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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적장 서재

이계군단 소환술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김동하
작품등록일 :
2021.06.12 15:14
최근연재일 :
2021.07.04 21:39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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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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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_군왕의 귀환 (1)

.




DUMMY

2_군왕의 귀환 (1)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던전이라고 밖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비각성자인 매스컴을 통해 던전을 봤을 뿐 실제로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들어갈 생각은 없었고 말이다.


“···공명 오빠. 여기······.”


다솜이의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그저 호기심 가득한 표정.


“대박! 완전 진짜 같아.”


다솜이는 눈앞의 동굴을 아마도 이 호텔만의 특별한 테마라운지 정도로 여기는 듯했다.

나 역시도 잠깐이지만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나는 엘리베이터와 맞닿은 벽을 만져보았다.


‘이건 진짜다!’


지상건물 안에 인위적으로 이런 동굴을 만들 수는 없었다. 이건 정말로 던전인 것이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도, 돌아가야 해!”


나는 막 엘리베이터를 나선 다솜이의 손목을 잡아끌고 다시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리고는 로비층의 버튼을 눌렀다.


‘젠장.’


로비층을 포함, 다른 어떤 층의 버튼도 작동하지 않았다. 심지어 문조차 닫히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비상문도 보이지 않았다.


“오호. 거참 신기하네. 이런데 던전이 떴단 말이지.”

중년사내는 나와는 백팔십도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불안해하는 여자를 데리고 호기롭게 엘리베이터를 나섰다.


“이게 얼마만의 개인 던전이지. 가뜩이나 짜증났는데 몸이나 한번 풀어볼까.”


저 배나온 아재가 각성자였던 건가. 새삼 세상이 참 불공평하게 느껴진다.

그때였다. 안내방송 비슷한 소리가 들린 건.


[히든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이어 반투명한 창 하나가 눈앞에 떠올랐다.


[제목 : 버려진 세계(1)]

[개요 : 이곳은 ‘버려진 세계’의 북부로 통하는 관문입니다. 이제껏 버려진 세계에 진입한 존재는 없습니다. 혼돈 그 자체인 이 작고도 큰 세계는 유일하게 전승된 단 하나 전설에 의해 유지되고 있습니다.]

[목표 : 던전 관문 통과]

[성공 보상 : 각성권]

[실패 조건 : 관문 통과 실패, 사망]

[실패 패널티 : 호텔 붕괴]

[제한 시간 : 2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던전에 대해 뉴스에서 들은 적은 있다지만 이런 각성자들이나 접할법한 상황이 내게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각성자가 되어 떵떵거리고 사는 모습을 상상해보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식은 아니다. 이곳이 정말 마수들이 득실거리는 던전이라면 비각성자인 내 생존확률은 제로일 테니까.


하지만 만에 하나 통과할 수만 있다면······.


‘나도 각성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내 일말의 기대는 뒤이어 떠오른 생각에 묻혀 사라졌다.

실패 패널티인 호텔 붕괴.

지금 이 호텔에는 예슬이가 숙박중이다.

나는 곧장 예슬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신호는 잡히지 않았다.


‘젠장. 마력 파장의 간섭 때문인가.’


F급 던전조차도 마력 파장이 있기 마련이다.

작동을 멈춘 엘리베이터에 통신은 두절. 이제 호텔붕괴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부여된 튜토리얼을 완료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각성자가 확실해 보이는 중년사내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인원은 모두 비각성자일 것이다. 중년사내가 자신감을 내비치고는 있었으나 이상하게 불길했다.


“그런데 이 던전은 등급도 없나?”


중년사내가 목을 풀며 중얼거렸다.


‘역시 던전의 등급도 모르는 건가.’


실은 나도 이상하게 여기던 부분이었다. 보통 던전 듀토리얼이 발동되면 던전의 등급 안내도 같이 나온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뭐 상관없지. 너희들 B급 각성자님과 함께 있는 걸 운 좋은 줄 알라고.”


앞장 서 나가는 중년사내의 전신이 휘광에 감싸이더니 이내 갑주가 장착됐다.

전신을 감싼 풀 플레이트 아머였다. 역시 B급 각성자 정도 되면 저 정도가 기본 무장인 건가.


“딱 보면 사이즈가 나오지. 그리 긴장할 것 없어. 끽해야 E급 던전이야.”


중년사내가 소드와 방패를 소환하며 자뻑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곁에 있던 여자도 로브를 착용했다.


“우왓! 이 사람들 각성자였어?”


예상과는 달리 여자 또한 각성자였다. 다솜이 역시 나만큼이나 놀란 눈치였다.

각성자 커플의 무장을 보니 이곳이 던전임이 보다 실감나기 시작했다.


어차피 물러설 곳은 없었다. 커플이 앞장을 섰고 나와 다솜이가 그 뒤를 따랐다.

드문드문 야광석이 박혀있었으나 전체적으로 어둑했다. 던전 내에 흐르는 한기에 몸서리가 쳐졌다.


“오빠, 으스스하지 않아요. 꼭 진짜 같아요.”


나는 진짜가 맞다고 말해주려다 말았다. 그 사실을 안들 달라질 건 없으니까.


그렇게 십여 분을 걸었을까. 아직까지 마수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점이 더 불안했다.

일반적으로 등급이 높은 던전일수록 잡스러운 마수의 수는 적다고 알고 있으니까.

그때 앞서 걷던 커플이 걸음을 멈췄다.


‘뭔가 있다!’


전방의 어둠 속에 붉은 안광들이 박혀 있었다.


*


“저 사람들은 뭐야?”


아랑은 상황실에서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확인하고 있었다.

뭔가 틀어졌다. 한 사람만 타야 할 엘리베이터에 다른 세 사람이 더 탑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나라 사람들 참 말 안 듣네.”

“아랑 네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엘리베이터에 추락 위험 이 정도는 붙여뒀어야 할 거 아냐.”

“그랬으면 저 샌님 같은 인간이 퍽이나 탔겠네.”

“어허. 거 말 조심! 신성모독이라 했다.”

“쳇! 뭐 어차피 동행인 있어도 상관없잖아.”

“그렇긴 하지만 애꿎은 사람들 잡게 되니 그렇지.”


아랑과 감무율은 무표정한 얼굴로 통제실의 CCTV화면을 보다 고개를 돌렸다.

네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나서면서 더는 그들을 관찰할 방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 분이라고 해도 비각성자인데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


얼른 보면 무표정한 얼굴이었으나 실은 무척 초조한 아랑이었다. 공명이란 청년이 그 분이 맞다한들 어떤 능력이 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이었다. 다만 확실한 건 비각성자란 사실이었다.


지금으로서는 <버려진 세계>에 전승되어오는 유일한 전설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반면 감무율은 신뢰에 찬 눈빛이었다.


‘그 분이라면 분명 해낼 것이다!’


<버려진 세계>에는 이야기도 개연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런 튜토리얼을 발동하는 것도 가능했다. 정상적인 세계라면 관리자가 아닌 그들에게 튜토리얼의 발동 권한이 있을 턱이 없으니까.

지금으로서는 시작 튜토리얼을 발동해 주는 게 감무율과 아랑이 그 분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나머지는 그 분이 하기에 달려있었다.


“자자, 치맥이나 먹자고.”


감무율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지금 상황에 무슨 치맥 타령이야.”

“이거 왜 이래? 내가 본 닭다리 환장해서 뜯던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나?”

“그거야 ‘버려진 세계’에는 치맥이 없으니까······.”


아랑이 입술을 샐쭉거리며 투덜거렸다.

아랑은 천하태평인 감무율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의 말대로 당장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그 분이 이 첫 번째 시련을 무사히 극복하길, 그리하여 전설이 실현되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


“찌지직직.”


얼른 보기에도 십 수 마리는 될 법한 마수였다.


“첨보는 마수인데? 오빤 뭔지 알아?”

“몰라. 쥐새끼들 같은데 뭘 쳐 먹고 저렇게 큰 거야.”


중년사내가 소드를 고쳐 잡으며 투덜거렸다.


“가시생쥐입니다.”


나도 모르게 내뱉었다.


“음, 저게 털이 아니라 가시였군. 그런데 그걸 넌 어떻게 알지?”


나는 사내가 던진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지는 중이었다.

그러게. 내가 어떻게 저것들의 정체를 아는 거지?


“모르겠어요. 그냥······.”

“뭐 상관없지. 주은아. 오빠 간다. 엄호 부탁.”


사내는 방패를 앞세워 가시생쥐떼로 돌진했다.


“찌지직.”


돌진해오는 사내를 향해 가시생쥐들이 몸을 털었다. 그러자 수많은 가시들이 화살처럼 쏟아졌다.

사내는 방패로 날아오는 가시들을 막으며 계속해 전진해 나갔다.

문제는 나머지 인원에게는 방패가 없다는 것이었다.


“피해!”


그러나 내 말에도 다솜이는 발이 얼어붙은 듯 움직임이 없었다.


‘젠장!’


나는 다솜이에게 몸을 날렸다. 덕분에 다솜이는 날아오던 가시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지만 그 중 하나가 내 어깨 깊숙이 박혔다.


“큭!”

“오, 오빠.”

“괜찮아. 넌 여기 숨어 있어.”


말과는 달리 괜찮을 턱이 없었다. 화살 하나가 어깨에 박힌 셈이니 말이다.

전방에서는 사내의 소드와 가시생쥐의 가시들이 충돌하며 연신 불꽃이 튀었다.


- 챙챙. 채앵.


“시팔. 뭐가 이리 단단해!”


그때 등 뒤에서 후끈 열기가 느껴졌다.


“거치적거리니까 비켜!”


여자의 손에서 붉은 화염구가 생성되고 있었다.


“파이어볼!”


붉은 화염구가 쏜살 같이 날아가더니 사내의 측면을 파고들던 가시생쥐에 명중했다.


“찌직직!”


여자의 화염 공격은 효과가 있었다. 가시가 고온의 열기를 막아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사내의 공격은 먹히지 않는 중이었다. 아무리 봐도 B급 각성자라고 말한 건 거짓인 듯했다. 잘 쳐줘도 C급.

사내는 탱커 역할을 하기만으로도 벅차 보였다. 다행히 여자 쪽이 딜러가 돼주고는 있었지만.


문제는 가시생쥐의 수였다. 사내 혼자서 모든 가시생쥐의 전진을 막는 건 무리였다.

이내 몇 마리의 가시생쥐가 사내를 우회해서 우리 쪽으로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파이어볼!”


여자가 돌진해오는 가시생쥐들을 향해 연거푸 화염구를 날렸다. 그러나 가시생쥐들은 화염구에 맞아 죽어가면서도 가시를 발사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여자의 정면을 향해 날아왔다.


‘이 사람이 당하면 끝이다!’


여자가 당하면 우리는 유일한 딜러를 잃는 셈이었다.

나는 위험을 감수하고 여자를 향해 몸을 날렸다.


“크윽!”


이번에는 가시가 허벅지에 박혔다.

말이 가시지 창이나 다름없는 두께. 우측 대퇴부에서 견디기 힘든 통증이 올라왔다.


“···고마워. 하지만 멍청한 판단이었어.”


고맙다는 거야 멍청하다는 거야.

더는 가시가 날아와도 몸을 날리기 힘들었다. 다행히 여자와 그의 파트너는 서서히 가시생쥐의 공략 패턴을 찾아가는 듯했다.

사내는 아예 소드를 내던지고 방어에만 전념했다. 여자는 사내의 사각에 위치한 가시생쥐들 위주로 차근차근 제거해나가기 시작했다.


“헉헉.”


성공인가.

가시생쥐들이 내던 소리가 사라지자 우리의 가쁜 숨소리만 들려왔다.


“큭!”


일어서려고 했던 나는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주저앉았다.


“그냥 있어.”


곁으로 다가온 여자가 내 허벅지와 어깨에 박힌 가시를 차례로 뽑아낸 뒤 불로 환부를 지졌다.


“끄으윽!”


가시에 찔린 때보다 더한 고통이 일었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비명을 삼켰다. 남아있을지 모를 가시생쥐들이 비명을 듣고 몰려오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보기보다 깡은 좋네.”


여자가 빈정거리며 말했다.


“깡은 개뿔. 미련한 거지.”


어느새 돌아온 사내가 못마땅한 얼굴로 나와 제 파트너를 번갈아 봤다.


“애들은 두고 가야겠어. 거치적거려.”

“그렇긴 한데 그래도 나 살려줬잖아?”

“그래서 치료도 해줬잖아. 그거면 됐지.”

“하긴 뭐.”

“얼른 가자. 시간 없어.”


그러고 보니 제한시간이 있었다.


“괜히 나서지 말고 그냥 여기 있어. 오빠랑 내가 알아서 클리어 할 테니까.”

“······.”


여자는 앞서가는 사내를 쫓으며 가시생쥐들이 떨군 아이템을 훑어보았다.


“다 쓰레기들이야. 그냥 와.”


사내와 여자의 목소리가 서서히 멀어졌다.

나는 내 허벅지에 박혔던 가시를 주어들고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가시에서 강철 같은 단단함이 느껴졌다. 당장 무기로 쓸 수 있는 거라고는 이것뿐이었다.

몸을 일으킨 나는 절룩거리며 다솜이에게로 다가갔다.


“흑흑······.”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어있던 다솜이는 뒤늦게 울음이 터졌다.

다솜이를 보자 다시금 예슬이 생각이 났다. 호텔 붕괴를 막으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튜토리얼을 완료해야만 한다.


그러나 무슨 수로?


놀란 다솜이의 등을 다독이면서도 나는 방안을 떠올리기 위해 연신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딱히 해결책이 있을리 없었다.

그때였다. 다시금 앞서와 같은 반투명한 창이 눈앞에 떠오른 것은.


[‘버려진 세계’가 군왕의 귀환을 희미하게 감지합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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