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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꼬리 님의 서재입니다.

빛의 용사따위 때려쳐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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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꼬리
작품등록일 :
2020.02.10 01:22
최근연재일 :
2020.05.06 00:5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758
추천수 :
36
글자수 :
94,344

작성
20.05.03 00:33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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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4쪽

그 날의 달

DUMMY

“그렇게 공허신을 원하나?”


지트가 그렇게 말하고 수십 개의 <블랙홀>이 주변의 모든 걸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실컷 봐라. 내가 네놈들이 원하는 공허신이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하나의 <블랙홀>이 아닌 수십 개의 <블랙홀>이 일제히 마을을 빨아들이는 광경은 마치 재앙 같았다.


사람들의 비명, 무너지는 건물, 그리고 검은 구멍이 모든 걸 빨아들였다.


그 소란은 당연히 마을 바깥의 천야일행에게도 들렸다.


“마을 쪽에 검은 구멍이 나타났습니다!”


아디스가 마을을 가리키며 외쳤다.


“어느새?!”


네인은 깜짝 놀랐다.


지트가 아무 낌새도 없이 마을에 나타난 것이었다.


“설마 <블랙홀>에는 순간이동 능력이라도······.”


“아니 그런 건 없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아디스가 그렇게 추측했지만 천야에게 곧바로 부정당했다.


“<블랙홀>은 자신도 예외 없이 빨아들여 삼켜버리는 힘이다. 아마 땅굴이라도 파서 왔겠지. 중요한건 그게 아니잖아.”


천야의 말대로 <블랙홀>은 설령 사용한 본인도 빨려 들어가면 소멸된다.


그렇기에 천야는 아마도 땅굴이라 생각했고 그 생각은 맞았다.


“그래 마을이 위험하다.”


네인은 천야의 말에 동의했다.


어떻게 들어왔든 간에 이미 들어왔고 지금 마을은 실시간으로 <블랙홀>에 의해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마을을 향할 거다.”


천야는 그렇게 말하고 아디스와 네인을 쓱 봤다.


“저도 갈 겁니다.”


“곧 따라가겠다. 우리와 속도 맞출 필요 없이 먼저 가줘.”


아디스와 네인도 저 <블랙홀> 무더기의 마을에 향한다고 확실히 했다.


“저기 빨려 들어가면 사라지는 거다. 나도 못살려줘.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키라고.”


천야는 그렇게 말하고 <스피드 부스트>를 사용해 빠르게 뛰어나갔다.


“방금 걱정해준 걸까요?”


아디스는 의외로 챙겨주는 듯한 천야의 말을 듣고 그렇게 말했다.


“글쎄······. 그것보다 리샤는?”


“분명 여기서 조금 떨어진 저기에······. 어?”


네인과 아디스가 리샤가 있던 곳을 보자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설마 마을에 <블랙홀>이 나타난 것과 동시에 마을로 향한 건가······!”


“큰일입니다! 저희도 어서!”


네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둘도 공허마을로 달려 나갔다.


///


리샤는 난장판인 마을을 지나치며 뛰었다.


하나뿐인 자신의 여동생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또 하나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였다.


‘지트······. 지트가 왔어······!’


완전히 변해버린 소꿉친구인 지트를 만나기 위해서.


위험하단걸 알지만 그럼에도 직접 만나고 싶다.


전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그동안 얼마나 지트가 고생했는지 생각하면 리샤 자신은 밤에 발 뻗고 잘 수도 없었다.


리샤가 본 마을의 풍경은 마치 지옥의 구멍이 여러 군데 뚫힌 것 같았다.


밑도 끝도 없이 검은 구멍은 주위를 빨아들였다.


그 속을 들여다보자니 끝을 알 수 없는 공허함만 이어져있는 것 같았다.


리샤는 균형 잡기가 힘들었다.


검은 구멍에게서 최대한 멀리 돌아서 자신의 집으로 향했는데도 멀리 있는 검은 구멍의 흡입력이 여기까지 미쳤다.


마을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거나 기도하거나 정신 줄을 놓아버린 사람도 있었다.


리샤는 뛰면서 지트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마을에 <블랙홀>이 수십 개 생긴걸 보고 리샤는 곧바로 마을을 향했지만 도착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있어 지트가 원래 있었던 마을중앙엔 이미 벗어났기에 리샤와는 마주치지 않았다.


리샤는 집을 향하면서 자꾸 지트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오직 도망가고 멀어져가는 뒷모습만이 그려졌다.


리샤 자신으로써는 도대체 지트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상상이 안가서 얼굴이 그려지지 않는 것이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고독했을까.


얼마나 공허했을까.


‘내가 확실히 그 순간에 지트를 잡았다면······.’


순간 리샤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그것보다는 지금의 지트가 중요하다.


자신이 지트를 만난다고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나고 싶다는 감정만큼은 심장에 박힌 듯 떨어져나가지 않았다.


리샤는 자기 집으로 향하는 것이고 리슈가 무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곳에 지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만나고 싶다.


하지만 만나서.


지트와 마주보고 무슨 말을······?


그렇게 생각하고 자신의 집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 지트가 서 있었다.


그 난리 통에 리샤의 집은 온전했고 리슈도 멀쩡하게 있었다.


“우리 언니가 엄청 걱정했다고? 우리 언니를 걱정시키면 안 돼! 지트오빠!”


지트와 마주보고 리슈가 말하고 있었다.


“그러냐. 리샤에겐 엄청······. 미안하네······.”


지트도 리슈에게 대답했다.


지트는 리샤에게는 등지고 있어 리샤는 지트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그래! 언니한테는 꼭 사과해! 아······! 언니!”


그리고 리슈가 도착한 리샤를 보고 웃으며 달려갔다.


“리슈······! 무사했니?!”


리샤는 리슈를 안으며 상태를 물었다.


“언니! 막 마을에 검은 구멍이 생기고 무너지고 그래서 무서웠는데 지트 오빠가 와줘서 안 무서웠어!”


리슈는 지트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지트······.”


리샤는 뒤돌아있는 지트를 조심스레 불렀다.


지트는 리샤의 목소리에 뒤돌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리샤······. 미안하다······.”


단 한마디.


리슈에게 들은 대로 지트는 리샤에게 미안하고 했다.


꿈에도 그리지 못했던 지트의 표정.


그 표정은 구슬픈 표정이었다.


미안함.


이보다 더 미안하다는 감정이 묻어나오는 표정은 없을 것만 같았다.


그 모습에 어둠의 사자라는 무시무시한 건 어디에도 없었다.


자신에게 사과하는 소꿉친구다.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소꿉친구가 맞다.


리샤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리샤는 자신의 상태를 주체할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이 안도했는지 슬픈지 어떤지 모르겠다.


그저 지트를 보자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을 꿇고 손으로 넘쳐흐르는 눈물을 받으며 리샤는 흐느껴 울었다.


울지만 말고 뭐라 말해야 하지만 리샤는 자신이 우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으······. 흑······. 흐윽······.”


리슈는 그런 언니가 걱정스러워 옆에서 “괜찮아? 언니 괜찮아?”하고 계속 물었다.


“리샤······. 미안해······.”


지트라고 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지트 또한 리샤의 모습을 보자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할 수 없었다.


지트는 모든 것이 미안했다.


미안하다는 말로 전부 형용할 수 없이 미안했다.


뛰쳐나가서, 걱정시켜서, 동생과 둘만 둬서, 불안정한 모습만 보여서, 넌 항상 내 곁에서 날 도와줬는데 난 아무것도 못해줘서.


“전부······. 미안해······.”


리샤가 우는 모습을 보니 지트는 심장이 조이듯이 아팠다.


이미 전부 버리고 나왔을 터인 지트는 자신의 소꿉친구인 소녀의 모습을 보니 죄악감이 자신의 온몸을 조여 오는 듯 했다.


리샤는 우는 걸 최대한 억누르며 머리를 거치지 않은 채 가슴에서 나오는 말을 쥐어짰다.


“흐······. 흐윽······. 이제······. 윽······. 어디도 가지 말아줘······.”


리샤의 그 말이 지트는 자신의 심장을 꿰뚫은 것 같았다.


지트는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많아서 달이 보이지 않았다.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밤이었다.


이제 뭘 어떻게 해도 되돌릴 수 없지 않은가.


겨우 짜낸 리샤의 말조차 자신은 들어줄 수 없다.


죄악감은 더해지듯 어떤 고통보다도 무겁게 자신을 짓눌러왔다.


이런 몸으론 리샤의 곁에 있을 수가 없다.


그 날 절망이 앞을 가려 리샤와 같이 있을 찬스는 걷어차 버렸다.


이미 자신은 더럽혀졌다.


타협 따위 있을 수 없다.


리샤의 곁에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해도 안 된다.


달을 보지 못한 그 날의 밤이 지나갔다면 그 밤의 달은 어떻게 해도 다시 볼 수 없다.


나는 그 날의 달을 놓쳤다.


이제 그 날의 달은 영원히 볼 수 없다.


마음에 안 드는 건 지울 수 있어도 자신이 원하는 건 얻을 수 없다고.


지트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심장에 칼로 새기듯이 깨달았다.


공허함을 채울 수 없이 빨아들이는 검은 구멍, 빛나는 점 하나 없이 단색으로 가득한 검은 하늘, 들려오는 소녀의 울음소리.


이 죄악감이 가득한 밤만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죄를 심판하듯.


하늘에서 빛의 검이 지트의 가슴을 관통했다.


<라이트세이버>


“크헉?!”


<암흑칼날>


생각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빛의 검과는 반대로 흑의 칼날이 지트를 향했다.


<블랙홀>


지트는 조그만한 <블랙홀>을 만들어 그 칼날들을 전부 빨아들였다.


“급소는 피했나.”


정적은 언젠가 깨지는 법.


그곳엔 <라이트세이버>와 <암흑칼날>을 날린 이천야가 있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거지?”


천야는 그렇게 물으며 <라이트세이버>를 만들어 쥐고 다가왔다.


“이 자식······.”


지트는 이를 갈며 한손에 조그만한 <블랙홀>을 만들었다.


리샤는 갑작스러운 그 광경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소꿉친구가 피를 흘리며 적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모습은 악몽 같았다.


“큭!”


물론 지트도 이런 모습을 리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천야와 다른 장소에서 싸우고 싶었지만 눈앞의 상대는 그런 걸 허락해줄 것 같지 않았다.


‘공격해오지 않는 건가?’


그 와중에 천야는 그렇게 생각하며 먼저 지트에게 달려들었다.


지트는 공격해오지 않는 게 아니라 공격할 수 없던 것이다.


<블랙홀>이라는 건 전부 집어 삼키는 힘.


그딴 걸 여기서 쓰면 리샤가 말려든다.


아무래도 자신은 버릴 수 없던 게 있었던 모양이다.


절대로 버릴 수 없는 게 바로 옆에 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천야는 알 리가 없이 공격하지 않는 지트에게 의문을 가진 채 <신속>과 <스피드 부스트>를 사용하며 달려든다.


가뜩이나 한눈판 사이에 죽을 수도 있는 싸움인데 지트는 우물쭈물하며 과감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서걱


그 결과 <블랙홀>을 만들어내던 오른팔이 <라이트세이버>로 잘려 날아갔다.


“으······. 큭?! 크아악!!”


쇼크로 정신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고통.


두 번이나 뚫린 가슴의 격통도 어지간히 아팠지만 부위가 절단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천야는 그런 틈을 놓칠 리 없이 싸움을 끝내기위해 <오버로드>로 강화한 주먹을 지트의 머리를 향해 내질렀다.


“그만둬!!”


그 때 소리친 건 리샤였다.


리샤에게 지금 일어나는 광경들은 그 어떤 장면보다도 공포였다.


지트의 가슴이 꿰뚫리고 팔이 잘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아는 소꿉친구가 피 튀기며 싸운다.


그만. 제발 그만.


리샤는 더는 그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만둬줬으면 했다.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지금 일어나는 게 그만 되면 좋겠다.


그런 절규에 가까운 리샤의 외침에 천야는 자기도 모르게 공격을 멈추고 말았다.


“으······! 큭······!”


지트는 그 틈을 타 힘을 쥐어짜내 저 편에 <블랙홀>을 만들어 날아 도망쳤다.


하지만 정말로 한계인지 제대로 날아가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


천야는 곧바로 쫓아가지 않았다.


그만두라고 외친 리샤는 울음범벅인 얼굴로 애절하게 지트가 날아간 곳을 보고 있었다.


천야는 뭔가 느낄 것 같았다.


강해지기 위한 것 아니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자신이 뭔가 느껴질 것 같았다.


그리고 왜 지트가 공격을 안 했었는지 이젠 알겠다.


그래도 자신이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천야는 리샤를 힐끗 쳐다보고 지트를 쫒았다.


///


-쾅


지트는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고 쳐박히며 도착했다.


이미 자신은 한계다.


“으······. 큭······.”


지트는 이를 꽉 물며 어떻게든 일어났다.


어지럽혀진 방. 그 중 깨진 거울엔 처참한 자신의 몰골이 비춰졌다.


생물은 귀소본능이 있어 결국 가장 익숙한 곳으로 향한다고 했나.


도착한 곳은 자신의 집이었다.


지트의 발밑에 본인의 가족사진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피로 얼룩져서 전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엄마······. 아버지······.”


지트는 이미 말라버린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런데 자신의 집에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 있었다.


조그마한 쪽지로 보였다.


지트가 그 쪽지를 보기위해 남은 한 팔로 잡자 잡은 부분에 피가 묻었다.


그리고 그 쪽지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언제든지 돌아와줘}


누가 썼는지도 없이 그냥 그렇게만 적혀있었다.


하지만 지트에겐 그 누구보다 익숙한 필체였다.


“리샤······. 리샤······. 리샤······!”


지트는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하늘을 보았다.


부서진 창문 틈으로 달빛이 스며들었다.


하늘엔 구름 틈 사이로 예쁜 반달이 보였다.


그 날의 달은 어떤 달이였을까.


그 날의 달을 놓쳤어도 살아있다면 그 날과 똑같은 달을 볼 날이 올까.


지트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집을 나왔다.


그곳엔 천야가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트는 헛웃음을 내며 마지막을 불태우려는 듯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해진다.


“마지막으로······. 달째로 집어삼켜볼까······.”


최후의 <블랙홀>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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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용사따위 때려쳐주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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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누구냐 20.05.06 28 3 15쪽
14 고백 20.05.05 26 3 14쪽
13 20.05.04 28 3 14쪽
» 그 날의 달 20.05.03 30 3 14쪽
11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힘 20.04.18 45 2 14쪽
10 공허신 20.04.17 54 2 12쪽
9 기분 나쁜 마을 20.04.16 33 2 13쪽
8 동행자들 20.03.09 35 2 13쪽
7 재회 20.03.06 46 2 15쪽
6 치료의 조건 20.02.26 42 2 12쪽
5 운 나쁜 녀석 20.02.22 49 2 14쪽
4 기어오르지 마라 20.02.21 60 2 15쪽
3 과부하 20.02.19 62 2 14쪽
2 힘을! 힘을 원해! 20.02.11 66 3 15쪽
1 최악의 스타트 20.02.10 155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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