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적장 서재

이계군단 소환술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김동하
작품등록일 :
2021.06.12 15:14
최근연재일 :
2021.07.04 21:39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3,563
추천수 :
303
글자수 :
107,136

작성
21.06.18 19:30
조회
778
추천
17
글자
12쪽

4_무등급 각성자 (1)

.




DUMMY

4_무등급 각성자 (1)









[당신의 각성등급은 무(無)등급입니다.]


솔직히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에 기대가 컸었다.

그런데 뭐? F급도 아닌 무등급이라고?


내게서 뭘 본 건지 아랑과 감무율은 여전히 나를 경계하고 있었으나 정작 나는 실망감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물론 마냥 실망하긴 일렀다.

내가 알기로 무등급이란 등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등급이 없다지만 각성을 한 건 맞다.

그러니 뭔가 내가 알지 못한 능력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버려진 세계에서 일어난 일들은 하나 같이 내가 모르는 것들 투성이었다.


무엇보다 기분이 괜찮았다.

아직 어떤 능력이 생겼는지는 모름에도 이상하게 자신감이 들끓었다. 뭐든 해낼 수 있는 기분이랄까.


“감무율. 북부 재패라고 했었나?”


‘어라. 나도 모르게 반말을?’


“감무율. 내가 묻잖아.”


말투를 조정한다는 게 다시금 반말이 튀어나왔다. 이상하게 존칭이 낯설게 여겨진 탓이었다.

감무율 역시 다소 당황한 눈치였으나 이내 상황을 받아들였다.


“아아, 신 감무율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이제야 진짜 주군이 돌아오신 것 같습니다.”

“용건만!”

“아, 죄송합니다. 그럼 바로 전황을 설명하겠습니다.”


전황이라니. 감무율은 애초에 무장으로 설정한 캐릭터였다. 그렇다보니 무장이 사용할 법한 말투가 익숙한 것 같았다.

감무율과 아랑이 서로의 부족한 설명을 보충하며 ‘버려진 세계’의 전반적인 상태에 보고하기 시작했다.


*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이곳은 거대한 돔 형태로 고립되어 있고 다시 열십자(十) 형태로 4등분 되어 있다는 말이지?”

“역시 이해가 빠르십니다.”


다시 말해 감무율이 말한 북부 재패는 4등분 된 구획 중 북부 지역을 두고 하는 소리였다. 그의 말대로라면 내가 북부를 모두 재패하고 나면 북부의 관문이 열리고 본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현무가 관문을 지키고 있긴 할 테지만.


어쩌면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사실 먹고사는 문제에 치이다 보니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지만 내가 살던 본래의 세계는 곧 재앙급 위기와 직면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지옥문의 열쇠를 구합니다>, 줄여서 <지열구>의 내용을 아는 탓에 위험한 곳들을 피해 다닐 수 있었지만 곧 있을 재앙들은 숨는다고 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니 멈춘 세계에서 강해질 기회를 얻는다는 건 어찌 보면 엄청난 행운이었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이지만 나는 나름의 감으로 날짜를 체크하며 북부의 마수들을 상대해 나갔다.



- 일 년 뒤 -


어느덧 북부의 재패도 슬슬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내 각성능력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강해졌다. 그것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오빠랑 있으면 무슨 군대랑 다니는 것 같아요.”

“기분 나쁘긴 하지만 요긴하긴 하네.”


그 와중에 박주은, 다솜이와도 재회했다.

예상대로 박주은과 다솜이는 버려진 세계에 있던 것이다.


그럼 내가 제거하는 마수들은?


보다시피 사념체들이 되어 내게 각인되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내 몸에는 사념체의 생전 모습이 문신으로 남았다.

가시생쥐와 주견사를 해치웠을 때는 그 특성만 흡착이 됐었는데 <군왕의 자격>을 얻어서인지 이후 사념체 각인이 된 마수는 그 사념체를 소환하는 게 가능해졌다.

내가 해치운 마수들은 곧 부활했지만 더 이상 내게 적대감을 보이지 않았다.

무력으로 제압해 수하로 거두는 개념이랄까.


그리고 마침내 북부의 보스를 무릎 꿇리는 순간이었다.

이무기과 마수인 강철이는 다른 이무기들과는 달리 비행 능력이 있었다. 거기다 고화력의 화염까지 뿜어내니 말이 이무기지 실제 능력은 용에 가까운 존재.

그런 강력한 마수가 마침내 내 앞에 쓰러져 눈을 감았다.


[이곳에는 강철이의 잔류사념(思念)이 떠돌고 있습니다.]

[사념체가 흡착을 거부합니다.]


강철이의 사념체가 주위를 맴도는 게 느껴졌다.

불과 열을 다루는 사념체답게 사념에서도 열기가 느껴졌다.


‘3급 마수라 그런지 다르긴 다르네.’


강철이의 사념체는 내 주위를 얼쩡거리면서도 좀처럼 내게 흡착하지 않았다.

급이 높은 마수의 사념체들에게서는 종종 이런 현상들이 벌어지고는 했다.

그렇다면 힘으로 굴복시키는 수밖에.


“내게 오라.”


[군왕의 격을 발산합니다.]


순간 나를 중심으로 강력한 풍압이 퍼져나가며 먼지바람이 일었다.


“켁켁. 아놔. 그런 건 예고 좀 하고 하라고!”


먼지바람을 뒤집어 쓴 박주은이 눈을 가늘게 뜨며 투덜거렸다.


“아, 미안.”


잔뜩 폼을 잡던 나는 금세 저자세가 되었다.


“빨랑 흡착하라고 임마!”


강철이의 거대한 사념체가 몸부림치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잠시 후 녀석은 거부할 수 없는 인력에 끌려오듯 내게로 끌려왔다.


[강철이의 잔류사념체가 당신의 몸에 흡착하였습니다.]

[사념체 각인 효과로 강철이의 특수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단 사념체의 맹렬한 저항으로 인해 당분간 해당 특수능력은 봉인됩니다.]


‘끝까지 피곤한 놈이네.’


나는 강철이와 싸우느라 벌겋게 달아오른 몸을 내려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제 정말 끝인 거 맞죠?”


격렬한 전투의 연속이었던 지난날들이 생각난 건지 다솜이는 감격에 차보였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나 역시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이라고 해서 시간이 없는 건 아니니까.


지난 일 년의 시간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치열한 시간이었다. 그건 다솜이와 박주은도 마찬가지일 거다.


나를 포함해 우리 세 사람 모두 놀라운 변화들을 겪었다. 본래 각성자였던 박주은을 포함해 우리 모두 각성자가 됐고 남들은 십 년은 걸려야 겪을 만한 전투 경험을 쌓았다. 더군다나 다솜이는 무려 A급 각성자였다. 반면에 나는 무등급 각성자.


여전히 무등급의 의미는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각성을 떠나서도 충분히 강해진 상태였다. 무려 5일 간의 전투 끝에 강철이까지 수하로 거뒀으니까.

3급 마수인 강철이의 사념체를 소환하면 A급 각성자들과도 거뜬히 겨룰 만했다. 물론 내 상대가 다른 각성자들이 아닌 마수들이길 바라지만.


“휴.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네. 돌아가면 한 달 간 방콕하면서 맥주만 마셔주겠어. 아니지 피부 관리부터 받아야 하려나. 피부 건조해진 것 좀 봐.”

“언니. 저도 함께하면 안돼요?”

“맥주? 아님 샵?”

“둘 다요.”

“애 좀 봐라.”


들떠 보이는 박주은과 다솜이.

하지만 두 사람의 바람은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우리가 떠나온 본래의 세계는 조만간 엄청난 위기와 직면하게 될 테니까.

그러나 저 달달한 분위기에 굳이 찬물을 끼얹고 싶진 않았다.


“이제 남은 건 현무뿐인가?”


나는 조금 전 우리 곁에 나타난 아랑과 감무율이 듣게끔 중얼거렸다.


“역시 주군. 대단하십니다. 설마 그 강철이까지 거둘 줄은······.”


감무율 이 녀석 여태 나를 맹신하는 척하더니 실은 못 믿었던 건가.

감무율과 아랑이 거들었다면 북부 재패는 훨씬 빨랐을 거다. 그러나 이 두 심복은 내가 북부를 재패하는 내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을 거다. 그들에게는 주군 성장시키기란 확고한 목표의식이 있었으니까.


“이제 돌아가실 시간이네요. 솔직히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어요.”


아랑이 발밑의 돌멩이를 걷어차며 말했다.

뭔가 졸업식 같은 분위기였지만 나는 여전히 심각했다. 아직 최대 난적이라 할 현무가 남아있지 않은가.

나는 아랑을 보며 물었다.


“지금의 나라면 현무를 상대할 수 있을까?”

“아뇨. 어림없죠.”

“필요 이상으로 솔직하네.”


솔직히 맥이 빠졌다. 북부를 재패한들 현무를 돌파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제 현무는 싸울 필요가 없어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현무와 싸울 필요가 없다니?

내가 지금껏 단련을 했던 이유가 현무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었단 말인가?


“이번 건 설명이 좀 필요하겠는데.”


내가 살기를 내뿜자 아랑이 흠칫했다.


“사실 현무는 감무율과 저 이상으로 주군을 기다리던 존재니까요. 겉으로는 원망하는 척하고 있지만 현무만큼 이 세계에 대한 애착이 강한 존재도 없을 거예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곳의 수호신이니까요. 버려진 세계에서 마지막까지 사념에 굴복되지 않은 몇 안 되는 존재죠.”


그런 거였나. 반가운 소식이 이어졌다.

마침내 그토록 고대하던 메시지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문장 ‘북부의 군왕’을 획득하였습니다.]

[북부의 관문이 열렸습니다.]


드디어 돌아가는 것인가.

본래의 세계의 시간은 내가 떠났을 때 시점 그대로이겠으나 나는 체감상 일 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가슴이 벅찰 수밖에.


*


“이걸 갖고 가세요.”


북부 관문인 던전 입구에 도착했을 때 아랑은 자신이 차고 있던 팔찌를 내게 주었다. 영롱한 빛이 감도는 금속 팔찌였다.

얼떨결에 팔찌를 받아든 나는 의아함에 사로잡혔다.


“너네도 같이 가는 거 아니었어?”


내 말에 아랑이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고 감무율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는 아직 떠날 수 없어요. 주군의 사념체가 된다면 모를까.”


그 말은 내가 아랑과 감무율을 죽여야 함께 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이곳은 죽음이 없는 곳이다. 그래도 나와 사념체 각인을 하게 되면 부활한 본체는 혼이 없는 껍데기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물론 아직은 사념체가 될 생각은 없어요.”


‘아직은?’


어딘가 불길하게 들리는 말.


“때가 되면 아시게 될 거예요. 아직 이곳에는 남은 세 방위의 영토도 있고요.”

“어쨌든 지금은 함께 갈 수 없다는 거지?”


아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아쉬워요. 예쁜 언니.”


그간 정이 들었는지 다솜이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나는 문득 죽음과 시간과 서사가 사라진 세계에서 맞이하는 이별의 의미가 궁금했다. 어쩌면 지금의 이 이별은 죽음과 시간과 서사의 작은 총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곳에도 시간이 흐를 수 있다는 최초의 가능성 말이다.


“그럼 이만 갈게. 다시 보자고.”


빈말이 아니었다. 그때가 언제일지 모르나 나는 이 버려진 세계에 다시 오게 될 거란 강한 확신이 들었다.

짧고 굵은 작별 이후 우리 세 사람은 그토록 고대하던 귀환을 시작했다.


“으으. 역시 여긴 춥네.”


현무의 방에 들어선 다솜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다솜이와 달리 나는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강철이의 사념체 영향인지 몸 안에서 끊임없이 엔진이 고속 회전하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현무의 방을 통과하도록 현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부활한 것으로 보이는 주견사가 보였으나 녀석은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우리를 바라볼 뿐 공격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절뚝거리는 주견사를 보자니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걸어 갈림길이 있던 장소에 이르렀을 때였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헌터들인가?’


아직 실체를 보진 못했으나 맹렬한 살기가 느껴졌다. 단순한 각성자가 아니라 각성능력을 숙련되게 사용하는 헌터들의 기운이었다.

나는 실종자 수색 내지는 신생 던전에 대한 수사 중인 이들일 거라 생각하며 계속해 걸어 나갔다.

그러다 마침내 십여 명의 인원과 마주쳤을 때 나는 그들의 예상치 못한 반응이 당황했다.


“마, 마수다!”


마수?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봤지만 우리 세 사람뿐이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설마 공명이 마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계군단 소환술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방식 변경 안내 +1 21.07.05 121 0 -
19 7_레드피아 (6) 21.07.04 159 4 12쪽
18 7_레드피아 (5) 21.07.03 169 6 13쪽
17 7_레드피아 (4) 21.07.02 165 6 12쪽
16 7_레드피아 (3) 21.06.29 218 9 12쪽
15 7_레드피아 (2) +1 21.06.28 249 8 13쪽
14 7_레드피아 (1) 21.06.27 293 8 12쪽
13 6_듀얼모드 (2) 21.06.26 329 10 12쪽
12 6_듀얼모드 (1) 21.06.25 393 10 13쪽
11 5_ 첫 메인시나리오 (3) 21.06.22 463 10 12쪽
10 5_첫 메인시나리오 (2) 21.06.21 531 15 14쪽
9 5_첫 메인시나리오 (1) 21.06.20 611 14 12쪽
8 4_무등급 각성자 (2) 21.06.19 680 15 12쪽
» 4_무등급 각성자 (1) 21.06.18 779 17 12쪽
6 3_버려진 세계 (2) +1 21.06.15 909 23 12쪽
5 3_버려진 세계 (1) +2 21.06.14 1,129 25 14쪽
4 2_군왕의 귀환 (3) +1 21.06.13 1,188 27 12쪽
3 2_군왕의 귀환 (2) +1 21.06.12 1,320 32 13쪽
2 2_군왕의 귀환 (1) 21.06.12 1,668 31 13쪽
1 1_수상한 면접 +2 21.06.12 2,308 3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