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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드

1145 십자군, 아랍 선지자가 장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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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드
작품등록일 :
2024.08.07 20:46
최근연재일 :
2024.08.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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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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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자리를 넓히다 (3)

DUMMY

“저는 제 상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칼리파. 항해를 통해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권한까지 말이죠.”

“호오, 외국을 나가보고 싶다?”

“예, 저는 이 땅에 대상인이 되고 싶습니다.”

“카와를 판다면 돈은 이미 많이 벌게 되지 않느냐? 욕심이 조금 지나쳐 보이는데? 왜 그렇게 많은 돈을 벌고 싶은지 나로서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우리 율법에서 사치란 꽤 죄질이 좋지 않은 법이란다. 십자군 탓에 비잔틴과 로마와 교역도 하지 못해 큰돈을 벌지도 못할 것이고.”


원하는 걸 말하라 해서 말했다.

하지만 원하는 걸 말했더니 턱을 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칼리파 알 무크타피.


‘아니 이럴 거면 왜 원하는 걸 말하라 한 거야?’


뭐 고리대를 원칙상으로 금지하고 이자를 취하는 것 또한 금지한 나라라 그런지 사치와 향락에 민감할 수밖에.


나는 그를 우유부단에 쫌생이라 이름 붙이고 싶었지만, 꾹 참고 다음 말을 내뱉었다.


“물론 돈은 경계하여야 할 대상이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 중인 상황입니다. 카와를 힌디유나 시니아, 더 나아가 동방에 새로운 땅에 판다면 우리 영토는 부강해질 것이고 그 돈으로 지하드(성전)를 수행하는 군인들과 함께 싸우고 싶습니다.”

“전쟁을 돕고 싶다?”

“예. 전쟁은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니까요. 제가 상단을 꾸려 성장한다면 칼리파께도 큰 힘이 되어 드릴 것입니다. 원하신다면 내일부터 매일 궁전에 카와 또한 공급하겠습니다.”


내 대답이 당돌찼기 때문일까?

터번을 쓰고 붉은 옷에 노란색 줄무늬가 있는 옷을 입은 환관은 크게 놀란 반응을 보였고 칼리파는 잠시 수염을 쓰다듬으며 대답을 바로 하지 않았다.


물론 힘이 되어 준다 말했지만 절대로 힘이 되진 않을 것이다.

그저 상단과 교역로를 확보하기 위한 감언이설일 뿐.

상단이 클 때까지만 돈을 좀 보내고 상단이 다 크고 이제 내 힘이 어느 정도 큰다면 바로 통수를 치고 내 나름의 계획을 벌일 것이기에.


카와를 주겠단 것도 이젠 내가 가는 것도 아니고 하렘 속에 어떤 정보들이 오갈까 정보를 캐내기 위함.


“하하하하하!”


내 말을 모두 들은 칼리파는 호탕하게 웃음 지었다.

칼리파라는 말은 종교 지도자와 정치 지도자를 모두 겸하는 말이지만 어차피 지금 이 시대에선 이빨 빠진 호랑이.


“좋다. 내 네 바람대로 네가 상단을 만들 수 있도록 힘껏 돕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칼리파. 그리고 부탁이 하나 더···.”

“또?”

“지혜의 집과 연금술사 공방에 저도 출입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곳에서 어떤 문물이 발달하고 있나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습니다.”

“오오···! 좋다. 어린 나이지만 네 수완과 패기가 대단해 기대되는구나. 부디 내 큰 힘이 되어다오.”


이 시대에 유명한 격언에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식을 탐구하라는 말이 있다.

지적 욕구를 보이는 어린이는 이 시대에 참된 어린이 상.


헬레니즘시대 번역서가 가득한 도서관 출입증을 달라는 말에 칼리파는 크게 웃음 지으며 허락했고 나는 함께 미소를 지으며 웃어주었다.


응, 아니. 힘 안될 거야.



***



“흐으음. 카와 인기가 하늘을 찌를듯해 안 그래도 사람을 보내 대체 누가 카와를 파나 얼굴이나 보고 싶었는데 마침 찾아와주었구나. 네 카와가 참으로 훌륭하도다.”


궁전에서 나온 후 내가 향한 곳은 시장님이라 할 수 있는 바그다드의 아미르(총독)를 찾아간 것이다.


‘왜 죄다 마침 찾아주었다고 난리야?’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도 몰래 식은땀을 닦았다.

조금이라도 늦게 찾아왔으면 무슨 일이 생기긴 했을 것 같다는 아찔한 느낌.

암살이 판치고 어린 노예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거래되는 시대라 난 정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만 한다.


바그다드 총독부 건물에서 내가 만난 사람은 레빈 하마디라는 야심과 탐욕이 보이는 젊은 지휘관이었다.


나를 위아래로 흘겨보며 돈 될 만한 값어치가 얼마나 있는지 각부터 재는데 먼저 찾아오지 않았으면 조금 위험할 뻔했다.


아무튼 내가 먼저 찾아온 것은 두둑이 세금도 내고 카와도 특별히 더 챙겨주겠단 의미였기에 뭐 그도 대놓고 욕심을 부리진 않았고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는 말로 해어지긴 했지만.


‘퉷, 퉷! 다신 안 올 거다!’


다신 안 온다 침을 뱉긴 했지만 뭐 궁전이고 총독부고 또 오게 될 것 같긴 하다.

카와가 지금 워낙 돈을 잘 버는 상태고 추가로 가게를 더 내고 여러 상단활동을 하려면 자주 찾아오게 되겠지.


‘가만 생각해보니까 이런 일을 하려고 직원까지 뽑긴 했네.’


항주에서 술 먹고 상단에서 잘렸다는 우리 재무관 유세프 아킴.

카운터도 잘 지키고 계산도 빠릿빠릿하긴 한데 오히려 나보다 아킴을 보내면 더 능숙하게 일을 처리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후우, 이제 더러운 곳은 모두 다녀왔으니 편하게 가 볼까.’


카와 가루도 준비하고 주전자에 이것저것 많이 챙겨왔는데 어느덧 낙타 등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쫌만 더 가자 거봉아.”


내 말을 알아듣긴 하는 것인지 내 낙타 거봉이는 찡긋 눈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뭘 먹이지도 않았는데 끊임없이 입으론 되새김질을 하면서.

등에 유독 높이 혹이 솟아 있어 지어준 이름 거봉이.


‘흐음, 그나저나 상단을 만들면 바스라에도 자주 가 봐야 하나?’


바그다드가 사막길의 중심지에 있다면 바스라는 아랍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이다.

동아프리카와 인도, 동남아 및 동아시아까지 나아갈 수 있는 국제항구.


‘일단 신기해 보이는 건 다 가져와 보라고 해야겠네. 카와도 팔면서 말이야.’


일단 내 계획으로는 가는 배에 카와를 싣고 가져가 카와를 파는 것이고 오는 배편에 향신료 말고 신기한 이국적 물품이나 많이 챙겨올 생각이다.

어차피 향신료의 최대 고객인 비잔틴제국과 신성로마제국과 전쟁 중이라 마땅히 내가 들어갈 틈이 없기 때문.

뭐 그러면서 암암리에 다들 밀무역으로 하긴 하지만.

아직 밀무역까지 할 인맥과 연은 내게 아직 없다.


‘고려도 한 번 가봐? 고려 견직물과 인삼이 꽤 평가가 좋았던 것 같은데.’


십자군 전쟁 탓에 지금은 활발히 무역이 이뤄지진 않지만, 엄연히 아라비아 사람들도 대식국인 이라 역사서에 쓰였던 사람들.


고려 인삼과 비단에 대해 좋게 남긴 기록도 있기에 살짝 희망도 품어본다.


‘지금 가면 정중부 수염이 불타고 한창 난리가 나 있겠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지금이 무신정변이 일어나며 한창 무관들이 날뛸 시기라는 점.

그래도 벽란도와 개성을 중심으로 시장이 잘 발달하여 있을 것이기에 파고 들어가면 들어갈 틈도 있을 것도 같다.


“가자 거봉아 갈 길이 바쁘다.”

“우웨에에에에에에에-”


길게 울음소리를 내며 화답하는 거봉이.

아미르의 시청에서 나온 나는 곧장 지혜의 집으로 발길을 잡는다.


일단 돈을 크게 벌면 나는 과학기술 개발에 돈을 쏟아 부을 생각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 저 사막에 널려있는 석유들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내곤 싶지만, 아직 마땅히 방안이 떠오르진 않는다.


원유를 정제하는 기술이 워낙에 테크트리가 높은 기술이라 당장에 활용할 수는 없을 것.

연금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내 두 눈으로 봐야 뭔가가 떠오르기도 할 것 같은데 일단 지금은 카와 교육과 연구를 최우선으로 할 생각이다.

이제 카와 수출길이 열리면 농장도 만들면서 대량으로 카와를 생산해야 하기에.


‘에티오피아도 한 번 가보긴 가야겠구나.’


바스라에 새롭게 상단도 만들어야 하고 인도와 동남아도 한번 가보고 싶고 카와도 더 키워야 하고 할 게 많긴 하다.


어쩌면 내 카와가 에데사에 도착했다면 전쟁의 판도가 완전히 다른 쪽으로 갈 수도 있을 터.


‘예언도 이제 슬슬 준비해야겠네.’


어쩌면 내 여정에 중요한 촉진제와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연금술사의 공방.

나는 낙타를 등에 탄 채 천천히 지혜의 집 인근의 연금술사 공방으로 향했다.

그곳에선 이미 카와향이 물씬 풍겨 나오고 있었다.


***


“이게 그 바그다드에서 그렇게 유명하다는 카와인가?”

“그렇습니다. 술탄. 먹으면 힘이 불끈 솟는 게 전쟁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호오. 마시면 힘이 솟는 음료라. 확실히 옛 기록에 카와가 몸에 힘을 솟게 한다는 기록이 있지.”


십자군과 끝없이 전쟁이 이뤄지는 레반트 땅 에데사.

무적으로 보이는 십자군에 저항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나는 해냈다.


셀주크 제국의 작은 주 알레포의 총독으로 시작해서 어느덧 직접 통치를 하는 군주로까지 칭호가 격상된 아마드 장기 앗딘.


은은한 향기가 군막 전체에 퍼지고 있고 장군들이 호기심이 난다는 듯 모두 카와만을 바라보고 있다.


“향이 아주 좋군.”

“분명 전쟁에서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술탄.”

“자, 핫산이 수고스럽게 직접 물을 끓여 우리에게 차를 대접했으니 우리 장군들도 모두 마셔보도록 하라.”

“예 술탄!”


튀르크족 전통 복장에 모피가운을 걸친 장기 앗딘의 말에 군막에 모인 장군들 모두가 큰 소리로 대답했고 장군들 앞에 놓인 잔에 커피를 든다.


걔중엔 뜨겁게 타오르는 카와를 멋모르고 마셔 혓바닥을 딘 장군도 있고 이미 바그다드에서 카와에 대해 들은 게 있는지 천천히 잔을 돌린 후 맛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흐음. 확실히 뭔가 정신이 깨어나는 느낌이군요.”

“바그다드에서 소문으로 듣기로 밤에 깰 수 있는 탓에 학자와 신도들이 즐겨 마신다 하는데 야전에 큰 도움도 될 것 같습니다.”

“소문만으로 듣던 카와가 이렇게 훌륭할 줄이야. 이 카와를 만든 자가 자말의 셋째 아들 카마르라 했던가?”

“그렇습니다 술탄.”


장기 앗딘의 말에 쿠르드족 전통 의복에 모피를 걸친 자말 탈리시가 대답을 외쳤고 장기 앗딘은 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마드라사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던데 역시 총명하구만. 이렇게 좋은 음료를 직접 만들어 우리를 위해 전쟁터에까지 보내다니. 자네 아들 하나 정말 잘 키웠네.”

“황공합니다 술탄.”

“핫산. 가져온 카와로 어느 정도 장병들이 마실 수 있겠는가?”


“가지고 온 분량은 500명이 마실 수 있는 분량입니다. 하지만 물을 더 타서 얕게 마신다면 1,000명까지 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얕게 마시면 좀 어떤 건가?”

“카마르 도련님에 따르면 얕게 마시면 카와의 약효가 줄어든다 하였으나 마시기만 해도 효과가 있는지라 조금 시도해 볼만한 것 같습니다.”

“흐음···.”


약효는 직접 느꼈기에 장기 앗 딘은 카와를 앞에 둔 채 고민에 빠졌다.

직접 카와를 마셔보니 정신이 깨는 효과가 있기에 최대한 많은 병사들이 마셨으면 하지만 가지고 온 양이 한정된 탓에 모든 병사에게 줄 수는 없기에.


“장군들은 마셨으니 됐고 500명의 분량을 만들어주게. 그리고 자말.”

“예 술탄.”

“가장 뛰어난 병사 500명을 선발하여 그자들이 카와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해주게나.”

“알겠습니다 술탄.”


현재 성에서 전투를 수행하고 있는 병사는 오천여 명.

모두 다 마시게 할 수는 없고 장기 앗딘은 뛰어난 자들에게 카와를 마시게 하는 결정을 내렸다.


충실한 부관 자말이 일어나 군막 밖에서 병사들을 선별했고 500명의 선별된 군사들은 기꺼이 검은 물 카와를 마셨다.


‘오늘만큼은 전쟁의 양상이 달라지겠군.’


십자군의 영토 에데사 백국 영토를 수복하긴 했지만, 십자군은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밀려들었다.

이슬람이 최초로 십자군의 영토를 빼앗은 영토인 에데사 영토.


십자군에게도 최초로 땅을 이슬람에 내어준 전쟁이기에 치욕스럽게 생각하는지 정말 집요하게 야습과 공성전이 내내 이어졌다.

지중해와 가까이 붙어있는 탓에 끊임없이 로마땅에서 배로 병력이 수송되었고 안티오크와 예루살렘 등 인근에도 십자군 국가가 가까이 있기에.

장병 모두가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지.’


정신을 또렷하게 해주는 카와의 효능.


“나짐 아이유브.”

“예 술탄!”


장기는 자신의 또 다른 장군인 나짐 아이유브를 찾았다.

유수프 아이유브, 살라딘의 아버지이면서 이번 전쟁에서도 톡톡히 공을 세우고 있는 장군.


“오늘 밤은 안티오크의 가까운 요새까지 점령할 계획을 한 번 세워주게. 오늘은 느낌이 좋군. 단순히 십자군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공세를 취해 요새 하나 정도는 딸 수도 있을 것 같아.”

“명을 받들겠습니다 술탄!”


명이 떨어지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를 챙겨 참모들과 함께 자리를 피하는 나짐 아이유브.


‘오늘 밤. 분명 다른 전쟁의 상황이 벌어진다.’


카와를 직접 맛본 장기 앗딘이 아직 반 정도 남아있는 카와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펼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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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커피국의 땅으로 (1) 24.08.19 173 5 13쪽
11 카와의 여파 (2) +2 24.08.18 218 7 14쪽
10 카와의 여파 (1) +2 24.08.17 230 9 14쪽
» 자리를 넓히다 (3) +2 24.08.16 243 10 13쪽
8 자리를 넓히다 (2) +1 24.08.15 258 12 14쪽
7 자리를 넓히다 (1) 24.08.14 283 12 14쪽
6 직원을 구합니다 24.08.12 314 10 14쪽
5 커피향에 미치다 +1 24.08.11 354 11 13쪽
4 커피를 볶습니다 +1 24.08.10 364 10 15쪽
3 새로운 출발 +2 24.08.09 378 11 15쪽
2 내가 무슬림이라니 (2)[내용 수정 및 지도 추가] +2 24.08.08 469 10 14쪽
1 내가 무슬림이라니 (1) +1 24.08.07 529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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