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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적장 서재

이계군단 소환술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김동하
작품등록일 :
2021.06.12 15:14
최근연재일 :
2021.07.0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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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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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_수상한 면접

.




DUMMY

1_수상한 면접









처음에는 세상에 종말이 다가왔다고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생성된 던전과 포탈들.

포탈을 빠져나온 마수들이 거리를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군대도 최신무기들도 마수들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세상은 망해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각성자들이 등장하면서 국면이 바뀌었다.

F급 각성자조차 흔히 말하는 초능력을 발휘했다.

나는 이 바뀐 세상에 강렬한 기시감을 느꼈다. 어디서 본 것만 같은 세상.

그러다 마침내 알게 됐다. 지금의 세상은 내가 쓰다 만 소설, <지옥문의 열쇠를 구합니다>와 닮아 있음을 말이다.

내가 창조한 세상이 현실에 강림한 믿을 수 없는 상황.


대개의 소설을 보면 이 경우 작가인 나는 주인공이 되어야만 한다.

앞으로의 일을 예상할 수 있으니까.

내심 그런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 이런 기대는 실현될 수 없었다.

무려 이 세계를 설계한 존재인 나였으나 나는 F급 각성자조차 아니었으므로.

이 세계의 스토리를 알고 있다한들 비각성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나는 그저 매스컴을 통해 새로운 마수와 던전의 출몰을, 각성자들의 활약상을 지켜볼 뿐이었다. 바뀐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


영웅들의 모험담은 딴 세상 이야기였다.

나는 여전히 소시민으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따름이었다. 내게 있어 가장 두려운 건 마수가 아닌 가난이었으니까.


[단기 알바 급구]


알바내용 : 작문

보수 : 일급 오십 만원

연락처 : 010-3826-0000 (헤드헌터 아랑)


메일과 핸드폰의 메시지로 동일한 내용의 알바 구인 정보가 온 건 삼일 전이었다.

무려 일당 오십 만원의 알바라니. 그런데 이 나라에서 요즘도 이런 거 믿는 사람 있음?


‘누굴 바보로 아나.’


처음에는 보이스 피싱이라고만 생각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

일당 오십 만원이란 급여도 급여인데다 연락을 해온 이가 자칭 헤드헌터란다.

어떤 헤드헌터가 나 같은 사람을 스카우트한다는 말인가.

고로 이건 백 프로 사기다가 내 생각이었다.


그러나 일급 오십 만원이란 금액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돈 건 별 수 없었다.

책상 위에 쌓인 공과금 독촉장.

공과금 독촉장은 밀린 월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런 저런 알바에 전전하고는 있었으나 생활비와 동생 학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늘 공과금과 월세가 체납이었다. 이럴 때 빌붙을 부모도 없으니 나로서는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일급 오십 만원이라.

이틀만 일해도 체납된 돈들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보이스 피싱이면 어때. 어차피 사기당할 돈도 없는데.’


결국 속는 셈 치고 헤드헌터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구인 연락 받고 전화드렸습니다.”

“아, 공명씨 되시죠? 드디어 연락을 주셨네요.”


역시 헤드헌터 쯤 되면 아나운서 톤을 기본 장착하고 있는 건가.

깨끗하고 단단한 목소리가 들리자 괜히 주눅이 들었다.


“혹시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고 연락주신 건 아니죠?”


나는 초조한 심정으로 물었다.


“그럴 리가요. 당장 면접일부터 잡죠.”

“뭐 서류전형 같은 건 없나요?”

“네. 필요 없어요.”


헤드헌터란 여자가 호쾌하게 말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나는 고급알바의 면접을 보게 됐다.


‘작문 알바라 들었는데 7성급 호텔이라······.’


막 면접장소인 호텔 앞에 도착한 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정확한 알바 내용조차 듣지 못했기에 딱히 면접 준비를 한 것도 없었다.

그저 한 벌 뿐인 검은 정장을 챙겨 입은 게 준비라면 준비였다.


‘호텔 홍보와 관련된 카피 작업 같은 거려나?’


내가 예상할 수 있는 건 이 정도가 전부였다.

7성급 호텔이라고 듣긴 했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더 으리으리했다.

괜히 출입구에서 제지당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내 이런 기분도 모르는 이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난 상태였지만.


“예슬아, 너네 오빠 정말 여기 취직한 거야?”

“진짜. 대박이다. 여기 엄청 비싸다던데.”


예슬은 내 하나뿐인 혈육이자 여동생이었다.

헤드헌터와의 통화를 예슬에게 들킨 게 화근이었다.

옆에서 어찌나 호들갑을 떨었던지 핸드폰 너머의 헤드헌터도 예슬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

덕분에 일행을 데리고 와도 좋다며 호텔의 1박 숙박권까지 받게 됐지만.


‘그런데 여기 1박하는 비용이 오십 만원 보다 비싸지 않나?’


유명 콘도나 리조트 이용권으로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다 들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어차피 내가 지출한 비용은 없으니까 상관없겠다 싶었다.


약속장소인 호텔 1층의 카페에 도착한 나는 초조했다.

나야 이런 쪽팔림 정도는 얼마든지 당해도 그만이지만 문제는 예슬이가 동행했다는 사실이다.

지금 상황이 사기라면 친구들에 둘러싸인 예슬이가 얼마나 난처해질지 불 보듯 빤했다.


그때 세련된 정장 차림의 여자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저런 걸 후광이라고 하나? 그런데 웬 비니?’


여자는 정장차림에는 어울리지 않는 비니를 눌러쓰고 있었음에도 눈부신 외모였다.

당연히 우리 쪽을 지나칠 거란 예상과 달리 여자는 내 앞에 멈춰 섰다.


“공명 작가님 되시나요?”

“네? 아, 그게··· 네.”


나는 당황한 나머지 얼버무렸다.

작문알바라고만 들었지 작가를 구한다고는 듣진 못했으니까.

만약 작가를 구하는 거라면 나는 이대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웹소설 한편을 써 본 게 전부인···아니, 그것조차도 완결하지 못한 처지였으니까.


“이 분들은?”


여자가 예슬과 동생의 친구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아, 그게 말이죠······.”


*


안내 데스크로 돌아온 아랑은 당혹스러웠다.

정말 저 어리바리한 인간이 그 분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잘못 짚은 거 같아. 지금이라도 그냥 돌려보내는 게 어떨까?”

“아랑, 내 눈썰미 못 믿어? 두고 보라고.”


큰 키에 어깨가 떡 벌어진 사내가 제 가슴팍을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동행하신 분들 객실은 따로 드렸지?”

“그거야 뭐.”

“잘했어. 아무튼 예정대로 진행하자고.”


사내가 단단한 목소리로 말하자 아랑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어렵게 찾은 그 분 후보자였다. 이 세계의 문물과 친숙하지 않은 탓에 꽤 애를 먹었다.

해킹이란 기술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더 수월했을 텐데 말이다.


분명 생김새만 놓고 보면 그 분을 빼다 박았다.

하지만 뭐랄까. 분위기에서는 큰 차이가 있었다.

물론 아랑 역시도 그 분의 실물은 본 적은 없었다.


다만 그녀가 상상하던 그분은 더 위엄이 흐르고 눈빛이 단단한 사내였다. 그러나 조금 전 청년은 그런 아우라는 고사하고 마력조차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각성자도 아니었다.

당연히 그런 생각을 감무율에게 내비치기도 했다.


“그 분을 우리 기준으로 판단하려 하지 마. 그건 신성모독이나 다를 게 없어.”


아랑은 감무율의 말대로 자신의 믿음이 부족한 거라 여기기로 했다.


*


‘이거 진심인가?’


공명은 사십 평도 더 될 것 같은 넓은 방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달린 방만 해도 무려 네 개. 베란다에는 개인 풀장까지 갖춰져 있었다.

동생과 동생 친구들까지 같이 쓰기에도 충분한 크기의 룸이었지만 호텔직원은 동생과 친구들이 사용할 룸은 따로 잡아주었다.


‘도대체 어떤 알바이기에.’


보이스피싱이 아닐까 싶던 우려는 슬슬 부담감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건 뭐 최소 B급 각성자 대우가 아닌가.

그런데도 아직까지도 알바 내용조차 자세히 듣지 못한 상태였다.

호텔 직원은 있다 따로 연락을 줄 테니 그때까지 편히 쉬고 있으라고 했으나 나로서는 소파에조차 맘 편히 앉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생물.


‘에잇. 몰라. 일단 누리고 보자.’


자고로 이럴 땐 생각 없이 있는 게 낫다.

모르긴 몰라도 일당 50만원 알바라면 빡셀 테니 쉴 수 있을 때 푹 쉬어두는 게 좋겠지.


나는 일단 스파형 욕실부터 즐기기로 했다.

세 사람도 동시에 들어갈 만큼 넓은 욕조. 따뜻한 물을 채우고 구비된 입욕제를 털어 넣자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 욕조라고는 구경도 할 수 없는 원룸에서 지내던 나로서는 눈물이 날 만큼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이건 먹어도 되는 건가.’


샤워를 마친 나는 거실 테이블에 있는 아보카도를 비롯해 이름 모를 열대 과일과 와인을 보며 고민했다.


‘뭐 장식으로 둔 건 아니겠지.’


그래도 혹시 몰라 비싸 보이는 와인은 빼고 과일만 몇 개 취식했다.


“꺼억.”


맛만 본다는 걸 어느새 반이나 먹고 말았다. 트림에서조차 과일향이 났다.


“후아아.”

배가 부르자 절로 졸음이 쏟아졌다.


‘한숨 잘까.’


나는 곧장 침대로 다이빙을 했다.

엄청난 푹신함. 수면이 몸을 받아주는 느낌이랄까.

나는 전신을 감싸는 포근함에 취해 스르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룸 내의 전화벨 소리에 깼을 땐 창밖에 도심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흠흠. 여보세요.”


이크. 잠긴 목소리다. 막 자다 깬 사람 티가 역력했다.


“좀 쉬셨나요?”

“네. 푹 쉬었습니다.”

“그럼 이제 일 얘기를 좀 할까요?”

“네. 그래야죠.”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지금 바로 9층 라운지에서 뵐게요. 꼭 직원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세요.”

“그러죠.”


직원전용 엘리베이터라. 이런 고급호텔에는 그런 게 따로 있나 보지?

나는 마른세수를 한 뒤 침대에서 내려왔다.


안내받은 대로 고객용 엘리베이터 옆에 직원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었다.

막 엘리베이터가 도착. 탑승을 하려는데 한 커플이 새치기를 했다.

그런데 이들을 커플이라고 해도 되려나.


배나온 중후한 사내와 아무리 많게 잡아도 서른이 채 못 될 것 같은, 어쩌면 나보다도 어릴지 모를 여자가 팔짱을 낀 채 나를 흘겨보았다.

돈 많은 티를 온몸으로 풍기는 남녀. 돈이 많으면 남자는 살이 찌고 여자는 날씬해진다더니 딱 그 격이었다.


두 사람 다 직원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딱히 따질 이유도 생각도 없었지만.

막 엘리베이터가 닫히려는 순간 익숙한 얼굴의 여학생 한 명이 추가로 탑승했다.


‘다솜이?’


예슬이의 친구였다.


“어라, 공명 오빠.”

“어, 그래. 어디 가니?”

“라운지 구경 가려고요. 다들 그냥 방에 있겠다고 해서 저 혼자 나왔어요.”

“나도 라운지로 가는데 같이 가면 되겠다.”


그래도 아는 얼굴이라고 동생 친구라도 함께 있으니 한결 나았다. 그런데 중년사내와 명품백을 든 여자는 뭔가가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어허. 학생. 이거 직원전용이야.”

“그러는 아저씨도 직원 아닌 것 같은데? 옆에 엘리베이터 기다리다 여기가 먼저 도착해서 타신 거잖아요.”

“어머. 애 말하는 싸가지 좀 봐. 여기 vvip인 우리랑 네가 같니?”


당돌하게 대꾸를 했지만 아직 여고생이었다.

기에 눌린 다솜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리기 시작했다.


“제 지인입니다.”

“뭐? 넌 뭔데?”


중년 사내의 질문에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면접 보러 갑니다.”

“허참. 이 호텔도 그만 이용해야겠어. 물관리가 이래서야.”


나는 여기가 무슨 클럽인 줄 아냐고 따지려던 걸 꾹 참았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2, 3, 4, 5······.

막 5층을 지날 때 중년사내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말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엘리베이터는 중년사내가 누른 5층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었다.


“오빠, 직원전용이라 그런가봐.”

“빌어먹을. 뭔 놈의 7성급 호텔이 이 따위야.”


그러거나 말거나 엘리베이터는 라운지까지 직행했다.


- 땡. 스르륵.


부드럽게 열리는 문.

밖을 본 우리는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었다.


“···이게 뭐야?”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스타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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