해하는 혜지를 진정시킨 뒤 철창으로 다가갔다. 일단은 감옥을 빠져나가야 했다.


“이까짓 거. 이얏!”


어떻게 된 걸까.

충분히 구부릴 수 있다고 생각했건만 창살은 조금도 휘지 않았다.

그런 다솜을 보고 만삭의 임산부가 힘없이 물었다.


“학생, 혹시 각성자인가요?”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이 정도는 충분히······.”


다솜은 재차 창살을 휘기 위해 힘을 쥐어짰다. 그럼에도 창살은 요지부동이었다.

완력만 놓고 보면 공명과 맞먹을 정도인 그녀로서는 충격이 컸다.


‘꿈인가?’


어이없는 상황에 현실을 부정하던 다솜을 향해 임산부 여인이 입을 열었다.


“그거 일반 철이 아니래요. 다른 각성자들도 시도해봤지만 소용없었어요. 바르···뭐라던데.”

“바르바듐이요?”

“맞아요. 그거랬어요.”


다솜은 그때서야 자신의 완력이 통하지 않는 게 이해됐다. 누군가 열쇠를 이용해 열어주지 않는 이상 꼼짝없이 갇힌 신세.

그러자 다시금 누가, 왜 이런 짓을 벌인 건지 의문이 들었다.


“혹시 누가 이랬는지 아세요?”

“그건 몰라요. 하지만 우릴 어떻게 할 건지는 알죠.”


혜지의 떨리는 목소리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 어떻게 하는데요?”


그러자 임산부가 자신의 부른 배를 내려다보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인신공양을 할 거예요.”


*


“마피아요?”


나는 민팀장의 대답에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네. 각성자들로 이뤄진 국제 신흥마피아입니다. 종교적인 색채를 띠면서 불법을 합법으로 위장하는 세력이죠. IHO에서는 그들을 레드피아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레드피아라. 나로서도 이미 잘 알고 있는 범죄조직이었다.

놈들은 단순한 범죄집단이 아니었다.

아포칼립스를 모티프로 하는 강력한 신흥종교와 결탁한 범죄세력. 은밀하면서도 과격한 집단으로 IHO조차 전면전을 꺼려하는 거대집단이었다.

그러나 내가 알기론 레드피아가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건 10단계 시나리오 전후부터였다. 그런데 왜?


1단계 시나리오의 조기발동도 그렇고 본래의 <지열구>와는 조금씩 흐름이 틀어지고 있었다. 어쩌면 소설이 현실에 강제 오버랩 되면서 발생한 뒤틀림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현시점에서 10단계 시나리오의 간극을 넘어설 정도의 개연성 파괴가 이뤄지기는 힘들 텐데······.


잠시 생각에 잠겼던 나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나는 민팀장을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건 레드피아 짓이 아닙니다.”

“그럼 저희가 헛짚었다는 겁니까?”

“아니라고는 못하겠군요. 이건 레드피아 짓으로 위장하고 싶은 자들의 소행이니까요.”


내 단호한 발언에도 민팀장은 나를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어차피 그의 동의 여부는 상관없었다. 나는 나대로 움직이면 그만이니까.

그 사이 민경식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네. 지금 같이 있습니다. 네? 하지만···지시라니 따르긴 하겠지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네. 바꿔드리죠.”


민경식이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넘겨주었다.


“지부장님이십니다.”


구웅진 지부장이?

나는 민경식의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접니다.”

“그렇잖아도 따로 연락을 드리려 했는데 마침 민팀장과 함께 있다고 해서 바꿔 달라 했습니다.”

“하실 말이라도?”

“일단 조금 전 사태로 공선생이 말씀하신 부분들이 증명됐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말씀하신 것보다 발발 시기는 꽤 앞당겨졌지만요.”

“그 부분이라면 죄송하게 됐습니다.”

“죄송이라뇨. 혹시 몰라 어제 공선생이 지부를 나선 뒤 전국의 헌터 클랜에 대비 지침을 내렸었습니다. 덕분에 희생을 대폭 줄일 수 있었고요. 해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거였나.

과연 구웅진. 그와 만났을 당시 슬쩍 정보를 흘려주긴 했지만 이렇게 민첩하게 움직일 거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가하게 감사인사나 들을 상황이 아니었다.


“죄송하지만 타이밍이 안 좋군요. 긴 통화를 할 입장이 아니라서요.”

“잠시만요!”


막 전화를 끊으려는데 구웅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혹시 레드피아 때문이 아니십니까?”

“그걸 어떻게······.”

“시기상 해본 짐작입니다. 공선생이 머물던 장소에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

“그렇군요.”

“시간이 촉박하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지요. 참고로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은 기밀사항입니다. 앞서 공선생이 준 정보에 대한 답례 정도로 생각해주면 고맙겠군요.”


나는 가만히 이어질 구웅진의 말을 기다렸다. <지열구>를 쓴 장본인이 굳이 이런 정보가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게 좀 사연이 있다.


사실 나라고 <지열구>의 모든 내용을 세세히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지열구를 블로그형 SNS에 저장해두었는데 문제는 그 SNS사이트의 서비스가 종료된 지 몇 년이 지났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소설의 텍스트를 직접 보는 게 불가능한 상황. 남아있는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구웅진과 같은 정보책은 나로서도 요긴한 셈이다.


“실은 IHO와 레드피아 사이에는 비밀리 사용되는 핫라인이 있습니다······.”


‘핫라인?’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는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레드피아 정도 되는 조직은 힘으로만 찍어 누르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이미 국가나 다름없는 힘을 가진 조직이니 말이오.”


지금 구웅진이 말한 논리라면 나도 납득할 수 있었다. 강력한 힘이 수반된 악은 그 힘에 준하는 권한을 인정받게 된다. 냉전시대의 핵이 전쟁을 억제하던 기능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조금 전 발생한 집단 유괴 건으로 그 핫라인을 작동시켰습니다. 레드피아로부터 답변을 들었다는 말이지요. 레드피아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겠죠.”

“그걸 어떻게···이미 알고 있었습니까?”

“그저 정황상 추측일 뿐입니다. 진짜 레드피아 짓이 맞다면 이렇게 바로 핫라인에 응답하지도 않았겠죠.”


여기까지가 구웅진이 갖고 있는 정보의 전부라면 나는 불필요한 시간만 낭비한 셈이었다. 이미 아는 부분을 재확인한 것뿐이니까. 지금의 내게 중요한 건 ‘누구냐’가 아니라 ‘어디로’였다.


“진짜 중요한 건 이 다음입니다. 사실 레드피아도 자신들을 사칭한 조직을 추적 중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지금 막 그 결과 중 하나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게 어딥니까?”

“놀라지 마십시오.”


구웅진으로서도 목이 타는지 물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이 아닙니다.”


한국이 아니라고?


“판문점을 지나셔야 합니다.”


판문점이란 지명에 비로소 <지열구>의 잊고 있던 내용이 떠올랐다. 사라진 사람들은 북한으로 납치된 것이다.


“민팀장에게는 공선생이 동행할 거라 일러두었습니다.”


구웅진의 말을 들으니 이제야 민팀장의 탐탁지 않은 표정이 이해됐다.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판문점을 지날 필요는 없습니다.”

“설마 철책을 무단으로 넘으려는 겁니까? 그런 거라면 저로서도 용인할 수 없습니다. 북측과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늘로 가려는 게 아닙니다.”

“이해가 가질 않는 군요.”

“땅 밑으로 갈 겁니다.”


거기까지 통화한 나는 민팀장에게 핸드폰을 돌려주고는 곧장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구웅진과 마저 통화를 마친 민팀장이 수하들과 함께 내 뒤를 밟았다.


“동행하겠다고 한 적 없습니다만.”

“저라고 내키는 건 아닙니다. 지부장님 지시사항에 따르는 것일 뿐.”


나는 잠시 멈춰서 민경식과 그 뒤의 십 수 명의 인원을 둘러보았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군왕모드를 써야할 지도 몰랐다. 그 경우 눈이 많아서는 곤란했다.


“그쪽만 허락하죠.”

“하지만······.”

“싫으면 각자 각길 가고요.”


난처한 표정의 민경식이 별 수 없다는 듯 수하들을 돌아보며 명령했다.


“여기 상황 정리하고 지부로 돌아가. 이 자와는 나만 간다.”


지시를 마친 민경식이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판문점이 아니면 어디로 가려는 겁니까?”

“땅굴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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