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느루 님의 서재입니다.

영웅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느루
작품등록일 :
2011.10.21 16:16
최근연재일 :
2011.10.21 16:16
연재수 :
112 회
조회수 :
656,332
추천수 :
1,156
글자수 :
1,206,384

작성
11.10.21 16:14
조회
1,215
추천
8
글자
32쪽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7

DUMMY

7.


묵룡이 답한다.

“용령께선 대륙 태황의 열쇠. 그분의 힘이 완성되는 그날 적룡께서 태황(太皇)이 되는 날임을 잘 압니다. 용령껜 생의 마지막 날이 되겠지만.”

“후후. 감정을 버린 묵룡이 예진에겐 미련이 남은 건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 순간 무표정한 여아의 시선이 우길청에게 향한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한 눈빛으로 잠시 바뀌었다가 이내 표정을 지워버린다.

그 시선을 잡아낸 우길청이 여아에게 말한다.

“예진아, 이리 오렴.”

여아가 다시 우길청을 보고는 하려던 것을 말한다.

“나는 예진이가 아니야.”

예쁜 얼굴처럼 맑은 목소리. 그렇지만 의욕이 없는 음성이다.

“아무렴 어떻겠냐, 내가 예진이라면 예진이지.”

“…….”

“이리 오렴.”

힘이 들어간 단호한 음성에 여아가 천천히 다가든다.

손을 들어 다가든 여아의 머리를 쓰다듬는 우길청.

그냥 보기엔 할아버지가 손녀를 대하는 듯 보이지만, 우길청의 손이 닿는 순간 여아의 무표정에 작은 일그러짐이 번졌다.

씨익 입가에 미소를 그린 우길청.

손길은 여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적산에게 말한다.

“일월룡께서 요국으로 향하고 계시다고 하네. 비룡과 함께.”

비룡이란 이름이 나오자 묵룡의 얼굴에 잠시 변화가 생겼다가 사라진다.

“아무래도 요국 군황을 직접 만나보실 생각 같은데, 나와 함께 그분을 보러 가지 않겠나?”

“묵룡은 이미 적룡과 뜻을 함께하기로 한 몸. 적룡께서 원하시면 그리하겠습니다.”

“하하. 그렇지. 그럼, 우리 요국으로 먼저 가서 그분을 기다리세. 이번엔 끌어왔던 그분과의 인연을 마무리 지어야 하겠네.”

“예.”


§


세 척의 월선은 요국 서해의 대표적인 항구인 와무항(窪霧港) 인근 해역에 도착했다. 와무항은 잦은 안개와 곳곳에 웅덩이가 있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그렇듯 오늘도 해안가로 뭉클거리는 안개가 가득 깔렸어 항구에 접안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아니 안개가 있기 때문에 월선이 와무항을 선택한 것이다.

한상준은 용천백령수 중에서 선발로 열 명을 뽑아내 일월룡과 비룡 일맥이 보유한 용익조에 나누어 편성하였다.

차출된 인원 중에 육령사 자혼과 같이 한상준과 동행한 오령사 격혼과 구령사 유혼도 포함되었다.

물론, 비룡 만능려와 비룡일맥의 비선대 여인 스무 명도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용익조는 모두 열두 마리.

몇은 별도로 출발하고, 한 마리당 두 사람이 올라 안개가 가득한 와무항을 건너 라임성으로 향할 계획이다.

모든 지시를 마친 한상준은 용철과 용소, 용하를 불렀다.

“먼저 용소만 함께 가겠네.”

한상준의 말에 용철이 반문한다.

“예? 나는요?”

“자네는 용하와 함께 후발로 오게.”

“에? 김빠지게.”

용철이 코끝을 실룩이는 동안 용소는 주먹을 불끈 쥐고 좋아한다.

“으얏호! 역시 할배는 나를 알아준다니까.”

그런 용소를 향해 가볍게 미소를 그린 한상준이 말한다.

“그렇게 좋아 할 것 없다. 위험할지도 모르니.”

“헤-. 까짓 거 뭐.”

“훗. 녀석.”

다가와 용소의 머리를 한번 헝클어준 한상준.

“자. 출발하자.”

그의 말을 따라 용천백령수와 비룡일맥의 여인들이 용익조에 올랐다.

끼에에-

긴 울음을 토해낸 용익조들은 차례로 하늘로 날아올랐고, 요국의 수도 라인성을 향해 빠르게 사라져 갔다.

뒤를 이어 용천백령수들이 월선에서 몸을 날려 와무항으로 쇄도해 들었다. 용익조의 빠름으로 벌어진 시간을 줄이려면 상당히 서둘러야 할 것이다.

수백의 용천백령수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라인성에는 먼저 온 방문자가 있었다.

염하. 요국의 지방 귀족이자 비홍객의 일인으로 요국 황자 요성백에게 적룡일맥을 연결한 인물이다.

그리고 지금 그와 함께 적룡 우길청 본인이 내성 군황전에서 요성백과 차를 마시고 있다.

현 군황의 건강 상태가 더욱 악화하여 이제는 차기 군황으로까지 거론되는 요성백은 눈앞의 인물에게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매부리코에 가는 입술과 가는 눈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보다 작으며 다소 거친 피부를 지닌 노인이 품은 가벼운 미소가 그를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갑갑한 분위기 탓일까. 요성백은 연방 자신의 목 주위를 어루만졌다.

“당신이 우리 요국을 돕는 군의 장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요성백의 군이라고 묻는 물음에 우길청이 씩 웃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마염국의 전대 군황이자 팔룡선무회 일원인 적룡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요성백이다.

“헌데, 오늘은 어찌 이리 갑자기 방문하신 겁니까?”

“누군가 라인성을 찾아오기 때문이지요.”

“저희는 따로 연락을 받은 바가 없습니다. 게다가 현재는 물산국과 대치 중이라 타국의 사신을 들이지도 않고요.”

우길청이 허허 웃고는 말을 잇는다.

“사신 따위가 아니지요. 그분께선 나를 비롯한 여러 인물에게 빛과 같은 존재랍니다.”

“그렇다면, 그분을 영접하고자 이리 온 것입니까?”

“뵙고자 하는 바는 맞으나 영접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오늘은 그분과 묵은 빛을 청산할 참이니 말이오.”

“그 말씀은?”

“그분께선 이번 요국과 물산국의 전쟁을 막으러 오시는 길입니다. 저와는 뜻이 다르지요.”

“음.”

적대한다는 말이다.

요성백은 고요히 웃는 우길청의 얼굴에서 섬뜩함을 느꼈다.

그때 군황전으로 한 인물이 들어선다.

밖으로 나갔던 묵룡 마적산이다.

“오십니다.”

묵룡의 말에 우길청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야 오시는군. 적비는?”

적비는 적룡일맥 수호적의 수장을 가리키는 것이다.

“적염당, 마령대(魔靈隊)와 함께 대기 중입니다.”

마령대는 묵룡일맥의 전투 집단이다.

“먼저 나서진 말라 이르게.”

“예.”

묵룡이 군황전을 나서고 우길청이 요성백을 보며 말한다.

“같이 가시지요.”

거부할 수 없는 음성에 요성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앞서는 우길청을 따른다.

한편.

용익조를 타고 라인성으로 날아든 한상준과 그 일행은 내성 안 광장에 퍼진 기세를 읽으며, 서서히 내려앉았다.

비룡 반능려의 얼굴에서 늘 흐르던 요염한 미소가 보이질 않는다.

다른 이들 역시 다르지 않다.

예상은 했지만, 퍼져오는 기세는 심상치 않다.

끼이우우-.

날개를 퍼덕거리며 용익조가 몸을 낮추고 한상준과 일행이 광장에 내려서 다가오는 인물을 주시한다.

“허허.”

한상준의 웃음엔 묘한 감정이 서려 있다.

“여기서 보게 되는군.”

그에 저 앞에서 우뚝 멈춘 인물이 깍듯한 예로 인사한다.

“다시 뵙게 되어 기쁩니다.”

“그거 진심인가?”

“하하. 물론이지요. 헌데, 오늘은 혼자가 아니시군요.”

“그러게 말일세. 누구 때문에 이리되었지 뭔가.”

한상준의 말에 우길청이 가벼운 미소를 그린다.

우길청에게 묻는 한상준.

“자네가 여기 있고, 내가 있으니 용령 또한 이곳 어딘가에 있겠군.”

“그렇지요. 그 아이가 있으니 제가 일월룡께 이렇게 얼굴을 들고 있지 않겠습니까.”

“후후. 알겠지만, 용천백령수들이 오고 있네.”

“물론, 알지요. 그전에 끝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가능할 것 같은가?”

“일월룡께서 후계를 들이셨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랬지.”

“힘을 전해주셨다고 하던데.”

“호오-. 그런 것까지 알다니.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겠구먼.”

“역시 일월룡이십니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 것이 늦으셨습니다.”

말을 마친 우길청의 뒤로 백여 명에 이르는 사내들이 다가든다.

수호적 수장 적비가 이끄는 적룡일맥의 적염당과 묵룡의 마령대.

그들이 일제히 뿜어내는 살기는 령사인 격혼과 자혼, 유혼까지 긴장하게 하였다.

“적염당이라고 들었는데, 아닌 것 같구먼.”

한상준의 물음에 우길청이 고개를 젓는다.

“아니지요. 적염당은 맞습니다. 다만, 일월룡께 보여 드리고 싶어서 특별히 준비된 이들이지요.”

“그랬던가.”

“예. 아, 비룡에게도 인사를 나눠도 괜찮겠습니까?”

“모르는 사람도 아니니 편한 대로 하시게.”

한상준에게 양해를 받은 우길청이 반능려에게 웃으며 말한다.

“고요했던 파강을 떠다니던 홍치선에서 보고 실로 오랜만일세.”

반능려가 담담히 인사를 받는다.

“오랜만입니다.”

“그래, 지금도 늦지는 않았네만.”

“그 말씀은 제가 드리고 싶군요.”

“하하. 이거 여장부는 여장부일세. 그런 기백을 지녔는데, 간섭의 한계 따위에 얽매어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간섭의 한계라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님을 아실 텐데요.”

“알지.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말임을. 하지만, 그렇기에 그것은 깰 필요가 있는 것일세.”

“욕심으로 얻는 것을 얻겠지만, 지닌 것을 잃게 하기도 하지요.”

“어차피 한 세상.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죽으면 되지 않겠나.”

“그 세상엔 혼자만 있을 뿐이지요.”

“후후. 자네 생각이 그렇다면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나저나 묵룡도 와 있는데 인사나 나누지 그러는가.”

웃는 얼굴로 친근하게 말하는 우길청이지만, 반능려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한 사내의 얼굴을 본다.

시리도록 차갑기만 한 얼굴.

‘적산…….’

한때는 목숨보다 사랑했던 사내, 그리고 자신보다 더 자신을 사랑해줬던 그였건만, 지금은 어떤 표정도 볼 수가 없다.

그러리라 생각했지만, 막상 눈으로 보니 가슴속 답답함이 한층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그런 반능려를 한상준이 가만히 부른다.

“이보게 비룡.”

“예. 어르신.”

“자네는 이쯤에서 물러서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일세. 자네는 물러서게.”

담담히 전하는 한상준에게 반능려가 단호하게 말한다.

“물러설 생각이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습니다.”

그 모습에 우길청이 크게 웃는다.

“하하. 역시 대단해. 하지만, 아까워.”

말을 마친 우길청이 손짓하자 적비가 적염당과 마령대를 이끌고 서서히 다가든다.

그에 맞춰 한상준의 뒤로 섰던 령사들과 비선대 여인들이 한상준의 곁으로 나선다.

맞서는 수로 한참이나 부족한 상황.

그래도 한상준의 표정엔 다급함이라고는 없었다.


월선에서 출발하기 전에 한상준은 용소를 불러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전했다.

적룡 우길청의 수중에 있는 용령을 찾아내 빠져나가야 한다는 말.

용령은 용소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라는 점 말고는 신상 착의에 대한 정보가 없다. 그래도 용소는 용령을 찾을 수 있다고 한상준은 말했다.

일월룡의 힘을 이은 자는 자연스럽게 용령의 기운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용령이 사라지면 적룡은 원하던 힘을 가질 수 없다.

예전 용령에게서 받은 힘으로 한상준을 기습하여 그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던 그 힘을.

그래서 용소는 한상준과 함께 있지 않다.

그가 타고 온 용익조를 숨겨놓고 용령을 찾아 열심히 뛰어다니는 중이다.

일월룡 한상준이 요국의 라임성을 찾아온 것은 요국의 통치자를 만나 그에게 물산국과의 전투를 중지할 것을 종용하고자 함이기도 하지만, 용령을 적룡에게서 빼내고자 함이 더 비중이 컸다.

그 일을 이루고자 한상준은 직접 적룡과 맞선다.

자신에게 남은 모든 힘을 모아서.

한상준 그는 오늘 자신이 죽어 사라지더라도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뒤를 이을 용소, 용하가 있고 장벽을 건너온 공승우가 있다.

이들과 비룡 반능려처럼 자신과 뜻이 같은 이들이 있는 한 적룡의 야욕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다가드는 적염당을 보면서 한상준이 우길청에게 말한다.

“자네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지. 지금도 여러 나라가 전란에 싸여 있고 말이야.”

우길청이 피식 웃고는 답한다.

“저야 그들이 지닌 욕망에 양념을 곁들였을 뿐입니다. 그들이 욕심이 없었다면, 내가 아무리 달콤한 말을 한다고 한들 움직였겠습니까.”

꽈득 쥐어지는 우길청의 두 주먹에서 사라락 기운이 피어나 일시에 주변을 강렬한 존재감으로 채워간다.

“그렇지. 인간은 욕심은 채워지면 또 다른 욕심을 품지. 그 때문에 평안함이 깨져 눈에 핏발이 선다는 것을 모르고.”

한상준의 몸에서도 강렬한 기운이 뭉클거리며 피어난다.

그 탓에 다가들던 적염당과 마령대가 움찔 멈추고 만다.

한상준이 웃으며 말한다.

“후후. 내가 왜 일월룡인지 보여주겠네.”

파앙!

꿈틀대던 기운이 폭발적으로 팽창해 앞으로 내달린다.

콰과과 진동이 퍼지며 라인성 광장바닥 청석이 들썩이다 콰드득 들려 하늘로 솟고 이어진 기파에 적염당이 휩쓸린다.

우길청은 두 팔을 들어 다가든 기파를 막아낸다.

그의 옷이 폭풍에 감긴 듯 거칠게 펄럭여 찢겨 나갔지만, 입은 웃고 있었다.

이젠 한상준에게 남은 힘이 없다고 아는 우길청.

‘훗. 이 한번이 내겐 득이다!’

거력의 기가 밀려들어 막아낸 팔이 부들거린다. 생각보다 더 거대한 힘이다.

‘엇! 폭발한다!’

급격하게 변하는 흐름에 우길청이 소리친다.

“물러서!”

한상준의 기에 휩쓸린 적염당원들이 이를 악 다물고 나아가려는 것을 보고 지른 소리였다.

쿠와앙!

우길청의 외침은 이어진 폭발에 하릴없이 묻혀버렸고, 적염당 반수 이상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후두둑 떨어지는 육편 속에서 우길청이 고개를 숙이고 우뚝 서 있다.

그리고 일시에 거력을 뽑아낸 한상준은 거친 호흡을 감추지 못한 채 한쪽으로 기울여진다.

“어르신!”

반능려가 급히 쓰러지는 한상준을 부축하고, 우길청의 입에선 기괴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크흐흐.”

한 발 내딛는 우길청.

“무리하시는군요.”

한상준을 부축하며 자신을 노려보는 반능려에게 씨익 웃어 보인 우길청이 손짓한다.

그 손짓에 맞춰 적염당 후미에 대기한 마령대가 일시에 땅을 차고 날아오른다.

“모조리 죽여라!”

우길청도 소리 지르며 쏘아지듯 앞으로 내달린다.

그의 목표는 반능려에게 기댄 한상준.

두 번의 실수는 않겠다는 단호한 눈빛 속엔 번들거리는 살기가 그득하다.

반능려의 앞을 막아서는 오령사 격혼.

그의 손에 들린 격참도(擊斬刀)가 꽈득 비틀리며 주인의 의지를 대변한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

그 순간 힘을 다한 듯 비틀거렸던 한상준이 격혼의 머리 위로 뛰어오르며 두 번째 공격을 감행한다.

처음 한 번은 다수를 노렸다면 이번 한 번은 오직 우길청만을 노린 공격이었다.

실제로 남은 힘이 거의 없던 한상준이었지만, 생명을 태워서라도 우길청을 쓰러뜨리겠다는 마음을 공격에 담았다.

“엇!”

의외의 공격에 우길청이 주춤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전해지는 기파에 피식 실소를 흘리며 더욱 앞으로 나아간다.

적염당 반수를 쓸어버린 한상준의 힘에 비해 이번 공격은 너무도 약하게 전해졌다.

손짓 한 번으로 털어버릴 수 있을 정도라고 판단해 우길청은 한상준의 공격에 적령기를 풀어 대응했다.

들어 올린 오른손에 그득 담긴 적령기와 한상준이 뿜어낸 일월령기가 허공에서 마주한다.

순간 ‘퍼겅!’하는 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우길청의 오른손에서 급격한 폭발이 일어난다.

“크윽!”

찢겨나가는 오른손을 보며 우길청이 당혹해 멈추는 순간 한상준이 풀썩 쓰러진다.

반능려는 질러 드는 마령대와 그 전면의 사내를 매섭게 바라보다 한상준에게 달려들어 그를 둘러업고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 뒤를 구령사 유혼이 호위하듯 따라붙자 격혼과 육령사 자혼이 빠르게 멀어지는 반능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마적산과 마령대를 상대로 질러 든다.

반능려를 따라나선 비선대와 선발로 나선 용천백령수들이 그 뒤를 따른다.

콰장. 파칭.

날카로운 금속의 충돌음이 들리고 고함과 비명이 순식간에 라인성 광장을 메운다.


쿠과광!

격렬하게 터지는 폭발음에 바쁘게 뛰던 용소가 움찔거린다.

“니미!”

일시 발길을 멈추고 폭발이 일어난 라인성 광장 쪽을 바라보던 용소가 다시 뛰기 시작한다.

‘계집애를 찾아야 한다고 그랬지.’

일행과 달리 광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 내려선 용소는 그때부터 무조건 뛰었다.

한 방향을 뛰어다니던 용소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방향을 틀었고, 그렇게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여러 민가 중 한 곳.

광장에서 폭발이 일고 전투가 벌어진 것을 눈치챈 요국의 민중은 모두 집으로 숨어버렸다.

물산국과 전쟁이 발발하며, 요국 민중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서슬이 퍼런 군인들의 살기와 전쟁 물자와 군사력 충당이란 명목이 그들을 힘겹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음…….’

멈춰선 집 안에서 자신을 부르는 듯한 느낌에 용소는 잠시 망설였다.

‘ 어디 있는지는 저절로 알 수 있다고?’

한상준이 해준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거린 용소는 조심스럽게 집안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그의 머리 위로 번뜩인 은빛 물체가 빠르게 떨어졌다.

“이런 씨발!”

욕지거리를 뱉으며 후다닥 앞으로 몸을 굴린 용소.

벌떡 일어나 문 앞을 보니 두 사내가 자신을 의외라는 듯 본다.

“뭐냐?”

한 사내가 살기를 뿌리며 묻는다.

10대 소년 하나가 집으로 들어와 처리하려 했건만 자신이 휘두른 검을 피했기에 하는 말이다.

용소가 사내에게 버럭 대든다.

“에이 씨바새끼야. 죽을 뻔했잖아!”

“!”

사내가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검을 꽈득 다잡고 성큼 다가든다.

“이런 호로새끼가!”

용소에게 다가든 사내가 단번에 검을 그어 용소의 목을 노린다.

순간 상체를 확 숙여 몸을 낮춘 용소가 허리춤에 걸렸던 단검을 꺼내 검을 휘두른 사내의 옆구리에 깊숙이 박아 넣는다.

“커억!”

설마 자신이 소년에게 당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사내는 입을 크게 벌리고 거친 호흡을 연방 뱉어내며 뒤로 철퍽철퍽 물러섰다.

그의 옆구리에 박혔던 용소의 단검은 이미 빠져나왔고, 그 빈자리로 사내의 핏물이 울컥 튀어나왔다. 단검에 깃들은 용소의 기운이 사내의 내부를 엉망으로 휘젓고 있어 그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용소도 내심 놀랐지만, 다른 한 사내 역시 놀랐다. 그가 크게 떠진 눈으로 상황을 보다가 바닥을 차고 용소에게 질러 든다.

용소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하며 단검 하나를 더 꺼내 든다.

휘익 휘둘러진 사내의 검을 용소의 단검 두 개가 막아낸다.

파칭!

불꽃이 튀고 용소의 무릎이 꺾여 쿵 하고 바닥에 찧는다.

“이 새끼가!”

두 번이다.

마령대인 자신과 동료의 공격을 소년이 막아낸 것이.

일월룡인 한상준과의 결전에서 용령(龍靈)인 소녀를 빼내 지키고 있는 마령대의 수가 열 명이다.

이들 중 여덟 명이 근방에 퍼져 감시 중인데, 용소가 뛰어가는 것을 보았지만, 단순한 달음박질로만 보았기에 저지하지 않았다. 게다가 용령이 있는 집엔 특별한 마황석을 이용하여 집안과 밖을 차단 시켜 놓았기 때문에 누구도 그 집에 들어갈 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며, 혹여, 소란이도 일면 자신들이 있는 곳이 용천백령수에게 들통 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소란이 발생했으니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밖에서 감시 중이던 여덟의 마령대원이 용소가 뛰어든 곳으로 움직이고 내부에 남은 마령대는 무릎을 꿇은 용소의 목으로 검을 들이밀고 있다.

부들거리는 팔이 점점 안쪽으로 밀려오자 용소의 얼굴이 와락 구겨진다.

“아우 씨바!”

한상준에게 일월룡의 힘을 이어받고 그동안 일월령기(日月靈氣)를 수련해왔지만, 짧은 시간 안에 묵룡의 마령대를 무리 없이 상대하기엔 벅차기만 하다.

그때 용소는 누군가 자신의 등에 가볍게 손을 얹는 느낌을 받았다.

순간 내부에 미미하게 일렁이던 일월령기가 격하게 움직이더니 손에 쥔 단검을 통해 마령대원에게 쏟아져 나갔다.

“억?!”

마령대원은 갑자기 밀려든 거력에 흠칫하며 뒤로 급하게 물러섰다.

버티다간 팔뚝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오홋!”

용소는 새로운 느낌에 마령대가 눈을 부라리고 있다는 것도 잊고 단검을 쥔 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때 맑은 여아의 음성이 용소의 귀를 간질거린다.

“앞에.”

“응? 어엇!”

물러났던 마령대원이 잔뜩 노한 표정으로 질러 든다.

“니미.”

용소는 몸을 피하려다 문득 자신 뒤에 여아가 있음을 깨닫고 이를 악 다문다.

“뭐. 씨바 좋다고!”

꽈득 움켜쥔 단검을 앞으로 내밀며 다시 한 번 일월령기를 끌어올린다.

된다.

그동안 꿈틀거리기만 하던 것이 지금은 마음이 가는 바를 따라 팔로 모여든다.

“죽었스!”

한껏 고무된 용소. 그의 마음처럼 담검에 일렁이는 일월령기는 거칠게 들끓어 내리치는 마령대의 검을 막아간다.

쩡.

검과 단검이 부딪히며 째지는 소리가 울리고 마령대의 검은 두 쪽으로 동강 나고 만다.

그 틈에 다른 단검을 마령대의 복부로 찔러 넣는 용소.

서걱거리며 살 속을 파고드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지자 용소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선다.

그런 용소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마령대원.

하지만, 복부로 파고든 단검을 통해 내부로 침습한 일월령기로 말미암아 한 발자국도 움직이질 못한다.

“이, 이 개자식…….”

이글거리는 눈으로 용소를 노려보며 욕지거리를 뱉어내기만 하는 마령대원.

처음 마령대의 옆구리를 찌를 때는 몰랐는데, 두 번째 복부에 단검을 쑤셔 넣을 때는 그 이질적인 느낌에 손이 부들거린다.

그러다 와득 단검을 고쳐 잡는다.

“씨바! 내가 질 줄 알고!”

냅다 자리를 박차고 뛰어오른 용소가 부들거리는 마령대원의 턱을 올려 찬다.

빠각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가는 마령대원.

쿵.

쓰러진 마령대원을 뒤로 몸을 돌린 용소가 커다란 눈망울을 데구루루 굴리며 자신을 쳐다보는 여아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우왓! 젠장 이쁘다!’

여아, 용령이라 불리는 예진을 보자마자 심장이 벌렁거리는 느낌을 받은 용소가 세차게 머리를 털어내고 묻는다.

“네가 너냐?”

예진이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소년이 묻는 말을 왠지 알아듣는 자신이 이상하기도 했지만, 그의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이 소년이 자신을 찾아 이곳에 온 것을 말이다.

“가자!”

대뜸 예진의 손을 잡은 용소가 움직인다.

“어디로?”

“일단 새가 있는 곳까지 가야 해.”

“새?”

“응. 그런 게 있어. 쉿!”

“…….”

용소가 문으로 다가가다 이쪽을 향해 빠르게 몰려드는 사내들을 발견하고는 급히 멈추더니 사방을 살핀다.

그런 용소에게 예진이 말한다.

“저쪽에 쪽문이 있던데.”

홱 고개를 돌리며 씨익 웃는 용소.

“그런 건 빨리 말하는 거야. 알간?”

“응.”

용소와 예진이 쪽문으로 달리는 그때 빠르게 질러오는 마령대 앞으로 내려서는 이들이 있었다.

세 명.

한상준이 용소의 뒤를 지키라고 보낸 용천백령수들이다.

그들이 나타나 앞을 막아섬에도 마령대원들의 질주는 멈추질 않았다.

누구든 앞을 막으면 치고 지나갈 뿐이라는 눈빛으로 세 명의 용천백령수에게 이를 드러냈다.

용천백령수 한 명당 두 명의 마령대원이 질러 든다. 여덟 중 둘은 용천백령수를 벗어나 크게 돌아 뛰어넘는다.

용천백령수가 그들을 놓아 줄 생각이 없다는 듯 크게 도는 마령대원을 향해 공격하는 순간 질러 들던 여섯 중 둘이 틈을 파고들어 용천백령수를 지나쳐 달려간다.

“제길!”

마령대의 움직임을 놓쳤다.

“서둘러!”

용천백령수 중 누군가의 외침에 그들의 움직임이 신속해진다.

자신들을 넘어 용소에게 가는 것이 분명한 마령대원을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용소와 용령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때문에 일월룡인 한상준이 마지막 힘을 내고 있질 않던가.

적룡이 용령의 힘을 빼앗아 태제륙을 혈풍에 밀어 넣지 못하게 하고자 말이다.

마령대원의 공격은 집요하고 날카로웠다.

왜 그 중요한 용령을 단 열 명의 마령대원이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마령대원, 그들 개개인의 무력이 용천백령수와 같지는 않았지만, 용천백령수가 쉽게 제압할 수준은 너머서 있었다.

용천백령수의 마음이 급해진다.

용소는 아직 일월령기를 완전히 융해하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집 안에 있던 마령대 둘을 처리한 것은 솔직히 의아했다.

처음 한 명은 방심했기에 당했지만, 나중 한 명은 분명히 용소가 처리했다. 자신들이 나서기 전에 말이다.

어쨌든, 지금은 용소가 용령을 데리고 용익조가 있는 곳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그 길을 수월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그런데 마령대의 거친 저항에 점점 시간이 벌어지니.

“한 명!”

다시 지른 용천백령수의 외침에 세 명의 용천백령수가 마령대원을 강하게 공격해 든다.

마령대원이 주춤 한 그 사이 용천백령수 한 명이 몸을 빼내 용소가 달려간 방향으로 내달린다.

순식간에 접전을 주고받은 용천백령수 둘과 마령대원 여섯이 잠깐 거리를 벌린다.

“훗. 둘이면 힘들지 않겠나?”

마령대원 하나의 음성이다.

그가 이곳에 자리한 마령대원의 수장급인 듯하다.

“글쎄.”

가볍게 어깨를 추어 보이는 용천백령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령대를 향해 질러 든다.

진득한 살기를 머금고.


용소와 용령 예진은 쪽문을 벗어나 용익조가 대기한 장소로 빠르게 내달리고 있다.

예진의 손을 잡은 용소는 이상함을 느꼈다.

이 정도 빠르기로 내달리면 숨이 차 올 법도 한데, 이상하게 힘이 넘쳐나고 있다.

좀 전에 마령대원을 쓰러뜨릴 때처럼.

힐끗 예진을 보니 그녀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툭 치면 풀썩 쓰러질 것만 같이 약해 보이는데, 자신하고 똑같이 달리고 있다.

순간 두 아이의 눈이 마주친다.

“웃.”

괜히 놀라 휙 고개를 돌리는 용소.

‘지이미…… 예쁘다.’

용소의 귓불이 살짝 붉어지는 것을 보며 예진이 저도 모르게 빙긋 웃는다.

그 순간 용소가 뒤에 따라붙은 마령대의 기척을 감지한다.

흠칫 굳어지는 얼굴.

“야, 괜찮냐?”

불현듯 묻는 용소의 물음에 예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응.”

“너도 할배한테 배운 거냐?”

빠르게 달리는 중임에도 힘들어하지 않기에 자신처럼 한상준 같은 사람에게 무(武)를 익힌 것이냐고 묻는 것이다.

“아니.”

“응? 그래? 근데 진짜 괜찮은 거냐?”

“응.”

왜 그러냐고 묻고 싶어지는 용소. 하지만, 우선은 추격을 벗어나고 볼 일이다.

“더 빨리 달릴 거야. 힘들면 말해.”

“응.”

용소가 예진의 손을 꼬옥 잡는다.

예진이 자신의 손을 잡은 용소의 손을 본다. 왠지 따듯하고 편안함이 전해지는 손길이다.

마주 손을 꼬옥 쥐면서 예진이 말한다.

“내 이름은 하린이야. 자하린.”

예진, 아니 하린이 우길청에게 잡혀 있는 동안에 보이지 않았던, 타인에게 처음으로 자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염세적으로만 보였던 하린의 눈빛에 감정이 실린 것도 이때가 실로 오랜만이었다.

용소가 답한다.

“급해 죽겠는데, 그게 뭐. 입 다물고 열라 뛰어!”

생기 넘치는 용소의 모습에 여아, 하린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오빠는 보기 좋네.”

하린의 말에 용소가 되뇐다.

“뭐, 오빠? 보기 좋다고?”

달리던 것도 멈추고 무언 가를 생각하다가 헤벨쭉 웃는 용소.

그런 용소에게 하린이 말한다.

“급한 거 아니야?”

“어? 아, 맞다! 뛰어!”

하린의 손을 꽉 잡고 앞으로 내달리는 용소의 시야에 끼룩거리며 깃털을 다듬는 용익조들이 보인다.

한상준이 일러준바, 용령이라 불리는 여아, 하린이와 함께 용익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공승우에게로 가고자 용소는 더욱 발길을 서둘렀다.

하지만 손에 잡힌 하린의 속도가 느슨해지자 용소는 달리던 것을 멈추고 하린을 번쩍 안아들었다.

예쁜 하린의 까만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지만, 용소는 상관 않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바로 뒤를 두 명의 마령대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력으로 내달리는 그들의 눈에 용소와 하린이 보이자 눈에 살기를 띄기 시작한다.

마령대원 하나가 달리면서 허리에 걸린 단도를 끄집어내더니 용소의 등을 노리고 집어던진다.

쉬익.

매섭게 공간을 가르며 날아드는 단도의 느낌에 용소의 머리털이 쭈뼛댄다.

“엇!”

하린을 안은 채 급히 옆으로 몸을 굴리는 용소.

단도가 용소의 몸통을 아슬아슬하게 비껴 나가 날아가다가 지면에 푹 박혀 든다.

주륵 흘리는 식은땀을 훔치며 일어서는 용소의 앞과 뒤로 마령대원들이 진득한 살기를 머금은 채 노려보며 서 있다.

그들을 보며 어색하게 웃는 용소.

“아, 헤에…….”

은근슬쩍 웃음으로 때우며 틈을 찾아보려 하지만, 여의치가 않다.

“니미!”

욕지거리를 뱉어낸 용소가 하린을 본다.

하린의 입가에 걸린 쓸쓸한 미소를 보니 화가 난다.

용소가 하린에게 말한다.

“쉽게 포기하는 거 아냐.”

나직한 용소의 음성에 하린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적룡 우길청에게 잡혀 지내는 동안 감정이 죽어갔다.

사람이 아닌 귀중품을 대하는 주변 사람들과 잔혹한 미소를 그리며 자신을 내려다보던 우길청에게서 하린은 모든 것을 놓아버렸었다.

지금 자신들을 막아선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안다.

강한 힘을 지닌 만큼 잔혹한 사람들.

아마도 자신은 다시 우길청에게 끌려가게 될 것이고, 편하고 오랜 가족처럼 느껴졌던 소년은 죽고 말 것이다.

그래도 소년이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단단해진다.

“응!”

쓸쓸한 미소를 거두며 힘차게 대답하는 하린.

용소가 그런 하린을 향해 밝게 웃어주고는 고개를 든다.

고개를 들어 마령대원을 노려보는 용소의 눈빛에 각오가 어린다.

“덤벼 씨바!”

용소의 그런 모습이 가소로운 마령대원이 헛웃음을 흘린다.

그들은 용소가 집안에서 둘의 마령대원을 처리한 것을 알지 못한다.

그랬다면 조금은 경각심을 지니기라도 했을 텐데.

피식거리며 검을 치켜드는 마령대원.

순간 어디 선지 전해지는 강렬한 파장에 흠칫 거리며, 자신들이 지나온 뒤편으로 시선을 돌린다.

“!”

조금 전 자신들을 막아서던 자 중 한 사내가 던진 비도가 자신의 인중을 노리고 정확하게 빨려들고 있었다.

급히 검을 들어 비도를 쳐내고, 용소의 뒤를 점했던 마령대원이 몸을 돌려 질러든 용천백령수를 막아간다.

그 순간, 용소의 손에 들렸던 단검이 앞을 막아선 마령대원의 가슴으로 깊숙이 파고든다.

푸욱!

“억?”

일순 불로 지진 듯한 뜨거움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던 마령대원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을 지나 박혀 있는 단검으로 다시 단검을 쥔 소년에게로 향한다.

“이 새끼가…….”

뿌드득 이를 갈아대며 검을 치켜든다.

단검을 쥔 용소가 이를 악 다물고 두 눈을 부릅뜬다.

“내가 질 줄 알고!”

찔러 넣은 단검을 꽈득 돌려내며 일월령기를 끌어올렸다.

“커억!”

마령대원은 가늠하기 어려운 힘이 가슴으로 파고들자 일순 부르르 떨었다.

푸악 뽑히는 용소의 단검.

휘청 마령대원이 흔들리자 용천백령수의 목소리가 용소에게 파고든다.

“서두르십시오!”

용령인 하린을 쥐던 우길청이 마령대원만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절대의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용령이니 말이다.

지금은 한상준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그곳에 더 많은 신경을 두고 있겠지만, 그의 감각은 용령이 멀어져 가는 것을 잡아내고 말 것이니.


“응?!”

오른손에서 꿀럭꿀럭 흐르는 핏물을 쳐다보던 우길청이 고개를 홱 든다.

“감히!”

자신의 감각 안에 있던 용령이 빠르게 멀어지는 것을 느끼고는 분노를 토해낸다.

이제는 시야에서 사라진 한상준을 향해 이를 부득 간 우길청.

“묵룡. 어르신을 고이 보내드려라.”

어느새 다가든 묵룡을 향해 명령을 내린 우길청이 용령의 기운이 이끄는 방향으로 몸을 날린다.

그 뒤를 적염당 몇이 빠르게 따라붙는다.

순식간에 사라진 우길청에게서 시선을 거둬 몸을 돌리는 묵룡 마적산.

여전히 음산하기만 한 그의 시선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건조한 음성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러지요.”


반능려는 빠르게 달리면서도 품 안에서 힘들어하는 한상준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르신…….”

한상준이 무리한 힘을 내었지만, 일월룡인 그가 죽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용천백령수 수백이 온다.

강렬한 힘을 지닌 그들의 수라면 아무리 적룡이나 묵룡이 있다 한들 더는 어쩌지 못할 것이다.

“힘을 내십시오.”

나직하나 단호하게 말한 그녀가 발에 힘을 주고 앞으로 나아간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만난 묵룡과도 풀어야 할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상준의 안위가 우선이다.

순간 앞으로 내달리던 반능려의 등에 날카로움이 훑고 지난다.

“윽!”

달리던 그대로 무릎을 바닥에 꿇으며 주욱 밀려 나간다.

안아 든 한상준을 바닥에 떨어뜨릴 수는 없기에 행한 그녀의 행동.

그런 반능려의 뒤편에서 빈정거리는 음성이 들려온다.

“저런. 쯧.”


@@@@@@@@@@


정말 오랜만입니다. ^^

바쁘고 피곤한 나날입니다.

일은 많고 몸은 우찌 그리 무거운지.

다들 별고없으시죠?

헤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웅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2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9 +8 11.10.21 1,646 14 35쪽
111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8 +2 11.10.21 982 7 32쪽
»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7 +3 11.10.21 1,216 8 32쪽
109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6 +6 11.04.19 1,566 13 42쪽
108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5 +8 11.03.09 1,543 12 43쪽
107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4 +10 11.01.31 1,510 12 50쪽
106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3 +8 10.12.12 1,501 16 44쪽
105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2 +7 10.10.29 1,692 15 46쪽
104 영웅담(英雄譚-이계편) 격류(激流) 7-1 +9 10.09.01 1,886 14 44쪽
103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10 +7 10.08.19 1,994 9 37쪽
102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9 +7 10.07.29 1,932 12 38쪽
101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8 +11 10.07.06 1,921 10 44쪽
100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7 +9 10.06.24 1,954 9 40쪽
99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6 +10 10.06.09 2,106 8 39쪽
98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5 +8 10.05.31 2,088 10 41쪽
97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4 +9 10.05.20 2,112 9 39쪽
96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3 +7 10.05.18 2,014 9 31쪽
95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2 +8 10.05.12 2,252 9 32쪽
94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팔룡전(八龍戰) 6-1 +9 10.04.14 2,410 7 28쪽
93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9 +5 10.04.14 2,327 8 24쪽
92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8 +11 10.03.25 2,630 8 55쪽
91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7 +9 09.12.31 2,631 9 41쪽
90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6 +3 09.12.31 2,546 9 48쪽
89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5 +9 09.10.30 2,837 9 43쪽
88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4 +8 09.10.22 2,791 11 45쪽
87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3 +6 09.09.28 2,933 9 47쪽
86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2 +7 09.09.11 3,134 8 31쪽
85 영웅담(英雄譚-이계편) 태제륙(太帝陸) 5-1 +5 09.09.07 4,035 7 48쪽
84 영웅담(英雄譚-현세편) 균열(龜裂) 4-11 +9 09.08.12 3,741 9 40쪽
83 영웅담(英雄譚-현세편) 균열(龜裂) 4-10 +3 09.08.12 3,248 9 3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