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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샷 님의 서재입니다.

어플로 키운 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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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샷
작품등록일 :
2020.12.02 11:28
최근연재일 :
2020.12.17 19:18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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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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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수 :
87,914

작성
20.12.13 22:39
조회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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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심봤다.

DUMMY

“실장님 기억이 안 나서 그러는데여, 어제 하셨던 얘기 있자나여. 너희보다··· 웅··· 뭐라고 하셨더라.”

“다 죽여버려.”

“에잌, 그거 말구여. 그 다음.”

“그 다음 뭐?”

“있자나여 그거···.”

“그러니까 뭐?”

“으이씽···.”


왜여? 유미 심쿵해쩌염?

뭐, 영 허튼 소리는 아니지만 그땐 나도 분위기 타서 질러버린 말이거든, 그런 얘길 맨 정신에 우째 씨부리냐.


“아―, 해줘여!” “그러니까 뭘 해줘?”

“JYK 전화번호가 어디 있더라···.”

“응!! 너희가 최고야! 너희보다 사랑스런 여자애들은 없어!!”

“아흥··· 부끄럽게. 실장님도 참 짓궂네여.”


나유미는 도리질을 치며 연습실로 쪼르르 내달렸다. 그리고 뒤를 이어 다가온 예린이가 빼꼼히 내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실장님두요.”

“응?”

“둔하긴···.”

“엥?”

“그리고 ‘애’는 빼주시고요.”


예린이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나유미의 뒤를 따라 나섰다.


이 자식아, 둔하긴 뭐가 둔해.

나는 실장님 너는 연습생이잖니!! 금단의 과실이란다. 우린 이루어질 수 없어! 크흐흑···.


“메롱~.”


연습실로 들어가던 차예린은 돌아서서 귀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


젠장, 넘 예쁘다.

에효···. 기획사 때려 치고 연애나 할까.

이렇게 아응···.

저렇게 앗응···.


띵동―.


음?

이 소리는···.


『하이~닝겐. 오래간만입니다. 바퀴벌레 같은 질긴 목숨은 오늘도 잘 부지하고 있군요. 안심입니다.


우리의 보석 같은 아이들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겠죠?

‘키워서 잡아먹겠어.’ 같은 생각한다면 당신의 주니어를 잘라버리겠습니다. 싹뚝!!』


헐···.

존나 예리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미션을 주셨더군요. 잘하셨습니다.

그 또한 성장의 한부분이니까요.


생각보다 사리분간에 능한 것이 점점 마음에 드는군요. 확실히 소심쟁이 ‘강머시기’군 보다는 타고난 재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돌아온 리턴 매치!


[나의 그녀는 어디에?] 너의 손가락은 이걸 누르고 싶다.』


눌렀다.

이 순간을 계속해서 기다려왔으니까.

그런데.


“흐음, 뭔가 좀 두리뭉실해.”


대강 던져놓은 느낌이려나?

좌표를 찍어주긴 했는데 범위가 좀 넓다.


『아이돌 걸그룹에 꼭 한 두 명씩 있는 포지션.

없어도 상관없지만 있으면 볼륨감은 더욱 풍성해 지지요.


바로, 래퍼입니다.


역시나 훌륭한 원석들이 나타났는데 갈피를 못 잡고 있네요.

당신이 나설 차례입니다.


‘쇼미더랩’을 주시하세요. 그리고 틈틈이 홍대 산책도 가보시구요.

급할 건 없지만 기왕 찾아낼 거라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요?』


골든타임이라던가, 특정 장소라던가 이런 내용이 없다.

거기에다 원석이 아니라 원석들?


있으나 마나··· 라는 느낌은 아니고.

찾아내는 시기와 상관없이 어차피 내 사람이 될 아이들이란 얘긴가?

급한 미션은 아니라 다행이기는 한데 뭔가 불친절해졌네.



*



쇼미더랩···.

방영 시작한지 2주쯤 된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시즌9 까지 오면서 숫한 화제를 뿌렸던 바로 그 프로. 나도 꽤나 재미있게 봤었지. 지난 시즌에는 BI 응원했었는데.


[쇼미더랩 1회]


궁금하면 1500원!

결제버튼을 누르고 VOD를 시청했다.


―YO~ 내 이름은 MC 블랙콩. 나를 보는 너희 눈엔 콩깍지가 가득.


“헐, 콩깍지···.”


―에압, ** 너희는 모두 *** 알아? 내가 다 *** 해서 ***** 해줄게 *****아.


“시발 암호냐?”


시리즈 내내 그러했듯 1화에서는 심사위원 소개와 1차 예선 장면이 주된 내용이었다.

말도 안 되는 가사를 지껄이는 아마추어부터 제법 프로냄새가 나는 참가자들이 줄줄이 무반주 랩을 선보였고, 피식피식 헛웃음을 짓는 사이 1회 차 VOD는 어느덧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었다.


“주시하라니까 보긴 한다만··· 완전 고추밭인데.”


프로그램 시청한지 1시간 반이 넘도록 랩을 하는 여자 랩퍼의 모습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예 없진 않겠지만 확실히 쇼미더랩은 남자 래퍼위주이긴 하다.


“설마, 한명은 나오겠지.”


그리고 1화는 그렇게 끝나버렸다.

정말 여자 래퍼의 랩핑 장면은 단 한 컷도 안 나왔다.


“독하네, 독해. 얄짤없구나.”


장면 곳곳에 여자 래퍼들이 보이긴 했다. 헌데 그냥 보이기만 했다. 지나가는 행인 1, 고개 숙인 참가자 2, 뭐 이런 식으로.

그렇게나 실력차이가 많이 나는 걸까?

랩 하는 모습을 안 잡아주는 걸 보면 실력이 모자라거나, 재미도 없거나 둘 중 하나겠지. 지원자 숫자만 해도 1만 2천명이라니 어지간해서 화면에 잡히기도 쉽지 않겠어.


“실장님 배고파여!”

“엥? 몇 시인데 벌써 배가고파.”

“12시 넘었어여.”

“1층 내려가서 먹고 싶은 거 시켜.”

“부대찌개 콜?”

“콜.”



*



마술 같은 나유미의 먹방쇼를 구경하고 일행 모두 연습실에 올라왔다.


차예린, 나유미, 이윤정, 제시.

한손에 따뜻한 커피를 한잔씩 들고 대자로 앉아 픽미업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윤정 쌤은 시즌1 때 트레이너로 참여했었죠?”

“네, 참여했었죠.”

“거기 분위기 어때요?”

“뭐, 총 없는 전쟁터죠. 가끔은 재미있기도 하고, 때로는 치열하기도 하구요.”


그렇겠지.

옆 사람이 붙으면 내가 떨어지는데. 마냥 즐겁지는 않겠지.


“···무섭다.”

“우리 광탈하면 어떻하져.”


예린이와 유미가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무릎에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그런 나유미의 등을 투박하게 쓰다듬은 이윤정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시즌1 때는 합숙을 일주일씩 총 4번 했어요. 그리고 그중에 가장 중요한 기간이라고 한다면 제 생각으론 첫 번째 합숙기간이에요.”

“흠, 선발대가 가려진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죠. 시청자와 상관없이 이때 이미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요. 그 많은 애들을 하나하나 카메라가 따라 붙을 수는 없잖아요? 1차 합숙 때 쓸 만한 애들이 가려지고 카메라도 집중적으로 따라붙죠. 물론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대기만성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수질관리는 이때부터 라고 보는 게 맞아요.”

“팁이라면?”

“일단 매력적인 외모, 그리고 소속사별 등급평가 때 시선 장악. 일단 여기서 한방 찍고 들어가야 돼요.”

“흐음.”

“결국 PD들의 주목을 받은 아이들이 시청자의 주목을 이어받게 되는 거죠. 방송에 노출되는 회수가 다르니까요. 그 과정에 소속사별 이해관계에 따라 노골적인 푸쉬가 생기기도 하고···. 그렇지만 예린이나 유미라면 자연스럽게 주목받을 거예요. 이상한 비호감 짓만 안한다면.”


이윤정의 마지막 말에 나유미가 두리번거리며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제 얘기 아니져?”


응 맞아. 너.

어딜 봐도 네 얘기잖니.


“확실히 보면, 상위권 아이들은 자연스러워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어디 대표님 감이 어떤지 들어볼까요?”


감이라고 하긴 그렇고, 방송을 보면서 느낀 소감이다.

시청자의 입장으로 말이다.


“뭐랄까. 과유불급? 귀여운 건 좋지만 귀여운 척은 비호감,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악착같아 보이면 욕심쟁이, 예쁜 모습을 싫어할 사람은 없지만 예쁜 척은 재수 없다는 것.”

“흐음~”

“귀여움도, 예쁨도, 그냥 그 모습 그 자체가 자기 자신인 애들이 호감을 얻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타고난 거죠. 남과 다른 한끝의 차이. 매력이라는 것, 다른 말로는 스타성이라는 재능.”

“맞아요. 스타성이에요. 실제로 시즌1 때는 통나무였던 애가 최종 데뷔조에 들어갔으니까요. 설마설마 했는데 쭉쭉 치고 올라오는 걸 보면서 이런 게 스타성이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 애들은···.”

“욕심 부려야죠.”

“상위권?”

“기왕이면 1등, 2등”


고개를 돌려 예린이와 유미를 바라보았다.

그래, 기왕 하는 거라면 최종 1위 후보에 둘이 나란히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라고?

됐고, 할 수 있다면 시작부터 성대하게 달려봐야지.

아이들은 아이들의 전쟁터에서.

권외자는 권외자끼리의 전쟁터에서.


그러니까.


“들었지? 가서 연습시작.”

“아, 배 아파··· 저 화장실점.”

“참아.”

“나올 것 가타여···.”

“뒤꿈치로 눌러.”

“크읏···.”



*



징징거리는 나유미와 예린이를 연습실로 밀어놓고 다시 TV 앞에 앉았다.


[쇼미더랩 2화]


기존의 흐름대로라면 2화에서 1차 예선이 끝나고 2차 예선을 살짝 보여주겠지. 뭐 그사이 프로듀서 래퍼의 공연도 있을 테고.

그렇다면 이번 화에 그림자라도 슬쩍 비추지 싶은데.


―네, 수고하셨습니다.

―아, **···. 네가 감히 내 랩을 평가해?

―뭐라고요?

―나랑 베틀 붙어보자고, 쫄리면 뒤지시던가. 어?

―하하하···.


여전히 저런 인간들 하나씩은 있구나.

섭외? 연출?

애정결핍, 낮은 자존감을 저런 식의 거친 표현으로 덮어보려는 건가. 리얼 이라면 부모님들이 신경 좀 쓰셔야 할 것 같은데.


“아, 여자다.”


드디어 기다리던 여성 래퍼의 등장.


―에, 에~ 아, 아~ 언제나 기다려왔어 그건 바로 지금. 네가 꿈꾸던 시간에도 나는 달려 지금···.


흠,

나쁘지 않다.


작은 실수 하나 없이 무난하게 해냈다. 외모도 그럭저럭 준수하다.

실제로 1차 합격을 상징하는 목걸이도 받았고. 딱히 지적 할만 포인트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을 잡아당기는 매력이 없다.

고작 이 정도라면 예린이와 유미 뒤에서 병풍노릇하기도 힘들다.


‘아닌데···.’


이후로 두 명의 여성래퍼가 더 등장했지만 준비해온 가사조차 제대로 읊어보지 못하고 탈락. 어느덧 1차 예선의 마지막조라는 자막이 화면에 떠올랐다.


“끄응··· 안 보여···.”


마지막 조 참가자 전체를 비추는 영상을 몇 번이고 되돌려 보았지만 여성 래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편집 된 건가.”


그 정도로 존재감 없는 아이를 찾으라고 한 거야?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슬슬 불안해 지는데.


허세 쩌는 고추 래퍼들의 향연이 지루하게 펼쳐지며 어느덧 1차 예선은 마지막 한명의 참가자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커다란 스냅백을 깊숙이 눌러써 얼굴의 대부분이 가려진 참가자.

남자치고는 작고 왜소한 체구에 얇은 목선이 눈에 띈다.

거기에 붉은 립스틱···.


응?


립스틱이라고?

헐, 여자구나. 목소리가 여잔데 아무생각 없이 보고 있었네.


―긴장 푸시고.

―네···.


묘한 기대감이 흐른다.

이 여자도 아니라면 정말 편집 됐다는 건데.


―후···. 예~ 투 사우전 원엔 에잇. 기다리던 시간은 이제 끝났어. 내가 여기 서서 너를 지켜보고 있어. 한 발짝 때기가 힘들어 망설여 기다려 움츠려 떨던 지난날은 이제 집어치워 버려···.


랩에 대해 풍부한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막귀는 아니다.

최소한의 커트라인은 가지고 있다고 할까.


감상평을 하자면.


여성 래퍼 특유의 꼬는 목소리가 없다.

목소리 톤 자체가 또렷해서 가사가 신기할 만큼 정확하게 들려온다.

정 박자를 타는 지루하고 진부한 플로우도 아니고, 박자를 밀고 당기는 느낌이 꽤나 세련되어 마치 남성 래퍼들의 트렌디한 랩을 듣는 것만 같다.


다만 흠이라면···.


주눅이 든 건지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는 것.

하지만 그와 중에도 저런 느낌이라니, 포텐 터지면 볼만하겠는데?


―음···, 축하드립니다. 잘하셨어요. 다만 조금만 더 자신 있게. 오케이?

―네··· 감사합니다···.


역시나 심사위원도 목걸이를 걸어주며 그녀의 소심함에 대해 언급했다. 확실히 부끄러움이나 조신함을 넘어선 상당한 레벨의 소심함이다.


이야. 이쪽 동네 유미라는 멍뭉이와는 극과 극이구나.

그나저나 얼굴 좀 보여주지, 당최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네.


그래도 기쁘기는 했던지 마지막 목걸이를 받은 여성 합격자는 바닥에 쭈그려 앉아 얼굴을 감싸 쥐었다.

화면은 주저앉은 그녀의 모습을 계속 비추고 있었고,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선 여인은 모자를 벗으며 긴 머리칼을 드러냈다.


“···허허.”


고개를 한쪽으로 숙이며 머릿결을 쓸어 넘긴 그녀는, 입술을 살포시 깨물고는 다시 모자를 눌러썼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렇게 외쳤다.


“심―봤다―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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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보컬 쌤 제시. 그리고 첫 회식. 20.12.11 90 2 10쪽
10 댄스 트레이너 이윤정 20.12.11 87 2 10쪽
9 걸그룹, 좋아합니다. 20.12.09 93 2 11쪽
8 두 번째 그녀. 20.12.08 97 3 13쪽
7 너의 몸값은. 20.12.06 94 2 12쪽
6 나 이런 사람이야. +1 20.12.06 103 2 12쪽
5 적진으로 20.12.04 123 2 10쪽
4 차예린 그리고 아이언 맨. 20.12.03 140 3 12쪽
3 첫 번째 그녀 20.12.02 184 4 10쪽
2 걸그룹 마스터 20.12.02 173 3 11쪽
1 걸그룹 좋아하세요? 20.12.02 215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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