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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샷 님의 서재입니다.

어플로 키운 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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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샷
작품등록일 :
2020.12.02 11:28
최근연재일 :
2020.12.17 19:1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919
추천수 :
41
글자수 :
87,914

작성
20.12.03 17:15
조회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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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차예린 그리고 아이언 맨.

DUMMY

나이트클럽을 빠져나가 황급하게 주변을 돌며 사라진 그녀의 흔적을 쫒았다.


“너 미쳤어? 왜 매번 이 지랄이야!!”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따라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나이트클럽 건물 뒤편을 따라 길게 이어진 좁은 골목. 한 겨울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앳된 여자와 흉흉한 기운을 뿜어대며 길길이 날뛰는 남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싫다구요. 안한다고 했잖아요!”

“싫고 좋고가 어딨어! 그냥 시키면 하는 거지. 누가 너희들 더러 그런 걸 결정하라대?”

“안 해요!”

“이게 어디서 바락바락, 눈 안 깔아!”


금방이라도 내리칠 것 같은 남자의 손이 여리여리한 그녀의 얼굴 근처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래, 때려요! 저기서 엉덩이 뒤집어 까면서 춤출 바에는 차라리 두들겨 맞는 편이 훨씬 보기 좋겠네요!”

“뭐?”

“걸그룹? 하··· 차라리 룸싸롱을 나가면 돈이라도 벌지. 내가 스트립쇼 하려고 지금껏 버틴 줄 알아요?”


저런, 저러다 진짜로 큰일 나겠는데? 빨리 가서 말려야 겠···.


촤악―


“아흑―.”

“오냐, 소원대로 해주마. 이것들이 잘한다 잘한다 해주니까 간덩이가 쳐 부었네.”

“꺄악―!”


찰지게 올려붙인 귀싸대기 이후, 남자의 손은 그녀의 찰랑거리는 긴 머리채를 붙잡아 거칠게 흔들기 시작했다.


젠장. 이럴 줄 알았다니까.

저러다 반대편 뺨까지 처 맞을라.


“그 손 놓으세요.”

“뭐야 넌.”


움켜쥔 손을 바라보던 남자는, 쪽 찢어진 눈을 희번덕거리며 짜증 가득한 말투로 되물어왔다.


“뭐냐고?”


뭘까요.

갑자기 물어보니 선뜻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왜? 구해주고 싶어? 히어로 등장이야?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가던 길이나 가.”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한 채 멀뚱멀뚱 서있던 나의 눈에, 파리한 몰골로 울먹이는 어린얼굴이 찌르듯 아프게 새겨들어왔다.


‘아, 존나 맘 아프게··· 왜 이렇게 시작하는 건데.’


뭔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의 첫 번째 그녀가 이런 길바닥에서 싸대기를 처 맞고 있다니.

이런저런 것 다 떠나서 이런 장면을 무시하면 안 되지.


나이트클럽부터 부글거렸던 불편한 심기가, 눈앞의 폭력 앞에 서서히 농익어 간다.


“이거 안 놔? 아, 썅노무거··· 영화가 애들 다 망쳐놨다니까. 그렇게 노려보면 어디서 힘이 솟아나냐? 네가 막 악당들 물리치고 여자들 구해주고 그럴 것 같아? 손모가지 분지르기 전에 놔라.”

“그래.”

“뭐?”


내가 타인에게 싫은 소리 안하고 사는 이유.

내가 타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사는 이유는 약해서가 아니다.


“이런 호로 새끼가 손 안 놔!”

“못 놔.”


아버지···.

사회적 지휘와 채면 때문에 행동 하나하나에 극도로 예민한 아버지를 위해 발톱을 감추며 살고 있을 뿐이다.

우리 꼰대 겁나 무서운 양반이거든.


“내가 구해줄거라고.”

“풉! 크큭, 아하하하하 와, 시발 무섭네. 아이언 맨? 배트맨? 크크큭. 아놔 존만 한 새끼가.”

“존만 한이 아니고··· 아이언 맨.”


빈정거리는 남자의 손목을 비틀어 등 뒤로 돌려 새웠다.


“크아악!”


가족 모두가 마찬가지다.

하버드를 수석 졸업한 형도 FIT를 졸업한 큰누나도 본인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아, 큰누나는 나름 원하는 길을 간 건가.


“개새끼가 내가 누군 줄 알고, 시발 손 안 풀어!”

“넌 내가 누군지 알아? 알면 그렇게 주둥이 나불거리기 힘들 건데.”


나?

그래, 나도 그 유명한 콜롬비아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내 선배란 얘기다.


좋겠다고?

글쎄···, 내 적성은 예체능계에 더 가깝다.


한때 음악에 심취 했었고, 운동이라면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가끔씩 UFC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유학생 시절 아버지 눈치 보지 않고 뉴욕 양키스타디움에 갔던 날은 내 생에 가장 신나는 날이기도 했다.


아버지 때문에 포기했을 뿐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부서진 채로 쓰레기통에 내버려진 메이튼 통기타 EMS-6를 보던 순간, 나의 삶도 그렇게 망가져 버렸음을 깨달았던 것뿐이다.

그때 기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진짜 좆같네··· 참고 사는 건.”


어차피 내 버리려 했던 참이었다.

아버지 눈치를 보는 것도, 그림자처럼 사는 것도···.

착한 아들로 사는 건 조만간 때려 치려 했었다.

기회만 보고 있었는데 잘됐네.


봉인해제다 시발.


[걸그룹 마스터] 인지 뭔지, 아주 제대로 클리어 해볼란다.

내일 본가에 들어가면 아주 발칵 뒤집어 지겠어.


“아악, 이거 놔 이 새끼야!”

“내말 똑바로 들어라.”

“닥쳐, 개···크아악!”


등 뒤로 말려 올라간 손에 힘을 주자, 남자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기절할 듯 처참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내가 손을 놓으면, 네놈은 그대로 돌아서서 기어 나온 저 나이트클럽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리고 이 아가씨가 연락 할 때까지 나대지 말고 얌전하게 기다리는 거지. 어때, 어렵지 않지?”

“큭, 크윽.”

“아가씨, 이 남자와 어떤 관계인가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두 눈, 그리고 꼭 다문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괜찮아요. 얘기해 봐요.”

“···소속사 대표에요.”


이런, 생각보다 높은 계급장이 나왔네.

대표라니. 매니저나 실장급이겠지 라고 예상했는데, 시작부터 최종보스네.

마무리는 예를 갖추도록 하지. 나름 대표라니까.


“당신 이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폭행으로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폭행은 너도···크윽.”

“그럼 당신도 함께 신고하세요. 어느 쪽이 더 불편해질지는 당신이 더 잘 알 테니까.”


쥐고 있던 손에 힘을 풀자, 남자는 옅은 신음을 내쉬며 어깨를 부여잡았다.


“내일 이 아가씨를 통해 연락드리고 찾아뵙겠습니다. 그때 자세한 얘기 나누시죠.”

“얘기고 나발이고, 네가 뭔데 나서고 지랄이야!”

“못 들었나요?”

“뭘 들어!”

“아이언 맨.”



*



끝까지 따라붙는 남자를 강제로 때어놓고, 무작정 차를 몰아 영등포역을 벗어났다.


“괜찮아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친 곳 없냐는 나의 말에 대답한 그녀의 말이다.


괜찮긴, 아직도 볼이 벌건데.

고개를 돌려 바라본 얼굴에 남겨진 빨간 손자국이 괜스레 마음 한구석을 아려왔다.


“일단 오늘은 집으로 가서 쉬시고, 내일 저와 만나서 소속사에 가보기로 해요.”

“······”


고개를 숙인 앳된 얼굴의 아가씨는 애꿎은 손가락을 비비꼬며 침묵하고 있었다.


“왜요, 무슨 다른 문제가 있나요?”

“집이 숙소라서···.”

“부모님 계시는 집이 있을 거 아니에요?”

“···없어요.”

“네?”

“안계세요···.”


아···, 고아? 아니면 가출? 은 아닌 것 같고, 역시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분위기인데.


“갈 곳이 없다는 얘기인가요?”

“네···.”


흠, 만나자마자 원룸인 집으로 데려갈 수는 없고 일단 근처의 모텔에서 하루 밤 재워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오늘은 근방의 모텔에서 쉬고 아침에 제가 데리러갈게요. 연락처 알려줄 수 있나요?”

“아뇨, 휴대폰이 없어요.”

“아이고, 클럽에 두고 나왔나요?”

“그 대표 놈이 다 압수했어요.”


헐, 멸치잡이 배도 아니고.

하긴 고스트 강성현과 대화할 때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는 곳도 있다고 했으니, 아주 이상한 상황은 아닌 것 같긴 한데.


“그럼 제 연락처 적어드릴게요. 혹시 밤에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알겠죠?”

“네.”

“아참, 아가씨 이름이 어떻게 되죠?”

“차예린 이요.”

“이름 예쁘네요. 제 이름은···.”

“···아이언 맨.”

“아, 아이언 하하, 하하하···.”


조금 창피하다.

아이언 맨은 이불킥 스멜이 풍기지만, 살짝 미소 짓는 모습을 보니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한 기분이 들어 나름 위안이 되는 것 같다.


다만.

일이 여기까지 진행되었음에도 반응이 없는 [걸그룹 마스터]님이 조금 신경 쓰인다. 만약 헛다리 집은 거라면 완전 나가린데.

뭐 그렇게 돼버린다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위기에 처한 아가씨를 구출했다는 선행은 남을 테니, 아주 뻘 짓은 아니겠네.


하지만 헛다리는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속된말로 존나 예쁘다.

그냥 예쁜 게 아니라 이 여자만의 묘한 매력이 있다.


나이는 21살. 이제 갓 20대를 들어선 풋풋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어딘가 사연 있어 보이는 깊은 눈빛.

부드럽게 솟은 오똑한 코와 도톰하게 모인 작은 입술이 예사롭지 않다.


미인이라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다.

개성이라는 건가, 뭔가 다르다.


화장을 어울리지 않게 천박하게 해놔서 그렇지, 계열을 논하자면 섹시는 아니다.

차라리 가을 같은 분위기?

왠지 커피와 잘 어울릴 듯한, 앳된 얼굴임에도 그런 고혹적인 매력이 엿보인다.


피부도 촘촘하니 깨끗해서 파운데이션도 실리콘처럼 깨끗하게 입혀져 있다. 마치 포토샵으로 리터칭을 해놓은 것 같은 무결점의 피부.


‘무슨 얼굴이 이리 작누.’


얼굴은 소멸직전이고,

키도 꽤나 큰 편, 그렇다고 장신은 아니지만 비율이 좋아서 더 길게 보인다.

대략 167 근처일까? 살짝 더 클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아까 실랑이벌일 때는 미처 못 봤는데 지금 보니 가슴도 제법 있어 보인다.

꽉 찬 70B~75B? 어쩌면 살짝 모자란 C컵 일지도···

70C면 완벽한 슬렌더잖아. 대박.


이정도면 걸그룹이 아니라 배우를 해도 예쁘단 소리를, 아니 확실히 미모라면 탑랭크를 넘볼 수준은 된다.

어떻게 이런 애가 아직까지도 초야에 묻혀 그딴 나이트클럽에서 저질 댄스를 춰야 했을까.

말도 안 돼.

이래서 [걸그룹 마스터]님이 당장 클릭하라고 닦달한 거구만.

이해했어. 칭찬해 마스터님.


계획에 없던 각성 이벤트를 겪으며 살짝 흥분된 심신은 오래간만에 활기로 가득 차있었다.


진즉에 이렇게 했어야 했다.

맞지 않는 옷이라는 게 이토록 무거운 것이었구나.

훌훌 벗어던진 지금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좋구나. 좋아 이런 기분.’


이대로 [걸그룹 마스터]가 침묵을 한다 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나를 옭아매던 족쇄를 풀어버렸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우니까.

이런 느낌의 사기라면 당해도 나쁘지 않지.


‘아주 작은 계기 하나가 필요했던 건데···, 그동안 얼마나 조용히 살았다는 거냐. 숨만 쉬고 살았구나. 31세 김민우.’


인근 모텔 중에 그나마 시설이 좋아 보이는 곳에 차를 대고, 먼저 들어가 객실을 확인한 뒤 차예린에게 돌아왔다.


“자, 이거 방 키에요. 다른 생각 말고 푹 쉬어요. 내일 오전 10시쯤에 다시 올게요.”

“네. 감사합니다.”

“잘 자요. 예린씨.”


차예린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하곤 모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차를 돌려 다시 호박 나이트클럽으로 향했다.

소속사 대표라는 인간을 만나러 간 것은 아니고, 내 테이블을 담당했던 ‘아무개’ 웨이터를 찾아갔다.

나이트클럽 입구에서 기다리자 담당 웨이터가 나왔고,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일단 무기는 잘 챙긴 것 같은데.’


1 라운드는 잘 통과한 것 같고.

본격적인 라운드는 내일부터 시작 되려나. 상대의 모양새를 봐서는 개싸움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대표 놈도 이를 갈며 나름 절치부심하겠지.


뭐, 계획이라면 열심히 세워라.

타이슨 형님이 하신 말씀이 있잖냐.


‘누구나 계획은 있다. 처 맟기 전까지는.’


대표라는 녀석, 양아치 건달느낌이 들어서 귀찮을 것 같긴 하지만.

뒷배경을 논한다면 나도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뒤지지 않으니 겁날 것은 없다. 후폭풍이 살벌해서 일을 키우고 싶지 않을 뿐.

하찮은 명줄 오래도록 보존하고 싶으면 알아서 살살 기어라.


내일 보자 양아치 새꺄. 좋은 꿈 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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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보컬 쌤 제시. 그리고 첫 회식. 20.12.11 89 2 10쪽
10 댄스 트레이너 이윤정 20.12.11 87 2 10쪽
9 걸그룹, 좋아합니다. 20.12.09 92 2 11쪽
8 두 번째 그녀. 20.12.08 96 3 13쪽
7 너의 몸값은. 20.12.06 93 2 12쪽
6 나 이런 사람이야. +1 20.12.06 103 2 12쪽
5 적진으로 20.12.04 122 2 10쪽
» 차예린 그리고 아이언 맨. 20.12.03 140 3 12쪽
3 첫 번째 그녀 20.12.02 184 4 10쪽
2 걸그룹 마스터 20.12.02 172 3 11쪽
1 걸그룹 좋아하세요? 20.12.02 214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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