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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적장 서재

이계군단 소환술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김동하
작품등록일 :
2021.06.12 15:14
최근연재일 :
2021.07.04 21:39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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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62
추천수 :
303
글자수 :
107,136

작성
21.06.2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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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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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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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_듀얼모드 (2)

.




DUMMY

6_듀얼모드 (2)









시나리오가 종료되자 나는 가면을 벗었다.

동시에 듀얼모드를 해제했다.

방독면을 쓰고 있다 벗은 듯 시원했다.


듀얼모드에 대해 알게 된 건 구도자가 사라진 직후였다.

간신히 구도자와 타협하는데 성공했다지만 사실 난 초긴장 상태였다.

구도자가 관리국의 정보실을 통해 내 신원조회라도 하게 된다면 상당히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선 내가 애써 감추려고 했던 비정상적인 능력치를 알게 될 테고 그렇게 된다면 나는 차원감옥행을 피하기 어려울 테니 말이다.

연기는 어디까지나 연기일 뿐이다. 운 좋게 한두 번은 속일 수 있더라도 그 운이 매번 따라준다는 보장은 없었다.


구도자가 사라지고 나는 곧장 내 인물정보를 확인했다.

<버려진 세계>를 나설 때부터 줄곧 궁금했던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과연 <지열구>의 세계에서 쌓은 경험치나 능력치가 <버려진 세계>에서 쌓아온 것들과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먼저 확인한 인물 특성은 이랬다.


<인물 특성>


이름 : 공명

나이 : 25세

분류 : 이계인

각인등급 : 무등급

각인 문장(文章) : 버려진 세계의 최초 발견자(희귀), 북부의 군왕(영웅)

각인 특성 : 강철화(Lv.4), 항독력(Lv.3), 군왕의 격(Lv.1), 마력삼투(Lv.1)

각인 스킬 : 고속비행(Lv.2), 정신지배(Lv.1), 염화(Lv.2), 마력증폭(Lv.2)

전용 특성 : 사념체 각인술(Lv.2), 듀얼모드(Lv.1)

전용 스킬 : 작가의 시선(Lv.1)

성향 : 극기, 피해의식, 정신분열


버려진 세계의 북부를 재패하며 얻은 각인 특성들을 보니 새삼 뿌듯했다. 그러나 내 관심을 끈 건 전용특성 중 처음 보는 항목이었다.


‘듀얼모드? 이건 뭐지?’


RPG게임에서 듀얼모드를 접해보긴 해서 대충 의미는 알고 있지만 이 특성이 지금의 내게 어떻게 적용되는 건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나는 내친김에 능력치도 열람해 보았다.


<인물 능력치>


상태 : 군왕모드

레벨 : Lv.50-(Lv.3)

체력 : 305-(9)

근력 : 292-(12)

민첩 : 330-(7)

마력 : 300-(13)

통솔력 : 525-(15)


‘듀얼모드란 건 역시 이런 의미였나.’


능력치는 각 항목마다 두 개씩 표기되어 있었다. 먼저 표기된 능력치는 내가 버려진 세계에서 열람했을 때 본 것과 동일했다. 그렇다면 가로 안에 표기된 건 <지열구>에서의 내 능력치일 가망성이 컸다.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듀얼모드를 작동해보았다.


[듀얼모드(Lv.1)를 작동합니다.]

[군왕모드를 해제합니다.]

[화신모드를 작동합니다.]


순간 전신의 피돌기가 빨라진 듯한 느낌이 들더니 온몸의 기운이 쫙 빠져나갔다.

외형의 변화는 없었지만 실은 엄청난 변화가 느껴졌다. 안 좋은 쪽으로.


‘각인 특성들이 사라졌군.’


굳이 인물 특성을 열람해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인물 능력치 정보>


상태 : 화신모드

레벨 : Lv.3-(Lv.50)

체력 : 9-(305)

근력 : 12-(292)

민첩 : 7-(330)

마력 : 13-(300)

통솔력 : 15-(525)

설명 : 화신모드가 적용됐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획득한 능력치를 반영할 수 있습니다.


예상대로 능력치가 전환되어 있었다.


‘거참, 신기하네.’


이제 생각이란 걸 할 타이밍이었다.

일단 나는 <버려진 세계>의 능력치에 <지열구>에서 얻은 능력치를 추가할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다.

설명에 따르면 <지열구>에서 얻은 능력치는 현재 상태에만 적용할 수 있는 셈. 이 세계에서 얻게 된 능력치가 기존 <버려진 세계>에서 얻은 능력치를 상회할 때까지는 성장이 멎은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한 마디로 레벨 50에서 레벨 2로 급락한 셈.


그러나 듀얼모드가 지금의 내게 꼭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어차피 군왕모드의 레벨이라면 초반 시나리오에서 얻는 경험치들로는 레벨 업 자체가 극히 더딜 것이다. 거기에 더해 군왕모드일 경우에는 관리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늘 능력을 하향해 써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르지만 화신모드라면 그럴 필요가 사라진다.

다만 화신모드일 때는 각인 스킬까지 사용이 제한된다는 점은 크게 아쉬웠다.


그때였다. 새로운 알림이 발동한 건.


[최초의 듀얼모드 사용으로 인해 히든 스킬 ‘통섭’이 발아합니다.]

[‘통섭’은 특정 조건을 만족시킬 때 개화할 것입니다.]


‘통섭?’


순간 가슴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설마 군왕모드와 화신모드를 하나로 합할 수 있다는 건가!’


내 추측이 맞다면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물론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이로서 화신모드의 나도 잘 성장시켜야 할 뚜렷한 목적의식이 생긴 셈이었다.


‘통섭이라. 이건 정말인지 신의 한 수인데?’


그때였다. 등짝이 뜨거워졌다.


- 쫙.


“아얏!”


화신모드가 돼서일까. 박주은의 작은 손바닥에 맞고도 찌릿찌릿했다.


“뭐야?”

“무슨 생각을 하기에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어? 혼자 심각했다 실실 웃다. 변태냐?”

“뭐라 했는데?”

“넌 몇 표나 받았냐고!”

“아, 그거?”


박주은의 물음에 상상의 세계에 빠져있던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1단계 시나리오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다.

인구 줄이기와 남은 전인류의 각성화.

그리고 이런 목적의 이유는 빤했다.

신격들의 유흥 요소 향상.


너무 많은 경주마는 집중력을 흐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잘 달리는 경주마들을 선발한 뒤 집중 케어해서 보다 재밌는 볼거리를 즐기려는 것이다.


“너 어째 자꾸 비밀이 느는 느낌이야.”

“아냐, 그런 거. 어디보자.”


[당신은 이번 시나리오에서 총 45표를 득표했습니다.]

[받았던 표를 종합능력치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스텟을 분배하십시오.]


무려 45표라니. 이 정도면 현재 화신모드의 능력치 총합과 맞먹는 수치였다.

모르긴 몰라도 자기 몫의 표를 올인한 신격도 있는 눈치였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 정도 표가 나오기 쉽지 않을 테니까.

물론 다음 시나리오부터는 이 정도 양의 표를 기대하기 어렵다. 인기가 많아진 건 좋지만 그만큼 나를 유심히 지켜보는 녀석들도 많아졌을 테고 따라서 군왕모드를 사용하기는 더 어려워질 테니까.


‘어쨌든 기분은 괜찮네.’


“아 몇 표나 받았냐고! 되게 뜸들이네.”

“열 표.”


나는 사실대로 말해줄까 하다 귀찮은 일이 생길까 싶어 대폭 줄여 말했다.

물론 열 표란 수치도 엄청난 거였다. 아마도 상위 1%에 해당하는 수치.

그런데 돌아온 박주은의 반응이 뜻밖이었다.


“애걔. 겨우 그거야?”

“그러는 넌 몇 표나 받았는데?”


진심으로 궁금했다.

저런 식으로 말한 걸 보면 최소한 열 표 이상은 받았다는 말일 텐데······.


“스물두 개.”

“뭐? 거짓말 하지 말고.”

“진짜야. 보여줘?”


믿을 수 없었다. 시나리오 내내 제 명품 가방들이나 챙기던 애가 어떻게.

순간 불길한 기분이 엄습했다.


“설마 너 능력 개방했었어?”

“아니. 네가 감추라면서.”

“그, 그랬지······.”


대개 배팅은 잠재력을, 다시 말해 활약상을 보인 화신들에게 이뤄진다.

그런데 그 긴박한 상황에도 명품이나 챙기던 박주은에게서 대체 어떤 잠재력을 보았다는 걸까.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나는 박주은을 대놓고 뜯어보았으나 도저히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낯선 사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혹시, 비제이 쭈님 아니신가요?”

“뭘 물어. 딱 봐도 대체불가 쭈님이 맞잖아.”


시커먼 청년들이 순식간에 박주은을 둘러쌌다.


“호호. 맞아요. 제가 쭈랍니다.”

“오오옷!”


나는 어이없는 상황에 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박주은은 그런 나와는 상관없이 팬 미팅을 이어갔다.


“세상이 이래서 다들 힘드시죠?”

“쭈쭈춤 한 번만 보여주시면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제발요!”


‘어랍쇼.’


다들 제정신이 아닌가. 하긴 이런 세상이니 제정신인 사람 찾는 게 더 어려울 지도 모르지.


“그런데 이 분은······.”

“설마 쭈님 남친 있으셨어요?”

“임마. 쭈님 남친 없다고 밝혔는데 뭔 소리야. 척 보면 몰라. 그냥 짐꾼이잖아.”


차츰 혈압이 올랐다. 이것들을 그냥······.


“호호. 그냥 팬이에요. 괜찮다는데도 자꾸 들어주겠다고 하네요.”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설마 이런 이유였다니.

이제야 박주은이 많은 배팅을 받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실 신격들이라고 해서 다 실리만 추구하는 건 아니었다. 배팅 시스템은, 특히 초반 시나리오들의 배팅은 유흥 목적이 거의 전부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유흥거리에는 화신들의 생존과 죽음을 관음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나로서는 박주은과 일 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지내다보니 다소 무감각해졌지만 사실 엘리베이터에서 박주은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랐었다. 입이 거칠어서 그렇지 외모만 놓고 보면 여배우 뺨치게 생겨먹었으니까.

개인 취향을 중시하는 신격들 중에는 이런 미모를 중요시하는 놈들도 적지 않다. 제우스만 하더라도 천하의 바람둥이가 아니던가. 그런 눈요깃거리에 집착하는 놈들이 있으니 뜻밖의 높은 득표를 기록하는 화신도 나오는 것이다.


‘이제야 박주은의 고득표가 이해되는군.’


박주은의 팬들은 박주은과 함께 사진까지 찍고 나서야 우리를 떠났다.


“인기 많은 것도 참 피곤하다니까.”


말과는 달리 매우 흡족한 표정의 그녀였다.


“좀 서두르지.”


이미 도심의 교통시설은 마비나 다름없는 상태.

우리는 도보로 호텔까지 이동해야만 했다.


“저거 아까 걔 아냐?”


박주은이 갑자기 멈춰서며 물었다.

그녀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구도자 전용 포털을 발견한 장소였다. 그렇다는 것은······.


‘또 저 녀석인가.’


꼬리에 흰 반점이 있는 구도자.

방구석은 포털 근처의 상공에서 구도자 본연의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일명 <혼백구슬 수거> 임무.


“뭘 하는 거지? 꼭 냥이들 헤어볼 토하는 것 같네.”

“혼백구슬을 정제하는 과정이야.”

“혼백구슬?”


방구석은 시나리오에서 사망한 이들의 혼백을 구슬 형태로 정제하고 있었다.

박주은은 모르는 눈치지만 본격적인 시나리오가 발생하기 전에도 구도자는 혼백구슬 정제를 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고는 했다. 그런 장면을 목격한 이들이 구도자에게 붙인 별명이 이른바 저승사자였다.


한 차례 혼백구슬 정제를 마친 방구석은 또 다시 여러 혼백을 흡입했다. 그런 뒤 입안에 머금고는 혀로 굴렸다. 얼른 보면 커다란 알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는 듯한 모습.

녀석은 혼백들을 입안에서 오물거리다 뱉어내기를 반복했다. 놈이 조금 전 내 혼백을 맛보겠다고 한건 저걸 두고 한 소리였다.


녀석에게 삼켜질 때만 해도 반투명한 형태이던 혼백들. 그 혼백들은 구슬 형태로 정제되어 뱉어졌다. 대량 발생한 혼백들을 수거하기 좋은 형태로 다듬는 과정이었다.

얼핏 보기엔 마구잡이식으로 하는 작업 갖지만 혼백의 생전 업보에 따른 1차 분류작업이었다. 따라서 어떤 혼백 구슬은 영롱한 빛을 띠었고 어떤 건 탁한 빛을 띠기도 했다.


혼백구슬에 묻은 타액에 비위가 상해가던 나는 문득 좋은 생각 하나를 떠올렸다.


“잠깐만 일루 와봐.”


나는 방구석에게 들킬 새라 건물의 외벽으로 박주은을 당겼다.

박주은이 핸드폰을 꺼내든 나를 보며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을 지었다.

나는 핸드폰의 영상촬영 앱을 켜 앵글을 방구석에게 맞추며 촬영을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흐흐. 보험 가입.”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보험에 가입할 땐 약관을 꼼꼼하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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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5_ 첫 메인시나리오 (3) 21.06.22 463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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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5_첫 메인시나리오 (1) 21.06.20 61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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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_버려진 세계 (2) +1 21.06.15 909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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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_군왕의 귀환 (2) +1 21.06.12 1,320 32 13쪽
2 2_군왕의 귀환 (1) 21.06.12 1,668 3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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