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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샷 님의 서재입니다.

어플로 키운 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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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샷
작품등록일 :
2020.12.02 11:28
최근연재일 :
2020.12.17 19:1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924
추천수 :
41
글자수 :
87,914

작성
20.12.02 11:33
조회
172
추천
3
글자
11쪽

걸그룹 마스터

DUMMY

털레털레 돌아간 자취방.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셨고, 테이블 위엔 작은 쪽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적당히 하고 이제 돌아오려무나. 아버지 속 좀 그만 썩여. 너에게 얼마나 기대가 크신 줄 아니? 기다리마. 내일 저녁에 집에서 보자. 오래간만에 바쁜 네 형도, 누나도 시간 내서 온단다.]


쩝···.

그만큼 희생했으면 된 것 아닌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며 31년을 살아왔으면 그걸로 충분하잖아.

지긋지긋해.


내 인생인데.

내 마음대로 살아본 기억이 없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미성년 시절은 차치하더라도, 어른이 되어서까지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하지만 내일 저녁에는 부모님과 같은 식탁에 앉아,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겠지.

아버지는 또 뭐라고 화를 내실까.

큰누나는 그래도 내 편을 들어주는 편이니까, 바람막이 좀 해줄라나.

작은 형이 도와주는 게 좋긴 한데, 그 인간 몸을 사린단 말이야.


젠장···.

역시 짜증스럽네.


“···강성현이라고 했나?”


피할 수 없는 골치 아픈 현실은 잠시 뒤로 미루고, 미스터리 덕후 강성현을 떠올리며 PC 전원을 켰다.


“티라미슈··· 흠, 예쁘구나. 발육상태도 므흣하네.”


웹 화면에 떠오른 인물 프로필을 대충 훑어보고 연관된 게시물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랬는데···.


“뭐야, 이 애들··· 전원 동반자살? 단체 성상납까지?”


그러고 보니 몇 개월 전 연예인 자살 소동이 한바탕 있었지. 지난 일 년 간 배낭여행중이라 자세한 기사는 보지 못했지만 꽤나 이슈였던가. 어쩐지 이름이 낯설지 않더라니.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건 이 사건을 말하는 거구나. 진짜 매니저였나 보네.”


관련 기사들 사이로 매니저가 언급된 내용이 있는지 살펴보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발견해 스크롤을 멈췄다.

아니, 멈출 수밖에 없었다.


[비운의 신인 걸그룹 티라미슈. 매니저도 뒤를 따라···.]


두근두근.


제목에서 촉이 오기 시작했다.

보지 마, 보지 마! 하잖아.

전신의 솜털이 바짝 곤두서며 마른침이 꼴깍 목을 타고 넘어갔다.


‘설마···.’


기사 제목을 클릭해 본문을 읽어 내려갔다.


[티라미슈의 매니저 강성현(33세)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택에서 자살. 사인은 목을 맨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부럴!

이럴 줄 알았어.

촉이 영 안 좋았다니까?

사진.

이런 물음표 그려진 그림 말고 얼굴 나온 사진 어디 있어.


정신없이 강성현을 검색해 이미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아···뭐야 이게···.”


어렵게 찾아낸 사진 속의 얼굴은 낯설지 않았다. 나에게 걸그룹이란 주제로 열띤 강연을 펼쳤던 바로 그 남자의 얼굴이었다.


“맞네, 강성현. 사진 출처는··· 젠장 공식까페! 으윽, 제목도 ‘매니저님이 차려준 막네 하나의 생일잔치입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애잔함과 더불어 공포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손에 들고 있는 건 폭죽?

곁에 있는 여자들은 그룹 멤버구나. 코에 생크림을 뭍이고 있는 아이가 주인공인가···.

헌데, 저런 순둥이 같은 애들이 성상납을 했다고?

거기에 단체로 자살까지?


“알고 보니 같은 소속사 남자 아이돌과 마약파티는 또 뭐야.”


다른 기사에서 나온 내용이다.


[성상납 혐의로 수사를 받던 ‘걸그룹 티라미슈’의 단체 자살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사건의 진실은 성상납이 아닌, 같은 소속사 남녀 아이돌끼리 벌인 마약파티.

회사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남자 아이돌 그룹 K맥스를 살리기 위해 걸그룹 티라미슈를 희생양으로 삼은 조작극이었고, 검찰은 실체가 없는 성상납 대상을 찾아 시간과 인력을 낭비한 꼴이 되었다···.]


사건 전개가 뭐 이리 복잡해?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럼 난 귀신하고 얘기를 한 거야? 차라리 사기꾼이 좋았던 거네!”


오소소한 감각.

진저리를 치며 팔뚝을 따라 돋아 올라오는 소름을 문지르고는 휴대폰을 들었다.


[걸그룹 마스터]


유난히 돋보이는 여섯 글자.

출처를 알 수 없는 휴대폰 속 아이콘이 쿵딱거리며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마치 ‘그래 넌 지금 이 어플을 클릭하고 싶다.’ 라고 암시를 거는 것처럼, 튀어 오를 듯 꿈틀거리며 나의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후우···.”


왜 그런 것 있잖은가.

가서는 안 될 곳,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해서 가장 먼저 죽는 공포영화 속 단역들.


“엮이지 말자···.”


무시하는 것이 좋다.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일들은 대개 불필요한 사건사고를 동반한다.


꿀꺽―


동반한다고 이 자식아!

수상한 물건에 손대고 그러는 거 아니야, 귀신이 주고 간 거잖아!

그러다 막 죽고 그런다고 인마!


촤라라랑~


심호흡을 하며 망설이던 나의 손끝은 결국 아이콘을 클릭하고야 말았다.

이놈의 호기심이 문제인 것이다.


“······”


어쨌든 이미 시작 돼버렸다는 거지.

하프 켜는 소리가 들리며 화면이 전환되었고, 청록색의 상큼한 배경위에 펼쳐진 귀여운 폰트의 글자들이 하나 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조합된 글자의 내용은 이러했다.


김민우 31세

직책-스카우터


안목 A

자금 D

조련 B

행운 A


『지금의 당신은 천둥벌거숭이 같군요.

쉽게 말해 쩌리라는 것이죠. 아무것도 없어요. 심지어 자금 상황은 암울하네요. 대체 어떻게 살면 이렇게까지 비참할까요.』


이의 있습니다.

비참하다니요. 잠시 재산이 동결된 것뿐, 가난뱅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조련은 뭡니까.

19금 미연시인가요?


『하지만 당신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남다른 안목과 행운.


사람이 곳 재산인 이 바닥에서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란 대단히 중요하지요. 그런 면에서 당신은 타고난 것입니다. 거기에 행운까지 함께 라니, 예감이 좋아요.』


옜다. 당근.

사람 호구로 보는구나. 채찍 뒤에 당근이면 감동할 줄 알았니.


『각설하고.

지금부터 당신이 가진 재능을 바탕으로 새로운 걸그룹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야말로 글로벌한 걸그룹으로 말이죠.

하기 싫다굽쇼?


죄송하지만, 당신의 의욕 따윈 애초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답니다.

냉큼 스타트 버튼을 누르시고 [걸그룹 마스터]를 향해 달려봅시다.


[스타트]

말로 할 때 눌러라 닝겐.』


톡―


빌어먹을, 쫄았어.


홀린 듯 스타트를 누르니 화면이 갱신되며 익숙한 전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룹 인원을 결정하세요.]


1) 2~4인

2) 5~7인

3) 8~10인

4) 11인 이상


흠, 걸그룹이라면 역시 5~7인조가 딱 좋지.

4인조는 뭔가 무대가 허전한 느낌이고, 8,9,10 이렇게 돼버리면 누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단 말이야.


2번 5~7인 결정.


[그룹 컨셉을 결정하세요.]


주관식인가?

개인적인 취향이라면 대놓고 섹시는 싫다.

그런 거라면 차라리 야동을 보는 게 속 시원하겠지.

깔끔하잖아.

빠르게 절정으로 탁탁탁―.


그러하므로 섹시는 패스.


청순은 너무 식상하고, 귀요미 컨셉은 2~3년이면 끝이고.

결론은 사랑스러운 여자.

거기에 살짝 걸크러쉬를 토핑 하는 걸로 확정.


[그룹 이름을 결정하세요.]


아··· 난 이런 부분에 취약하다.

게임을 할 때도 케릭터 이름 짓는대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단 말이다.

‘기운 쌘 강철 잦이.’ 이런 건 죽어도 못하지.

이거 장기전이 될 것 같다···. 가 아니고 지금 뭐하는 거지? 왜 이런 걸 고민하는 거야.


“흐음···.”


허나 역시 고민 중이다.

이름을 결정하라잖냐. 귀신이 주고 간 건데 엉까다 해코지 당할지 몰라.

괜히 용감한 놈들이 비명횡사하는 법이거든. 여기저기 쿡쿡 찔리면서. 최대한 아프게.


크흠, 뭐 쌈빡한 거 없나. 떠오르지 않아. 머릿속이 고자가 된 건가.

뭔가 재기발랄하고 산뜻한 이름 없냐고.


“러블리 걸스? 아니, 언니쓰? 아, 이건 있었나?”


젠장, 이게 뭐라고 이렇게 까지 몰입이 되는 건지.

불과 몇 분 전에는 소름 돋고 막 그랬잖아.


『시간제한이 있습니다. 10초 안에 결정하십시오.』


뭣!?


9

8

7

6

5···


윽, 잠깐만, 10초가 왜 이렇게 빨라!


4

3

2


안 돼!!


1···


『실패 하셨습니다. 당신은 이제 죽은 목숨입니다.』


“진짜냐?!”


괜히 건드렸어! 거봐 손대지 말랬잖아!


저기요, 사람의 생명을 그렇게 하찮게 대하면 안 돼는 거 아닐까요? 네!?

걸그룹 이름을 짓지 못한 대가가 내 목숨이라니요!


툭―


“크흑!”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뭐지? 무슨 소리?

정말로 죽는 거야? 살해당한다고? 강성현 그 사람도 이렇게 죽은 건가?

아윽, 뭐가 어떻게 돼가고 있는 거야.


띠링―


“허억!”


···아니야.

이 소리는··· 휴대폰에서 울렸나?

맞네, 화면이 또 바뀌었어.


『구라입니다.』


“······”


『뻥 이란 얘기죠. 캬핡핡핳.』


“······”


『시스템이 당신의 새로운 특성을 업데이트 합니다.』


특성 [쫄보]


『자신이 떨어뜨린 볼펜 소리에도 개깜놀 하는 당신에게 쫄보의 특성이 부여되었습니다. 수치스럽군요.

안 그래도 자신의 본심을 피력하는 것에 소극적인 당신은, 이 특성으로 인해 간, 쓸개도 없는 남자가 되었습니다.

즉, 듣기 좋은 말만 일삼는 대답 자판기가 된 것이죠. 좀 더 대범하고 적극적인 의사 표현으로 자신의 길을 펼치세요.


남아당자강(男兒當自強)입니다. 파이팅!』


이··· 개···

살려줘서 고맙다. 흑흑···.



*



[멤버 모집]


『글로벌 걸그룹으로 성장해갈 보석 같은 인재를 찾아내야 합니다.

본래 이것은 당사자가 스스로 찾아내야 하지만, 최근의 불상사로 인해 저 역시 상심이 큽니다.

하여, 재발방지 차원에서 당신에게는 특별한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그녀는 어디에?]


정신 차리세요.

연애물 아닙니다. ‘쿵떡쿵떡’ 같은 건 꿈도 꾸지마세요.


당신과 최적의 케미를 뿜어낼 인재를 대신 찾아주는 것입니다.

암요, 썩은 동태 눈깔 같은 당신의 눈으로는 절대 찾지 못할 원석의 위치를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단,

유효기간이 있으니 탱자탱자 하다간 원석은 사라집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클릭하세요.』


폐부를 깊숙이 찔러오는 독설의 향연이 끝나고, 휴대폰은 청록색의 초기화면으로 전환 되었다.


“······”


잠시 지켜보았지만 더 이상의 변화는 없었다.

그렇다면 일단 여기서 끝?


누군가의 장난질은 아니다.

근거를 일일이 나열할 필요가 있을까. 불과 20여분 전에, 나는 이미 자살해 귀신이 된 사람과 캔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나만 이렇게 갈팡질팡 하는 건가··· 아니야 쉽게 받아들이는 게 이상한 거지.’


뒤숭숭한 마음을 달래며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


좁은 방안으로 퍼져나가는 회백색의 담배 연기.

두려움, 당혹감, 거기에 살포시 발을 걸친 설마··· 하는 기대감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휘젓고 있었다.


띵동―


응? 아직 더 남은 게 있나.

휴대폰을 쥐어 화면을 보자 새로운 화면이 떠올라 있었다.


[나의 그녀는 어디에?] 당장 클릭해라 닝겐.


시바···.

마음의 준비 안됐거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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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보컬 쌤 제시. 그리고 첫 회식. 20.12.11 9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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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두 번째 그녀. 20.12.08 96 3 13쪽
7 너의 몸값은. 20.12.06 94 2 12쪽
6 나 이런 사람이야. +1 20.12.06 103 2 12쪽
5 적진으로 20.12.04 123 2 10쪽
4 차예린 그리고 아이언 맨. 20.12.03 140 3 12쪽
3 첫 번째 그녀 20.12.02 184 4 10쪽
» 걸그룹 마스터 20.12.02 173 3 11쪽
1 걸그룹 좋아하세요? 20.12.02 214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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