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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1 님의 서재입니다.

중세 판타지에서 과학적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LEV1
작품등록일 :
2022.10.31 13:13
최근연재일 :
2022.12.28 22:25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74,055
추천수 :
2,527
글자수 :
469,180

작성
22.11.06 06:01
조회
1,878
추천
53
글자
16쪽

태양의 우물(3)

DUMMY

“굳이 더 파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을게요. ”

“그건 아니지만... 아직 물길이 전혀 보이질 않는데? ”


그가 내 눈치를 보더니 물었다.


“위치를 잘못 잡으신 겁니까요? ”

“걱정 마세요. 헛수고 한 거 아니니까. 애초에 땅을 깊이 팔 필요가 없습니다. 저 통이 반쯤 들어갈 정도면 되거든요. ”


나는 사람이 충분히 앉을 수 있는 크기의 나무통을 게일이 판 땅에 집어넣었다.


그 안에 길어온 바닷물 여섯 동이를 부은 다음, 빈 물동이 하나를 목욕통 한가운데에 내려놓았다.


넓고 높은 통 안에 좁고 낮은 통이 러시아인형(마트료시카)처럼 들어있는 모양새.

위에서 내려다보면 도넛 같은 형국이었다.


나는 그 위에 유포를 덮은 다음 주먹 크기의 돌멩이 한 개를 위에 올렸다.


그리고 천을 사방으로 팽팽하게 잡아당겨, 통을 덮은 유포가 가운데로 갈수록 움푹 꺼지되 정중앙의 물동이에 직접 닿진 않도록 세심하게 조절했다.


“됐네요. 이제 잠이나 자면서 기다리면 됩니다. ”

“이게 뭡니까요? ”

“말했잖습니까? 우물이라고요. ”

“우물... 이라굽쇼, 이게? 어딜 봐서? ”


게일이 둥그렇게 뜬 눈으로 항의했다.


“아니, 말이 됩니까요? 다른 건 둘째 치고 물길 자체가 없는데! 물동이에서 저절로 물이 솟기라도 한답니까? ”

“누가 솟는다고 했습니까? 저는 물이 ‘솟는’ 우물이라고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데요? ”

“물이 솟아나야 우물 아닙니까? 뭔 말장난도 아니고! ”


무심코 말을 뱉은 그가 헉 숨을 삼켰다.


“그, 방금은 쇤네가 학자님을 욕한 게 아니라... ”

“됐으니까 기다리세요. 두고 보면 알게 될 겁니다. ”


나는 근처의 풀밭 위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늦가을의 선선한 날씨는 낮잠 자기에 딱 좋았다.


오라클을 켜서 몇 가지를 검색하다 보니 자연스레 눈이 감겼다.

역시 공부야말로 최고의 수면제지.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즈음에 잠에서 깼다.


‘슬슬 확인해 볼까? ’


나무통을 덮고 있는 기름천의 끄트머리를 살짝 들어올렸다.

투명한 물방울들이 또르르 아래로 흘러내려가는 게 보였다.


슬쩍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았다.

밍밍했지만 예상대로 짠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성공이다.


나는 근처에서 코를 골고 있던 게일을 깨웠다.


“자, 일어나세요. ”

“드르렁, 푸우... 컥컥! 으응? 다 됐습니까요? ”


나는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는 그에게 말했다.


“촌장님과 마을 사람들을 모아와 주십시오. ”



* * *



“학자님께서 우리를요? ”

“혹시 아침 일로 벌을 주시려는 건 아니겠지? ”

“에이, 설마 그러시겠어? 좋은 분 같던데... ”

“귀족님들 자존심이 좀 높아? 솔직히 난 오늘 제분소 주인이 바뀌는 줄 알았어. ”

“게일 얼굴이 멀쩡한 걸 보니 나쁜 소식은 아닐 거야. ”


마을 아낙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언덕을 올라왔다.


“갑자기 왜 사람을 모으시지? ”

“뭔가 좋은 거라도 주시려고 그러나? ”

“우리가 뭐 예쁘다고? ”


다음에 온 것은 마을로 먼저 돌아와 잡일을 하던 청년들.


“에이, 되 죽겠는데 왜 오란 거야? ”

“쉬잇! 말조심해. 아침 일도 겨우겨우 넘어갔는데. ”

“무슨 일이시오? ”


마지막으로 촌장이 휘하의 장정들을 데리고 도착했다.

막 바깥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참이었는지, 촌장과 게일을 제외한 모두의 피부에 하얗게 소금기가 올라와있었다.


농사일이 힘든 건 알지만 선선한 가을 날씨에 저 정도라니... 바닷물에 샤워라도 했나?


“여, 게일! 이제는 학자님이랑 붙어먹기로 했냐? ”

“이 고자질쟁이 새끼! ”


몇몇의 비아냥에 게일이 툴툴거리며 씹어뱉었다.


“저것들이 지들 목숨 살려주려 한 줄도 모르고... ”


게일의 푸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궁내관이 말했던 ‘진실의 손’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중세시대에 거짓말을 가려내는 방법이야 빤하니까.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게일의 실수라면 그 와중에 사사로운 복수를 하나 끼워 넣으려고 했었다는 점이겠지.


“품이 필요하신 겁니까? 그럼 동화 한 푼만... ”

“얘끼! 귀한 분 앞에서 어디서 돈 얘기부터 하고 있어? ”

“아니, 아무리 고귀한 분이셔도 여긴 프란츠 영주님의 땅 아니요? 영주님의 물건을 쓸 때에 세금을 내듯이 영주님의 백성인 우리들을 쓸 때에는 품삯을 주셔야지요! ”

“지미, 저 놈이 요새 돈 맛을 보더니 회까닥 돌았나? ”

“어허! ”


촌장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다들 진정하게! 고결하신 분 앞에서 이 무슨 추태인가! ”

“괜찮습니다. 말씀대로 저는 이방인이니까요. 게일 씨하고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끼린 편하게 대했으면 합니다. ”

“그리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소. 하면 슬슬 우리들을 부르신 이유를 여쭤 봐도 되겠소이까? ”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동이 한 개를 가져왔다.


“일단 다들 목부터 축이십시오. ”

“음? 물이오? ”

“오오, 안 그래도 목이 마른 참이었는데 잘 됐구먼. ”

“내 몫도 남겨놔요, 여보! ”

“하하, 다들 맛보실 수 있게 조금씩 양보해 주세요. ”


-꿀꺽! 꿀꺽!


사람들 사이를 오가던 물통이 이윽고 텅 비었다.


“캬, 물 맛 한 번 좋구먼. ”

“잘 마셨습니다요. ”

“혹시 이게 무슨 물인지 아시겠습니까? ”

“으응? ”


서로 얼굴을 쳐다보던 마을 사람들이 입을 모았다.


“그거야... 역시 그거겠지? ”

“그것밖에 더 있나? 빗물도 강물도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나 맑고 맛있는 물이라면... ”

“릴리의 생명수가 아닙니까. ”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

“예에? ”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고백했다.


“이 물은 분명 릴리가 만드는 것과 같은 생명수입니다. 하지만 정작 릴리가 만들어낸 물은 아니죠. ”

“무슨 말씀이신지... ”

“제가 만들어낸 물입니다. ”


마을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학자님께서요? ”

“혹시 학자님한테도 릴리 같은 능력이 있는 겁니까? ”

“하하, 설마요. 제겐 릴리처럼 손에서 물을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능력은 없답니다. ”

“그럼 어떻게... ”

“하지만 바닷물을 생명수로 바꿀 줄은 알지요. ”


좌중을 둘러싼 소란이 한층 더 시끌시끌해졌다.


“바닷물을 생명수로 바꾼다고요? ”

“말이 되는 소린감? 무슨 조화를 부려서? ”

“학자님은 설마 말로만 듣던 연금술사이십니까요? ”


그들의 말에 옛날에 읽은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내 관점에선 이 정도 갖고 하긴 민망한 말이긴 한데.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걸음을 물렸다.

유포에 싸인 채로 땅에 묻혀있던 나무통이 드러났다.


“저건 뭡니까요? ”


나는 순간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말했다.


“아아... 이것은 『솔라스틸』이라는 것이다. ”


...아씨, 이건 좀 많이 쪽팔리네.


다행히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하는 눈치였다.

얼른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흠흠! 일단은 ‘태양의 우물’이라고 해두겠습니다. ”

“‘태양의 우물’이요? ”


나는 통을 덮고 있던 유포를 걷었다.

슬금슬금 다가온 마을 사람들이 나무통을 둘러쌌다.


“엥? 뭐야! 이건 아무리 봐도 우물이 아닌데? ”

“커다란 물통 속에 작은 물통을 넣은 것뿐이잖소? ”

“맞습니다. ”

“그런데 어떻게 물이 나옵니까요? ”


나는 한쪽에 서있는 게일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게일 씨가 그랬었죠? ‘물동이에서 저절로 물이 솟기라도 하냐’고. ”

“그랬... 습죠. ”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


가운데의 물동이에 맑은 물이 절반쯤 차올라 있었다.

그걸 본 게일이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뭐, 뭐시여! 진짜 빈 물동이에서 물이 솟아났네? ”

“솟아났다고? 원래 들어있었던 게 아니라? ”

“그려! 큰 통에는 바닷물을 부었지만 작은 통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아침까지만 해도 텅 비어 있었는데... 누가 몰래 손을 댄 게 아니라면 물이 솟아났다고 밖에는... ”


게일이 말하다 말고 허겁지겁 손을 내저었다.


“물론 학자님께서 장난을 쳤을 리는 없구만요! ”

“만약 그랬다면 저는 오늘 여기서 움직인 적이 없으니, 물동이 바깥과 안쪽의 물 모두 바닷물이겠네요. ”

“그렇... 겠죠? ”

“정말 그런지 직접 와서 찍어먹어 보십시오. ”

“아, 아닙니다요! 쇤네가 또 실언을... ”

“아뇨. 정말 괜찮습니다. 다른 분들도 와서 맛보세요. ”


몇몇 사람들이 내가 시킨 대로 해 보더니 두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어어? 이거 바깥쪽은 소금물인데 안쪽은 맹물이네? ”

“어떻게 된 거여? ”

“바닷물을 졸여서 소금을 얻는다는 얘긴 들었어도 맹물을 빼낸다는 소리는 한 번도 못 들어봤는데? ”


머뭇거리던 게일이 대열에 합류했다.


“지, 진짜구먼요! 소금기가 하나도 없습니다요. 근데 대체 어디서 맹물이 솟아난 건지... ”

“‘솟아난’ 게 아닙니다. ‘떨어진’ 거죠. ”


나는 물방울이 맺혀있는 유포를 높이 치켜들었다.

표면에 남아있던 물이 쪼르륵 물동이로 떨어졌다.


“이건 땅에서 물이 ‘솟아나는’ 우물이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우물이죠. ”

“물이 떨어지는 우물이라고요? 당최 무슨 소린지... ”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아직 이해를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한 발짝 떨어져 이쪽을 보고 있던 촌장에게 물었다.


“촌장님. 혹시 ‘증발’이란 현상을 아십니까? ”

“증발이라? ”

“물이 증기가 되어 공기 중에 날아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


내 부연설명을 들은 촌장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걸 말하시나 보군? 수프를 끓이다 보면 점점 양이 줄어든다거나, 물에 젖어버린 옷이 어느새 마른다거나, 비가 와서 생긴 웅덩이가 다음 날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 말이오? ”

“맞습니다. 그게 증발입니다. 그럼 햇볕을 받으면 증발이 더 쉽게 일어난다는 것도 아시겠네요? ”

“허허, 학자님께서 이 늙은이를 너무 얕보시는구려. 해가 쨍쨍한 날에 빨래가 잘 마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

“네. 이 우물도 그 점을 이용하는 겁니다. ”


나는 사람들 앞에서 유포를 쫙 펼쳐들었다.


“보다시피 이 유포는 햇볕을 어느 정도 통과시킵니다. 내 나라에서 쓰던 유리나 비닐 같은 물질보단 못해도 덮어 놓은 물이 증발하도록 유도할 수 있죠. 그런데 여기에는 방수 기능이 있으니, 결국 증발로 생긴 수증기를 안에 가두게 됩니다. ”

“수증기를 가둔다? ”

“끓는 물에서 나오는 수증기에 손바닥을 갖다 대면 물방울이 맺히지요? 그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

“아하, 그렇군...! ”

“햇볕을 받고 증발한 물이 유포에 막혀 천 안쪽에 방울져 맺히면, 그 물방울은 중앙에 올려둔 돌 때문에 생겨난 경사면으로 또르르 흘러가지요. 그리고 이렇게, 가운데의 물동이로 떨어져서 점점 모이게 되는 겁니다. ”


거기서 게일이 한 마디를 거들었다.


“오오? 밑에서 불을 뗄 필요가 없는 것만 빼면 독한 술을 만드는 방법과도 비슷하구먼요? ”

“증류를 얘기하시는 거라면 맞습니다. 생각보다 잘 이해하신 것 같네요. ”

“그렇구먼요. 태양의 힘을 받아서 물의 영혼을 모은다! 그렇게 하면 바닷물에서 맹물을 뽑아낼 수 있는 거군요. ”


게일이 툭 튀어나온 턱을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영혼’이라는 그의 표현에 상당히 놀랐다. 생뚱맞아서가 아니라 내 세계와의 유사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증류주를 뜻하는 영어단어가 다름 아닌 ‘영혼(Spirit)’이다.

유래도 게일이 방금 말했던 것과 같았다.


“맞습니다. 다시 말해 이건 증류수를 모으는 우물이죠. 그래서 아침에 게일 씨한테 ‘생명수가 솟는 우물’이 아니라, ‘생명수가 떨어지는 우물’이라고 했던 겁니다. ”

“으음! 이제야 알겠습니다요. 어, 그런데... ”


게일이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쇤네는 여전히 조금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요... ”

“말씀하세요. ”

“이게 바닷물이 아닌 맹물이라는 건 알겠습니다요. 그렇지만 ‘생명수’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


나는 게일이 하려는 말을 짐작했다.


“맛이 너무 없지요? ”

“예. ”

“뭔 소리여? 아까 내가 마셔보니 맛만 좋더구만? ”

“편들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게일 씨 말이 맞습니다. ”

“예에? ”

“물론 지미 씨 말도 틀리진 않았고요. ”

“으잉? ”

“처음에 제가 드린 물을 마신 분이나, 우물의 바깥쪽을 먼저 마시고 안쪽의 물을 마셨던 분은 맛이 좋게 느껴졌을 겁니다. 하지만 제 손으로 바닷물을 길어와 바깥 물이 염수임을 아는 게일 씨는 곧장 안쪽의 물을 마셨죠. 안 그렇습니까? ”

“맞습니다요. ”

“그러니 맛이 없게 느껴졌을 수밖에요. 원래 순수한 물은 맛이 없습니다. 증류수는 생명수의 재료이지만, 아직 생명수 그 자체는 아니지요. ”


순수한 H2O, 물은 원래 맛이 없다.

‘무색 무미 무취’가 아니라 굉장히 밍밍하다. 마치 내가 오늘 아침에 먹은 귀리로 만든 죽처럼.

궁금하면 주전자에 물을 끓였을 때 뚜껑에 맺혀있는 물을 핥아보면 된다.


“하긴 증류해서 만드는 술도 그렇습니다요. 맥주를 넉 잔 넘게 모아야 겨우 반 컵 남짓 나오는데 겉보기엔 투명하고 맑지만 지지리도 맛이 없지요. 그래서 상처를 소독할 때나 기절한 놈을 일으키는 데 씁니다요. 맛 좋은 술로 만들려면 오크통에 넣어 몇 년은 숙성해야 하지요. ”


내 세상의 중세시대에도 숙성이나 향 첨가를 하지 않은 증류주는 의료용으로 쓰였다. 그래서 증류주의 별명이 다름 아닌 ‘생명수(Aqua Vitae)’였고.

물론 릴리의 생명수는 술이 아니지만.


“맞는 말입니다. 다행히 이쪽의 생명수는 오크통에 숙성시킬 필요까진 없지요. ”


나는 근처에서 얇은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깨끗하게 닦은 다음, 바닷물이 든 목욕통의 벽을 긁어냈다.

거기서 나온 흰 가루를 증류수가 든 통에 적당량 넣고 휘저었다.


“자, 다시 한 번 마셔보십시오. ”

“제, 제가요? 사양하고 싶은 뎁쇼. ”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츄라이, 츄라이. ”


강권하자 그가 결국 물동이를 받아들었다.


-꿀꺽! 꿀꺽!


물통의 바닥이 점점 기울어지더니 하늘로 솟구쳤다.


“캬! 어떻게 된 거지? 물맛이 확 바뀌었습니다요! ”

“마치 릴리의 생명수 맛 같지요? 시원하면서도 목 넘김이 묵직하고, 첫맛은 단데 뒷맛은 살짝 씁쓸한 게. ”

“예. 소금기를 섞으시기에 짤 줄 알았는데... ”

“그 점이 중요합니다. 제가 추출해서 넣은 하얀 가루에는 소금 말고도 다른 물질들이 많거든요. ”


예를 들면 단 맛을 내는 칼륨이나 쓴 맛을 내는 마그네슘 같은 무기질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그네슘.


300여 가지에 이르는 효소작용을 돕고 혈관의 확장에 관여하며 근육의 이완과 수축, 신경전달을 돕는 무기질(미네랄).


특히 인슐린의 분비 및 작용에 빠질 수 없는 물질로, 결핍될 경우에는 제2형 당뇨병을 유발한다.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인간이 반드시 외부로부터 섭취해야하는 물질 중에 하나.


그러나 냉장고도 물류시스템도 없는 중세의 해안가인 이곳에서는 부자들도, 아니, 부자일수록 섭취하기 어려운 물질.


“태양의 우물로 만든 증류수에 우물 내벽에 붙어있는 소금기를 섞는다. 이것이 바다의 생명력이 깃들은 ‘생명수’를 만드는 비법입니다. ”


보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증류수에 무기질을 첨가해 ‘인공 광천수(mineral water)’를 만드는 방법.


“이상입니다. ”


나는 논문 발표를 끝내듯이 말을 맺었다.


[와아아아! ]

[만세! 만세에에! ]


효과는 굉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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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우물(3) +3 22.11.06 1,878 53 16쪽
8 태양의 우물(2) +1 22.11.05 1,925 48 18쪽
7 태양의 우물(1) +3 22.11.04 2,041 48 17쪽
6 생명수의 소녀(3) +3 22.11.03 2,125 62 17쪽
5 생명수의 소녀(2) +2 22.11.03 2,293 61 16쪽
4 생명수의 소녀(1) +9 22.11.02 2,720 72 19쪽
3 불시착(2) +8 22.11.01 3,304 88 19쪽
2 불시착(1) +11 22.11.01 3,762 190 14쪽
1 프롤로그 - 두 번 다시 없을 기회 +17 22.11.01 4,295 198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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