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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사극은 진리 입니다.

삼국지 원술(袁術)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흑수련
작품등록일 :
2020.06.16 15:11
최근연재일 :
2020.06.25 14: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4,658
추천수 :
533
글자수 :
94,097

작성
20.06.17 15:19
조회
1,157
추천
25
글자
12쪽

형주(荊州)

DUMMY

남양으로 돌아온 원술은 본격적으로 수군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새로이 임관한 감녕을 비롯한 여러 인재들의 전심전력으로 초반부터 꽤나 나쁘지 않은 시작을 보였다. 물론 감녕의 임관에 그를 배척하거나 원술이 직접 찾아가 데리고 왔다는것에 대하여 시기하는 이들도 있었고, 범법자라 하여 처형하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원술의 부탁을 받은 양표를 비롯한 중신들이 황제에게 상소를 올리는것으로 그 죄를 덮을 기회를 주는것으로 처리되었다.


어느정도 생각해둔 것들이 차곡차곡 하나씩 정리되기 시작하자 원술은 강동 정벌을 마치고 돌아온 손책을 소환하였다. 손책은 궁인들의 안내를 받아 원술의 집무실에 들어와 그저 아무말 없이 앉아서 차를 홀짝이는 원술을 바라보며 내심 불안한듯 두 손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명공."


결국 어색한 침묵을 참지 못한 손책이 먼저 운을 띄웠다. 이에 원술은 싱긋 웃어 보였다.


"......"


"그래. 내 자네를 찾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손책은 원술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기대감과 불안감이 뒤섞인 심정으로 곧이어 들려올 말을 기다렸다. 손책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흥건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일전에 자네와 나 사이에서 약조한 것이 있지 않았는가."


"....그..."


손책의 머릿속은 점차 불안감에서 흥분감과 기대감이 뒤섞인 감정으로 뒤섞이기 시작했다.


"자네의 독립."


".....서,설마."


"자네의 독립을 내 이미 내 스스로 약조한 바 있으니. 이제는 그 약조를 지킬때가 온듯 싶어서 말이네."


원술의 말에 손책은 놀라 되물었다.


"여포를 물리친 연후에 독립을 허하신다고...."


"내 물론 그리 말을 했네. 허나 그 전에 독립을 허락할까 했는데. 어찌... 싫은가?"


"그,그것이..."


물론 독립을 약조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그것을 다시금 입밖으로 꺼낸다면 모시는 이를 배반하고자 노력한 인물로 세간에 알려질까 두려워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이것이 함정이라면? 손책의 흥분은 빠르게 식어 들어갔다.


"내 고민에 고민을 했네. 자네에게 언제쯤 독립을 허해야 할까 하고 말이네."


"......"


"그대도 그대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 나는 사실 자네를 이리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네. 자네만 진심으로 나를 도와준다면 내 자네에게 부기와 영화를 약속할 수 있고. 자네가 유표에게 복수하는것을 전적으로 도울 심산이었네."


"....주공."


"하지만 자네는 그대의 힘으로 직접 유표를 징벌하고 싶은게야. 그리고 자네에게는 자네만의 야심이 있네. 내가 자네를 품기에는 내 그릇이 작은듯 하이."


"...그,그렇지 않습니다."


손책은 이제서야 들려주는 원술의 진심에 혼란을 느꼈다. 그렇다면 원술은 왜 이제껏 자신에게 제대로된 보상을 해주지 않았을까?


'원공께서 진즉에 진심을 밝히셨더라면. 그 심중에 두신 감정을 밝히시고... 나를 대우해주셨다면 어쩌면 나는 원공의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야망이 있다. 하지만 최근 원공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미 독립을 하기로 하였다. 손책! 흔들리지 말자. 너는 스스로의 힘으로 유표를 물리쳐야 하는 제일의 사명이 있다.'


"주공..."


손책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원술을 바라봤다. 왠지 모르게 그간 알게 모르게 숨겨왔던 살심이 모두 사라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네가 어디에서 독립을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네. 그러나 자네는 자네만의 독립적인 세력을 원하겠지."


"....."


"그렇다고 나의 영토 안에 그대를 가두어 둘수는 없을 일. 남양이나 양주에 그대를 가둬둘 수는 없는 일이지."


원술의 말에 손책은 그제서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가,강동에서 세력을 키울 수 없다는건가... 그렇다면 나는 어찌해야 되는가.'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원술의 세력권 안에서 세력을 키운다는것은 사실상 무척 힘들다. 게다가 원술은 이제 협천자를 하고 있는 대장군이자 사공이 아닌가? 그의 이목을 속이고 그의 품 안에서 자신만의 세력을 키워낸다는것은 사실상 불가능이었다. 때문에 손책은 만감이 교차했다.


'어찌해야 하는가. 나는 대체 어디에서....'


"그래서 내가 그대의 거취를 직접 정해주려 하네."


"......"


"일어서게."


원술의 말에 손책은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뚱히 서있는 손책에게 원술도 자리에서 일어나 어느샌가 교지를 꺼내들어 펼치고는 외쳤다.


"손책 백부는 황제 폐하의 어명을 받들라."


"!!!!!!!"


원술은 무려 황명으로 정식으로 손책이 독립할 임지를 정해주려는 것이다.


'이,이것이 독일까? 어,어찌되었든 나는 받아들여야 한다.... 원공을 믿어보자. 유표와 멀리 떨어진 곳에 임지를 주지는 않으실거야...'


"형주 남부에 속한 장사(長沙)의 태수에 봉한다."


"화,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손책은 원술에게서 부임지로의 임명장과 장사 태수의 인수를 받아들고서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자,장사라니...'


장사. 그곳은 손책에게도 나름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그는 본래 강동 땅을 노리고 있었지만 이미 강동 전역이 원술의 것이다. 원술의 명으로 원술의 정식 휘하가 아닌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이들만으로 장악했다면 원술은 배반하고 강동을 장악하는것도 그리 불가능까지는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원술은 자신의 수하들을 직접 파견하였고 손책으로 하여금 이를 돕게끔 조치하였다. 그뿐 아니라 투항한 호족들까지 모두 받아들였다. 게다가 황제를 등에 업고 있으니 명분으로도 어찌할 바가 없었다.


굳이 원술을 배반하고 강동을 차지하려 한다면 자신은 천하에 둘도 없는 역적으로 낙인 찍힐 것이었다. 잠시 남양에서 머무르고 있는 황제의 궁. 황궁이 강동 말릉땅으로 천도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말릉이 포함된 강동땅에서 반기를 드는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행동일 것이다.


손책의 부친이자 유표에게 죽은 손견의 근거지가 바로 장사였기 때문에 손견의 죽음 이후로 모든 기반을 잃지 않았다면. 손견이 죽지 않았더라면 장사를 기반으로 세력을 키웠을 것이다.


"내 그대에게 독립 외에 지원해주겠노라고 한것이 있었네. 나는 이에 고심했었다네. 자네에게 선택권을 주겠네."


"...예?"


"군수품과 외부로부터의 안전. 둘중 어느것을 택할텐가?"


원술의 말을 들은 손책은 그제서야 자신이 어떠한 위치에 처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뿔싸! 장사는 강동과 가깝기도 하지만 유표의 간접적인 영향력이 있는 곳이다. 황명으로 임명되었으니 유표가 달리 어찌하기는 힘이 들테지만... 어찌되었든 그는 형주목이다. 관제상 나의 상관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와 나는 화합할 수 없으니.... 유표는 나를 견제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이를 물릴 수는 없는 일. 이를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고민이 되나? 둘중 무엇을 택하겠나."


원술이 원망스러웠다. 대체 어찌 나에게 이러한 시련을 넘긴다는 말인가? 하지만 독립을 약속했기에 독립을 허락헀다. 게다가 자신이 원한다고 하여 무조건 원하는 곳에 임지를 받을 수는 없는 일. 게다가 장사성은 죽은 부친의 임지였던 곳. 명분에서도 원술에게 그 어떠한 책임이 없으리라.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


"아,안전은 무엇입니까?"


"황명으로서 그대가 장사를 다스리며 안정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간을 벌어줄 수 있네. 그리고 내 힘으로도 최소한의 도움을 줄 수 있겠지."


"......."


손책은 고심했다. 군수품이 탐이 난다. 하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자신은 필경 유표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될지 모른다. 자신의 기반 조차 제대로 없다. 이제 고작 인수를 받았을 뿐이다. 휘하 병력도 얼마 되지 않는다. 유표가 작정하고 자신을 해하려 한다면 자신은 막아낼 방도가 없었다.


그렇다고 안전을 택하면 장사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재물을 모아야 한다. 그리되어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손책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어찌해야 하나.. 어찌..'


고심하던 손책의 뇌리에 얼마전 만난 친우인 주유의 조언이 뇌리에 번뜩였다.


'백부. 만약에 자네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거나 자칫 위험해질거 같으면 차라리 부친께서 남기신 유품을 원술에게 넘기게나.'


'미,미쳤는가? 그것은 아버지께서 목숨까지 잃어가며 내게 넘기신...'


'그깟 돌덩이에 미련 남기지 말게. 그깟 돌덩이로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네. 하지만 그 돌덩이를 포기함으로서 자네가 취할 이득은 말로 하기 힘드네.'


'.....'


주유와의 대화를 회상한 손책은 마음을 다 잡고자 노력했다.


'돌덩이라...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의 내게는 아무 매력이 없어.'


손책은 결심을 굳힌듯 비단 보자기로 감싸두었던 자신의 행낭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비단 보자기 안에서 꺼내든 것은 또 다른 비단으로 싸둔 무언가였다.


'명공."


이제는 군신관계가 아니기에 손책은 호칭을 달리하며 말했다. 이에 원술은 비단으로 둘러싸인 무언가를 손책이 꺼내들자 물건의 정체를 짐작했지만 굳이 모른체 하며 물었다.


"뭔가?"


".....명공께 이것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게 무엇인가?"


"제 선친께서 유품으로 남기셨던 물건 입니다."


"선친께서? 유품? 유품을 어찌 내게 주려 하나..."


"선친께서는 이것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 유일한 유품이라 제가 간직했을뿐. 제게는 필요가 없으니 명공께 드리겠습니다."


".....흠."


손책이 두 손을 들어 물건을 받쳐 들자 원술이 넘겨 받아 자신의 앞에 놓고는 물었다.


"이게 무엇인지 혹시 알고 있는가?"


"....옥새. 옥새 입니다."


"...옥새? 전국 옥새라는 말인가."


"....예."


"허... 과연 풍문대로 그대의 선친께서 이 귀물을 갖고 계셨군."


원술은 황제를 모시는 입장. 굳이 나무랄 수도 있었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이것을 내게 넘기는 연유가 무엇인가?"


"....외람되오나 옥새 되찾아 드린 보상을 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


".....보상?"


"....예."


"흠.. 그래. 무엇을 원하나?"


"앞서 말씀하신 두가지 보상들중 하나가 아닌 둘 모두를 받기를 원합니다."


"....알겠네. 내 그리하지. 향후 1년간 그대가 외부로부터 그 어떠한 압력도 받지 않도록 힘을 써두도록 하지. 또한 군수품은 약간 더 얹어서 지원해 주곘네."


"감사..감사합니다. 명공."


"그간 내 밑에서 수고가 많으셨네. 손 백부."


"......아,아닙니다."


"내 따로 이별주라도 한잔 나누고 싶네만. 내 정무가 바쁘고. 자네 또한 앞으로 공사가 다망할테니...이쯤하도록 하지. 앞으로 힘내서 유표에게 복수할 수 있으면 좋겠군."


"....감사합니다. 이만 물러 가보겠습니다."


"....잘가게."


손책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서 묵묵히 문을 열고 원술에게서 멀어졌다.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진 손책의 뒷모습을 떠올리는듯. 원술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결국. 내 품에 안을 수 없는 존재였겠지.'


원술은 그제야 시선을 돌려 탁자 위에 놓인 비단 보자기를 풀렀다. 그 안에는 영롱한 빛깔의 황제를 상징하는 귀물. 옥새가 그 찬란한 빛을 뽐내고 있었다.


'황제를 상징하는 옥새. 결국은 내 품에 들어왔는가... 이것을 이제 어찌 처리한다?'


옥새는 본디 황제의 것. 황제에게 돌려주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렇게 버리기에는 꽤나 아까운 물건이었다.


'이것은 당분간 내가 맡아두도록 하지. 이것의 소유를 이유로 활제를 칭할 생각 따위는 없다. 황제라는것이 고작 옥새라는 돌덩어리 하나로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니까. 다만 그 상징성은 내가 아주 잘 활용해 주도록 하지.'


원술은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할 음침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작가의말

당분간 형주 남부 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 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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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장사(長沙) 태수(太守) +1 20.06.25 965 30 8쪽
19 장사(長沙) 태수(太守) +2 20.06.25 820 26 10쪽
18 형주(荊州) +2 20.06.19 1,108 24 12쪽
17 형주(荊州) +5 20.06.18 1,176 27 13쪽
» 형주(荊州) +3 20.06.17 1,158 25 12쪽
15 교역(交易) +5 20.06.17 1,119 24 12쪽
14 교역(交易) +3 20.06.16 1,153 27 10쪽
13 교역(交易) +4 20.06.16 1,171 28 14쪽
12 서주(徐州) +1 20.06.16 1,198 25 10쪽
11 서주(徐州) +1 20.06.16 1,266 20 16쪽
10 대장군(大將軍) 사공(司空) +3 20.06.16 1,263 26 10쪽
9 대장군(大將軍) 사공(司空) +1 20.06.16 1,230 26 7쪽
8 대장군(大將軍) 사공(司空) +2 20.06.16 1,263 22 9쪽
7 협천자(挾天子) +2 20.06.16 1,256 28 11쪽
6 협천자(挾天子) +1 20.06.16 1,266 24 8쪽
5 협천자(挾天子) +1 20.06.16 1,284 28 11쪽
4 협천자(挾天子) +1 20.06.16 1,340 35 7쪽
3 원술(袁術)공로(公路) +1 20.06.16 1,363 29 10쪽
2 원술(袁術)공로(公路) +3 20.06.16 1,596 32 17쪽
1 서막(序幕) +5 20.06.16 1,660 2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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