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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샷 님의 서재입니다.

어플로 키운 걸그룹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핫샷
작품등록일 :
2020.12.02 11:28
최근연재일 :
2020.12.17 19:1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921
추천수 :
41
글자수 :
87,914

작성
20.12.06 23:05
조회
93
추천
2
글자
12쪽

너의 몸값은.

DUMMY

“하하하, 미치겠다. 진짜 물건이네, 넌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불편한 식사자리를 마치고 관저 뒤뜰로 나온 우리 삼남매는, 조금 전 나의 폭탄발언을 안주삼아 히덕거리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뜬금없이 무슨 걸그룹 기획사야?”

“아가씨에게 차였니? 누나가 여자 소개시켜 줄까?”

“시끄러, 나 진지해. 궁서체라고.”

“하하하하, 아버지 얼굴··· 아 웃겼어. 하하하”


엄하게 성장한 삼남매치고는 꽤나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아니 그보다 서로가 서로의 깊은 갈증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일종의 동지애, 전우애 같은 것이다.


“진짜로 하는 거야?”

“진짜야.”


큰누나의 말에 심드렁하게 대답해주고는 양팔을 벌려 기지개를 폈다.


“아이고, 불쌍한 아버지 어떻한다니.”

“불쌍한 사람 다 얼어 죽었네. 그만큼 하셨으면 임기 채우고 은퇴하셔야지.”

“솔직히 누나도 좀 아깝긴 해.”

“아깝긴 개뿔. 무당도 아니고 사람 좀 잘 알아보는 게 뭐 대단하다고.”

“어머, 뭐래니. 거둘 사람, 버릴 사람만 잘 가려내도 인생에 실패는 없을 걸?”


큰누나는 정색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하긴, 어쩌면 기획사가 저 녀석과는 찰떡궁합일지도 모르지. 그쪽이야 말로 사람 고르는 재주가 성쇄를 가늠할 테니. 왜 어릴 때부터 그랬잖아. 미스코리아 1등 다 맞추고, 국회의원 당선자들도 다 맞추고.”

“웃겼지. 공천 후보자 싹 뒤집고 총선 당선 예상자 줄줄이 늘어놨을 때가 압권이었어.”

“크흐흐. 박규석 실장님이 자기 사주도 봐달라고 했잖아.”

“줄을 서시오~.”

“하하하.”


작은형의 말에 큰누나가 맞장구를 치며 추억팔이를 시전 했다.


당시 당내 서열 2위였던 아버지는 나의 말을 믿고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었다. 공천자를 대거 갈아 치우는 기행을 벌인 끝에 총선은 대승리로 끝났고, 그 일로 아버지는 당권을 손에 쥐며 대선으로 가는 길을 열게 되었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 막내아들의 대활약에 아버지는 흥분했지만, 정작 나로서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좋아서 한 일도 아니고 그저 족쇄일 뿐이었으니까.


“자금은?”

“없지. 누나가 빌려줘.”

“미친놈.”


대답은 거칠게 하지만 큰누나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아참, 그리고 작은형은 연남동 건물 돌려줘.”

“헛소리.”

“원래부터 그 건물은 내꺼지. 할아버지가 나에게 주신 건데. 애당초 형 결혼선물을 왜 내 껄 뺏어서 주냐고.”

“아버지에게 가서 명의 돌려달라고 해.”

“되겠냐?”


지금 말한 건면적 150평의 지하1층 지상 6층 건물은,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나에게 물려주신 건물이다.

무려 고등학교 졸업선물 겸 유산으로 받은 것인데, 아버지가 막내아들 길들이기 하신다며 4년 전 작은형에게 명의를 돌려놓아 버렸다.

뭐, 표면적으로는 내가 넘겨준 작은 형의 결혼선물이다.


“명의는 필요 없고, 내가 전 층 다 쓸 테니까 세입자들 계약만료 언제인지나 확인해줘.”

“월세는?”

“주겠냐?”

“미친놈.”


킥킥킥킥―


종종 이런 식이다.

우리 삼남매는 심각한 대화를 즐기지 않는다.

실없어 보이지만, 대충 흘려듣는 것 같은 짧은 농담 속에도 대화의 요지는 명료하게 전달되고 수렴된다.

익숙해지면 나름 상당히 편리하다.

구구절절 설명을 할 필요도, 변명할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언제 필요한데?”

“당장.”

“확인 좀 해보고.”


어딘가에 짧은 통화를 마친 4살 터울 작은 형은 간단하게 건물 임대 상황을 설명했다.


“운 좋네. 6층은 비어있고, 4층은 일주일 뒤가 계약 만료인데 오늘 짐 뺐데.”

“나머지는?”

“1층, 2층은 1년. 나머지는 8개월 전후?”

“내일 들어갈게. 그리고 돈 좀 줘.”

“맡겨놨냐?”

“임대료 받아 챙긴 것 있잖아. 월 2100씩은 들어오지?”

“아니, 2600.”

“헐, 그사이 많이 올랐네.”

“최근 핫 하잖아.”


겨울의 밤은 특히나 짧다. 뭐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은 벌써 8시.

돌아가서 정리해야 될 이야기도 있고.


“나 먼저 간다.”

“그래, 누나가 전화할게.”

“응.”

“잠깐만, 음···.”


돌아서던 나를 멈춰 세운 작은 형은, 지갑에서 꺼내든 여러 장의 카드를 들고 요리조리 비교하기 시작했다.


“이건가보다. 가져가.”

“뭔데?”

“임대료 통장 카드.”

“진짜? 괜찮겠어? 설마 잔고 0원 이런 거 아니지?”

“뭐, 아버지야 나에게는 간섭 안하시니까. 잔고라면 통장 넘겨받은 뒤로 3년 치 더 모였으니 제법 될 걸?”

“오우~땡큐.”

“원래 네 것이라며. 그런데 너도 참 독하다. 건물명의는 내 앞으로 돌렸어도 도와 달라 했으면 형이 임대료는 넘겨줬을 텐데.”

“도움 받으면 꺾이는 거니까. 말 잘 들으면 건물 돌려준다니, 웃기자나. 건물과 상관없이 아버지 대권 잡고 나면 독립하려고 했어.”


지금이야 예정에 없는 사업을 하게 생겼으니 자존심 챙길 때가 아니지.

현금카드를 지갑에 챙겨 넣으며 작은형을 바라보았다.


“집안싸움은 어때, 형수는 별말 없어?”

“아직은.”

“그 바보온달, 본색 드러냈지?”

“적나라하게.”

“위험하다 싶으면 연락해. 한방에 자빠뜨릴 무기하나 넘겨줄게. 핵탄두급. 기대해도 좋아.”

“호오~?”

“이걸로 신세진 건 퉁! 간다. 누나 나중에 통화하자.”

“잘 가~.”


자, 이걸로 어설프지만 사무실 오픈 확정.

1년 뒤에는 건물 전체를 사옥으로.



*



흠, 아직까지 저녁도 안 먹고 있었던 건가.

오후에 나갈 때 그대로인 집안 모습을 보니, 그 사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고 있었던 모양이다.


“배 안 고파요?”

“별로요.”

“그러면 더 늦기 전에 얘기를 해보도록 하죠.”

“네.”


아이구··· 오뉴월 할배 부랄 마냥 축 처진 이 분위기 어쩔.


“일단 내일 사무실 오픈 준비를 시작할거에요. 그렇게 되면 늦어도 한 달 안에 기본적인 틀은 만들겠죠. 숙소나 연습실 같은 거요.”

“다행이네요···.”

“왜 그렇게 힘이 없어요? 이제부터 진짜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됐잖아요.”

“······”

“혹시, 다시 걸그룹하는 게 싫은 건가요? 아니면 제가 미덥지 않나요?”


정곡을 찔렀나? 눈에 띄게 표정이 어두워지며 대답대신 다른 질문을 물어왔다.


“최대성 대표에게 얼마 주셨어요?”

“왜요?”

“말씀해주세요.”


분위기 진짜 팍팍해지네.


“6천 부르더군요.”


6천이라는 말에 차예린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그걸··· 다··· 주셨나요?”

“설마요. 천만 원에 합의 봤어요.”


조금 으스대며 분위기를 풀어주려 했지만, 요지부동 우울한 얼굴의 차예린을 보니 그마저도 민망해져버렸다.


“······”


말없이 입술을 깨물던 차예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뭐 하는 거죠?”


차예린은 대답 없이 계속해서 옷을 벗어나갔다.


스르륵―


입고 있던 상의가 벗겨지고, 허리아래 걸친 편안한 트레이닝복도 이미 바닥에 늘어졌다.

남은 것은 순백색의 속옷 한 벌.


“······”


꾹 다문 입 주위로 투명한 눈물방울이 흘러내려 떨어졌다.


“···저, 돈 없어요. 그리고··· 걸그룹 같은 것··· 이제 더 이상은 싫어요.”


손을 등 뒤로 돌린 차예린은 그대로 브라의 후크를 풀어 한 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가슴을 드러냈다.


누구라도 알아볼 것 같은 떨리는 그녀의 작은 손.


허나 망설임 없이 이어진 다음의 동작으로, 손바닥 만 한 하얀 팬티마저 그녀의 얇은 발목을 벗어나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차예린의 나신.

너무도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욕정은커녕, 조각나는 정신을 수습하기에 급급했다.


“정말 죄송한데···.”


눈을 감은 채 수정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차예린은 말을 이어나갔다.


“저··· 정말 지치고··· 지긋지긋 하고··· 흐흑··· 이젠 아무도 믿지 못하겠고···.”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들썩이는 가여운 어깨위로, 슬프도록 작고 연약한 떨림이 소리 없이 전해져왔다.


“···저를 가지시고··· 대신··· 놔주시면 안 될까요?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


차예린은 두 팔을 벌리며 천천히 제자리를 돌았다.


“이래 보여도··· 저 처음이에요. 그러니··· 아저씨··· 으흐흑··· 제발··· 네?”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는 것 같았다.

심장이 덜커덕 거리는 것이 찌릿찌릿 먹먹해진다.


그랬구나.

저렇게까지 아팠구나.


몸 팔라는 말에 데뷔까지 포기했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몸을 팔아서 벗어나려 하는구나.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괴롭고··· 두려웠으면···.


“흐아아앙―.”


무너지듯 주저앉은 차예린은 그대로 바닥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아프다.

보는 내가 더 시리게 아프다.

이런 상처 가득한 아이를···.

나는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대했던가.


“···흐흑.”


엎드려 우는 차예린의 등에 이불을 감싸주자, 그녀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겁먹은 아기 사슴 같은 눈동자.

자신의 처음이 이제 사라질 거라 생각했는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예린씨 몸값이 천만 원은 될 거라 생각한 거예요?”

“······”

“부족하죠.”

“으흐흑···.”


마지막 희망이 부서진 듯, 차예린은 다시금 고개를 떨궈 흐느꼈다.


“알몸을 보는 것조차 분에 넘쳐요.”

“···네?”

“고작 천만 원 따위로 예린씨의 몸을 살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몸매 구경했으니 천만 원은 이미 갚고 남았을지도?”

“그러면···.”


이불 사이로 드러나는 차예린의 알몸을 꼼꼼히 가려주며 말을 이어나갔다.


“차예린씨는 자유에요. 처음부터 누구에게 속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원치 않는다면 가고 싶은 곳으로 가셔도 되요.”

“정말요?”

“물론이죠. 다만···, 저에게도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어요. 처음의 실패로 이미 큰 상처를 받았다는 것은 알겠지만, 쓰레기들만 가득한 세상은 아니잖아요. 당신은 좀 더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


진실여부를 가늠하는 중일까.

차예린은 혼란스런 표정으로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믿어보지 않을래요? 차예린씨와 나의 미래를···. ‘네’라고 대답해 준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예린씨를 정상으로 올려 보내 줄게요. 저는 그보다 더 높은 곳에도 다녀 와봤으니까. 자신 있어요.”

“그치만···.”

“할 수 있어요. 도와달라고 말해요. 내손을 잡아달라고 말해요.”

“윽··· 으흑···.”

“멀리 있지 않아요. 자, 이 손을 잡으면 되요. 예린씨.”


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눈앞으로 볼품없는 손을 내밀었다.


잡아.

네가 잡아야 돼.

그래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단다.


“아저씨···.”


주춤거리던 뽀얀 손이 힘겹게 뻗어 나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본심.


“저, 저 좀··· 도와주세요··· 아저씨. 흐흑, 흐아앙―.”


이불이 벗겨지는 것도 모르고 펑펑 울어대는 차예린을 다독이자니, 그동안 소식이 없던 [걸그룹 마스터]님에게 신호가 왔다.


차예린 21세.

소속 무명 기획사

그룹 미정

포지션 메인보컬


미모 A (잠재력 A+)

보컬 S (잠재력 R)

댄스 B+ (잠재력 A)

스타성 S


『수고하셨습니다. 무사히 임무를 마치셨군요.

그대의 노고를 치하하여 새로운 특성을 업데이트 합니다.』


김민우 31세

직책-스카우터


안목 A

자금 D->B 상승

조련 B->B+상승

행운 A


특성 [쫄보->할 땐 하는 남자]. 새로운 특성 [심쿵 유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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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걸그룹, 좋아합니다. 20.12.09 92 2 11쪽
8 두 번째 그녀. 20.12.08 96 3 13쪽
» 너의 몸값은. 20.12.06 94 2 12쪽
6 나 이런 사람이야. +1 20.12.06 103 2 12쪽
5 적진으로 20.12.04 123 2 10쪽
4 차예린 그리고 아이언 맨. 20.12.03 140 3 12쪽
3 첫 번째 그녀 20.12.02 184 4 10쪽
2 걸그룹 마스터 20.12.02 172 3 11쪽
1 걸그룹 좋아하세요? 20.12.02 214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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