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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적장 서재

이계군단 소환술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김동하
작품등록일 :
2021.06.12 15:14
최근연재일 :
2021.07.04 21:39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3,555
추천수 :
303
글자수 :
107,136

작성
21.06.25 19:30
조회
392
추천
10
글자
13쪽

6_듀얼모드 (1)

.




DUMMY

6_듀얼모드 (1)









「네놈 같은 하찮은 화신에게는 볼일이 없다.」

“하찮다라······.”


어차피 풀 수 없이 꼬여버린 상황.

풀 수 없다면 자르는 수밖에.

나는 스스로 봉인하고 있던 마력제한을 일부 해제했다. 순간 나를 중심으로 강력한 풍압이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퍼져나갔다.


“이러면 관심이 좀 생기려나?”


내 도발에 구도자의 작은 눈이 빛나는가 싶더니 몸집이 커지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 나와 맞먹을 정도로 커진 녀석은 삼 미터에 육박한 뒤에야 페이즈를 멈췄다.


「그냥 하찮은 화신으로 남아있는 게 나을 거란 생각은 못했나?」

“하찮다라···차라리 욕을 해 짜샤.”

「그 객기가 네 명을 단축시킬 것이다.」

“지금 내 걱정해주는 거야? 구도자라는 거, 듣던 거보다 상냥하네.”

「넌 1단계 시나리오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구도자가 입을 열 때마다 톱날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났다.

구도자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녀석의 말대로 지금의 내 태도는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물러설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너 자꾸 화신 무시하다 나중에 큰 코 다친다.”


지열구를 통틀어 구도자와 맞짱을 뜬 인물이 있던가.

일종의 진행자인 구도자에게 칼을 겨눈다라. 이런 행위는 비유하자면 공권력 침해와 비슷하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득이 있을 리 없는데다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되니 뇌가 있다면 그런 무모한 행위를 벌일 자는 없다.


물론 어디나 규정을 위반하는 자들은 있기 마련.

미래의 일이긴 하지만 도깨비의 뚝배기를 두들겨 팬 인물이 딱 한 명 있긴 하다. 앞뒤 가리지 않고 제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지열구의 주인공 정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하고 실성했나 보군.」


구도자가 주인공에게 참교육 당하던 장면을 회상하느라 웃음이 샜는데 구도자의 눈에는 실성한 모습으로 비쳤나보다.


“너 지금 나한테 잘하면 나중에 고마워하게 될 텐데.”

「후, 이놈도 미친놈인가······.」


아마도 먼저 만난 적이 있는 주인공과 나를 빗대어 말하는 것일 거다.

사실 나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제법 초조한 상태였다.

지금 구도자에 의해 추포라도 당한다면 상당히 곤란해질 테니까.


나는 일단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구도자의 외형을 유심히 관찰했다. 특히 수달 꼬리를 닮은 앙증맞은 꼬리를.


‘흰 반점이라···역시 그 자식인가.’


얼른 보면 구도자들은 생김새가 대부분 흡사하다. 그러나 구분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구도자들의 외형의 차이는 대부분 꼬리 쪽에서 나타나는데 꼬리 끝에 흰 반점이 있는 녀석이라면 방구석이란 이름의 구도자가 유일하다.


구도자는 한때 사람이었던 존재. 사후 관리국에 특정한 조건을 걸고 스카우트된 케이스들인데 구도자가 되고부터는 생전의 이름을 뒤집어서 사용한다. 다시 말해 인간 방석구가 구도자 방구석이 된 셈이다.

나는 본격적으로 놈의 속을 뒤집어 놓기로 했다.


“방구석에서 영화나 한 편 때리면서 치맥.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구도자가 순간 움찔했다. 제 이름을 부르는 줄 알고 놀란 것일 테지.


「이 몸이 한낱 화신의 삶을 부러워 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

“아냐?”


시치미 떼시긴.

나는 녀석이 관리국과 맺은 계약조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 계약의 핵심은 환생이다.


「어디 차원감옥에서도 그런 헛소리를 나불댈 수 있을지 지켜보마.」


벌써 차원감옥까지 거론하다니. 예상보다 전개가 빨랐다.

이윽고 구도자의 거대한 아가리가 벌어지더니 빛으로 된 포승고리가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젠장. 아직인가.’


내가 시답잖은 소리를 해가며 시간을 끄는 대는 다 이유가 있었다.

구도자 방구석이 나보다 앞서 자신을 거슬리게 한 주인공을 추포하지 못했던 이유. 그 이유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빌어먹을 놈들아. 좀 서둘러라. 이 정도 활개 쳐줬으면 충분하잖아.’


그 사이 포승고리는 방구석의 아가리를 벗어나 놈의 손에 쥐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순간 기다리던 알림이 뜨기 시작했다.


[아득한 존엄 진영에서 당신에게 1표를 행사하였습니다.]


마침내 나에게 첫 번째 배팅이 걸린 것이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휘광의 존엄 진영에서 당신에게 2표를 행사하였습니다.]

[아득한 존엄 진영에서 당신에게 3표를 추가 행사하였습니다.]

·

·

·

다행히 첫 포문이 열리자 눈치를 보며 기다리던 도박사들의 배팅이 연이어 이어지기 시작했다.

아직 그 사실을 눈치 못 챈 방구석은 득의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네놈은 최소 10단계 시나리오가 끝날 때까지 수감되게 될 것이다.」

“음···차원감옥 배식은 먹을 만 하니?”


나는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끌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농담을 지껄였다.


「네놈은 특별히 어룡 쓸개죽만 먹게 해주지.」


농담이라도 그건 아니지. 어룡 쓸개죽이라고 하며 기본 영양소는 있다지만 맛없기로는 지열구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음식이었다.


“그거 참 기대되네. 그런데 이거 아쉬워서 어쩌지.”


[휘광의 존엄 진영에서 당신에게 4표를 행사하였습니다.]


‘이 정도면 얼추 됐으려나.’


양 신격의 진영 간에 경쟁이 붙으면서 내게 걸린 배팅 수는 어느덧 서른 표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대로만 진행되면······.


“더는 못 참아. 그냥 날려버릴래.”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보다 못한 박주은이 나와 방구석 사이에 끼어든 것이다.

나는 다급히 박주은에게 전음을 시도했다.


「안 돼!」

「그럼 이대로 순순히 잡혀갈 거야?」

「그럴 리 없잖아. 계획이 있으니까 믿고 기다려. 제발!」


내 전음에서 절박함이 느껴졌는지 박주은이 말아 쥔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도 옆으로 비켜섰다.


「자 순순히 오라를 받거라.」

“미안하지만 거절할게. 솔직히 너도 영 찜찜하지 않아?”

「무슨 헛소리지?」

“구도자란 놈이 이리 눈치가 없어서는. 쯧쯧.”

「···잠깐, 너 설마!」


나는 검지를 세워 하늘을 가리키며 이어 말했다.


“나 꽤 인기인인데.”

「빌어먹을 자식. 이제 보니 배팅을 믿고 까부는 거였군. 아까 그 놈도 그렇고 내가 두 번이나 순순히 넘어가 줄줄 아느냐? 인기 좀 있다고 해서 관리국의 체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건 방구석이 정말로 청렴결백한 공무원상일 때의 얘기.

이미 놈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쐐기를 박아줄 타이밍이었다.


“그거야 그렇겠지. 그런데 말야. 너 그래서 언제 사람 될래?”

「뭐?」

“네 관할구에서도 50단계 진출자를 배출해야 할 거 아냐.”

「그, 그걸 네가 어떻게······?」


방구석은 몹시 당황해 했다. 그도 그럴 게 내가 말한 정보는 구도자를 비롯해 관리국에서만 아는 구도자의 환생계약조건 중 핵심 사항이니까.


“뭐 인기가 많아지면 정보도 많아지는 법이거든.”


나는 대충 둘러대고 방구석에 대한 압박을 이어나갔다.

채찍을 줬으면 당근도 줘야 하는 법.


“1단계에서 나 정도 배팅을 받은 화신을 찾기는 쉽지 않을 텐데. 그게 어떤 의미인진 나보다 네가 더 잘 알 테고.”


배팅을 받은 표는 고스란히 종합능력치로 환산된다. 따라서 배팅을 많이 받은 화신은 그만큼 강해지게 되고 다음 단계를 돌파할 가능성 또한 커지게 되는 셈이다.

물론 화신의 강함에 대한 척도를 종합능력치로만 따질 수는 없지만 최소한 시나리오 초반 생존에 있어서만은 가장 중요한 게 종합능력치였다.


「구도자는 화신과 타협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래는 하지.”

「······.」


나를 향해 방구석이 내밀었던 포승고리는 어느새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방구석의 심정을 대변하듯.


「좋아. 네가 50단계까지 진출했다고 치자. 하지만 내가 다른 관할지로 발령이 나면 그게 다 무슨 의미지?」


역시 방구석 이 자식은 계산을 하는 중이었던 거다. 정말 내 말대로 자신에게 이득이 될지를 놓고 말이다. 그러니 그에 대한 확신만 준다면 이번 건을 깔끔하게 정리될 것이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있잖아. 독·점·계·약·서.”


계약서를 발음할 때 특별히 신경을 써주었다.


「네, 네 놈이 어떻게 관리국 계약서에 대해 아는 거지? 대체 정체가······역시 내키지가 않아. 이래서 가면 쓴 놈의 말은 믿는 게 아니란 속담도 있는 거지.」


‘그건 도대체 어느 나라 속담인 거냐.’


“거 참. 구도자가 되면 인간일 때의 기억이 사라진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 보네. 계약서는 인간들에게는 아주 흔한 문서야. 그냥 말해 본 거라고. 그런데 반응을 보니 정말로 지금 상황에 쓸 수 있는 계약서가 있나 보지?”


내 시치미에 다시금 방구석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솔직히 놈으로서는 손해 볼 일이 없었다. 그저 구도자로서 자존심에 살짝 스크래치가 나는 정도 뿐. 그리고 내가 아는 방구석이라면 실리를 위해 그 정도 자존심은 충분히 버릴 수 있는 녀석이었다.


「네 말대로 하겠다. 단 계약을 위배할 경우 어떤 대가가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 모르겠고 그럴 일 없으니까 계약이나 하자고.”


이미 다 아는 내용이니 손사래를 쳤을 뿐 결코 그 무게가 가볍다는 건 아니었다. 지금 내가 작성하게 될 계약서는 말이 계약서지 각서나 다름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리고 지열구에서 문서로 쓰인 계약 위반의 대가는 치명적이다.


그러나 나로서도 그 정도 위험부담은 안고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박주은을 잃게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내 이런 마음을 알 리 없는 박주은은 여전히 짜증난다는 얼굴로 나와 방구석을 흘겨보고 있었다.


‘박주은 이 자식. 이중각성자만 아니었어도 그냥······.’


내가 아는 박주은이라면 이 정도 무리수를 둬서라도 곁에 둬야할 인재였다.


‘박주은. 너 두고두고 본전 이상으로 써먹어주마.’


내 속마음을 알 리 없는 박주은은 몸을 돌린 구도자를 향해 연신 주먹감자를 날리고 있었다. 같은 시간 나는 구도자의 전음을 듣고 있었다.


「가면 쓴 놈. 오늘은 그냥 가지만 언제고 네 혼백을 맛봐주마.」


나는 이렇다 할 대꾸 없이 쓴웃음을 지었다. 내 죽음을 간절히 바라는 녀석이 생긴 셈이었다. 그것도 저승사자란 별명이 있는 녀석이 말이다.


“콩나물처럼 생긴 게 짜증나 죽는 줄 알았네.”


나는 박주은의 알찬 비유를 들으며 다시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쨌든 이로서 위기는 넘긴 셈인가.’


“아참, 내 정신 좀 봐. 내 아가들.”


박주은은 정신없이 떨어진 쇼핑백들을 집어 들었다. 내 눈에는 방어력 1도 부여되지 않은 쓰레기들.


‘뭐 사기 진작에라도 도움이 된다면야.’


자신이 어떤 위기에서 구원받았는지 조차 모르는 박주은은 핸드백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툴툴거렸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려니 싶었다.

세상이 또 한 번 바뀌기 시작했다지만 이전의 삶의 방식을 포기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거다. 특히 이루어 놓은 게 많은 사람일수록 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박주은에게 저 명품들은 단순히 비싼 물건들만은 아닐 지도.


박주은에게 쇼핑백 일부를 넘겨받은 탓에 얼핏 보면 우리는 방금 전 백화점 쇼핑을 마치고 나선 커플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거리에 널브러진 마수와 사람의 시체들, 피 비린내와 화염의 열기는 자꾸만 우리가 처한 현실을 부각시켰다.

이동 중에 첫 번째 시나리오가 종료시간이 임박했다.


[1단계 시나리오 ‘대습격’을 종료합니다]

[시나리오 성공에 따른 보상을 정산중입니다]

[보상품 : 50코인, 각성권]


이로서 살아남은 전 인류는 각성자가 된다.

얼른 생각하면 인류가 강해진다는 의미이고 좋은 소식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제 기존 각성자는 비각성자를 지킬 책임감으로부터 해방된다.

기존의 체제들 상당수가 전복될 것이며 이제 지구는 각성자들의 치열한 각축장으로 바뀔 것이다.


지금부터 인간의 최대 적은 마수가 아닌 인간이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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