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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드

1145 십자군, 아랍 선지자가 장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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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드
작품등록일 :
2024.08.07 20:46
최근연재일 :
2024.08.19 20:20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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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7
추천수 :
119
글자수 :
75,226

작성
24.08.19 20:20
조회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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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커피국의 땅으로 (1)

DUMMY

이슬람 세계에서 누군가 예언을 한다는 것은 금지된 일이다.

아니, 금지된 일을 넘어서 체제를 전복하는 행위.


마지막 선지자인 무함마드의 언행과 계시를 통해 사회 율법과 종교 교리가 성립하는데 또 다른 예언자가 나오게 되면 무함마드가 마지막 선지자가 아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모든 것을 새로 바꿀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기에 보기에 따라서 이슬람 체제 전복을 꾀하는 일.


“어떤 무엄한 놈이 감히 예언을 떠드는가!”

“우리에겐 이미 위대한 선지자 무함마드가 있거늘 감히 입에 예언을 올리다니!”


당연히 내가 작성한 예언서는 무슬림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평소 모스크에서 잘 밖으로 나오지 않는 무슬림 원로들이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와 칼리파 앞으로 모여들었고 그들은 진중하게 이 문제에 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전쟁에 대해 예언한 것뿐인데 우리가 너무 과민한 것 아닐까요?”

“서쪽에 초승달이 지다니. 이건 우리의 영웅 장기 앗딘을 빗대어 저주를 퍼부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장기가 죽기를 바란다면 십자군에서 역으로 바그다드에 뿌린 예언서···?”

“서쪽에 황금빛 땅이 있다니. 바다 밖 서쪽으론 나라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서 시장에서 이 해괴한 괴담을 퍼트리는 자를 잡아다 심판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오직 무함마드만이 우리의 마지막 예언자이고 그 만이 우리를 이끄는 선지자입니다. 이 글을 쓴 자를 잡아다 바그다드 광장 앞에서 목을 베어야 합니다!”


예언하는 아이를 찾아다 잡아서 공개적으로 죄를 심판하고 태형을 넘어서 사형까지 거론되었으니 여파가 크가 못해 내가 태풍을 몰고 온 것.


샤르륵, 착.

하지만 난 그저 바그다드 시장 구석구석에 내가 쓴 예언을 삐라 뿌리듯 뿌렸다.

얼굴에 복면까지 쓰고 옷도 검은색에 머리에 검은 구트라까지 쓰면서.


‘일이 좀 커져 버렸네.’


걸리면 바로 사형이지만 이미 시장 바닥은 내 손바닥 안이었고 걸리지 않고 몰래몰래 잘 뿌렸지.

위험천만한 일이긴 하나 어차피 나는 선지자가 되어야 한다.

이 땅에서 내가 새로운 선지자가 되어야 내 나름대로 법을 만들고 미래시대를 준비할 수 있기에.


내 계획보다 조금 빠르게 일이 진행되곤 있으나 어디까지나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카마르! 요즘 시장에 누가 예언서를 뿌리고 다니고 있데. 아니 대체 누가 예언자를 지칭하는 거야! 아무튼, 요즘 시장은 위험하니까 몸 조심하면서 다녀.”

“아니 감히 누가 예언자를 지칭하고 다닌다는 거야! 정말 미쳤군!”


살라딘을 비롯한 가족, 마드라사 친구들이 조심히 시장에 다니라 충고해줬지만, 오히려 난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시치미를 뚝 떼고 화까지 내며 다녔다.


아무튼 예언이 증명되기까지는 2년 정도의 시간이 있기에 나는 그저 밤에는 삐라를 뿌리고 다니고 낮에는 성실하게 마드라사에서 기도를 올리고 카와도 파는 성실하게 살아갔다.


콰아앙.


지혜의 집에선 늘 폭발음이 들렸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게 눈에 보였고 내가 살포한 삐라도 멀리멀리 퍼져 아버지가 바그다드에서 해괴한 예언서에 관해 나에게 묻는 편지까지 도착.


‘좋아. 계획대로 되고 있어.’


“우와! 카마르! 여기가 바로 바스라야! 저 바다만 건너면 바로 인도로 향하는 바다가 있는 곳이라고!”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장 크게 관심을 기울인 것은 새롭게 내 터전을 찾는 일이었다.

바로 항구도시인 바스라에 내 다음 거점을 마련한 것.


“여긴 외국사람들도 많이 다니네.”

“저긴 힌디유에서 온 품목만 전문점으로 파는 곳인가 봐!”

“유수프! 배 보러 가자! 나 배가 정말 보고 싶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 얼른 가자 카마르.”


아마 통일신라 시대 대식국이라 불린 사람들도 저 항구를 통해 신라까지 다녀왔겠지.

티그리스 강과 유프레타스강이 만나 바다로 흘러가는 곳.

서양의 학자들은 바스라를 중동의 베네치아라 비유하곤 했는데 커다란 강 유역과 넓게 펼쳐진 바다의 모습은 그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


곳곳에 대추야자가 우거져 있고 바그다드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국제 교역에 초점을 맞춘 상점가. 그리고 바그다드뿐만 아니라 메카와 메디나 등 낙타를 끌고 항구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


칼리파로부터 외국과 교역하는 상단을 허락까지 받았겠다 바스라에 온 나는 바로 항구로 향했다.

삼부크라고도 불리며 크나큰 삼각돛 하나만을 단 채 항구에 늘어서 있는 다우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성불하네. 이게 진짜 다우선이라고?’


이전 생에서 내 로망이었던 배들.

이 배를 타고 멀리 신라와 동남아시아, 인도까지 오간다 생각하니 역사 속의 대상인이 된 듯 가슴 속한 구석이 벅차올랐다.


“근데 카마르 배는 왜 필요하단 거야? 멋있긴 한데 지금은 로마와 전쟁 중이라 굳이 배까지 필요하진 않잖아?”


나름 이성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살라딘이기에 살라딘은 내게 배를 원하는 이유를 물었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낭만이다만 내 목적은 교역이 아님 탐사에 가까운 편.


“지금은 교역이 어렵지만 난 저 바다 멀리에서 신기한 물산들을 찾아내어 거두어 올 거야. 그리고 언젠가 전쟁이 끝난다면 팔 수 있는 건 팔고 여기서 기를 수 있는 것은 길러야지.”

“흐음. 모험이라 재밌겠는데? 나도 같이 가봤으면 좋겠다. 힌디유엔 우리가 알 수 없는 커다란 동물이며 식물도 자란대. 언젠간 나도 코가 긴 동물을 실제로 보고 싶어.”


인도며 동남아, 그리고 동아시아까지.

가지고 올 수 있는 것은 싹 다 가져와야지.


***


“작은 주인님! 장기 님으로부터 또 전령이 왔습니다. 이번에 카와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심각하게 작은 주인님 안위를 고려해보겠다 써 있는데요?”

“아니 이제 카와 구하기도 어렵다니까 왜 또 보채는 거야. 이제 장기님의 전령은 무시해도 돼.”

“그리고 작은 주인님. 바스라에 카와 가게에서도 전갈이 왔습니다. 자기네 가게에도 이제 여분의 카와가 없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지침을 묻고 있습니다.”

“후우, 여기나 저기나 카와가 없다고 난리네. 바스라의 카와가게는 이제 당분간은 점심때만 가게 문을 열라 그래. 저녁 손님들에게 카와가 부족하다 그러면 또 난리 칠 텐데 아예 피하는 게 낫겠다.”


“작은 주인님. 그리고 또 있지 않습니까? 모카에 이제 카와 씨가 말라가서 아비니시아(에티오피아)의 소국들에 접선한 것. 몇몇 부족과 연이 다았으나 조금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이슬람이라고 카와를 안 팔겠대?”

“에. 정확합니다.”

“후유, 알았어. 나는 잠시 칼리파 님께 다녀올 테니까 여기 정리한 것 바그다드 두 번째 가게하고 바스라 카와 가게하고 공유 좀 해 줘.”

“예, 따르겠습니다 작은 주인님.”


막상 예언을 쓰긴 했지만, 예언까지 남은 기간은 아직 2년.

나는 2년의 시간 동안 내 카와를 중심으로 한 상권 확장에 힘썼다.

뭐 그러는 동안 밤에는 복면을 쓴 채 삐라를 뿌리는 생활도 여전했지만.


“아이고, 어젯밤에 또 시장에 예언서가 살포됐다면서?”

“그러게 말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는지 원.”

“그냥 단순히 어린아이 장난이 아닐까요?”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주도면밀해. 세상에 어느 미친놈이 예언서를 2년 가까이 시장에 뿌리고 있어? 칼리파님의 경호대가 친히 시장을 뒤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단서도 못 찾은 것 보면 분명히 이 시장 바닥을 자기 손바닥 보듯 아는 사람일 것이오.”


내 이름을 본뜬 카와 파는 가게 카마르 카와는 동네 어르신들이나 히잡 쓴 아줌마 등 누구나 와서 카와 한잔 걸치며 수다를 떠는 대표적 명소로 자리 잡았다.


‘후우, 슬슬 에티오피아에 다녀오긴 해야겠네.’


십자군을 물리친 원동력이 카와라는 소문까지 돌아 내 카와는 정말 없어서 못 파는 귀중품이 되었고 이에 따라 모카의 카와도 씨가 마를 지경이었다.

2년 전 상단을 만들고 인도로 탐사선을 띄운 것 다음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이 모카에 커피 농장을 조성하는 것이었는데 아직 기술이며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서인지 농장에서 카와가 꽃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악숨 왕국이 망하긴 했어도 한때는 기독교 왕국이었지.’


아마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커피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에티오피아 땅.

홍해만 건너면 여기서도 바로 갈 수 있는 커피국이지만 워낙 이슬람에 적대적인 땅이라 조금 발걸음이 무겁긴 하다.

그나마 상황이 낫다면야 지금 에티오피아는 악숨 왕국이 내분으로 붕괴하고 여러 소국이 분립하는 혼란의 시기.


‘가자. 어쩌면 카와의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어.’


앞으로 예언이 일어나기까지 두 달.

어느 정도 시간도 있고 예언이 이뤄지면 바로 나 또한 아마 살라딘과 함께 십자군 전쟁터로 나가 싸우게 될 것 같기에 미리 군대를 조직해서 에티오피아에 다녀 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위대하신 칼리파 님이시어. 저 홍해 너머 아비니시아인들의 땅에 카와가 있아오나 우리에 적대적인 기독교인들이 카와를 팔지 않고 있습니다. 칼리파님께서 군대만 조금 지원해 주신다면 제가 에티오피아 땅에 다녀와 카와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나이다.”


밤이면 밤마다 삐라를 뿌리고 다니는 나였지만 나는 그 길로 군대를 지원받기 위해서 칼리파 알 무크타피를 찾았다.


“카와는 신의 열매라 할 만큼 우리의 귀중한 자산! 그대가 내 군대를 써서 마땅히 카와를 찾아오는데 힘을 보태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칼리파!”


아무튼 그렇게 나는 칼리파에게 1,000여 명의 병력을 지원받아 에티오피아 땅으로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상단의 일꾼 중 호위로 쓰는 자들이 100여 명 정도 되고 카와 짐꾼들까지 데려가면 규모가 1,500 정도.


“됐어. 칼리파님께 군대도 지원받았으니 어서 아비시니아로 가자 카마르!”


살라딘에게 군대를 지원받았다 소식을 전하니 살라딘은 내 앞에서 방방 뛰며 기뻐하였다.

이젠 우리도 어린이가 아니라 검도 어느 정도 다를 줄 알고 살라딘 같은 경우는 아버지와 삼촌들을 따라 에데사, 안티오크 전쟁터에도 몇 번 견습을 나갔다 와서 지휘도 제법 잘한다 이제는.


“준비할 게 많아 유수프. 일주일 뒤 출정으로 하고 준비 다 한 다음에 모이자.”

“알겠어. 삼촌들한테 배워온 실력을 내가 똑똑히 보여주도록 할게.”


난 전쟁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교역로를 뚫기 위해 가는 것이지만 무언가 전쟁하러 간다는 듯 기뻐하는 살라딘.


‘유수프야 미안하지만 전쟁하면 나 좆 돼···.’


카와는 수확하고 관리하는 데에 노동력이 많이 든다.

만약 이슬람 군대가 있다 해서 아비시니아인들을 혼쭐 내준다면 당장에야 카와는 확보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현지인들을 포섭하고 좋은 조건을 제시해 그들이 카와 열매를 수확하고 나에게 파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


‘지금 그쪽도 한창 치열하게 싸우겠네.’


한 때 로마의 후원으로 기독교도 받아들이고 인도양을 오가는 무역의 패권을 잡았으나 무함마드가 이슬람으로 아라비아 반도를 통일한 후 완전히 패권을 잃은 악숨 왕국.


악숨 왕국의 멸망이 유대교와 또 관련 있기에 나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바그다드 상단과 카와가게 창고를 뒤져가며 그들에게 선물할 물건을 고르며 한참이나 고민했다.


“핫산! 바스라에 다녀오면서 인도에서 이번에 배로 들어온 물건 좀 가져와 줘. 신기하게 생간 것도 괜찮으니 아무거나!”

“예! 작은 주인님!”


핫산에게까지 지시해 바스라에서 있는 물건 없는 물건 다 가져오라고 전하던 찰나.


“작은 주인님! 제 눈에 신기해 보이는 건 다 가져왔습니다! 물론 아비니시아인들이 좋아할 만한 향신료와 보석, 이것저것도 챙겨 왔고요.”


유프라테스 강에서 나는 사탕수수와 아라비아 특산물로 볼 수 있는 융단과 용연향, 그리고 인도에서 나는 보석들에 직물들까지.


‘아니 이건 또 뭐야?’


그리고 핫산이 가져온 수레에서 나는 신기하게 생긴 열매를 보았다.

인도에서만 나며 후대에 나병치료제로 추출되었던 차올무그라 열매.

야자나무 열매처럼 갈색빛깔의 열매를 든 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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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국의 땅으로 (1) 24.08.19 173 5 13쪽
11 카와의 여파 (2) +2 24.08.18 218 7 14쪽
10 카와의 여파 (1) +2 24.08.17 230 9 14쪽
9 자리를 넓히다 (3) +2 24.08.16 242 10 13쪽
8 자리를 넓히다 (2) +1 24.08.15 258 12 14쪽
7 자리를 넓히다 (1) 24.08.14 283 12 14쪽
6 직원을 구합니다 24.08.12 314 10 14쪽
5 커피향에 미치다 +1 24.08.11 354 11 13쪽
4 커피를 볶습니다 +1 24.08.10 364 10 15쪽
3 새로운 출발 +2 24.08.09 378 11 15쪽
2 내가 무슬림이라니 (2)[내용 수정 및 지도 추가] +2 24.08.08 468 10 14쪽
1 내가 무슬림이라니 (1) +1 24.08.07 529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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