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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샷 님의 서재입니다.

어플로 키운 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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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샷
작품등록일 :
2020.12.02 11:28
최근연재일 :
2020.12.17 19:1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932
추천수 :
41
글자수 :
87,914

작성
20.12.02 11:35
조회
184
추천
4
글자
10쪽

첫 번째 그녀

DUMMY

현재 시각 pm 10:40

12월 차가운 칼바람이 씽씽 부는 거리를 나서 도착한 곳은 영등포역 인근 성인 나이트클럽 ‘호박’이었다.


호박이라니.

이름이 이래서야 나이트클럽 입구에서부터 꼬무룩 각이네.


쿵짝쿵짝―


“어서 오세요~! 찾으시는 웨이터 있으신가요?”

“아니요.”

“일행은 몇 분이신가요?”

“혼자···.”


씨익―


이 새끼, 웃어?

왜 웃는 거야 이 자식아. 나이트클럽에 혼자 오면 안 되냐.


“오늘밤 외롭지 않게 제가 확실하게 모시겠습니다. 형님!”


실실 쪼개는 웨이터를 따라 홀에 들어서자 정말 호박 같은 아줌마와 아저씨들이 댄스 플로어 위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성인 나이트클럽이라더니 확실히 연령층이 구름 위를 노니는구나. 선계가 따로 없네.


“일단 시작은 기본으로 드릴까요?”

“네.”

“넵! 감사합니다.”


90도로 인사를 마친 웨이터 ‘아무개’는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형님, 이 언니 어때요? 몸매 장난 아니죠?”


어, 장난 아니야. 데리고 꺼져. 썩 꺼져!

웨이터 ‘아무개’는 테이블이 세팅도 되기 전에 반쯤 취한 여인네를 데리고 왔다.


“안녕 자기~.”


웨이터 손에 이끌려온 30대 중반의 여자는 나의 얼굴을 슬쩍 훑어보고는 손을 흔들며 옆자리에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과감한 터치.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여인의 손끝은 나의 허벅지 위에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쿵짝쿵짝~


시끄러운 음악과 깔깔거리며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어느새 다가온 보조 웨이터가 술병을 내려놓고 얼음통과 과일안주를 테이블위에 올려놓았다.


“반갑습니다. 미남형님!”


술잔을 깔아주고, 물수건도 펴준다.

그리고 멀뚱하게 서서 또 실실 쪼갠다.


‘뭐야 이 자식. 왜 안가고 쳐다봐.’


헐,

윙크?


“오빠, 한 이만 원 정도 쥐어주라.”


곁에 앉은 여자가 나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귀띔을 해줬다.

아, 팁을 달라는 거였구나.

이런 곳을 와 본적이 없으니···.


“감사합니다. 형님!!! 좋은 시간 되십쇼!!!”


자식, 이만 원 가지고 뭘 저렇게 까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알아봤다.

그의 동그란 쟁반위에서 소박한 미소를 짓는 그녀가, 신사임당이라는 것을.


이런···썅.

확인을 하고 주는 건데, 폼 잡는다고 노룩(No look) 패스한 결과다.


“이 오빠 통 크네? 호호~ 자, 나도 한잔 따라줘.”


나 통 작아. 절대로 스몰 사이즈.

그리고 당신이 나보다 5~6살은 많아 보이는데 오빠는 무슨 오빠.


“오빠 잘생겼다. 혼자 왔어?”


도대체 뭘 드신 건지. 나이트클럽에서 이런 음식도 취급하고 그러나? 얼굴 가까이 들이 대지마. 이상한 냄새 나잖아.

당장 허벅지에서 손때라고!


크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역시나 머릿속 외침이었다.

나의 허벅지는 속눈썹이 반쯤 떨어져 덜렁거리는 누님의 거친 손길에 농락당하고 있었고, 정체불명의 음식냄새는 귓가를 돌아 역하게 얼굴을 휘감아 오고 있었다.


‘후, 가란다고 냅다 달려온 내가 등신이지···.’


그랬다.

집구석에서 휴대폰과 공포체험을 하던 그때, ‘당장 클릭해라 닝겐’이라는 말에 쫄아서 [나의 그녀는 어디에?]를 클릭해 버린 결과가 이것이다.


『당신의 첫 번째 그녀는 한 시간 뒤, 영등포역 인근 성인 나이트클럽 ‘호박’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녀는 지금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고, 당신의 도움이 절실한 상태입니다.

오늘이 아니라도 다음의 기회는 계속 찾아오겠지만, 지금을 놓치면 그녀의 스타성은 점차 급격하게 하락하게 될 것입니다.

금일 자정까지 무슨 수를 써서든 그녀를 찾아내어 합류시키세요.』


‘헐, 갑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가란다고 넙죽 가는 것도,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연하지 않겠나.

무려 귀신과 대화를 나눈 흔치 않은 경험을 한 직후인데···,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혼란스러운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띵똥~


『쫄보씨. 또 누군가 죽어 나자빠져야 땅을 치고 후회할 겁니까?

당신의 전임자 ‘강성현’도 그랬지요. 생각이 너무 많았어요. 그것도 우유부단한 쓸모없는 생각, 마치 지금의 당신처럼 말이지요.


삶이란, 때론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해야 할 때도 있답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구요.

당신의 선택으로 나락으로 빠져드는 그녀가 찬란한 보석이 될 수도 있고, 빛을 잃어버린 돌멩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명심하세요. 금일 자정까지입니다.』


“아잌···, 모르겠다. 일단 가보자.”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흐음, 그런데 어떻게 찾는담. 이래서야 찾기는커녕 지나간 자리 냄새도 못 맡겠는데···.’


휴대폰을 들어 [걸그룹 마스터]를 실행시켜 보았지만, 마지막 메시지 이후 새로운 전개는 없었다.


하긴, 장소를 알려준 것 자체가 특전이라고 했으니까.

범위를 좁혀준 것만으로도 꽤나 수고를 덜어준 것인가. 나름 배려해 준거네.


‘하아, 완전히 몰입해 버렸구나. 이게 사기면 쪽팔려서 신고도 못할 거야.’


의심 반 걱정 반으로 눈알을 부라리며 나이트클럽 홀과 댄스 플로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곁에 있는 누님의 격정적인 손길이 점차 대범해지고, 초조함에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올 무렵, 음악이 꺼지며 마이크를 쥔 mc의 멘트가 이어졌다.


“자, 오늘의 스페셜 게스트! 자다가도 벌떡 서버릴 것 같은 섹시한 언니들! 걸그룹 ‘섹시밤’을 소개합니다. 형님들 지금부터 푸쳐 핸 조옷―!”


휘~익~휙~

짝짝짝짝―


저렴한 휘파람 소리와 박수소리가 교차되며 들려왔다.

음악이 사라진 댄스플로어에서는 벌써부터 만취한 아저씨가 더러운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고, 돌돌말린 하얀 물수건 따위가 스테이지 위로 날아들기도 했다.


‘이런 곳에 보석 같은 그녀가 있다고? 말도 안 돼. 그런 떡잎이라면 벌써 어딘가 유명한 기획사에 있겠지. 놀러 다녀도 이런 구리구리한 곳이 아니라 힙한 홍대나 강남 어딘가에서 놀고 있는 게 뭔가 이치에 맞잖아.

여기는 정말 아니야, 좌표 다시 찍어줘 [걸그룹 마스터]씨!’


부정적인 기운이 정신을 급격하게 침식해 갈 때쯤.

엉밑살이 드러난 짧은 청반바지와 가슴아래가 보일 듯 바짝 올라온 민소매 탱크탑을 입은 어린 아가씨들이 무대 위로 등장했다.


설마 저 애들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저건 그냥 댄서잖아.

찬찬히 살펴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밤을 책임질 ‘섹시밤’입니다!!”


밤을 책임져?

어떻게 책임질 건데.

오빠야 오래가고 힘 쌘 듀라땡 같은 남잔데.

감당할 수 있겠니.


얼굴의 반을 차지한 검은 눈 화장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사리 난장판이구만···.”


무대 아래에 바짝 붙어서 허공에 ‘ㅈ’질을 하고 있는 추접스러운 아저씨의 허리놀림에 구토감이 몰려왔다.

물수건을 머리위로 빙빙 돌리며 휘파람을 불어대는 사람도 역겨웠고.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어대는 인간들도 역겨웠다.


언뜻 보아도 미성년자처럼 보이는 여자애들 앞에서 허리를 휘저으며 낄낄거리는 저 치들의 머릿속엔 무엇이 들어있는 걸까.

그리고 저 걸그룹의 책임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더러운 장소에 자신의 아이들을 올려 새운 걸까.


미쳤다.


내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는 이 미친년부터 시작해서, 소리를 지르며 앞뒤로 골반을 흔드는 대머리 새끼, 그리고 이 와중에 방긋방긋 웃으며 손을 흔드는 저 어린 것들까지.

300평 남짓한 이 밀폐된 공간에 있는 인간들 중, 정상적인 인간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 보였다.


틀렸다.


제정신 박힌 년이라면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설령 있다 하더라도 글러먹은 년이다.


‘가자, 이건 아니야.’


귓불을 잘근 씹어대며 끈적한 숨결을 불어넣는 누님의 얼굴을 거칠게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기대할만한 것은 없어보였다.


‘도대체 뭘 기대한 거냐.’


입술을 깨물며 테이블을 벗어나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순간.


“뭐야, 저건.”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시선을 돌려 무대를 바라보았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한 사람.

무대 끝에 숨은 누군가가 주춤거리며 망설이고 있었다.


“음악 주세요~!”


mc의 시원한 목소리와 함께 AR반주가 흘러나왔다.

무대 위의 멤버들은 둠칫둠칫 춤을 추며 숨어있는 여자를 향해 손짓을 했다. 빨리 나오라는 얘기겠지.

허나 상황은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계속 망설이던 여자가 세차게 고개를 젓더니 무대 밖으로 뛰어 내려간 것이었다.


‘무슨···.’


도망치듯 빠르게 걷는 얇은 다리를, 높디높은 하이힐이 위태로운 모습으로 힘겹게 지탱하고 있었다.


“야야, 노래 안 해? 그러면 이리와 봐 응? 아저씨랑 놀자고. 2차 얼마냐.”


하얗고 가느다란 손으로 얼굴을 감싼 그녀는, 팔을 뻗어 붙잡아보려는 아저씨들을 뿌리치며 내가 서있는 통로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저 여자···.’


눈물에 번진 마스카라 자국.

짧은 민소매 탱크탑 아래로 드러난 개미처럼 잘록한 허리.

그리고 민망할 정도로 짧은 청반바지.


건들면 부서질 것 같은 가녀린 체구의 그 여자는 그렇게 내 곁을 지나 출구를 향해 달려갔다.


“저 미친년이 뒤질라고.”


험악한 표정의 중년 남성이 앞서 지나간 여인의 뒤를 쫒았다.

매니저?

아니면 나이트 간부인가.


“야이, 너 거기안서!”


지금 지나간 여자가 내가 찾는 여자와 동일인이란 증거는 없다.

확실한 것은 이 장소 하나뿐.


하지만.


『삶이란, 때론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해야 할 때도 있답니다.』


그래, 지금이 그때라 이거지.

왜 그러냐며 달라붙는 음탕한 누님의 손길을 재차 뿌리치고 출구로 향했다.


확신했다.


저 여자가 내 곁을 지나칠 때 막연하게 느꼈다.

표현할 수 없지만 알 수 있었다. 이 아이를 만나기 위해 이곳으로 온 것이라고.

마주친 그 순간에 전해진 울림은 착각이 아니었다.


개연성?

지금 그딴 거 신경 쓰게 생겼나.


‘나의 첫 번째 그녀’


그녀가 지금 눈앞에 있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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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두 번째 그녀. 20.12.08 97 3 13쪽
7 너의 몸값은. 20.12.06 94 2 12쪽
6 나 이런 사람이야. +1 20.12.06 103 2 12쪽
5 적진으로 20.12.04 123 2 10쪽
4 차예린 그리고 아이언 맨. 20.12.03 140 3 12쪽
» 첫 번째 그녀 20.12.02 185 4 10쪽
2 걸그룹 마스터 20.12.02 173 3 11쪽
1 걸그룹 좋아하세요? 20.12.02 216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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