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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민간군사기업 블랙 레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3.04.16 12:56
최근연재일 :
2014.02.18 12:00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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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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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마지막장 [지금 여기에서] -06-

DUMMY

“넌 거부할 수 없다. 내 백성들에 의해 죽음을 맞아라.”


패트릭의 날개에서 LN타일이 빛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진 LN타일은 이곳에 오기 전에 보았던 타일 인간처럼 인간의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전과 다르게 타일이 완전히 드러난 모습이 아닌 은은한 푸른빛을 뿜어내는 인간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타일 푸른 인간의 수는 열이 넘어갔고 손에는 LN블레이드를 한 자루씩 들고 있었다.


[금방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야.]


태민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총알을 발사하기 위해서라 아니었다. 그는 총구를 손으로 잡고 손잡이 아랫부분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타일 인간들을 공격했다. LN타일로 무기를 만들 수 없어 선택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몸이 말썽이었다. 입안은 메말랐다. 관절은 조금만 힘을 가하면 끊어질 것 같았고, 팔과 다리는 쉴 새 없이 떨리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는데도 가끔씩 무릎이 자기 멋대로 꺾이기까지 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솔직한 심정으로는 1분도 자신이 없었다. 지금의 패트릭을 쓰러뜨리려면 세아의 말대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세계를 만들 수 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믿을 것은 역시 세아 뿐이었다. 세아는 지금 세계를 만들고 있는 중인 걸까?


타일 인간들은 끊이지 않고 달려들었다. 짧은 권총 손잡이만으로 버티는 것도 힘든데 어느 순간부터 팔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밑으로 내려간 오른팔이 올라오지 않았다.


“이런 제길!”


그 순간 바로 앞까지 접근한 타일 인간이 LN블레이드를 잡은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태민의 팔은 여전히 허리 아래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집어 던지기로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어느 새 도망경로까지 타일 인간들로 가득 차 있었다.


태민은 자신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는 LN블레이드에서 시선을 떼어내 수 백이 넘는 타일 인간들의 머리 사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패트릭의 눈과 마주쳤다. 그의 눈은 비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태민은 갑자기 밀려오는 피곤함 속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무언가가 달라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등 뒤에서 커다란 주먹이 날아오더니 LN블레이드를 내려치던 타일 인간의 얼굴에 부딪쳤다. 기이하게 몸을 꼬며 날아간 타일 인간은 뒤에서 달려오던 또 다른 타일 인간들과 부딪히더니 결국에는 동료의 칼에 몸이 관통됐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타일 인간들이 주춤했다. 태민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오른쪽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짧은 머리에 험악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태민은 떨리는 입으로 그 남자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곰…?” 바로 눈으로 확인했으면서도 그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오랜만이야, 대장.”

“어, 어떻게 여기에?”

“다람쥐가 우리를 이곳으로 인도했다.”


이번 목소리는 왼쪽에서 들려왔다. 그곳에는 긴 머리의 늑대가 기타 넥에서 자신의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 옷을 입은 고양이가 태민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대장! 다람쥐 많이 컸더라. 이제 더 이상 꼬마가 아니던걸? ”

“잡담 할 시간은 없다.”


늑대가 지적하자 고양이는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아하하! 좀 긴박한 상황이었지? 그럼 잽싸게 가볼까?”


고양이가 날카로운 쇠 손톱을 달그락거리며 적들을 향해 뛰쳐나갔고 늑대가 검을 바로 잡으며 그 뒤를 따라갔다. 곰 또한 태민에게 윙크를 한 번 날리고 싸움터를 향해 달려갔다.


그들이 타일 인간들과 섞여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태민은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은 이미 패트릭이 만들어낸 석양이 지는 대지가 아니었다. 눈에 익은 그곳은 언젠가 자신이 두 번이나 떨어졌던 장소, 다름 아닌 재하의 세계에서 보았던 시청 광장이었다.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태민의 어깨에 주름이 가득한 두터운 손이 올라왔다.


“이제 제법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군, 대장.”


익숙한 흰 수염과 나이에 맞지 않는 근육질 몸을 가진 사내가 그곳에 있었다.


“여, 영감님.”

“고맙다는 말은 다람쥐에게 하라고.”


그가 턱 끝으로 가리킨 곳에는 세아가 품에 은은한 빛을 뿜는 상자를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이전에 그녀의 세계에서 봤을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녀는 뚜껑이 열린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자 상자는 푸른 빛과 함께 사라졌다.


세아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계를 만드는 건 힘들었지만 기존에 있던 세계를 끌어와 덮어쓰기 하는 건 생각보다 쉽더라. 이미 한번 붕괴되었기 때문에 재생성 과정이 좀 복잡했지만. 그리고 이 분들은….”


노인이 팔짱을 끼면서 말을 이었다.


“세계와 세계를 오가는 건 너희들이 만들어낸 모든 것에 적용된다.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건, 저 가짜 놈이 만든 세계가 원본에 거의 근접했다는 얘기가 되지. 괘씸하지만 솔직히 놀랍기도 하군. 하지만 가짜는 가짜. 진짜를 넘어설 수는 없지.”


세 사람은 동시에 싸움 너머의 패트릭을 바라봤다. 그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지 이를 악 다물고 한쪽 얼굴을 떨고 있었다.


처음에는 타일 인간들과 대등하게 싸운 곰, 늑대, 고양이 세 명이었지만, 적들이 단순히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는 수가 늘어났음에도 압도하고 있었다. 이제 패트릭이 만들어내는 타일 인간의 수는 거의 백을 넘어서고 있었다.


타일 인간 중에는 이제 총을 쓰는 종류도 생겨났다. 하지만 그들이 미처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늑대와 고양이에 의해 먼저 처리됐다. 곰은 한 번의 공격으로 대여섯의 적들을 소멸시켰다. LN블레이드의 칼날은 그의 주먹을 막아내기에 너무나 약했다.


“그렇습니다. 가짜는 가짜일 뿐이지요.”


새롭게 들린 목소리에 태민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가 양손에 끼고 있는 가죽 장갑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재하? 아니…. 시장인가.”


태민의 말에 시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망시켜 죄송합니다. 지금은 당신을 돕기 위해 이 자리에 있습니다.” 시장은 주먹을 쥐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신을 자처하는 저자는 제가 맡겠습니다. 큰 피해는 주지 못하더라도 주의를 끄는 것 정도는 가능합니다.”


시장은 제자리에서 무릎을 굽히더니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다. 그리고 정점에 다다른 순간, 패트릭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낙하했다. 그가 떨어진 자리에 시청 광장 바닥의 잔해가 흙먼지와 함께 솟구쳤다.


직후 패트릭과 시장이 서로를 공격하면서 흙먼지에서 빠져 나왔다. 패트릭이 LN블레이드로 공격했으나, 시장의 맨살을 뚫지 못했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아닌지 칼날을 막아낸 시장의 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슬슬 나도 합세해야겠군.” 노인이 팔을 적당히 움직이며 앞으로 걸어가다 갑자기 뒤를 돌아봤다. “다람쥐는 아까 얘기했던 그걸 준비해라.”

“네.”


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참, 그리고 대장.”

“네?”


태민이 대답하자 노인이 검지를 까딱거리며 말했다.


“이제 총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건지 알 때가 되지 않았나?”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항상 총을 쓸 상황이 될 때마다 노인의 저주하면서 그를 원망했었으니까. 태민이 마땅한 대답을 생각해내지 못해 입을 멈춘 사이, 노인은 대답도 듣지 않고 달려가 싸움에 합세했다.


태민은 들고 있던 권총을 다시 가죽 집에 넣다가 다리가 풀리는 바람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세아가 옆에서 팔을 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 그때까지는 버텨야 해.”


세아가 자신의 어깨에 팔을 둘러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런 도움까지 받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켰다. 비록 당장이라도 다시 쓰러질 것 같았지만 눈앞에서 싸우고 있는 동료들을 봐서라도 그럴 수 없었다.


“네가 싸우는 동안 패트릭의 상태를 계속 체크했어.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패트릭의 레가니움은 우리에게 미치지 못해.” 세아는 태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가 보유하고 있는 LN타일의 양은 보는 대로 엄청나. 아무리 공격을 한다 해도 저 타일에 의해 막혀버릴 건 불 보듯 뻔한 일이고. 더 이상 세상이 패트릭을 돕진 않을 테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에게 승기가 있다는 뜻은 아니야. 그래서, 패트릭을 쓰러뜨리려면….”

“쓰러뜨리려면?”

“리엔을 써야 해.”

“자, 잠깐만.” 태민은 급히 말을 하려다 목이 걸려 기침을 했다. “그거 미완성이라면서?”

“미완성이지. 그런데 내가 전에 말했잖아. 연구 좀 하고 있었다고. 그래서 리엔의 핵심 기능, 원석에서 추출한 순수에너지를 무기로서 변환시키는 게 가능해.”


태민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싸우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았다. 아까 전까지 유리한 싸움을 펼치고 있던 곰, 늑대, 고양이는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고 그에 비례해 몸의 상처가 많아졌다.


노인 또한 나이에 맞지 않게 분투했지만 사방에서 몰려오는 타일 인간들을 상대하기 힘들어 보였다. 가장 힘들게 싸우고 있는 것은 시장이었다.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상태에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고 패트릭을 공격했다.


태민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들의 도움을 실패로 만들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면 되는데?”


세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몸에서 투명에 가까운 푸른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레가니움 가속 중지.” 그녀의 말과 함께 가속이 중지되면서 몸의 상태가 한결 나아졌다. “리엔, 왜곡공간 내에서 레가니움 원석을 동력으로 작동 시작. 목표에 따른 집중 공격 모드 이행.”


세아는 눈을 감은 채로 손만 움직여 태민의 오른손을 잡았다.


“세아야?”

“쉿, 조용.”


그녀는 눈가를 찡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처음에는 주문처럼 들리던 그 말이 곧 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무기를 왜곡공간 내에서 움직이기 위한 복잡하고 섬세한 과정임을 알아차린 태민은 입을 다물고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세아를 도우려면 정신적으로 이어져있는 자신의 정신 상태도 중요한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 순간 타일 인간 중 하나가 빠져 나와 두 사람을 향해 달려왔다. 하지만 코앞까지 접근했던 그것은 뒤따라온 곰에 의해 다리를 붙잡혀 원래 있던 곳으로 던져졌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던 곰은 두 사람이 집중하고 모습을 보고 잠시 놀랐다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접근하는 타일 인간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갔다.


시간이 지나고 세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두 손으로 태민의 오른손을 감싸며 말했다.


“에너지 추출 완료. 변환까지 앞으로 10초.”


초침이 한 번씩 움직일수록 태민은 자신의 오른손 안에 채워지는 무형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힘은 이제까지 경험해 본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해서,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두려움도 함께 가져왔다. 처음에는 자신이 이 힘을 제대로 제어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직후 힘이 더욱 강해졌을 때는 이런 게 과연 존재해도 되는가 하는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때, 패트릭이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두 사람을 눈치채고 손을 들었다. 그의 손끝에서 손잡이가 꺾인 LN나이프들이 생성되었지만 옆에서 나타난 시장이 그것들을 잡아 타일 인간들을 향해 던져버렸다.


“됐다.”


세아의 한 마디와 함께 눈에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선명한 푸른빛이 태민의 오른손에서 타올랐다. 그 빛과 세아를 번갈아 보던 태민은 천천히 주먹을 쥐고 패트릭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와 세아는 눈앞의 광경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 이 공격이 가능하게 해준 동료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감사의 표시였다.


태민은 세아를 뒤로하고 곧바로 패트릭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그때까지 타일 인간들과 싸우던 동료들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제까지는 두 사람에게 몰려오는 타일 인간들을 막기 위해 싸웠지만, 지금 이 순간 태민이 패트릭에게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태민은 노인에 의해 쓰러진 타일 인간의 몸을 넘어, 길을 막으려는 타일 인간을 두 손으로 들어 올리는 곰의 팔꿈치 아래를 통과해, 좌우에서 밀려오는 타일 인간들을 각각 맡고 있는 고양이와 늑대의 등을 스쳐지나 패트릭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패트릭과 싸우고 있던 시장은 이미 두 팔이 부러져 뒤로 넘어가기 일보직전이었다. 시장에게 마지막 공격을 하려던 패트릭이 낌새를 눈치채고 몸을 돌렸다. 그는 공격을 대비하려고 했지만 쓰러지지 않고 버틴 시장이 이빨로 그의 왼팔을 무는 바람에 잠시 틈이 생겨버렸다.


태민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주먹을 날렸다. 그 순간 수십 겹의 LN타일이 나타나 패트릭을 보호했다. 태민의 주먹이 겹겹이 쌓인 LN타일의 외벽과 부딪혔다.


그 순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떨리게 하는 굉음과 함께 강렬한 푸른빛이 일어났다. 그 빛은 패트릭을 감싸고 있는 LN타일은 물론 그 뒤에 있던 건물들을 집어삼키고, 그 도시 너머에 있는 빈민가와 그 끝에 있는 세계의 경계까지 뻗어 나갔다.


동시에 태민은 또 하나의 느낌을 받았다. 이미 한번 경험했던 느낌이었기에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세계가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 ※ ※





급속도로 밀려오는 피곤과 함께 태민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싸울 힘도, 서 있을 힘도 없었다. 이제까지 참아왔던 숨을 토해내며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얼굴이 땅에 닿는 순간, 사라졌던 냄새와 감촉을 느꼈다. 태민은 억지로 몸을 돌려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하늘을 껌껌했고, 손에는 풀이 잡혔다. 해저 연구소의 공원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깨닫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귀를 찔렀다.


<위험 상황 발생. 위험 상황 발생. 시설 H1, H2, H3에 복구 불가능한 균열 발생. 직원들은 신속히 지상으로 대피하기 바랍니다. 위험 상황 발생. 위험 상황 발생. 시설 H1, H2, H3에….>


태민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손으로 바닥을 더듬었다. 손에 잡히는 건 물에 젖은 풀과 흙이었다. 태민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곳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분명했다.


“세아야?”

[응.] 세아의 목소리는 머릿속에서 울렸다. [나 여기 있어.]

“다행이다. 난 네가 어디 가버린 줄만 알고….”

[그럴 리가.]


태민은 손에 잡힌 풀과 흙을 힘없이 던졌다.


“패트릭은?”

[근처에 있어.]

“…일어나야겠구나.”


태민은 두 손으로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멀지 않은 곳에서 물이 흐르는, 아니 폭포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 중 몇 방울이 얼굴에 튀어서 혀로 핥아봤더니 짠맛이 났다. 바닷물이 시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세아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네 공격과 동시에 세계가 무너지면서 현실과의 경계가 빠르게 사라졌어. 때문에 공격의 여파가 여기에도 영향을 준 것아. 아마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겠지.]

“연구원들은 괜찮아?”

[긴급탈출 시설을 이용해서 탈출하고 있어. 다행히 시간에 맞을 것 같아.]

“다행이네.” 머릿속에 레이첼과 그의 딸 엘렌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저 인간은 여기서 나갈 수 없을 거야.”


태민은 어둠 속에서 은은한 푸른빛이 보이는 장소로 비틀대며 걸어갔다. 그곳에는 LN타일에 뒤덮인 패트릭이 누워있었다. 그는 LN타일로 마지막 공격을 막으러 했지만, 완전히 막아낸 것은 아닌지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고 괴로움에 신음하고 있었다.


태민은 그의 위에 올라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려 했다. 하지만 번번이 패트릭의 LN타일에 가로막혔다. 그럴 때마다 태민은 손에 더 많은 힘을 주며 내리쳤다. 때리는 속도도 빨라졌다. 팔이 아픈 것도 잊고 오로지 패트릭을 때리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결국에 LN타일이 부서지고 주먹이 패트릭의 얼굴에 닿았다.


“네가…. 신이 되든지, 세계 정복을 하든지 난 상관없어! 하지만, 하지만…! 나하고 내 친구들을…. 우리 연구소 사람들을 건드려선 안 됐던 거야…. 이… 빌어먹을 자식아!”


패트릭은 얼굴을 맞으면서도 아무 소리도 지르지 않았다. 이미 소리를 지를 힘도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태민의 주먹에 상처가 더해지고, 피가 묻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제는 주먹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피가 공중에 솟아올랐다. 패트릭의 얼굴은 더 이상 그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다 태민은 주먹이 멈추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일어섰다.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패트릭을 내려다보며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예원에게 배웠던 대로 확인 작업을 거친 후, 마지막으로 안전장치를 풀고 패트릭의 머리를 겨냥했다.


“이제야 총을 어떻게 쓰는지 알겠어.”


태민은 방아쇠를 당겨 탄창에 들어있던 모든 총알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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