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헤모스
베헤모스
전투력 백오십만 정도의 괴물인데 비슷한 놈이 일본에서 본 야마타노 오로치다. 물론, 이건 이나나미가 만들어낸 환상 속의 생물이라 실존하는 녀석은 아니다.
베헤모스는 이쪽 뮤턴트가 붙인 명칭이고 실제는 타락 교단 소속 프로네우스가 만든 데몬 부류의 몬스터다. 지옥의 데몬은 거의 이 프로네우스가 만들어 내는데 실제는 바다의 군주로 지옥에서 대후작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해룡의 대가리를 가진 악마다.
바다는 생명의 원천이라고 했듯이 녀석은 바다에서 새로운 생명을 끄집어내는데 악마 왕국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취미가 데몬 만들기라 온갖 종류의 데몬은 죄다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타락의 교단에서 풀어 놓은 베헤모스 또한 프로네우스가 만든 걸작 중 하나다. 다만 원래 목적이 인간을 토벌하는 것이 아닌 뭉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데 집중하여 지능은 매우 단순하다.
한 자리에 절대 가만히 있지 않으면 늘 움직이며 인간이 만 명 이상 모였을 때의 권능을 감지하고 그곳으로 달려간다. 뮤턴트도 백 년 전에 베헤모스와 싸운 적이 있다.
LA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뮤턴트는 그동안 구한 모든 재래식 무기를 쏟아 부었지만, 베헤모스에 상처 하나도 주지 못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베헤모스라 불리게 된 모양이었다.
미국인의 특성상 서로 단합하여 도시를 되찾기를 바라는데 악마로서는 귀찮은 일이다. 지상은 파괴되었어도 그들 머리에 남은 과학적 지식이 귀찮은 것을 자꾸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뭉쳐서 뭘 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뿔뿔이 흩어 놓는 것이 관건이었다. 어차피 지상에는 데몬이 넘쳐 나는데 거대한 데몬 한 마리 정도 더 돌아다닌다고 문젯거리가 될 것은 없다는 판단이었다.
효율은 기가 막혔다. 지금까지 베헤모스는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고 미국의 뮤턴트는 베헤모스 때문에 뭉치지 못했다.
그것을 이용한 바신이었지만 역시나 나 때문에 계획은 실패로 끝이 났다. 타락 교단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겠지만 어찌하겠는가? 바알 직속의 종자에다 현 게헤나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진 파리교단과 피의 교단을 적으로 두기에는 손실이 너무 크다.
그래서 나를 건드릴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악마는 개인 간에도 이득이 먼저다. 철저한 개인 주위에 능력 주위다. 작은 실수에도 나락을 떨어져 버릴 수 있어서 악마는 늘 살얼음판을 걷는다.
바신도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기에 처벌은 가혹할 것이다. 조금 날아가다 보니 멀리서 폭발음과 진동이 전해져 왔다. 뮤턴트는 사력을 다해 베헤모스를 공격 중이다.
그들은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하늘에서 떨어질 신의 지팡이를 기다리고 있다.
베헤모스는 원래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괴수로서 악마가 아닌 신이 만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너무나도 거대한 크기에 외형은 하마, 물소, 코뿔소 등 여러 가지가 짬뽕 된 복수의 괴수이다.
보아라, 저 베헤모스를, 황소처럼 풀을 뜯는 저 모습을, 내가 너를 만들 때 함께 만든 것이다.
저 억센 허리를 보아라. 뱃가죽에서 뻗치는 저 힘을 보아라.
송백처럼 뻗은 저 꼬리, 힘줄이 얽혀 터질 듯한 저 힘을 보아라.
청동관 같은 뼈대, 무쇠 빗장 같은 저 갈비뼈를 보아라.
맨 처음에 하느님이 보인 솜씨다. 다른 짐승들은 거느리라고 만든 것이다.
산의 소출을 가져다 바치니 들짐승들이 모두 와서 함께 즐긴다.
무성한 연꽃잎 앞에 의젓하게 엎드리고 갈대 우거진 수렁에 몸을 숨기니.
연꽃임이 그늘을 드리우고 강가의 버드나무가 그를 둘러싸 준다.
강물이 덮쳐 씌워도 꿈쩍하지 아니하고 요르단강이 입으로 쏟아져 들어가도 태연한데
누가 저 베헤모스를 눈으로 흘기며 저 코에 낚시를 맬 수 있느냐?
구약 욥기 40장
이어링에 떠 있는 구약성서의 한 구절을 읽으며 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보이는 저 거대한 덩치는 구약성서에서 묘사한 베헤모스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그냥 악마의 피조물일 뿐이었다.
성서에서 묘사된 것과 닮은 것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뭐. 예상한 바였지만, 프로네우스가 만든 데몬일 뿐이지 베헤모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괴물이다.
햇빛에 빛나는 검은 각질의 피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대가리는 뭐랄까 육식 공룡을 닮았는데 제 딴엔 악마 작품이라고 머리에 거대한 물소 뿔이 달려 있었다. 몸체는 정말 이쁜 비늘이 겹겹이 쌓인 모양인데 언젠가 책에서 본 적이 있는 천산갑과 거의 흡사했다. 가까이서 보니 더더욱 이 천산갑처럼 생긴 비늘이 선명했고 검은색이라 정말 아름답게 보였다.
긴 꼬리까지 검은색 일색이었는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갑주를 입은 검은 곰과 같았다. 그 덩치가 얼마나 큰지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 보니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머리에 난 뿔 하나의 크기가 웬만한 빌딩 한 채와 맞먹을 정도였다. 악어의 눈을 닮았는데 역시나 사악한 기운이 줄줄 뿜어져 나왔다.
눈알 하나의 크기가 네오 나치의 비공정과 거의 같은 크기니까 베헤모스가 얼마나 큰지 감이 올 것이다.
네 발로 움직이는 데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대지가 크게 울리며 땅이 푹푹 꺼졌다.
얼척이 없어 혀가 쑥 나올 정도로 엄청난 크기다. 여기에 뮤턴트가 쏟아부은 공격은 참으로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공격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표현이 맞다. 이 덩치가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으니 이백 년 동안 그 누구도 공략하지 못한 것이다.
이놈이 몇 번 몸을 흔들면 주변 기물은 그냥 삭제되는 수준이었다.
베헤모스는 공격이 필요 없었다. 그냥 덩치로 밀고 들어가면 그뿐이다. 어디서 미사일 같은 것을 용케 구해온 모양인데 천산갑 같은 검은 비늘에는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았다.
더욱이 이놈이 뿜어내는 기운은 사악하여 근처 몬스터를 대거 끌어모으고 있었다. 베헤모스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잡몹까지 빠르게 도시로 기어들어 와 뮤턴트를 혼란케 했다.
그들은 혹시나 바신이, 여기서는 존 존스로 불린다. 존이 신호를 줄까 하여 목을 빼고 기다리는 중이다. 로드 프럼 갓으로 타켓을 고정하기 위한 시간을 버는 것으로 생각하고 죽음을 각오하고 베헤모스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밑에는 재미있어?"
"재미있기는 귀찮아 죽겠는데."
"그럼 지젤을 보내줄까?"
"그래? 오 좋지. 지젤하고 같이 사냥하면 훨씬 기쁠 거야."
섹서스는 직접 베헤모스를 상대하겠다고 했으나 만류했다. 대신 뮤턴트에 위해가 가지 않도록 잡몹을 처리하라고 부탁해 놓았다.
섹서스의 부패는 그 위력이 고위 악마도 두려워할 만큼 압도적이지만 직접 접촉해야 먹히는 기술이라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것은 확실히 귀찮은 일이다.
동서남북 구역을 나눠 두 명의 아크 데몬이 동쪽과 서쪽에서 몬스터와 싸웠고 섹서스는 도시로 진입하는 길목에 서서 혼자 분투 중이었다.
"가라. 지젤 마음껏 사냥해."
지젤은 그동안 레벨업을 하여 생쥐에서 까마귀로도 변신할 수 있었다. 내가 강해지면 사역마도 덩달아 강해지는 것이니 지젤의 전투력도 급속히 늘어 2품 중에 저급 악마는 상대할 정도가 됐다.
특히 이런 몬스터 사냥은 레벨업 경험치 충당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나는 이제 대부분 기술이 맥스에 다다라 있다. 인간 몸뚱이로 낼수 있는 한계치에 다른 것이다.
"섹서스는 베헤모스와 직접 접촉은 하지 말고 거리를 유지해."
"왜? 그냥 녹여 버리지?"
"쇼를 위해서는 준비 과정이 필요해. 그냥은 재미없잖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타락 교단의 악마는 내가 처리했어."
"어? 그러고 보니 놈의 존재가 안 느껴진다고 했더니 너 순식간이구나. 몇 달 안보이더니 어디서 뭘 하다 온 거야?"
"여하튼 지젤까지 보내줬으니 잘 놀고 있으라고 몬스터를 워싱턴 안으로 들여보내지 말고."
"쳇, 언제까지 이 귀찮은 일을 해야 하지?"
"좋잖아. 그동안 근질근질 했을 텐데 그 몸을 완벽하게 제어해 보고 싶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신호 줄 테니까 그때까지만 놀고 있어."
이들이 베헤모스를 상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였는지 알수 있었다. 건물 옥상에 설치된 미사일 발사대를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어디서 주워 모아놓은 건지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및 각종 무기류가 워싱턴에 집결된 것 같았다. 과거 재래식 무기는 초반 백 년 이래 거의 소모되어 사라졌다.
미 주 방위군의 전략 자산은 금방 동이 났다. 나중에는 총알 하나 만들지 못해 약탈과 방화가 일어날 정도로 씨가 말랐다. 그런데도 이런 미사일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가진 재화의 크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것이다.
뮤턴트로서 과거 인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신체 능력을 손에 넣었으나 인간의 두뇌만큼은 계속 진보하여 과거의 과학적 지식을 빠르게 흡수했다.
몇 년 동안 워싱턴에서 베헤모스를 잡기 위한 덫을 설치한 모양이다. 미국에서 베헤모스만 잡아내면 인간들이 다시 뭉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그 희망에 불을 지른 것이 존 존스였다는 아이러니는 진정한 악마의 농락이었다.
그들의 상징인 화이트 하우스는 지금도 불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는 수뇌부는 화이트 하우스에 들어앉아 군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베헤모스는 거대한 덩치를 움직이며 워싱턴 남쪽에서 진입해 올라왔다. 좌측으로 흐르는 포토맥 강이 잡몹이 의회 의사당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주고 있었다. 강 동쪽은 아크 데몬인 에반 홀리스가 분투하고 있으며 서쪽은 에런 도일이 싸우고 있다.
남쪽 95번 도로를 따라 몬스터가 기어들어 왔는데 섹서스와 지젤이 신나게 두드려 잡고 있으니 백악관에 모인 수뇌부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을 두고 설왕설래하며 야단법석이었다.
베헤모스는 우드 브리지를 넘어 로튼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섹서스는 스피링 필드까지 후퇴했고 뮤턴트는 대부분 알렉산드리아에 집결해 최후의 대결을 대비하고 있다.
저 거대한 천산갑은 요지부동이다. 우직하게 밀고 들어올 뿐 어떻나 공격도 먹히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존 존스의 신호 단 하나뿐이다.
"클린턴에서 495번까지 방어책을 설치 뮤턴트 한 명이 분전 중. 몬스터의 대거 진입을 혼자서 막고 있습니다."
"팔스 처치에서도 같은 상황입니다. 뮤턴트 한 명이 몬스터를 소탕 중입니다."
"뭐 하는 자들인가? 존스 대장의 연락은? 어디에 있는가? 위치 파악이 되는 전령을 불러와."
"연락 중입니다. 위치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정신들 차려! 이곳이 무너지면 그동안 고생한 것이 수포가 된다."
워싱턴 기념탑을 아래도 둔 화이트 하우스는 과거의 영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곳 워싱턴은 미국의 상징으로 이백 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이런 외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뮤턴트가 끊임없이 보수해 왔기 때문이다.
이곳이 무너지면 미국도 무너진다는 그 신념 아래 누가 명령한 것도 아니지만 그들은 미국의 심장부를 지키기 위해 또 보존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링컨 기념관에서 하이트 하우스, 미국 의회 의사당을 잇는 삼각 지역에는 몬스터 한 마리 어슬렁거리지 않는 청정 지역으로 변해 있었다.
특히 남쪽 아래 양 갈래로 흐르는 포토맥강이 천연의 방어벽 역할을 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베헤모스가 올라오면서 자극받은 몬스터 떼거리가 포토맥강을 넘어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버그는 이미 예상하고 적재적소에 뮤턴트를 배치했지만 중과부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최대한 존 존스가 신호를 보내올 때까지만 버텨 달라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상당한 전투력을 보유한 뮤턴트가 핵심 길목을 지키며 몬스터를 막아주고 있었다.
특히 남쪽에서 가장 많은 몬스터가 몰려고 왔는데 그걸 단 한 사람이 막고 있다는 보고는 충격 그 자체였다.
지금 스트라이크 버그에는 1초 1초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입술이 바짝 타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지경이다.
원래 뮤턴트는 땀 같은 것은 거의 맺히지 않는다. 그런 뮤턴트가 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인지를 대변하는 것이다.
"바이크를 몰 수 있는 자는 모두 보내라. 존스 대장을 찾아서 답변을 받아와. 더는 기다릴 수 없다."
베헤모스를 워싱턴으로 유인한 것은 애초 계획에 의해서다. 하지만 일만이라는 인원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베헤모스를 처리하기 위해 로드 프럼 갓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걸 제어할 수 있는 시설을 다 끌어모아 놓은 곳이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이었다.
이 지역만이 전시체계에 맞춰 자가 발전을 할수 있는 시설이 집약되어 있기에 이곳이 아니면 전력을 공급받을 수 없다.
그래서 워싱턴에서만 전략적 계획을 실현할 수 있었다.
문제는 로드 프럼 갓에서 발사된 텅스텐 창이 베헤모스를 곧바로 친다 해도 그 충격파에 워싱턴은 완전히 쑥대밭이 될 것은 자명하다.
지금 스트라이크 버그 사령관은 존 존스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최대한 빨리 철수해야 한다. 이곳에 모인 일만의 넘는 뮤턴트의 생살여탈권이 오직 한 명에 손에 달린 것이다.
연락을 주겠다는 존 존스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끊기었고 몬스터는 미친 듯이 워싱턴 시내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스트라이크 버그 사령관은 땀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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