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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적장 서재

이계군단 소환술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김동하
작품등록일 :
2021.06.12 15:14
최근연재일 :
2021.07.0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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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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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36

작성
21.06.1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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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_군왕의 귀환 (2)

.




DUMMY

2_군왕의 귀환 (2)








[‘버려진 세계’가 군왕의 귀환을 희미하게 감지합니다.]

[‘버려진 세계’가 당신과 감응합니다.]

[감응력이 1% 상승합니다.]

[현재 감응력 수치는 1%입니다.]


‘이게 뭐지?’


버려진 세계, 군왕의 귀환, 감응력. 연속되는 알 수 없는 말들에 정신이 어질했다.


‘군왕의 귀환이라니. 누굴 말하는 거지?’


먼저 떠난 사내를 두고 하는 말인가. 그런 배불뚝이 아저씨가 군왕이라니.

정확히 안내창이 말한 군왕이 무엇을 두고 말하는 건지는 모르나 알 수 없는 열패감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걸을 수 있겠니?”


다솜이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에만 들어가도 자지러질 아이가 실제 마수들과 마주쳤으니 오죽 놀랐을까. 나도 오금이 저릿저릿했을 정돈데.


나는 앞서 간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부디 그들이 이 던전의 끝까지 청소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오빠, 저 때문에 상처가······.”

“괜찮아. 응급처치라면 받았으니까.”


나는 다솜이를 안심시키며 걸음을 내디뎠다. 상처부위가 아려왔으나 그때마다 호텔붕괴라는 실패 패널티를 떠올렸다.


“오빠, 그런데 아까보다 더 추워진 것 같지 않아요?”


사내가 가시생쥐들과 싸우던 근처를 지날 때 다솜이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한기가 조금 전보다 강해져 있었다.


“그러게. 조금 서둘러야겠다.”


그때였다. 뭔가 차가운 기운이 내 몸을 스친 느낌이 든 것은.

곧 이어 들려온 메시지는 내가 느낀 감각이 착각이 아님을 확인시켜주었다.


[이곳에는 가시생쥐의 잔류사념(思念)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사념체들이 흡착대상을 찾습니다.]


‘무슨 소리지?’


알아듣긴 힘든 메시지였다.


“다솜이 너 무슨 소리 듣지 못했니?”

“무슨 소리요?”


설마 나한테만 들리는 건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였으나 달갑진 않았다.

나는 서둘러 불길한 장소를 이탈하고자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채 몇 걸음도 떼기 전에 얼어붙고 말았다. 심장에 고드름이라도 박힌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윽!”

“오빠, 왜 그래요?”

“으아악!”


차가운 뭔가에 의해 심장을 관통당한 느낌. 그런 느낌이 한 번도 아니고 연속해서 들었다. 그러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의식을 잃은 상태로 얼마나 있었을까.

서서히 회복되는 의식 사이로 다솜이의 얼굴이 보였다.


“흑흑. 오빠 정신 차려요.”

“욱!”


정신이 든 나는 메스꺼움을 느끼며 헛구역질을 했다.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혹 고스트 계열의 마수에게 습격을 당한 게 아닌가도 싶었지만 그랬다면 이미 이승의 목숨이 아니었을 거다.


[가시생쥐들의 잔류사념체들이 당신의 몸에 흡착하였습니다.]

[가시생쥐 사념체 각인 효과로 당신의 육체 구성이 견고해집니다.]


‘뭐라고?’


나는 본능적으로 내 몸을 만져보았다.


‘이게 뭐지? 어떻게 이런 일이······.’


몸이 강철처럼 단단했다. 그렇다고 근육양이 늘거나 한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피부 자체가 단단해진 것 같았다.


‘각성을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뿐만이 아니었다.

막 몸을 일으키던 나는 통증이 거의 사라졌음을 알았다.

슬쩍 옷 위로 상처부위를 만져보니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단단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행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지만.

던전이 얼마나 이어져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 긴장을 늦추긴 일렀다.


“내가 의식을 잃은 지 얼마나 됐지?”

“얼마 안 됐어요. 한 오 분?”


‘다행히 시간을 많이 허비한 건 아니군.’


그러나 이 앞에 어떤 상황이 기다릴지 모르는 상황. 일분일초도 허비할 수는 없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던전에 진입한 이후 처음으로 갈림길이 나타났다.


“오빠, 이제 어쩌죠?”

“오른쪽이야.”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러게. 그걸 내가 어떻게······.”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오른쪽이 맞다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다.


“어차피 오십 대 오십이야. 내 감대로 가보자.”


부디 앞서 커플도 이 길로 진입했길 바라며 길을 나아갔다.

오른쪽 길을 선택해 오 분 여를 걸었을까.

갑자기 넓은 동공(洞空)이 펼쳐졌다. 대략 지름 삼십여 미터는 될 법한 크기였다.

경계해야 할 범위가 넓어지자 긴장감이 고조됐다.


“오빠, 저거 뭐죠?”


나는 다솜이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다.


‘누에고치?’


그러나 누에고치라 하기에는 너무나 컸다.

우리는 주변을 경계하며 고치 쪽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본 고치는 그 크기 때문에 고치라기보다는 천에 돌돌말린 미라처럼 보였다.


“꺄악!”


갑작스레 꿈틀거린 고치에 놀란 다솜이 비명을 내질렀다.


“으윽. 나 좀 꺼내줘.”


우리보다 앞서 떠난 여자의 목소리였다.

자세히 보니 고치의 그나마 얇은 부분으로 여자의 실루엣이 비쳤다. 그러나 그녀와 동행했던 사내는 보이지 않았다.

고치 안에 있는 게 여자임을 확인한 다솜이는 저도 모르게 고치로 손을 가져갔다.


“안 돼!”


나는 고치에 닿기 직전인 다솜이의 손을 간신히 붙잡았다.

고치를 만지면 안 된다는 강렬한 예감이 엄습했다.


고치 너머로 희끗하게 비친 여자는 날카로운 면도날에 베인 것처럼 옷가지가 엉망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자의 옷을 예리하게 자른 게 무언지 알고 있었다.

바로 고치의 거미줄이었다. 확대해 보면 예리한 칼날처럼 날이 서 있는 거미줄.

이건 옹골리안트나 쉴로브의 것이 아니었다. 화염마법을 쓰는 여자니 일반적인 거미형 마수가 상대였다면 최소한 거미줄에 포획되지는 않았을 거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 고치의 주인은 <주견사>였다. 역시나 내가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여자를 구출해내야 했다.

나와 다솜이만으로 이 던전을 공략하기는 무리니까.


‘가능할까?’


앞서 가시생쥐의 사념체가 각인되면서 내 피부는 강철처럼 단단한 상태. 어쩌면 주견사의 거미줄을 끊어낼 수 있을 지도 몰랐다.

문제는 이 고치를 건들게 되면 어딘가 숨어 거미줄의 진동을 감지중인 주견사에게 정체를 들킨다는 부분이었다.


‘일단 테스트부터 해보자.’


나는 내 몸에서 가장 예리한 부분을 떠올리다 손끝을 바라봤다. 길지 않은 손톱이지만 강도만은 다른 피부보다 단단해 보였다.

나는 손끝을 가지런히 모아 내 정장 소매에 스윽 그어보았다.


- 지이익.


“오오!”


마치 면도칼에 베인 듯 천이 잘려나갔다.


‘이거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 전에 작전을 확실히 짜둘 필요가 있었다.


“같이 있던 아저씨는 어디 있나요?”

“···죽었어.”


고치 안의 여자가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안 됐네요.”


그러나 이 이상 여자의 슬픔에 동조할 여유는 없었다.


“고치에서 꺼내드릴 순 있을 것 같아요. 문제는 그 다음인데······.”


“내 화염공격이 먹히긴 했어. 오빠가 독에 당하는 바람에 정타를 날리진 못했지만.”


상대는 거미형 마수. 역시 화염공격이 효과는 있나 보다.

다만 더는 탱커가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러나 나는 곧 내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지금의 나라면 몸빵이 가능하지 않을까?’


해보는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제가 앞에서 막을 게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틈에······.”

“무리야. 그 거미괴물은 생쥐 따위랑은 달라.”

“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잖아요. 한 번 믿어보세요.”

“쳇! 알아서 해.”

“그럼 시작합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가지런히 모은 손끝으로 고치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쭉 그었다.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고치의 두께가 두껍다 보니 한 번에는 무리였다.

재차 같은 자리를 그으려는 순간 다솜이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 저기 뭔가 오고 있어요.”


주견사의 등장이라면 예상했던 바였다.

나는 다솜이가 보고 있을 방향을 돌아보지도 않고 고치를 잘라내는데 집중했다.

주견사의 송곳 같은 거미줄이 날아온 것과 고치가 벌어진 건 거의 동시였다.

고치 안의 여자가 빠져나옴과 동시에 나는 가시생쥐의 가시로 날아오는 거미줄을 쳐냈다.


- 까앙.


거미줄과 가시가 부딪혔는데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엄호 부탁해요.”


나는 곧장 주견사를 향해 달려 나가며 외쳤다.

순간 등 뒤가 후끈해진다 싶더니 화염구가 내 옆을 지나 주견사에게로 뻗어나갔다.

이미 여자와 대결을 경험한 주견사는 화염공격을 예측이라도 한 듯 민첩한 몸놀림으로 피해냈다. 나는 그런 주견사를 향해 마상창을 든 기사처럼 가시를 앞세워 파고들었다.


- 끼기긱.


주견사의 눈을 노렸으나 가시는 주견사는 이빨에 가로막혔다.

언뜻 코끼리 상아를 닮은 주견사의 이빨. 그 거대한 이빨이 가시를 물고 늘어졌다.


‘무지막지한 치악력이네.’


나는 가시를 포기하고 대신 손날로 주견사의 앞다리 중 하나를 내리쳤다.


“캬아아악!”


마치 예리한 검에 잘린 것처럼 주견사의 다리 하나가 잘려나갔다. 잘린 다리에서 검은 피가 솟구쳐 내 몸을 적셨다. 생선 배도 못 가르는 나로서는 실로 비위가 상하는 순간이었으나 지금 그런 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주견사의 날카로운 이빨이 내 얼굴을 노리고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거대한 이빨을 막아냈다.


- 까드득.


주견사의 이빨에 물렸지만 내 팔을 뚫리지 않았다.


‘이게 사념체 각인효과란 건가? 제법 쓸 만한데.’


그러나 내 알량한 근력으로는 주견사의 치악력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주견사는 내 팔을 문 채로 크게 머리를 휘두르더니 동굴의 벽으로 던져버렸다.


- 퍼억!


“웁!”


나는 동굴의 벽에 날아가 부딪힌 뒤 떨어졌다.

단단한 내 몸에 부딪힌 동굴의 벽 일부가 부서져 떨어졌다.

피부가 단단해졌다지만 속까지 그런 건 아닌 듯했다. 내상이 꽤 심각했다.

울컥 피를 토한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 사이 주견사는 목표물을 바꾼 듯했다.

놈은 날아드는 화염구를 거미줄로 맞받아치며 여자와 다솜이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주견사는 다른 거미마수와는 달리 입에서 거미줄을 내뿜는다. 덕분에 전진하면서도 거미줄 공격이 가능한 것이다.


주견사가 여자를 덮치기 직전 화염벽이 치솟았다.


“키이익!”


무려 파이어윌이라니. 여자의 각성등급은 최소한 C급은 돼보였다.

그러나 마력이 슬슬 한계인지 화염벽의 높이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었다.


“퉤.”


나는 입안에 고인 각혈을 내뱉고 주견사의 뒤를 파고들었다. 단단한 이빨로 무장한 머리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방어가 취약한 부분이 배였다. 물론 급소라고는 할 수 없는 부위이지만.


주견사는 화염벽이 사라지길 기다리며 연신 좌우로 오갔다. 나는 그런 주견사의 뒤쪽에서 뛰어올랐다. 그리고 있는 힘껏 손날을 내리쳤다.


“캬아아!”


효과가 있었다. 덕분에 또 다시 검은 피를 뒤집어쓰게 됐지만.

꽤 데미지를 입은 주견사는 슬슬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몇 차례 거미줄을 쏘아댔다. 나는 날아드는 거미줄을 강화된 팔등으로 쳐내며 달려 나갔다.

전의를 상실한 주견사는 결국 꽁무니를 보이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그냥 보내는 게 맞았다.

여자의 마력은 고갈된 상태였고 나 역시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니까.


그런데 왜일까.

나는 주견사를 이대로 보낼 마음이 없었다.


뭐랄까.

내 안의 뭔가가 들끓었다. 굳이 문장화 하자면 ‘참을 수 없는 분노’ 정도랄까.

내 안의 무엇이 자극받은 걸까.

어쩌면 평소 억눌려왔던 을의 울분이 터진 것일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세상에 대한 분노가 애꿎은 주견사에게 투사된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멎은 듯 잡생각들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내 육체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확고한 목표의식을 갖고 움직였다.

내 손날이 막 벽을 타고 오르려던 주견사의 배를 다시 한 번 갈랐다.


“키아아악!”


검은 피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더는 주견사의 비명이 들리지 않음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래야만 뭔가의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듯.

그렇게 폭주가 계속되던 중에 나는 뭔가를 알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마침내 깨닫고 만 자각은 놀라운 것이었다.


‘감히, 일개 마수 따위가 군왕에게 덤벼?’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내 안에 칼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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