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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드

1145 십자군, 아랍 선지자가 장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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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드
작품등록일 :
2024.08.07 20:46
최근연재일 :
2024.08.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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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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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커피향에 미치다

DUMMY

“흐음~ 오늘도 도시에선 향기가 퍼져있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한 달쯤 되지 않았나요 이렇게 좋은 냄새가 도시에 퍼진지가?”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은은하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랄까?”

“정말 매력적인 향이에요. 매일같이 이렇게 좋은 향이 퍼지니 기분도 좋고요.”


양고기와 빵이 어우러진 저녁 식사 시간.

더부룩한 속을 산책하고자 잠시 바그다드 거리로 나온 아낙들은 도시 전체에 은은하게 퍼진 향에 미소를 지었다.


코끝을 앞세운 채 향에 이끌려 걷다 보니 도착한 곳은 십자군 전쟁의 장군 자말의 집 앞이었고 이미 그 앞에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향기 한 번 좋구나. 기도드리기 전 정신을 맑게 하여 아주 기분도 좋고.”

“하하하. 전 책을 읽기 전에 이 거리를 지납니다. 정신이 맑고 선명해지는 기분이에요.”

“아이고 기분 좋은 향기를 맡으니 소화도 잘 되는 것 같고 좋구나!”


아예 책까지 손에 든 채 잠시 골목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들.


“대체 자말님네 집에선 왜 이렇게 좋은 향기가 날까요? 구수하고 무언가를 볶는 냄새 같은데 기분이 좋아져요.”

“자말님은 에데사에 이어 새롭게 안티오크를 정벌하기 위해 에데사에 계실 텐데.”

“아, 비하르 부인께 대체 이 향기가 뭐냐고 여쭤봤더니 글쎄 카와를 볶는 냄새라 하더라고요.”


“네? 카와요?”

“카와라면 이븐 시나님이 몸에 습한 기운을 없애주며 피부를 맑게 한다는 그 약재잖아요! 정신 또한 총명하게 해준다는 마법의 약!”

“피, 피부에까지!”

“힘까지 솟게 한다는 말이 있던데.”

“아하 그래서 우리가 기분도 좋고 건강해진 느낌을 받는 건가?”


11세기 페르시아의 철학자 이븐시나가 그의 저서 의학경전에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널리 알렸기에 사람들은 커피의 효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역시 똑똑한 카마르. 우리 아브라힘한테도 마드라사에서 모르는 걸 가르쳐줬다 하는데 똑똑한 아이는 역시 다르군요.”

“카마르라면 신실하고 예의가 바른 아이죠. 도시 사람들을 위해서 분명히 이 좋은 냄새를 만들고 있는 게 분명해요.”

“어쩜 이리 생각하는 것도 이쁠고.”


좋은 커피 향에 입에 침을 마르며 칭찬을 이어가는 바그다드 사람들.

그들은 진심으로 커피 향에 매료되었고 일부러 멀리서까지 찾아와 매일같이 커피 향을 맡고 가는 사람까지 있었다.

그리고 커피 향을 맡으며 사람들이 흥분한 기색을 보일 때쯤.


“우아아아아악-!”


카마르의 집에서 한 남자가 뛰쳐나왔다.


“어머나!”

“아이 깜짝아!”

“자말님네의 하인 핫산 아니에요?”

“그러네요 핫산. 일 잘하는 핫산이 맞아요.”


도시 사람들에게 유능한 일꾼으로 알려진 핫산이기에 사람들은 단번에 핫산을 알아봤고 핫산은 크게 소리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잠이, 잠이 오지 않는다. 우아악-!”


계속 반복된 커피시음에 지쳐버린 핫산이었지만 바그다드 사람들에게는 그저 커피 때문에 혈기가 왕성해진 젊은이로 보였다.


“세상에. 핫산이 저렇게 힘이 넘치게 달리다니.”

“분명 카와와 관련이 있을 거예요. 구운 냄새가 났으니 구운 카와를 먹은 걸까요? 어찌 된 일이지?”

“잠을 못 자게 할 정도로 몸에서 힘이 나나?”

“그렇죠. 이븐 시나님께선 카와를 먹으면 몸에서 열이 난다고 써놨거든요.”

“대체 얼마나 힘이 넘치길래!”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넘치게 하는 열매.

그렇게 바그다드 사람들은 향긋한 커피 향에 취해갔다.



***


돈 버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처음 내뱉은 말이다.


직장에선 직장 나름의 고충이 있고 장사를 하는 자영업 또한 나름의 고충이 있는 법.

특히나 남이 선뜻 돈을 내줘야만 돈을 벌 수 있는 자영업같은 경우는 정말 잘 준비를 해야 한다.

열심히가 아니라 잘.


“저 카마르.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네가 만드는 카와향이 참 좋대. 우리 엄마가 카와향이 있으면 좀 달라고 하는데 어때 네 생각은?”

“카마르! 잠깐만 기다리거라. 너희 집에서 나는 카와 향이 정말 좋아 견딜 수가 없구나. 우리 집에도 향이 좀 나게 하고 싶은데 무슨 방법이 있을까?”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사람들이 다 나만 보면 카와 이야기를 하잖아?’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커피를 팔고 그 돈을 내 미래를 위한 자본금으로 쓸 계획이었다.

석유로까지 나아가기 위한 연구비용과 인도와 동남아 무역을 시작할 초기 자본금으로.

헌데 사람들이 내 커피 향에 미쳐가고 있다.


어찌된 일이고 하니 굴지의 페르시아 학자 이븐 시나가 그의 저서 의학 전범에 커피의 효능에 대해 적어놓은 게 있는데 피부미용과 원기를 왕성하게 해준다는 내용으로 커피 향만 마셔도 사람들이 취해 원하게 된 것.


더군다나 계속된 커피 시음으로 핫산이 밤에 잠을 못 자 열심히 동네를 뛰어다녔는데 그걸 보고 커피의 효능에 대해 더욱 확신하는 것 같았다.


분명 나는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판매를 할 계획을 수립하였는데 커피를 팔기도 전에 커피 향의 수요가 넘쳐 흐르기 시작한 것.


‘이거 개꿀인데? 커피찌꺼기를 그냥 내다 팔아도 될 정도로.’


모름지기 시장의 형성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커피 향에 대한 수요가 넘쳐 흐르고 있으니 마시는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먼저 커피 향만 먼저 팔아도 된다.


‘좋았어. 이렇게 된 이상 커피 향도 같이 판다.’


대부분 자영업 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소비자의 니즈관련 부분이다.

나는 무엇인가를 팔고 싶은데 내가 타켓층으로 삼은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뭘 원하는지가 모호할 때.


‘자다가 입안에 꿀떡이 들어온 것 같네.’


헌데 나는 넘쳐나는 소비자의 수요를 맞이하고 있다.

커피를 원하는 이름 모를 아주머니는 자기 아들을 통해 커피 향 좀 제발 팔아달라 로비전을 펼치고 있었고 마드라사가 끝나고 하굣길엔 나에게서 커피 향 좀 맡게 해달라 아우성을 치는 사람도 있었으니.


‘시원시원하게 풀려 간다. 좋군.’


모름지기 사람은 때를 잘 활용해야 하는 법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고 순풍이 들어올 때 돛을 펴고.

커피에 대한 수요가 넘치고 있으니 그에 대한 적절한 가격을 매겨 팔아야 한다.


“도시 사람들이 난리구나. 카와향을 가까이서라도 맡게 해달라 아우성인데 이를 어쩌면 좋겠니 카마르? 카와에 대해선 네가 나보다 더 잘 아니 네 생각이 궁금해.”


아니나 다를까 저녁 식사 시간에 내 어머니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얼굴로 내게 물었고 나는 자신있는 얼굴로 답한다.


“어머니! 저 집 앞에서 카와 좀 팔겠습니다!”



***


“그게 무슨 말이야 카마르. 카와 파는 걸 도와달라니. 나는 바빠 마드라사에서 숙제도 해야 하고 기도문도 작성해야 하는걸.”

“압둘 형. 내가 카와 잘 팔리면 마드라사 숙제도 도와줄게. 기도문도 대신 써주고.”

“그게 정말이니 카마르? 그렇다면 좋아 뭘 도와주면 되는데?”

“집 앞에 간단하게 의자랑 컵 옮기는 것 좀 도와주고 사람들이 커피를 다 마시면 컵을 가져와 주면 돼. 컵을 닦는 일은 다른 하인인 알리가 알아서 할거고 컵을 닦고 계산은 큰형인 아캄이 할 거야.”

“오호 그거 괜찮은데?”


대부분 유목민과 아랍계 사람들이 대가족을 이루며 살듯 내 가족 또한 7남매나 되는 대가족이다.

모름지기 장사에는 노동력이 필요한 법.

가용 가능한 하인이 둘 뿐이기에 나머지 업무들을 내 형제자매들에게 분배했고 그렇게 커피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집 앞 골목에 자리가 넉넉한 편이기에 집 앞에 자리를 좀 세팅할 생각.

많은 사람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되어 가장 싸게 구할 수 있는 컵인 점토로 만든 자기 컵에 손잡이를 단 모양의 컵을 대량 주문했고 약 100개의 컵이 도착하는 날을 목표로 집 앞에 공간을 준비했다.


“오늘 밤 사브하 시(7시, سَبْعَة)에 카와를 판매합니다. 마실 수도 있고 따로 원하시는 분은 집에서도 커피 향이 날 수 있는 가루를 함께 드립니다! 많이들 찾아주세요!”


물론 홍보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카와를 판매한다고?”

“마시는 카와?”

“드디어 매일같이 향기를 내던 카와를 맛볼 수 있게 되었군.”

“아니 그렇다면 우리 집에서도 카와 향을 낼 수 있다는 말?”

“알겠다 카마르! 기도 후에 시간 맞춰 꼭 가도록 하마!”


커피 볶는 냄새가 근 한 달간 지속하였기에 바그다드 사람들은 열렬한 환호를 내게 보내주었다.

볶을 때 나는 커피 향이 좀 강하긴 하지.


아무튼 나는 가족들, 하인들까지 총동원해 집 앞에 내가 커피를 따를 수 있게끔 나무 테이블을 준비했고 나무 테이블엔 내가 물을 따를 수 있게끔 컵과 곱게 간 원두를 두었다.


그리고 내 오른편 자리에선 내 충실한 일꾼 핫산이 아직 다 갈지 못하고 건조만 시킨 커피 열매를 곱게 갈 것이며 내 왼쪽에선 어머니가 낙타 똥 위에 불을 피워 물을 끓여 나에게 끓는 물을 공급할 것이다.


바닥에는 융단을 깔아 네 명이 함께 앉을 수 있게끔만 자리를 배치했고 벽면을 따라 여분으로 융단을 길게 깔았는데 얼마나 앉을 수 있을지는 나도 아직 감이 잘 안 선다.


그리고 약속의 7시가 되었을 때.


띠링띠링.


모스크 방향에서 시간을 알리는 방울 소리가 들렸고 나와 형제들, 하인들은 모스크 방향으로 정갈하게 절부터 한다.


‘뭔 놈의 기도를 이렇게 자주 하는 지 원.’


아마 내가 권력이 생긴다면 저 기도시간부터 좀 어떻게 할 것이다.

하루에 다섯 번 씩이나 해야하는데 이거 피곤해서 원.

아예 없애는 건 그렇고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아무튼 간단한 기도의식이 끝나고 나와 가족들이 기도를 마친 순간.


“카와아아아아아-!”


기도를 마친 바그다드 사람들이 내 간이 카페에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



한 때 초글링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하교 시간에 우루루 빠져나가는 초등학생을 빗댄 말인데 그와 유사한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다르게 비유하면 오픈런.

마치 한정판 명품을 구하듯 사람들이 달려왔는데 조금 광기 어린 시선들도 느껴졌다.


매일같이 바그다드에 풍긴 냄새의 주인인 카와를 맛보기 위해 바그다드 무슬림들이 몰려들었고 통제가 안 될 정도로 간이 카페 앞이 붐비기 시작한다.


“진정들 하세요 진정! 일단 먼저 오신 분부터 줄 설계요!”


모두에게 보일 수 있게 테이블 위로 올라가 내가 팔을 휘저으며 소리쳤고


‘뭔 놈의 사람이 이렇게 많이 와?’


아무래도 낮에는 무더운 땡볕이 내리쬐는 환경에서 뜨거운 커피를 파는것은 좀 도박 수라 생각되기에 해가 떨어진 시간에 맞췄는데 차라리 낮에 팔 걸 그랬나?


어머니와 핫산, 가족들까지 모두 나서야 겨우 상황이 진정되었고 일단 일렬로 사람들 줄을 세운 후 이제 준비된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멋스러움은 있어야 했기에 준비한 푸른 빛의 청동 주전자!

미리 팔팔 끓인 청동 주전자를 들고 황톳빛의 작은 컵 위에 물을 붇는다.

도자기 컵 위엔 필터 역할을 할 천이 씌워져 있고 탐스럽게 놓인 커피가루 위로 조심스럽게 원을 그리면서.


“오오!”


도자기 컵 아래로 검은 물이 조르르 흐르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나를 바라본다.


이 시대 사람들 입맛이 어떤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핫산이 가장 괜찮다고 한 물과 에스프레소의 비율은 1:1이기에 이 비율에 맞춰서.


“주문하신 카와 나왔습니다 손님.”


카와의 첫 손님은 우리 집 옆집에 사는 무함마드 씨였다.

아마 그동안 카와향에 취해 누구보다 카와를 마셔보고 싶다는 눈치를 내게 줬는데 이렇게 오픈런의 승리자가 되네.


“하하하하! 고맙다 카마르 잘 마셔보도록 하마!”

“5팔스 입니다 무함마드 아저씨. 계산은 옆에 저희 어머니께.”


이슬람의 화폐단위엔 금화인 디나르, 은화인 다르함, 구리인 팔스 이 세 가지 동전 화폐가 존재하는데 각각 10:1 비율의 가치를 지닌다.

빵과 양고기로 구성된 한 끼 식사가 보통 3팔스, 중국에서 가져온 차 한잔이 5팔스 정도에 거래되는데 내 가격은 중국에서 공수한 차 한잔과 맞먹는 가격.


커피를 구하고 볶고 말리고 따르는 노력까지 합치면 조금 더 받아도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멀리 배타고 중국 항저우에서 공수한 차보다 높게 받으면 장기적 수요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에 딱 중국산 차와 경쟁이 되게끔 같은 가격으로 판매.


“아이구야! 입안에 깊은 맛이 감도는구나!”


여유롭게 융단에 앉아 커피를 마신 무함마드 씨는 커피를 맛본 후 감탄을 내뱉었고 뒤에 줄을 선 사람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카마르! 나도 카와 좀 만들어 주렴! 돈이라면 얼마든지 내도록 하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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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커피국의 땅으로 (1) 24.08.19 172 5 13쪽
11 카와의 여파 (2) +2 24.08.18 218 7 14쪽
10 카와의 여파 (1) +2 24.08.17 230 9 14쪽
9 자리를 넓히다 (3) +2 24.08.16 242 10 13쪽
8 자리를 넓히다 (2) +1 24.08.15 258 12 14쪽
7 자리를 넓히다 (1) 24.08.14 282 12 14쪽
6 직원을 구합니다 24.08.12 314 10 14쪽
» 커피향에 미치다 +1 24.08.11 354 11 13쪽
4 커피를 볶습니다 +1 24.08.10 363 10 15쪽
3 새로운 출발 +2 24.08.09 378 11 15쪽
2 내가 무슬림이라니 (2)[내용 수정 및 지도 추가] +2 24.08.08 468 10 14쪽
1 내가 무슬림이라니 (1) +1 24.08.07 529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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