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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샷 님의 서재입니다.

어플로 키운 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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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샷
작품등록일 :
2020.12.02 11:28
최근연재일 :
2020.12.17 19:1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929
추천수 :
41
글자수 :
87,914

작성
20.12.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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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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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길 읽은 어린양.

DUMMY

AM 08:30 아침식사

AM 10:00 댄스 수업

PM 12:00 점심식사

PM 01:00 발성 수업

PM 03:00 프듀 소속사별 등급평가 안무 수업 (블랙키스: 터치)

PM 05:00 프듀 소속사별 등급평가 노래 수업 (블랙키스: 터치)

PM 06:00 저녁식사

PM 07:00 개인 연습


차예린과 나유미의 하루 일과표다.

픽미업 첫 합숙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50여일.


트레이너 두 사람과 상의 끝에 일단 ‘기본기’에 충실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우선 댄스의 경우 손끝, 발끝, 표정 등등, 디테일에 집중하고 있다.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요령이랄까?

작전명 ‘얼핏 보면 3년차 백댄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몸을 쓰는 일들이 다 그렇듯.

댄스라는 장르 역시 오랜 시간을 들여 꾸준히 반복하는 것만큼 좋은 훈련법은 없다. 소위 스웩 넘치는 동작이라는 것이 요령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허나 지금은 단기간에 그럴 듯하게 속여야 하니 기초훈련은 느낌을 잡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종의 요령을 주입하는 것인데, 말이 쉬워 요령이지 기본이 아예 안 잡혀있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유미야 집중해야지. 동작은 정확하게! 느낌은 그 다음이야!”

“흐잉··· 어려워여 쌤.”

“시끄러, 다시!”


징징거리고 있지만 이제 한 달 된 연습생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름 혼자서 열심히 연습하며 지내온 시간도 있고, 기본적으로 유미는 몸 선의 움직임이 좋다. 재능이 있다는 얘기다.

마치 스폰지 같다고나 할까?

나유미는 그 엄청난 식욕만큼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쌤들의 가르침을 자신의 몸에 흡수하고 있었다.


“예린이는 동작이 정확하니까 느낌 잡는데 좀 더 집중해. 그렇지. 앞 동작을 빠르게 당기고 뒷부분에 여유를 줘봐. 그래, 좋아!”


예린이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티라미슈’ 데뷔조에 들었었던 만큼,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아이다. 그럼에도 발전의 여지는 차고 넘쳐서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헐떡거리는 유미와는 다르게 여유도 느껴진다.


“뭐하세요?”

“넼!?”

“지금 애들 춤 따라하신 거예요?”

“흡, 그··· 따라했다. ···라기 보다는···.”

“애들아, 실장님 문 앞에서 니들 춤 따라하신다.”


망할 것.

소리 없이 등 뒤로 다가온 제시 쌤은 댄스연습실로 들어가며 ‘실장님 씰룩씰룩’ 목격담을 나불거렸다.


“네?”

“으잉?”


연습실 입구로 쏟아지는 시선.


“보여줘~.”

“보여줘~.”

“보여줘~.”


유미의 선창을 시작으로 제시 쌤과 예린이가 보여줘 어택을 시전 해왔다.


“자, 그럼 수고들···.”


이 몸은 바빠서 이만, 은근히 해야 할일들이 있어서.


“실장님.”

“넵?”


제길, 윤정 쌤의 말은 묘하게 박력이 있단 말이지. 그 증거로 나는 파블로프의 개 마냥 꼬랑지를 살랑거리며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다.


“수업 분위기 깨졌잖아요.”

“왜요? 저는 그냥 문 앞에 서있었는데요?”

“어쩌실 거예요.”

“그건 제시 쌤이···.”

“보여주세요.”

“네―?”

“애들이 집중을 못하잖아요.”


윤정 쌤. 당신은 다르잖아.

장난기도 없고, 진지충 그 자체잖아.

수업시간에 딴 짓하는 거 엄청 싫어하잖아.


“유미야 문 닫아.”

“오케바리!”


시발, 유미 네가 달릴 때는 고기 먹으러 갈 때 아니었냐?

왜 이 장면에 의욕 만땅인데!?


“음핫핫. 쌤 문 잠궜어여!”


사제 간의 케미를 이런대 낭비하지 말라고 이 새꺄―!



*



간만의 살풀이에 걸레가 된 몸을 이끌며 연습실을 걸어 나왔다.


‘아이고, 내 다리···.’


뭐, 아이들 사기증진에 이바지 한다는 마음으로 씰룩거렸지만, 결국 연습 끝날 때까지 붙잡혀 있었다.


“파이팅! 데뷔하자 김민우!”


나유미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맴돈다.

잔뜩 신나서 꺅꺅거리는 모습이라니. 점심은 확 굶겨버릴까.


‘에혀, 춤추는 것도 보통 노동이 아니구만.’


확실히 그랬다.

곁에서 눈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의 강도는 차원이 달랐다.

여자들의 선 고운 댄스라고 해도 체력소모는 상상 이상, 역시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스레 느껴본 시간이었다.


“설마 그거 하고 지친 거예요?”


뒤 따라 나온 윤정 쌤이 피식 웃으며 물어왔다.


“그거라고 하기 엔 너무 빡세게 돌렸지 싶은데요.”

“그 정도도 부족하죠. 다른 아이들은 이걸 몇 년을 해왔을 텐데. 아이들 체력이 더 붙으면 연습량을 늘려야겠어요.”

“허허···, 애들도 애들이지만 윤정 쌤 괜찮으시겠어요?”

“시작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이렇게 된 이상 대충은 없죠.”

“흠, 역시 윤정 쌤은 윤정 쌤이네요.”


이 통쾌한 기분은 뭘까.

구겨지는 나유미의 얼굴이 떠오른다. 크흐흐.


“아이들 땀을 너무 많이 흘렸다고, 간단하게 샤워하고 내려온다니까 실장님도 샤워하고 오세요.”

“아뇨, 저는 뭐···. 아참, 아이들 내려오는 동안 이 친구 좀 봐주세요.”

“네? 누구를?”

“뉴 페이스를 찾았는데요.”


트레이닝 센터 로비에 있는 TV를 켜고 VOD를 실행시켰다.


쇼미더랩 2화.

어제 밤 내내 반복해서 보던 구간으로 화면을 빠르게 넘겼다.


―후···. 예~ 투 사우전 원엔 에잇. 기다리던 시간은 이제 끝났어. 내가 여기 서서 너를 지켜보고 있어···.


“이 아이 어때요?”

“랩이요? 긴장한 티가 많이 나긴 하는데 플로우는 좋네요.”

“그렇죠?”

“뭘 그렇게 보고계세요.”


외투를 챙겨 입고 온 제시 쌤이 TV 곁으로 다가왔다.


“아, 제시 쌤. 마침 잘 오셨네. 이 아이 한번 보세요.”

“아이요?”


화면을 다시 돌려 소심하게 렙을 하는 장면, 그리고 목걸이를 받는 장면까지 쭉 이어서 플레이했다.


그리고 문제의 장면.

내 심장을 사정없이 두드려 패며 밤새도록 리플레이 됐던 그 장면에 이르자, 두 사람은 눈을 크게 뜨며 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때요, 이 녀석.”

“···저 아이는 왜 저런 곳에 가있는 걸까요?”

“그러게, 번지수를 완전히 잘못 찾아갔는데?”


두 사람은 다시 화면을 돌려 얼굴이 드러나는 장면을 플레이시켰다.


“저 놈 납치하러 갈 건데. 쓸 만하겠죠?”

“하다뿐인가요. 벌써 여러 군데서 냄새 맡았겠는데···. 이거 언제 방송된 거예요?”

“그저께 방송된 걸 거예요.”

“가끔 저런 애들이 있다니까. 아티스트 같은 분위기에 빠져서 아이돌을 기피하는 애들. 저 분위기는 누가 봐도 아이돌 느낌이잖아. 아무 기획사나 가도 덥석 받아주게 생겨서 왜 인물값도 못하고···.”

“힙합 스피릿일까?”


윤정 쌤의 말에 제시 쌤이 어깨를 들썩이며 대답했다.


힙합을 낮춰보는 것이 아니다.

엄연한 대중문화예술의 한 장르이고, 심지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도 아니다.


비록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기 어려운 문화적 갭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힙합은 이미 대중들 사이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서브컬처 따위로 치부될 컬트 문화가 아니다. 그 시장의 파이는 이미 대형화 돼있고, 메인스트림의 하나이자 트렌드를 선도하는 그룹의 한축이다.

년 간 수십억을 버는 래퍼들 또한 적잖이 등장하고 있고, 이제 그들은 변방의 아웃사이더도 언더독도 아니다.


허나,

가끔 그들은 스스로 고립을 택한다.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언더그라운드의 래퍼들은 제야의 고수만이 진정한 래퍼라고 말한다. 그것이 스웩이고, 그것이 래퍼의 간지다. 예능 같은 곳에 출연하는 래퍼는 이미 변절자다.

아이돌 래퍼는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동일 직업군으로 보는 걸 수치스러워 한다. 그들에게 있어 아이돌은 실력도 없는 주제에 인기 많고 돈도 잘 버는 짜증스런 종족이다.


자존심일 수도 있고, 질투일 수도 있다.

대중의 인기로 먹고사는 건 아이돌도, 래퍼도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그럴지도 모르죠. 저 아이는 일부러 외모를 감추는 것 같네요. 아마도 외모보다는 랩으로 평가받고 싶다. 이런 느낌?”


나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자신을 순수 래퍼라고 생각한다면 걸그룹 따위 귓등으로 날려버릴지도 모를 테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단 접촉은 해봐야겠는데···.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연락처 알려줄까요?”

“참가자 신원은 당연히 비공개 하겠죠. 알려준다고 해도 본인에게 물어보고 답해주지 싶은데.”


그렇겠지.

내가 PD라도 비공개를 원칙으로 할 것 같다.


“윤정 쌤, 픽미업 첫 녹화 뜨고 얼마 후에 방송 나갔나요?”

“흠, 첫 합숙하고 대략 두 달 정도였던 것 같아요.”

“쇼미더랩도 비슷하겠죠?”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촬영 사이클이 대동소이하죠.”

“그렇다면 저 아이는 지금 탈락자일수도 있고 참가자일수도 있다는 얘기네요.”

“SNS 털어보면 되죠.”


이윤정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로 간단했다.


“아···, 그걸 보면 아나요?”

“그렇죠. 대부분 오디션 참가자들은 경연 기간 동안 SNS 사용 금지에요.”

“혹시, 스포일러 때문에?”

“네. 만약 이 친구가 SNS를 하고 있다면 다음 방송과 상관없이 이미 탈락했다는 증거죠.”

“흠, 그럼 SNS 계정을 어떻게 찾아야 되나.”

“뭘 어떻게 찾아요. 검색해야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못 찾았다.


SNS는 둘째 치고. 그 무섭다는 네티즌 수사대 역시 쇼미더랩 2화의 엔딩요정을 찾아내느라 혈안이 되어있지만, 올라온 글의 대부분은 ‘그녀는 예뻤다.’ 정도.

심지어 인터넷 기레기들의 기사조차도 그녀의 이름 석 자 ‘고소미’ 말고는 아무런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했다.


“이 아이 히키코모리 아냐? 흔적이 아예 없네.”


제3의 아이를 향한 수사는 점심을 먹고 오후 발성수업이 끝나도록 계속 이어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 했다.


“아직도 못 찾았어요?”


발성수업을 마친 제시 쌤은 생수병을 흔들며 다가와 물었다.


“네. 인스타고 페이즈북이고 다 훑었는데 안 떠요. SNS를 안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방송 관계자 통해서 접촉을 시도해봐야 할 것 같네요.”

“누구 찾으시는데요?”


뒤를 이어 다가온 예린이가 제시 쌤 옆에 서서 궁금한 듯 기웃거렸다.


“어, 3번째 멤버 후보.”

“그래요? 저도 보여주세요.”


곁에 다가와 앉은 예린에게 휴대폰으로 사진을 보여주자 손가락으로 사진을 확대하며 유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와, 예쁘다···. 완전 청순 담당이네요. 뭐 하는 친구에요?”

“래퍼.”

“네?? 이 얼굴로 래퍼를 한다구요?”


그치?

네가 봐도 이상하지?


누가 봐도 청순계 걸그룹 요정이잖아.


“켁켁, 아 목 아파. 실장님~ 인재관리 차원에서 오후연습은 쉬는 게 어떨까여.”

“저녁밥도 쉬자.”

“크흡···. 치사하게. 진짜 감기기운 있단 말이에여.”

“이리 와봐.”


앞으로 다가온 유미의 이마에 손을 대고 열을 재자 나유미는 고롱고롱 거리며 아픈 척을 해댔다.


이게 어디서 꾀병을··· 이 아니라, 진짜 미열이 있네.

감기 오면 큰일인데.


“열나져. 진짜 컨디션 안 좋아여.”

“그러니까 이불 좀 잘 덮고 자야지, 자꾸 발로 차니까 감기오지.”

“아··· 그건 자꾸 꿈속에서 누가···, 응? 소미언니네?”


예린이의 손에서 휴대폰을 받아든 유미는 눈썹을 찡그리며 사진 속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소미언니 맞는데, 이 언니 사진은 왜 보고 있어여?”

“유미 너, 그 여자애 알아?”

“네, 학교 선배에여. 예인여고 선대 퀸카.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저는 언니의 뒤를 이은 차세대 퀸카였···.”

“연락처 알아!?”

“엣? 알져···. 같은 실용음악 동아리라 알기는 아는데, 통화 한 적은 없어여. 소미 언니가 워낙 조용하고 혼자 다녀서 말 걸기가 좀 힘들었거든여. 아, 그리고 혹시 못 들으셨을까봐 다시 말씀드리지만 언니 다음 퀸카는 저였져. 퀸카···. 후훗. 구경해보신적은 있나여. 퀸카?”

“전화번호 안 바꿨겠지?”

“그야 모르져. 그런데 왜여? 무슨 일··· 헐, 저 퀸카였다니까여!? 왜 자꾸 생까여!? 설마 그게 뭔지 모르는 건 아니져?!”


자칭 퀸카였다는 유미를 바라보며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으잇, 왜 그렇게 웃어여. 야한 생각하는 거져! 하··· 좌우지간 남자들이란 예쁜 여자만 보면 다 똑같군여. 아무리 그러셔도 제 가슴은 만지게 해드릴 수 없어여.”

“흐흐흐흐···.”

“예린언니, 실장님 이상해여! 꺄앜― 손가락! 손가락 꿈틀꿈틀!”


그래, 손가락이 마구마구 꿈틀거린다.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없거든.


“크하하하하―”

“흐에엨!”


오래간만에 돌아온 마이 턴이다.

길 잃은 어린양이 있다고 하니 목동 된 자로서 보고 있을 수 없지.


[할 땐 하는 남자] [심쿵 유발자] [사탕발림]

묵혀둔 특성을 몽땅 꺼내야지. 풀 도핑 장착완료!


자, 겁내지 말고 오빠에게 다가오렴~.

물지 않는단다.


손만 잡고 잘··· 크흠. 암튼 오빠 한번 믿어볼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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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출사표 20.12.12 94 2 14쪽
11 보컬 쌤 제시. 그리고 첫 회식. 20.12.11 90 2 10쪽
10 댄스 트레이너 이윤정 20.12.11 87 2 10쪽
9 걸그룹, 좋아합니다. 20.12.09 93 2 11쪽
8 두 번째 그녀. 20.12.08 97 3 13쪽
7 너의 몸값은. 20.12.06 94 2 12쪽
6 나 이런 사람이야. +1 20.12.06 103 2 12쪽
5 적진으로 20.12.04 123 2 10쪽
4 차예린 그리고 아이언 맨. 20.12.03 140 3 12쪽
3 첫 번째 그녀 20.12.02 184 4 10쪽
2 걸그룹 마스터 20.12.02 173 3 11쪽
1 걸그룹 좋아하세요? 20.12.02 215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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