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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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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1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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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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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30. 원초적이고 순수한 감정을 표현한 대가

DUMMY

헉헉헉


거친 날숨소리가 훈련장을 가득 메웠다.


“이 한심한 녀석들아! 벌써 두 바퀴째다. 한 바퀴만 더 따라잡히면 오후 수업은 지옥에서 한다.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다! 하하하.”


끔찍한 협박을 호탕한 웃음으로 마무리하는 변태 사이코는 무술학부의 교수 리암이었다.


“헉헉··· 아현··· 우리 좀 살려줘··· 제발······.”


저승 문턱에 아슬아슬 버티는 표정의 뚜따가 애원하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피아는 아랑곳 하지 않고 더 속도를 높여 멀어졌다. 이대로라면 남은 두 바퀴를 완주하기 전에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빌어먹을 자식아······.”


눈이 반쯤 맛이 간 동기의 원망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너야··· 모든 원흉은 너야.”


“저주한다. 내가··· 반드시 널 저주할 테다.”


폐가 터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뚜따에 대한 원망은 끊이질 않았다.


“이놈들아! 떠들 정신 있으면 더 빨리 뛰어라. 그러다 정말 따라잡히겠다. 하하하.”


그동안 피아가 눈치껏 동기들과 달리기 속도를 맞추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전력질주를 시켜도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게 보였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보였다.


“네놈들은 뛰는 거냐? 걷는 거냐? 앞으로 열 바퀴 추가! 그 안에 피아에게 세 바퀴 이상 따라잡히면 각오해라.”


피아가 한 바퀴 따라잡았을 때 장난삼아 뱉은 말이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눈앞에서 그 현실이 이뤄지려했다. 리암은 이 상황이 재밌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반면에 뚜따는 죽을 맛이었다. 힘들어서 죽을 것 같고, 미안해서 죽을 것 같고, 쪽팔려서 죽을 것 같았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좋아해. 진심이야. 나랑 사귀자.”


왼쪽 무릎을 꿇고 준비한 꽃다발을 내밀었다. 그동안 수없이 연습한 대로 완벽한 자세와 대사였다. 아버지도 어머니에게 청혼할 때 섰던 방법이고, 형이 여자친구한테 썼던 방법이다. 삼촌도, 사촌도, 친구들까지 실패 없는 가장 확실한 고백 방법이었다.


오오오


동기들의 환호가 교실을 흔들었다.


“받아줘. 받아줘.”


“사귀어라. 사귀어라.”


응원의 외침도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분위기까지 조성됐으니 결코 실패할 리가 없었다.


부스럭.


손이 허전해졌다. 피아가 꽃다발을 받아든 게 확실했다. 피아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했다. 세상이 빛으로 가득했고, 아름다운 음악과, 향기로운 바람이 주변을 가득 메웠다. 이게 사랑이구나.


지난 두 달 동안 얼마나 마음 졸였는가. 피아를 볼 때마다 터질 듯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얼마나 노력했던가. 드디어 가슴 아렸던 그 시간의 결실이 이루어졌다. 드디어 사랑을 쟁취했다.


툭. 퍼석!


바닥에 꽃다발이 떨어졌다. 그리고 피아의 발이 무참히 꽃다발을 짓밟았다.


“응?”


놀란 뚜따가 고개를 들었다.


“지금 뭐 하자는 거냐?”


뚜따는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꽃다발과 함께 고백한다. 여자는 감동한 표정으로 꽃다발을 받고 교재나 청혼을 받아들인다. 고향에서 오랫동안 내려오는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감동으로 물들었어야 할 피아의 얼굴은 분노로 얼룩져있었다.


“죽고 싶은 거지?”


“으··· 응?”


얼음장같이 차가운 살기가 교실을 가득 메웠다. 동기들도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왜··· 왜 그래? 나 진심이야. 진심으로 널 좋아한다고.”


따스한 봄바람처럼 포근하고 아름다웠어야 할 고백은 애원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피아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뚜따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야! 말려!”


누군가의 외침이었을까? 뚜따에겐 구원의 소리였다. 짧은 외침과 함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동기들이 달려들어 피아를 붙잡았다.


“참아, 피아야. 승인 없는 결투는 징계감이야.”


“결투? 아닌데? 처벌이지. 저 얼빠진 자식이 응당 치러야할 죗값이야.”


“좋은 마음에서 고백한 거잖아. 그냥 없던 일로 치면 되잖아.”


“없던 일? 이 많은 사람 앞에서 개쪽을 줬는데 없던 일이 되겠어? 아~ 네놈들 기억을 몽땅 없애면 없던 일이 될 수도 있겠네. 그치? 다 같이 손잡고 저승 나들이 떠나면 되겠어. 응?”


십여 명의 학생이 매달렸지만, 뚜따에게 다가가는 피아를 세울 수 없었다. 게다가 분노의 칼이 자신을 향하자 더 이상 잡고 있을 수 없었다. 학생들이 하나둘 피아에게서 떨어졌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그저 사랑을 원했다. 피아와 함께 하는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싶었다. 원초적이고 순수한 감정을 표현한 것뿐이다. 그런데 그 감정 표현 한 번엔 천사 같던(?) 피아가 저승사자로 변했다.


‘어머니, 못난 소자는 먼저 떠납니다.’


절망의 끝을 직감한 뚜따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며 눈을 감았다.


“수업 시작한 게 언젠데 아직까지 교실에 있어?”


할렐루야~ 할렐루야~


하늘이 열리며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다. 평소 지옥에서 올라온 케르베로스라고 생각했던 리암의 호통이 천사의 노래처럼 들렸다.


학생들은 서둘러 교실을 빠져나갔다. 피아도 교수가 나타난 이상 다짐을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순간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을 뿐, 시간이 지나면 차차 진정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언제나 호승심을 강조하는 리암의 성격은 학부생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급적 그의 호승심을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했다. 그런데 피아가 작정하고 리암의 호승심을 자극하는 행동을 보였다. 압도적으로 격차를 보인 것이었다.


‘독한 년. 미친년. 고의야. 일부러 저러는 거야. 우리 다 엿 먹이려고 일부러 리암 교수를 자극한 거야. 악마 같은 년.’


동기생들의 공통된 심정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원망을 꺼낼 수 없었다. 지난 두 달 동안 겪은 피아의 지랄 맞은 성격을 생각하면, 더 이상 자극하면 안 됐다. 대신 그 비난을 뚜따에게 돌렸다.


결국 학부생 전부 피아에게 세 바퀴를 따라잡혔다.


“그동안 내 사랑이 너무 부족했다는 걸 오늘 깨달았다. 깊이 반성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너희가 실망하지 않을 사랑을 보여주도록 하마. 내 새끼들아. 하하하.”


바닥에 쓰러져 숨을 헐떡이는 학부생의 얼굴에 짙은 절망에 내려앉았다.


* * *


“저것들은 또 뛰네. 할 일이 뛰는 것밖에 없나?”


샤이르는 무술학부 훈련장을 보며 혀를 찼다. 압도적으로 빠르게 달리는 피아와 그 뒤를 헐레벌떡 쫓는 스무 명 남짓한 무리의 처절한 장면이었다.


“역시 피아가 압도적으로 빠르네? 그런데도 여유가 넘쳐 보이는 것 같지?”


먼발치라 정확한 표정은 보이진 않지만, 뒤를 쫓는 학생들과 달리 편안해 보였다. 타미가 아현을 보며 혀를 내두르는데 리암의 벼락같은 호통이 훈련장을 울렸다.


“이 한심한 녀석들아! 벌써 두 바퀴째다. 한 바퀴만 더 따라잡히면 오후 수업은 지옥에서 한다.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다! 하하하.”


“두 바퀴? 두 바퀴나 앞섰다고?”


훈련장 옆을 지나던 마법학부생들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아가 학부생과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의 편입생이라는 소문은 이미 학교 전체에 퍼졌다. 그래도 그녀와 다른 학부생의 격차가 이 정도까지 클 줄은 몰랐다.


“굉장하네. 소문으론 들었지만, 저 정도일 줄은 몰랐네. 너랑 같은 방 쓴다며? 어떤 애야?”


“움··· 착해. 가끔 너무 호전적이라 불안할 때도 있는데, 나름 합리적이기도 해. 그리고 결정적으로··· 예뻐.”


‘나름’을 붙였어도 합리적이라는 거짓말이 양심에 걸렸지만, 큰 사고를 칠 정도로 무모하진 않다며 적당히 합리화했다.


“맞아. 예쁘지. 가끔 복도에서 마주칠 때면 깜짝깜짝 놀란다니까. 소문만 들었을 땐 우락부락한 여자애일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어쩜 실력도 뛰어난 애가 얼굴까지 저렇게 예쁠까?”


미소녀 대마법사의 꿈의 사라진 지금, 타미와 같은 심정이었다.


“내 말이. 세상 참 불공평 하지. 우리 루리아만 봐도 그렇고.”


앞서 걷는 루리아는 뒷모습도 아름다웠다. 두 소녀는 침을 질질 흘리며 홀린 듯 루리아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 *


바람을 가르고 날아간 화살은 과녁에 한참 못 미쳐 바닥에 떨어졌다. 벌써 스무 발도 넘게 시위를 당겼지만, 한 발도 과녁 근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주보단 나았다. 처음 활을 잡았을 때만 해도 화살을 날리기는커녕 시위에 팔을 다치기 일쑤였다.


오오


잊을 만 하면 환호성이 터졌다. 보나마나 또 루리아의 화살이 과녁에 정확히 들어갔을 게 뻔했다.


“쟨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


타미는 팽팽하게 당겼던 시위를 놓으며 허탈하게 말했다.


“넌 지금 내 앞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시위를 떠난 화살은 하늘을 가로질러 세 개의 화살이 박혀있는 과녁 근처 바닥에 박혔다. 주변엔 십여 개의 화살이 꽂혀 있었다.


“아, 미안. 근데 너 진짜 못 한다. 어떻게 일주일 내내 연습했는데 과녁 근처에도 못 가니?”


“죽을래? 내 여린 몸에서 이만큼 하는 것도 대단한 거야.”


오오


또 환호성이 울렸다.


“루리아를 보고도 그런 변명을 하는 거야?”


할 말이 없었다. 세게 쥐면 부러질 것 같은 팔다리로 어떻게 과녁에 정확히 화살을 날리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쳇, 쟤는 빼고 얘기해야지. 완전 사기 캐릭이잖아.”


어깨를 으쓱했지만, 타미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언젠간 잘 하겠지. 루리아만큼은 아니더라도.”


아현은 다시 시위를 당겼다. 하지만 시위를 떠난 화살은 여지없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아오! 짜증나. 도대체 이 걸 왜 해야 하는 거야? 우린 마법학부잖아.”


활을 부러뜨려 저만치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아현의 힘으론 어림도 없었다.


“무슨 소리야?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카델은 무관학교잖아. 전공이 마법일 뿐이지, 결국은 무관을 만드는 게 목적인 곳이잖아.”


“그건 나도 알지. 그런데 우리가 꼭 활을 잘 쏠 필요는 없는 거잖아.”


“어머, 얘 좀 봐. 큰일 날 소리 하네. 궁수처럼 뛰어난 실력을 가질 필요까진 없지만, 그래도 활을 웬만큼 다룰 줄 모르면 실전에서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어. 지난 학기에 다 배운 내용인데··· 아, 맞다. 편입.”


‘쳇, 빌어먹을 현실성······.’


게임처럼 지능이나 높이고, 마나만 신경 쓰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럼 설마 나중엔 검술도 배우는 건 아니겠지?”


타미의 표정을 보는 순간 대답은 들을 필요가 없었다.


‘마법사가 마법만 잘 하면 되지. 도대체 왜 아무 관련도 없는 궁술이나 검술을··· 아······.’


중고등학교 6년. 그동안 배운 과목 중 살면서 써먹을 게 몇이나 될까? 이곳도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하니 씁쓸했다.


오오오


잠시 끊겼던 환호성이 다시 터졌다. 루리아의 실력을 보면 자괴감만 쌓여 애써 외면했다. 그런데 이번 환호성은 조금 달랐다. 추임새처럼 짧게 터졌던 지금까지의 환호성과 달리 제법 길게 이어졌다. 게다가 남자들의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낯익은 얼굴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피아였다.


“언니!”


“어? 피아야. 수업 중에 웬일이야?”


껑충껑충 뛰어온 피아가 아현의 품에 안겼다. 피아의 뒤를 쫓던 남자들의 눈빛이 부러움으로 바뀌었다.


“파견 나왔어. 마법학부 궁술 훈련 중이라며? 도와주면서 쉬고 오래.”


조금 전 훈련장을 달리던 피아와 무술학부생이 떠올랐다.


“다른 애들은?”


“응. 그 새끼들 다 죽었어. 오늘 안 죽으면 내가 죽일 거고.”


해맑게 웃는 피아의 표정 속에 숨은 살기를 아현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피아를 모르는 타미의 눈엔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미소로 보였다.


“무슨 일 있었어?”


“역시 언니는 눈치 채는구나. 별 거 아닐 수도 있는데······.”


자초지정을 다 들은 아현은 이마를 감싸 쥐었다. 어떤 불쌍한 놈인지 알 것 같았다. 어쩌다 식당이나 복도에서 마주치면 부끄러운 시선으로 피아를 훔쳐보던 무술학부생이었다.


‘두 달 동안 도대체 뭘 본 거야? 눈에 콩깍지가 씌었어도 그렇지. 얘한테 그런 짓을 하고 무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학기 초 정체를 숨기기 위해 내숭으로 시작했지만, 성격상 오래 유지되진 못했다. 그래도 특유의 붙임성 덕에 별 탈 없이 잘 어울렸다. 하지만 그 지랄 맞은 본성이 어디 가랴.


“그 자식 미친 거 아냐? 애들 다 보는데 쪽팔려 죽을 뻔 했다니까.”


“그래도 잘 참았어. 직접 손댔으면 일이 커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치? 나 잘 했지? 헤헤.”


다른 학생들이 말리는 바람에 직접 응징하지 못했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근데 성천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피아의 눈에 먼발치에서 홀로 화살을 날리는 성천이 들어왔다.


“오, 제법인데? 저 자식도 잘 하는 게 다 있네.”


시위를 떠난 화살은 족족 과녁에 꽂혔다.


“음흉한 자식··· 활 좀 쏜다고 하주 신났다니까. 그만 연습하고 나 좀 도와줘도 되겠고만. 혼자 구석에서 잘난 척이 아주 풍년이야.”


“왜? 뭘 도와줘? 활쏘기 잘 안 돼?”


“저기 봐. 전부 내가 쏜 화살이야.”


일정함 없이 사방에 제멋대로 떨어져 있는 화살을 가리켰다. 워낙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전부 아현이 쏜 화살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꽤 심각하네. 내가 봐줄 테니까 한 번 쏴봐.”


아현은 교수에게 들었던 설명을 기억하며 최대한 자세에 신경 썼다. 하지만 화살은 여지없이 의도와 전혀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익숙하지 않은 근육을 억지로 쓰려니까 잘 안 되는 거야. 다시 자세 잡아 보자.”


화살을 시위에 걸고 당겼다.


“아니지. 당길 때는 어깨에 힘을 최대한 빼고 팔꿈치만 뒤로 뺀다는 느낌으로. 팔꿈치는 조금 더 위로. 더, 더. 응. 거기까지. 왼팔은 굽히지 말고. 너무 억지로 세게 당기면 엉뚱한 데 힘이 들어가니까 가능한 만큼만 힘을 줘. 좋아. 이제 놔.”


퉁!


시위가 튕기는 소리와 함께 화살은 과녁을 향해 곧게 날아갔다.


“어, 어······.”


처음으로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을 보며 기대에 찬 감탄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화살은 과녁에 미치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더불어 아현도 고개를 떨궜다.


“너무 낙담하지 마. 그래도 이번엔 방향이 좋았잖아. 힘이 부족한 건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피아는 아현을 위로하며 다시 차근차근 자세를 잡아주는 사이 대여섯 명의 남학생이 몰려들었다.


“무술학부에서 파견 나왔다고? 우리도 자세 좀 잡아 줄래?”


“난 과녁까진 날아가는데 방향을 잘 못 잡겠어.”


“나도. 나도 잘 안 돼. 나도 좀 봐 줘.”


피아의 등장부터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던 남학생들이 기회를 잡고 몰려들었다. 지도를 핑계로 한 번이라도 말을 걸어볼 심산이었다. 그러나 피아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리고 단 한 마디로 몰려드는 날파리들을 쫓아버렸다.


“꺼져.”


피아의 싸늘한 반응에 뻘쭘해진 남학생들은 딴청을 피우며 사라졌다. 그 상황을 유쾌하게 바라보는 무리가 있는 반면 고깝게 보는 이도 있었다.


“저건 또 뭐야? 사내들이 꾀니까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보지? 어떻게 편입생이 하나 같이 다 재수가 없지?”


올루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피아와 아현을 노려봤다. 편입은 결코 흔한 경우가 아니었다. 그래서 소문대로 왕족이 아니더라도 인맥을 유지할 만한 가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현은 세상물정 모르는 촌년이었고, 성천도 출신이 불분명했다.


“카델이 아니었다면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했을 천한 것들이 자꾸 나대는 게 영 보기 불편해.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을 정도야.”


첫인상부터 어긋난 성천, 숲에서 짐승처럼 살다 온 주제에 승승장구하는 아현, 마법학부 수업에 나타나 이목을 끄는 피아까지 눈꼴시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저것들이 기를 확 죽여서 꼬리 말고 다니는 꼴을 보고 싶은데.”


올루도 도무라다와 같은 생각이었다.


“나도 계속 생각 중인데 뾰족한 수가 없어. 이런 거 잘 하는 놈이 하나 있긴 한데, 그 자식한테 부탁하고 싶진 않고.”


“그 거 내 얘기 같은데?”


“히이익.”


샤이르였다.


“깜짝 놀랐잖아. 미친놈아.”


“지금까지 우리 얘기 훔쳐 듣고 있던 거야?”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할까? 훔쳐 들은 게 아니라 옆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들린 거지. 그나저나 나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던데?”


“없어. 그런 거. 그러니까 저리 꺼져.”


지난 학기동안 봐온 샤이르라면 교칙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편입생들의 기를 꺾을 확실한 방법을 가지고 있을 게 뻔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있어서 결코 샤이르와 엮이면 안 됐다. 약삭빠르고 절대 손해 안 보는 샤이르에게 약점 잡힐 일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게 지난 학기 동안 배운 가장 큰 교훈이었다.


“아쉽네. 나도 저 두 친구한테 관심이 많아서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너랑 그럴 일 없으니까 꺼지라고.”


도무라다와 올루는 아현과 피아를 야릇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샤이르를 피해 자리를 옮겼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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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 모흐란의 사생아(4) 22.06.10 34 1 17쪽
40 #39. 모흐란의 사생아(3) 22.06.09 28 1 14쪽
39 #38. 모흐란의 사생아(2) 22.06.07 30 1 14쪽
38 #37. 모흐란의 사생아(1) 22.06.06 27 1 20쪽
37 #36. 얼빠 주인공이 이세계에 온 이유 22.06.03 26 2 18쪽
36 #35. 힘 없는 정의는 정의가 될 수 없다 22.05.31 27 2 23쪽
35 #34.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피아식 계산법 22.05.30 28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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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 기숙사 뱀 습격사건 - 2 22.05.27 31 2 21쪽
32 #31. 기숙사 뱀 습격사건 - 1 22.05.27 29 2 17쪽
» #30. 원초적이고 순수한 감정을 표현한 대가 22.05.26 28 2 18쪽
30 #29. 체프만의 비밀 공방 22.05.26 29 2 14쪽
29 #28. 모질이의 의외의 성적 22.05.25 28 2 16쪽
28 #27.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의심 22.05.25 26 2 20쪽
27 #26. 개학 - 불편한 소문 22.05.24 34 2 17쪽
26 #25. 서열 1위 맏내 아르젠느 22.05.24 25 2 16쪽
25 #24. 머글의 착각 +2 22.05.23 35 3 16쪽
24 #23. 엑스펠리아르무스 22.05.23 26 3 17쪽
23 #22. 본격적인 마법수업, 마법 감응훈련 22.05.22 37 4 16쪽
22 #21. 너무나 현실적인 판타지 세계의 교육방식 22.05.22 30 4 17쪽
21 #20. 지극히 주관적인 편입 테스트 22.05.21 32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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