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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적장 서재

이계군단 소환술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김동하
작품등록일 :
2021.06.12 15:14
최근연재일 :
2021.07.04 21:39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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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56
추천수 :
303
글자수 :
107,136

작성
21.06.22 20:00
조회
462
추천
10
글자
12쪽

5_ 첫 메인시나리오 (3)

.




DUMMY

5_ 첫 메인시나리오 (3)








*


‘드디어 시작인가.’


동시에 두 마리의 고블린을 해치운 나는 민경식 팀장을 돌아보았다.

떨리는 눈동자. 역시 당황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 놀란 사람이라면 민경식 팀장뿐만이 아닐 거다.

전인류에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알림창이 떴을 테니까.


[배팅 시스템 알림]

[본 시나리오에는 배팅이 걸려있습니다.]

[시나리오 결산 과정에서 많은 득표를 할수록 앞으로의 생존에 유리합니다.]

[득표율을 높이려면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어필하길 바랍니다.]


알림창을 본 사람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 도대체 누가 배팅을 한다는 거지?

- 지금 우리가 경주마라는 거야?

- 왠지 기분 나쁜데.


아마도 이런 식으로.

현시점에서 <지열구>의 배팅 시스템에 대해 정확히 아는 인간은 나뿐이었다.

배팅 시스템은 인간과 신격의 상반된 처지를 대변하는 가장 단적인 부분이다. <지열구>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신격들의 유흥거리나 다름없는 처지니까.

물론 내가 그 경주마들 중 하나가 되어 필드를 뛰게 될 줄을 상상조차 못했지만.


멀리서 민팀장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그 시선에서 이런 질문이 느껴졌다.


‘당신은 뭔가 알고 있는 거냐?’


하지만 그에게 인류가 직면한 상황을 알려줄 생각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내 말을 믿을 턱도 없는데다 당장은 증명할 방법도 없으니까.

어차피 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될 거다.


나는 다시금 마수들을 해치우는데 집중했다.

어쨌든 이곳은 [버려진 세계]가 아닌 [지열구의 세계]였다. 이곳의 룰에 따라 이곳에서의 경험 또한 쌓아갈 필요가 있었다.

언젠가 이곳의 룰을 박살내기 위해서는 더더욱.


나는 강제로 능력이 억제된 상황에서 또 다시 힘을 줄여 싸우는 중이었다. 아직은 빌어먹을 신격들에게 진짜 힘을 들켜서는 곤란하니까.

그런데 이 힘 조절이란 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조금만 조절을 잘못해도 마수의 머리가 터져나가기 일쑤였다. 지금의 내게 고블린의 머리를 부수는 일은 계란 깨기와 비슷한 수준이니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본래 힘의 일할 밖에 쓸 수 없는 상황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본래의 힘을 다 쓸 수 있는 상황이라면 힘 조절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치우천왕 가면의 [위압]스킬도 요긴했다.

내게 대적하는 마수들의 전의를 꺾어놓으니 상대적으로 요리하기가 간편했다.


잠깐 날뛰었을 뿐인데도 주변이 삽시간에 정리가 됐다.

나는 쓰러진 마수들을 보며 혹시나 싶어 사념체의 기운을 감지해보았다.


‘안 느껴지네. 역시 사념체 각인은 버려진 세계에서만 가능한 건가.’


당연한 일이었다.

사념체 각인은 내가 지열구의 구상 당시 생각해두었다가 파기한 스킬이었으니까.

이곳에서는 사념체 각인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으나 달리 생각하면 다행스럽기도 했다. 이 세상에서 사념체 각인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오로지 나 하나뿐이란 거니까.


어차피 각인할 사념체라면 버려진 세계에도 아직 많이 남아 있았다.

그리고 때가 되면 다시금 버려진 세계에 다녀와야 한다.

나는 아직 버려진 세계의 반쪽짜리 군왕이니까.

현재 정복한 영토는 북부 뿐. 초반 시나리오를 클리어 하는 데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테지만 중후반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나머지 세 구역을 정복해야만 한다. 최종적으로는 사방위신의 사념체도 거두어야만 하니까. 그러려면 이곳에서도 힘을 더 키울 필요가 있었다.


‘당장은 여기에 집중하는 거야. 그러려면······.’


더 많은 동료들이 필요하다.

지열구의 세계는 시나리오의 세계.

시나리오는 나 혼자의 힘으로 완성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나는 주인공도 아니지 않은가.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서울 강남.

현시점에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동료가 누가 있더라.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박주은이었다.

그녀를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는데 그녀는 지열구의 주요등장인물 중 한 명이었다.

BJ로 활동하며 제법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박주은.

콧대가 높아 다루기 쉽지는 않지만 아군이 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인물이다.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그녀는 지열구에서도 보기 드문 능력자다.


이중각성자.


기본적으로 딜러형 마법각성자지만 추후 상당수준의 버퍼능력 또한 보유하게 될 인물이었다. 더군다나 버려진 세계에서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동안 그녀의 능력은 본래 소설 속 인물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강해진 상태······.


속으로 단기계획을 세우는 중이던 나는 미처 예상치 못한 기운이 감지했다.


‘이건! 마수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기운도 아니었다. 분명한 건 상당히 강력한 기운이라는 것뿐.

그렇다고 신격의 기운일 가능성은 없었다. 현시점에서 신격이 등장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우니까.


그렇다면 이건 대체······.


나는 처음 느껴보는 기이한 기운에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마수의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혼탁하고 불길한 느낌의 기운. 굳이 비유하자면 죽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기운이라고나 할까.

짐작 가는 존재라면 하나뿐이었다.


‘녀석이 왜 벌써 출현한 거지?’


문제는 아직 녀석이 등장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수상한 기운을 추격해 질주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역시 저 자식이었군.’


나란한 두 고층 빌딩 사이의 허공에서 짙은 보랏빛 포탈이 보였다.

나로서는 익히 잘 알고 있는 포탈이었다.

일명 사신의 포탈.

오로지 <구도자>만 전용으로 사용하는 포탈이었다. 구도자란 존재는 지열구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지열구의 관리대리인들이자 신격과 인간의 중개인 역할도 수행하는 존재들이니까. 물론 그 밖에도 관리국의 실무자로서 다양한 잡다한 일을 수행한다.


그러나 포탈만 보일뿐 구도자는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포탈이 아직 남아 있다는 건 근방에 구도자가 있다는 말이었다.


‘구도자가 왜 지금 시점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통상 구도자는 시나리오가 종료된 시점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구도자가 시나리오 중에 등장하는 경우라면 시나리오의 진행자 역할을 하는 경우 뿐.

그 경우를 제외하고는 희박한 확률로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뿐이었다. 개연성, 혹은 형평성이 위배되는 상황을 감지한 경우.


내가 굳이 힘을 조절하며 움직인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만약 구도자의 목표가 나였다면 포탈은 곧장 호텔 주변에 생성됐을 것이다. 따라서 구도자가 찾는 건 내가 아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박주은! 이 자식. 내 말을 귓등으로 들었나.’


박주은이 분명 힘을 조절하지 않고 발산한 게 분명했다.

구도자가 박주은을 찾아내기 전에 박주은과 접선해야만 했다.

애초에 박주은이 집에 다녀온다고 할 때 말릴 걸 그랬다. 하지만 어젯밤만 해도 시나리오 발동이 이렇게 앞당겨질 줄을 미처 몰랐었다.


나는 다급히 박주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이나 통화음이 울린 뒤 박주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너 어디야?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다니는 거야.”

“여기서도 대장 행세시네.”

“어디냐고!”

“안 그래도 호텔로 가려는 중이야. 중간에 좀 짜증나는 일이 생겨서······어라. 넌 또 뭐야?”


박주은이 나와 통화하다 말고 딴 소리를 했다.


‘설마 벌써 구도자와 마주친 건가.’


강철이와 마주쳤을 때보다도 심장이 더 격렬하게 나댔다.

박주은이 구도자와 마주친 거라면 최악의 상황.

나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또박또박 물었다.


“박주은. 죽기 싫으면 어딘지 당장 말해.”

“너도 내 스토커냐?”

“농담 아냐!”

“쳇···파라오 오피스텔이야. 긍대 이 자식 뭔데 사람 말을 하지?”


박주은도 슬슬 상황의 중대함을 느꼈는지 목소리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삼 분, 아니 일 분이면 도착해. 그때까지 그 자식이 뭐라 하든 대답하지 말고 버텨. 묵비권 알지? 그거 행사한다고 생각하면 돼.”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지도앱을 켜 파라오 오피스텔을 검색했다.


‘택시로 십여 분 거리라···어쩔 수 없나.’


건물들을 관통하면 모를까 시간이 부족했다. 남은 방법은 날아서 이동하는 것뿐.


“각인스킬 열람.”


지시어를 외치자 사념체 각인을 통해 획득한 특성의 목록들이 나열됐다.


[각인스킬 : 고속비행(Lv.2), 정신지배(Lv.1), 염화(Lv.2), 마력증폭(Lv.2)]


내 시선은 호문조의 사념체 각인으로 획득한 특성, 고속비행에서 멈추었다.

호문조의 사념체를 직접 소환해 타고 이동하는 편이 빠르겠지만 구도자까지 나타난 마당에 이계의 존재를 끌어들이게 된다면 그야말로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고속비행을 활성화시키자 전신에 호문조의 기운이 드리우는 게 느껴졌다. 눈에 망원렌즈가 장착된 듯 먼 풍경이 당겨져 보였고 몸은 한결 가벼워졌다.

외형의 변화도 있었다.

날개가 어깻죽지에서 솟아나왔다. 호랑이 무늬를 한 호문조의 거대한 날개가.


날개를 젓자 순식간에 몸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이미 버려진 세계에서 능숙할 정도로 사용한 스킬이다 보니 다루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날갯짓 한 번만으로 이삼십 미터를 단번에 상승했다. 그대로 백여 미터 가량을 수직상승한 뒤 예상되는 방향을 살펴보자 파라오 오피스텔이라 적힌 빌딩 한 채가 보였다. 나는 그 방향을 향해 발사된 탄환처럼 날아갔다.


‘늦지 않아야 할 텐데.’


구도자와 박주은이 마주친 이상 이미 아무리 빨라도 늦은 셈이었다.


나는 파라오 오피스텔 인근에 도착한 뒤 호문조 스킬을 해제했다. 그리고는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질주했다.

예상대로 박주은은 구도자와 대치상태였다.

박주은은 팔짱을 낀 채 구도자를 내려 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 주변에 떨어져 있는 여러 개의 쇼핑백들을 보며 슬쩍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된 거야?”

“아 몰라. 스토커 저 개새끼 때문에.”

“스토커?”


이제 보니 근처에 사내 한 명이 쓰러져 있었다.


‘각성자였던 건가.’


그러나 상대가 각성자였다고 해도 박주은이라면 충분히 힘 조절을 하며 상대할 수 있었을 거다. 굳이 폭주할 이유는 없었다.


“아씨. 저 새끼가 내 아가들을 이 꼴로 만들어서는 참을 수가 있어야지······.”


내 눈빛에 담긴 책망을 눈치 챈 듯 박주은이 서둘러 핑계를 댔다.

이제 보니 바닥에 널브러진 쇼핑백 안에 든 물건들은 죄다 명품 백들이었다. 그리고 그중 몇 개는 쇼핑백을 빠져나와 길바닥에 방치돼 있었다.


“너 설마 급하게 볼일이란 게 이거였어?”


박주은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한숨과 함께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화신(化身)이여. 계속 답하지 않을 생각인가. 그렇다면 추포하는 수밖에 없다.」


그때서야 나는 구도자를 돌아봤다. 녀석은 나 따위는 관심 밖이라는 듯 여전히 박주은만 노려보고 있었다.

삼등신의 몸에 거대한 머리, 그리고 그 머리의 절반을 차지하는 입.

그러나 전체 신장은 어린 아이만 했다. 외양이 이러니 박주은에게 만만해 보일 수밖에.


“쟤 그냥 날려버리면 안 돼?”

“응. 안 돼.”


나는 박주은의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묵살하고 구도자에게로 한 발 다가갔다. 그리고는 놈을 응시하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데······.”


내 돌발 발언에 구도자의 작은 눈이 처음으로 내 눈을 바라봤다.


“네가 찾고 있는 건 저쪽이 아니야.”


나를 보는 구도자의 검은 눈이 반짝였다.

나는 그 검은콩처럼 귀여운 눈을 보며 피식 웃었다. 물론 가면 탓에 보이진 않겠지만.


“이제 어른의 대화를 해볼까?”


나는 서서히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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