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주간 이윤후

민간군사기업 블랙 레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3.04.16 12:56
최근연재일 :
2014.02.18 12:00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838,180
추천수 :
16,202
글자수 :
790,195

작성
14.02.04 10:00
조회
3,062
추천
104
글자
11쪽

마지막장 [지금 여기에서] -01-

DUMMY

엘리베이터는 한참이나 아래로 내려갔다. 5분이 10분이 되었고, 10분은 20분이 되었다. 이 긴 시간 동안 별다른 확인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불안했다.


지부에 들어오는 인물에 대해 한국 지부는 생각 이상으로 꼼꼼한 확인 작업을 거쳤었다. 혹은 과거 홍콩 지부처럼 입구 근처에 수십 명의 병사가 대기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계속 내려갔다.


태민은 이러다 갑자기 엘리베이터 통째로 바닷속으로 던져지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다른 무엇보다 수압이 걱정됐다. 상당히 오랫동안 내려왔으니 갑자기 던져졌을 때의 수압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할 것이다. PA슈트도 없는 지금, 맨몸으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방금 네가 맨몸으로 겨우 버틸 수 있는 지역을 벗어났어.]


생각을 읽었는지 세아가 궁금증에 답을 해줬다.


“따로 확인 작업 같은 건 없었지?”

[없었어. 있었다면 내가 말을 안 하고 가만히 있었겠어?]

“그건 그래. 그럼 연구소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봐도 돼?”

[3분 정도만 있으면 도착이야. 연구소에서는 감지되는 생체반응은 381개.]

“많군. 언제든지 가속을 쓸 수 있게 준비해줘.”

[알았어.]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태민은 심호흡을 하면서 앞으로 벌어질 상황들을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홍콩 지부처럼 병사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을 경우, 조금도 지체 없이 공격을 실행한다. 이미 위쪽에서 상황이 전달되어 총알이 비처럼 쏟아질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LN탄환은 아니니라. 폭발로 인해 유일한 입구가 부서지는 걸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다른 상황을 떠올리려 할 때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 문밖으로 마치 기차역 광장 같은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공원처럼 넓고, 목을 힘껏 들어 올려야 할 정도로 천장이 높았다. 미리 기대했던 만큼 격렬한 환영은 없었다. 그 전에 이곳에는 병사로 보이는 인물이 없었다. 광장에 있는 사람은 적었지만 모두들 흰 가운을 몸에 걸치고 무언가가 빽빽하게 적혀있는 종이를 읽고 있었다. 연구원들인 것 같았다. 게다가 몇몇은 5살 정도 되는 어린아이와 함께 있었다.


태민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어…. 해저에 있다는 걸 제외하면 그냥 평범한 연구소구나.”

[한곳에는 수천을 한꺼번에 살해할 무기가 연구되고 있는 장소가 있지만 말이야.]


태민은 광장을 돌아다니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심해의 불편함은 보이는 거의 모든 곳에 조명을 설치해 해결하고 있었다. 눈에 피로를 주지 않고 적당히 볼 수 있을 정도의 광량이어서 아늑한 분위기였다.


광장 한쪽에는 거대한 편의점이 있었다. 얼핏 봐도 광장에 있는 연구원들보다 편의점 안에 있는 연구원의 수가 훨씬 많았다. 일상적인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무릎에 무언가가 부딪혔다. 깜짝 놀라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니 작은 백인 여자아이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그대로 울상을 짓고 있었다.


“괜찮니?”


태민은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가 아차 했다. 아까 전 싸움으로 인해 손에 피가 묻어있었다. 황급히 손을 거뒀지만 그때는 이미 꼬마가 울음을 터트린 뒤였다. 갑작스런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편의점 안에서 한 여성 연구원이 밖으로 뛰어 나왔다. 한 가닥으로 질끈 묶은 금발이 인상적인 여성이었다.


“엘렌! 옆에 꼭 붙어있으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여성은 태민을 보았다가 놀란 표정을 억지로 감췄다. “죄송합니다. 저희 애가 실례를 했습니다.”

“아, 아니요.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여성은 자신의 딸을 들어 올리면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우연히 그 자리에 서 있어서 엘렌이 넘어진 것에 대한 사과인가요?”

“뭐 그런 거라고 할 수 있죠.”

“친절한 분이군요.” 그녀는 태민의 옷차림을 살펴봤다. “보아하니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 같은데, 제 말이 맞나요?”

“네, 맞습니다. 저기 초면에 죄송한데 사장님이 어디 계신지 안내받아도 될까요? 급히 불려 왔는데 바로 몇 시간 전만 해도 이런 시설이 있었다는 걸 몰랐거든요.”


조금이라도 빨리 패트릭을 찾아내야겠다는 마음, 지금까지 있었던 싸움과는 전혀 다른 모녀의 따뜻한 모습에서 한시라도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재촉하여 만들어낸 말이었다.


여자는 큰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직장 동료 간에 그런 거창한 부탁은 필요 없잖아요?” 그녀는 편의점 안에 있던 동료를 불렀다. “이분을 사장님께 데리고 가야 해서, 미안한데 잠시 엘렌 좀 맡아줘.”


그녀의 동료 여성 연구원은 태민을 살펴보다 왼쪽 귀에 걸린 귀걸이를 보더니 눈썹 끝을 살짝 올렸다.


“알았어. 다녀와.”

“고마워.”


잊지 않고 딸의 볼에 키스를 해준 그녀는 광장을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은 4명 정도가 한 번에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의 통로에 들어섰다. 통로는 원형이었고, 벽 안에 설치된 전등에서 광장보다는 조금 더 강한 빛이 뿜어 나오고 있었다.


금발 여성이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제 이름은 레이첼이예요. 그쪽은?”

“저는…” 태민은 순간 고민하다 대답했다. “태민이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어느 지부에서 근무하셨어요?”


아무 의심 없이 물어보는 말에 태민은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지금은 소속 지부가 없습니다. 출장으로 미국에 간 사이에 지부가 사라졌거든요.”

“그래요? 요즘 팔루치아 중공업이 세계에 있는 우리 지부를 공격한다고 하더니 지부가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나 보네요.”


그녀의 말에 태민은 깜짝 놀랐다. 단순히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팔루치아의 이름을 정확히 언급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때문에 혹시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태민은 짐짓 모르는 척하며 입을 열었다.


“정말로 팔루치아가 공격한 건가요?”

“자세한 얘기를 원하시는 거라면 미안해요. 이런 해저에는 단편적인 소식만 들려오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라면 사장님과 만났을 때 물어보는 게 훨씬 값어치가 있을 거예요.”

“그렇게 하도록 하죠.” 태민은 반대편으로 다가오는 동양인 남자 연구원이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곳은 언제 만들어진 겁니까? 분위기로 봐서 최근에 만들어진 것 같긴 한데….”

“제가 알기론 3개월 정도 됐어요. 예전에 크로노스란 괴물 때문에 해저 연구소 하나가 그대로 증발했잖아요?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착공을 시작했다나 봐요. 대신 또다시 습격당할 위험이 있어서 내부에서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일하게 될 사원도 비밀리에 뽑았어요. 그러니까 당신과 나는 일종의 선택 받은 사람이란 거죠.” 레이첼은 자신의 말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아무리 보안을 위해서라지만 가족과의 연락마저 완전히 끊어야 한다는 건 좀 불만이긴 해요. 물론 그게 싫은 저 같은 사람은 아예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이사 와서 살긴 하지만.”

“아, 그래서 아이들이….”


레이첼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상과 비교해서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분야가 좀 치우쳐져 있긴 해도 다들 머리가 박식한 분이라 아이들 교육에도 커다란 문제가 없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남들과 다른 세상에서 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 걱정되기는 해요.”


두 사람은 통로의 끝에 있는 큼직한 금속 문에 다다랐다. 사람을 인식한 문이 자동적으로 움직여 입구를 열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형태의 그 문은 한국 지부에 있던 통로를 생각나게 했다.


레이첼이 안으로 앞서 들어가며 말했다.


“이곳은 거주구예요. 직원들과 가족들이 대부분 이곳에 살고 있죠.”


거주구의 모습을 보는 순간 태민은 깜짝 놀랐다. 햇살이 눈을 찌른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구름 하나 없이 맑고 파란 하늘이 두 번째 이유였다. 세 번째 이유는 서양의 도시를 재현한 듯한 거주구의 모습이었다. 아니, 재현이 아니라 거주구 자체가 하나의 작은 도시였다. 안젤루스가 이곳의 3D 모형을 돌리면서 구역 하나가 작은 도시만 하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태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올려봤다.


“하늘이 있군요.”

“네. 진짜는 아니지만요. 그래도 저게 있어서 가족과 함께 이곳에서 살 결심을 하게 됐어요. 가끔은 비도 와요. 바닷물을 증류해서 만든 비라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자, 중앙도로까지 안내해드릴게요. 거기까지 가면 사장님이 있는 곳까지는 쉽게 찾아갈 수 있거든요.”


레이첼을 따라 걸으면서 태민은 도시를 계속 관찰했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완벽한 도시로 느껴졌지만 살펴보면 볼수록 거주구라는 말이 더 어울림을 알 수 있었다. 보이는 모든 곳은 사람들이 모여 살 수 있는 빌딩만 있을 뿐 그 외의 시설은 일체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일반적인 경우라면 마땅히 존재해야 할 골목의 그늘도 이곳에서는 바로 위에서 햇빛이 내려와 존재하지 않았다. 해는 옆 건물에 막혀서 보이지도 않는데 말이다.


이런 진짜 같지만 진짜 같지 않은 기묘한 도시가 주는 인상은 다른 연구원 혹은 연구원의 가족들과의 인사 덕분에 중화되었다. 중앙도로를 향해 가는 동안 4명의 사람을 만났다. 흰 가운을 입은 백인 둘, 흑인 여성 한 명과 그녀와 함께 있었던 백인 여자. 아무래도 이곳에서 연구원은 무조건 흰 가운을 입어야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른 건물 뒤로 걸어가는 한 동양인 여성이 눈에 띄었다. 한순간이었지만 흰 가운을 입고 있는 그녀의 옆얼굴은 분명히 기억에 남아있는 그 모습이었다.


“레이첼, 여기까지 안내해줘서 고마워요. 이제 저 혼자 가겠습니다.”


태민은 레이첼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고동쳤다. 방금 전 본 동양인 여성의 옆얼굴이 머리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그녀가 살아있을 리 없는데,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닐까? 어쩌면 단순하게 닮을 사람이 아닐까? 혹시라도 정말 그녀라면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기대와 걱정이 순서를 가리지 않고 마음속에서 계속 솟아나왔다.


빌딩의 모퉁이를 지나,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까 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갖고 살펴보니 역시 낯익은 모습이었다. 태민은 생각을 멈추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을 때, 태민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시선이 마주치며, 얼굴을 보았다. 그녀가 확실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고 눈을 커다랗게 떴다.


태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그 이름을 말했다.


“박마루 연구원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민간군사기업 블랙 레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8 에필로그 +24 14.02.18 4,002 105 5쪽
127 마지막장 [지금 여기에서] -06- +4 14.02.15 3,621 109 18쪽
126 마지막장 [지금 여기에서] -05- +3 14.02.13 3,034 91 11쪽
125 마지막장 [지금 여기에서] -04- +6 14.02.11 2,701 99 16쪽
124 마지막장 [지금 여기에서] -03- +6 14.02.08 3,027 94 13쪽
123 마지막장 [지금 여기에서] -02- +6 14.02.06 2,858 97 12쪽
» 마지막장 [지금 여기에서] -01- +6 14.02.04 3,063 104 11쪽
121 25장 [잔향을 쫓아] -02- +4 14.01.30 3,350 104 13쪽
120 25장 [잔향을 쫓아] -01- +3 14.01.28 2,992 104 19쪽
119 24장 [그리고] -03- +7 14.01.25 2,907 120 17쪽
118 24장 [그리고] -02- +8 14.01.23 3,267 109 15쪽
117 24장 [그리고] -01- +5 14.01.21 3,066 120 15쪽
116 23장 [모래 폭풍 속에서] -04- +6 14.01.18 3,258 110 17쪽
115 23장 [모래 폭풍 속에서] -03- +5 14.01.16 3,528 117 15쪽
114 23장 [모래 폭풍 속에서] -02- +6 14.01.14 3,059 106 12쪽
113 23장 [모래 폭풍 속에서] -01- +8 14.01.11 3,742 111 15쪽
112 22장 [오랜 친구] -08- +6 14.01.09 3,615 115 18쪽
111 22장 [오랜 친구] -07- +7 14.01.07 3,274 110 16쪽
110 22장 [오랜 친구] -06- +7 14.01.04 3,559 121 17쪽
109 22장 [오랜 친구] -05- +8 14.01.02 3,553 112 13쪽
108 22장 [오랜 친구] -04- +5 13.12.31 3,520 124 15쪽
107 22장 [오랜 친구] -03- +4 13.12.28 3,382 120 16쪽
106 22장 [오랜 친구] -02- +3 13.12.26 3,364 106 15쪽
105 22장 [오랜 친구] -01- +6 13.12.24 3,601 110 14쪽
104 21장 [재회] -04- +6 13.12.21 4,192 119 18쪽
103 21장 [재회] -03- +10 13.12.19 3,165 124 16쪽
102 21장 [재회] -02- +10 13.12.17 3,691 124 15쪽
101 21장 [재회] -01- +6 13.12.14 3,121 109 15쪽
100 20장 [내키지 않는 관계] -04- +13 13.12.12 3,074 133 15쪽
99 20장 [내키지 않는 관계] -03- +6 13.12.10 3,475 127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