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선물
뜻밖의 선물
조금 경색된 표정으로 자드키엘을 바라봤다.
역시 감정의 변화는 일도 없는 그는 무표정. 늘 무표정이다.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아예 없다.
지극히 단절된 감정을 가진 것이 천사라더니. 천사를 바라보며 인간이 느끼는 위압감, 위화감, 성스러운 뭐 그런 유의 감정들 그건 모두 저 스스로 만들어내는 감정일뿐 천사와는 일도 관계없다
천사는 그 어떤 감정도 표현하지 않는다.
절대선
의회에서 내린 명령을 완벽히 수행한다.
옳고 그름의 판단조차 없다.
절대선이 옮음이요 그 외에는 모두 악이다.
절대선에 속한 감정들
사랑, 기쁨, 환희, 믿음, 희망은 진리에 이르는 선한 기운 그 외의 것들은 정신을 어지럽히는 헛된 욕망의 잔재들이다.
지금 자드키엘은 블레싱 글로리에 들어 있다. 날개를 잃었기에 인간의 몸에 빙의하는 것은 불편하고 또 악마의 공격에 대처하기 힘들다. 그래서 블레싱 글로리에 들어가 있다.
이는 곧 인간의 감정은 전혀 공유하지 않는 천사 그대로의 감정에 충실하다는 소리다.
"저기, 의회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면 제 본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있지 않겠습니까?"
"루시퍼는 그렇게 허술한 타락 천사가 아니다. 어디에 감추었는지 모른다. 천사도 찾지 못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이 우주는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넓다. 천사가 많다고 해도 우주 전체를 돌아 다닐 수는 없다. 특히 천사는 생명체에 이끌리기 때문에 생명체가 없는 심우주 깊은 곳까지 찾아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 난 또 의회가 대단한 줄 알았지요."
"보시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우주 제일의 공적일세. 본신을 찾을 수 있다면 그렇게 했겠지. 자네보다 더 열성적으로 찾았다는 것만 알아주시게."
"하긴 본신을 찾았다면 파괴했겠죠. 어? 그럼 전 어떻게 되는 건가요?"
"어떻게 되긴, 그분이 만든 그릇을 공유하여 영원히 윤회의 굴레에 빠져 살아가겠지···."
"만약에 말입니다. 인간이 멸족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모든 차원의 인간이 멸족하는 일은 없을 거네."
"여기가 태초의 차원의 아닙니까? 이곳의 인간이 영향을 받으면 모든 차원의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던가요?"
"그러니까 이곳의 인간은 멸종될 일이 없다는 걸세."
자드키엘이 저렇게 말하는 것은 아마 최후에 의회가 나설 거란걸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태초의 차원에서도 많은 종이 생성되고 사멸한다. 그 생존 여부에 따라 다른 차원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모든 차원에서 그 종은 서서히 사멸한다. 그러므로 태초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중우주 전체에 영향력을 미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만약 이모탈 시티의 인간이 모두 멸종한다 해도 권능으로 각성한 자가 살아남아 있는 한 다중우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악마가 함부로 이곳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번식. 무엇보다 인간의 번식을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도 악마들은 몬스터를 대지에 풀어 인간의 죽음을 방치한다.
그건 악마가 다 같은 생각을 가진 악마가 아니라 이놈들은 철저한 개인주의며 이익을 위해서는 인간 종 하나 멸족시키는 것을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든 방법을 마련할 수 있는 놈들이기 때문이다.
아주 쉬운 예로 다른 차원의 인간을 이 태초의 차원으로 데려오면 된다. 당연히 우주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에 대해 천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사가 근접하지 못하도록 이 행성을 어둠의 행성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다크 에덴이다. 하지만 생텀 의회에서 폐기 처분이 내려지면 이 행성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악마는 방어를 천사는 행성을 부수기 위해.
악마가 두려워하는 것은 천사가 별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천사들이 수도 없이 모여들어 태양을 부풀리거나 행성의 위치를 태양 쪽으로 밀어 버리면 곤란하다.
악마도 자기들 마음대로 행동을 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천사란 존재는 언제나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옳지 않아. 태초의 차원에서 태어난 생명체만이 축복받을 수 있어. 다른 차원에서 인간을 납치하여 데리고 와 봤지 축복받지 않는 인간은 흙으로 돌아갈 뿐이네."
"음? 그래요? 악마도 골치 아프겠군. 그럼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인데 왜 이 행성을 이따위로 만들어 인간의 존속을 위협하는 것이죠?"
"에너지 원일세. 형성하나를 삼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야. 태초의 축복을 받은 인간의 영혼은 가장 높은 효율을 가진 에너지 원일세."
"그 축복이 결정화 되어 대지 위에 흩뿌려진 것이 에테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말씀하신 대로 그것을 에너지 자원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제 영혼을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었던 거군요. 악마는 왜 이것을 이용하지 못합니까?"
"결정화된 영혼은 권능을 담을 수 없어. 악마에게는 쓸모없는 돌덩이지. 하지만 인간은 그 돌덩이 속에서 굳은 결정체를 뽑아내고 있네. 순수한 영혼의 핵을 말일세."
찝찝하지 않을 수 없다. 에테르 발전소가 인간의 영혼을 태우는 발전소라니. 박사들이 알면 경기를 일으킬 만하다. 던전에서 자라는 엘리시움 광석은 길 잃은 영혼의 안식처가 되었던 셈인데···.
"서전 임팩트를 일으킬 때 왜 칠죄종은 그 많은 인간의 영혼을 수확하지 못했죠?"
"의회에서 그걸 막았기 때문이다. 몇몇 천사들이 희생하여 디바인 파워로 이 행성을 감싸고 가이아에 스며들어 악마가 손대지 못하도록 했다. 그 결과 가이아는 결정화 되어 대지 위로 떨어져 내렸어."
"그렇군요. 결국 엘리시움 광석은 신성화가 결정화된 것이고 그 안의 인간 영혼을 지키려 하는 것이어서···. 그렇다고 해도 악마가 그 정도 결정체를 부수지 못할 것도 아니데···."
"엘리시움 광석을 부숴 그 안의 인간 영혼의 정수를 얻는다 해도 권능을 담지 못하네."
"가만, 제가 잘못 생각했군요. 천사의 희생으로 인간의 영혼을 지키려 했던 것이 아니고 이 많은 인간의 영혼을 악마에게 넘겨주면 곤란하기에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기 위해 희생한 거군요. 씨발! 얼쑤! 환장하네. 이야기가 그렇게 진행되는 거네."
"생텀 의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하네. 그 짧은 순간에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네. 만약 인간의 영혼이 악마의 손에 넘어간다면 우주의 한 균형이 무너질 수 있었네."
"서전 임펙트를 일으킨 놈이 누굽니까? 메타트론은 확실히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건 의회에서만 알고 있는 비밀일세. 나는 그 비밀에 접근할 권한이 없네. 다만 동료의 속삭임을 들은바 메타트론이 관여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네."
"후, 언젠가는 반드시 알아봐야 하겠군요. 천사는 많은 고유 능력을 갖추고 있지요? 과거로 또는 미래로 시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 않습니까? 왜? 서전 임펙트 이전으로 되돌아가 그걸 막을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까?"
"수도 없이 했네. 하나 그것은 이미 산정된 것이어서 그쪽에서도 완벽히 방비를 구축해 두었네. 지금은 되돌아가도 어쩔수 없게 되었어. 그 시간대는 오려져 버려졌다네. 다시는 태초의 차원 그 시간대로 돌아갈 수 없어. 그곳에는 허무만 남았거든."
"지독한 놈들이네요."
"천사가 대단한 힘을 가졌다면 악마 또한 마찬가지네. 빛과 어둠은 어느 한쪽이 더 강해질 수 없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그 균형을 맞추려 하는 것일세. 그것이 최고의 방법이자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지."
나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인간이 이 행성을 떠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영위되어야 할 것들. 천 년 동안이나 참고 견디어 내야 하는데 전 이모탈 시티의 헌터가 권능의 영향으로 탄생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군요."
"당연하지 않은가? 그곳으로는 그 어떤 권능도 침범할 수 없어. 자네가 헌터라 부르는 초인은 모두 하우리엘의 축복을 받은 자들일세. 그들도 강해지지 않으면 버틸 수 없기 때문일세."
"카피너가 핵심이네. 적은 자원을 무한대로 뽑아 쓸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은 하우리엘이 한 일이야. 그는 이모탈 시티를 지키기 위해 이미 인간의 역사에 관여한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니네. 하우리엘의 축복을 받은 자들은 순수한 인간이 이 행성을 떠날 때 모두 처분될 걸세. 오직 순수한 영혼만이 이 행성을 떠날 자격이 있는 걸세."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속에서 불똥이 튀었지만, 눈앞의 자드키엘을 죽도록 팬다고 어찌 되는 것은 아니다. 천사는 천사대로 일 처리를 하고 있을뿐이다.
천사와 악마는 지금까지 눈치만 보고, 서로를 감시하고 있다. 누구 하나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자. 그런 와중에 갑툭튀 한 놈이 있었으니 바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봉인하고 있는 나 정동혁이다.
의회에서 나를 알아챈 것은 내가 쫓아낸 왓처가 보고 했기 때문이고 악마가 나를 알아차린 것은 이스라엘의 팬더모니엄에 들어가서 설칠 때였다.
바알은 이게 웬 금덩이가 재발로 기어들어 왔나 했을 거다. 피의 교단에서 내게 먼저 손을 쓰긴 했다. 아스모데가 날 위해 권능을 주는 척하며 같이 먹였던 사멸충의 주인이 누군지 대충 짐작이 간다. 바로 피의 교단 수장 벨페고르일 거다.
물론 그 사멸충은 방해가 된다고 언노운이 원자 분해로 깨끗이 소멸시켰다. 그리고 그것도 미덥지 않으니 마녀의 어머니라 불리는 피에스파니를 내 감시자로 붙였다.
하지만 그 팬더모니엄은 바알의 앞마당. 결국 난 바알의 초대를 받았고 바알은 확실히 하기 위해 낙인까지 찍어 버렸다.
그렇게 일이 진행된 것이다.
지금 자드키엘은 언제 부서질지 모를 미쳐버릴 정도로 얇은 살얼음판을 기고 있다.
"이제 대충 상황 정리가 되어가긴 하는데. 과연 누가 하우레스 라인에 날 내버려 두었는지 그걸 찾아내는 것과 서전 임펙트에 누가 관여되었는지 그것을 밝혀내야 이 세상을 바로 잡을 건더기가 보이긴 하겠네요."
"자네는 미약하네. 인간의 몸으로는 한계가 있을 거야. 이걸 받게."
자드키엘이 건넨 것은 문양이 있는 펜던트였다. 문양은 오메가 문양인데 오메가 문양 위에 작은 보석이 하나 박혀 있는 간단하고 간결한 디자인의 작은 펜던트였다.
"마우카 오울 아르카티즘 이셉트 앙카 오나임 페란데스를 펜던트 모양으로 세공한 것이네."
"이름이 복잡하고 기네요. 이건 뭐에 쓰는 겁니까? 액세서리는 아닐 테고?"
"편하게 오남임이라고 부르게나. 우주에서 구하기 힘든 철이야. 불순물이라고 전혀 없는 행성의 최중심부에서만 끄집어낼 수 있는 순도 백 퍼센트의 스틸에 이셉트 앙카 오나임을 박은 거네. 그건 우주에서 가장 순결하고 순수함을 가진 광석으로 권능을 접근을 불허하는 완벽한 광석으로 우리는 천사의 눈물이라 부르네."
"권능의 접근을 불허한다고요? 내가 가지기에는 조금 그런데요. 제 반은 권능이잖습니까?"
"그걸 목에 차면 일시적으로 자네의 권능을 억누를 수가 있네."
"그건 달래 말해 힘의 반을 버리라는 이야기잖습니까?"
"대신 더 좋은 것이 있네. 자네가 가진 신성력을 몇 배로 증대시켜줄걸세. 그럼 억눌린 권능을 대처하고도 남지."
"에? 이걸 왜 제게 주십니까? 저요. 우주 최악의 괴물 데우스 엑스 마키나입니다만."
"그건 자네 영혼 속에 봉인된 놈이고 내가 선물한 사람은 정동혁이라는 인간일세."
"음, 쓸모 있을지도 모르고 일단 주신 것이니 부담 갖지 않고 챙겨 두긴 하겠습니다만 쓸 일이 그렇게 있을까 싶네요."
"있을걸세. 그걸 목에 걸면 천사의 무기나 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네. 블레싱 글로리를 말일세. 그리고 글로리 던의 능력을 훨씬 더 끌어 올릴 수 있지. 이제 왼손으로도 글로리 던을 잡을 수 있게 되며 글로디 던은 절대 자신을 잡은 주인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으니 다칠 우려도 지울 수 있지."
"블레싱 글로리를 착용할 수 있다고요?"
"물론일세. 자네의 권능을 오나임으로 눌러 놓으면 되네. 인간의 몸뚱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강도 갑옷임을 알고 있지?"
"대신 악마들이 가장 싫어하는 신성력을 풀풀 날리겠죠."
"천사의 장비이니 당연하지 않은가?"
"위험할 때 요긴하겠군요."
"두말할 필요가 있겠나? 웬만한 악마의 무기로는 블레싱 글로리를 부수지 못할 거며 권능이 지독한 곳에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도록 해 줄 거네. 말 그대로 천사의 갑주일세."
"이 귀한 걸 왜 선 듯 저에게 주시는 거죠?"
"내 결정이 있을 수 있나? 의회에서 명한 대로 따를 뿐이네."
"생텀 의회에서 내게 이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초 레전드 아이템을 선뜻 내게 준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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